내 나이 스물 한 살. 남들이 보기엔 한참 좋을 때라고들 하지만.
난 좀 다른 의미로 한참 좋을 때다.
애처가 도경수 01
애처가: 아내를 각별히 사랑하고 몹시 소중히 여기는 사람
띠리리리, 띠리리리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집 안을 울렸고 그 소리에 내 몸은 꿈틀꿈틀 거리며 반응했다. 아, 일어나기 싫은데. 아침부터 누가 그렇게 전화를 하는지. 나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푹 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어날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왜 때문에?
"경수야, 이것 좀 빼줄래..? 나 지금 저거 아니, 전화 왔어. 일어나, 야? 경수야?"
나를 꽉 안고서는 안 놔주는 도경수 때문에.
경수 팔이 내 몸을 감싸고 있어서 마음대로 일어날 수도 없다. 평소에 잠도 깊게 안 자는 애라 내가 이렇게 움직이며 발광을 떠는데도 깨지 않는 게 이상한데 날 감싸고 있는 힘은 또 더럽게 세다. 너 뭐 꿈에서 뱀으로 변신이라도 했니? 내가 끙끙 거리며 경수 팔을 떼어놓을려고 하자 더 감싸오는 팔에 거의 해탈 직전까지 가니 전화벨이 뚝하고 끊겼다.
"아, 끊겼잖아. 도경수.."
내가 경수 팔을 아프지 않게 살짝 때리며 말하자 이젠 아주 작정했다는 듯이 내 몸을 안겨오는 도경수의 팔에 내가 놀라 경수를 바라보니 언제 일어났는 지 그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곧 경수는 긴 손가락으로 내 코를 장난스럽게 툭 치곤 아예 내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 덕에 감겨져있던 내 몸도 경수를 바라보게 되었다. 경수는 나를 자신의 품에 가두곤 내 등을 토닥이면서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인다.
"일어나기 싫잖아, 자자. 우리 징어."
애처가 도경수 01
그렇게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났을까. 눈을 떠보니 옆에 있어야 할 경수는 없었고 허전한 마음에 괜히 손으로 옆자리를 탕탕 쳤지만 내 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그저 부드러운 침대 시트였다. 아, 도경수 설마. 불현듯 뇌를 스쳐간 생각에 내가 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가자 역시나가 역시나 주방에서 내가 먹을 아침을 차리고 있는 경수였다. 결혼하기 전 같이 살면 입자고 하던 앞치마까지 두르곤 야무지게 밥을 푸고 있는 경수를 보며 내가 미안한 표정을 가득 안곤 경수에게 다가갔다.
"아, 미안해 경수야. 오늘은 내가 아침 한다고 했는데 또 너가 하게 만들었네.."
분명 어젯밤 오늘만큼은 일찍 일어나서 내가 맛있는 아침을 해주겠다며 으스거렸었는데 오늘 또 경수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 하는 나였다. 아, 아까 그냥 일어나서 아침이나 차릴 걸. 괜히 더 잤다는 생각에 내가 내 머리를 탕탕 치며 경수에게 말했고 경수는 내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 지 어, 일어났어? 잠은 잘 잤고? 하고는 다정스럽게 물어왔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잖아.. 어제 내가 밥 해준다고 했을 때 하트입술이 찢어져라 웃어보이던 경수였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늦잠 잔 날 보며 잠은 잘 잤냐며 물어오는 경수 덕에 난 경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며 말했다.
"아, 나 깨우지 그랬어.. 미안해, 진짜로 미안해.. 오늘은 내가 아침 할려고 했는데.."
내가 경수 앞에서 우물쭈물 말하자 경수는 그런 날 보며 소리 내어서 웃었다. 뭐다냐, 지금 이거 엄청 진지한 상황인데.. 내가 왜 웃냐는 듯 고개를 올려 경수를 바라보자 경수는 그런 날 한 번 바라보더니 곧 입가에 미소를 번진 채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이제부터 맨날 아침 해야겠네. 그래야 네가 그런 귀여운 표정으로 말할 거 아니야."
경수 말에 내가 예?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경수는 아, 다음에는 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해줘. 아쉽잖아. 라며 뒷말을 붙였다.
이 녀석은... 답이 없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며 경수 팔을 잡고 내리자 경수는 그런 날 보며 또 한껏 웃으며 말한다.
"밥은 나중에 해주고 일단 오늘은 내가 해준 밥 먹자. 배고프잖아."
경수는 날 의자에 앉혀놓고는 내 앞에 있는 밥을 들어 밥통에 다시 넣었다. 내 앞에 있던 밥을 가져가는 경수의 행동에 내 눈도 경수를 따라갔고 경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밥통에서 밥을 다시 뜨고는 내 앞에 가져다 놓았다.
"뭐 해..?"
"너 뜨거운 밥 좋아하잖아, 식은 것 같아서."
그게 몇 분이나 된다고 밥을 다시 푸는지. 진짜 도경수 못 말린다, 아주. 경수의 세심한 배려에 내가 괜히 기분이 좋아져 서있는 경수의 엉덩이를 톡톡 쳤고 경수는 당황했는 지 자신의 엉덩이를 감싸곤 뭐하냐면서 자리를 피하자 난 그 모습이 또 좋다며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경수도 그런 날 보며 손으로 살짝 내 머리를 툭 치고는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그렇게 늦은 아침을 먹었다. 물론 두그릇 정도 비우고서야 일어났지만.
애처가 도경수 01
"아, 도경수 바보야! 그럼 나한테 미리 말했어야지. 아, 어떡해."
밥도 맛있게 잘 먹었겠다, 설거지도 경수가 한다고 죽어도 한다고 해서 설거지까지 끝내겠다, 먹은 것도 치웠겠다. 이제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며 간단한 간식만 먹으면 될텐데 내가 이렇게 바쁜 이유는 바로 도경수 때문이다. 쇼파에 앉아 티비 뭐 볼 거 없나 찾던 나인데 갑자기 경수가 내 옆으로 슬쩍 오더니 정장이 어디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난 당연히 설도 지났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옷을 다 빨았다고 말하니 갑자기 엄청 난처한 표정으로 내게 하는 말이..
"나 교수님 만나러 가야 하는데..."
교수님? 교수님?? 현재 우리 둘 나이는 스물 한 살로 대학생이지만 나보다 몇 배는 뛰어난 머리를 자랑하는 도경수는 교수님이 총애하는 제자로써 애들 과외는 물론이요, 교수님이 필요할 때마다 부르는 1등급 학생이다. 그래서 교수님께 종종 불려가는 경수는 갈 때마다 정장을 입었고 그 모습에 교수님은 또 준비된 제자라면서 좋아했는데... 망할, 내가 괜히 새로운 마음을 다진 게 잘못인건가. 어젯 밤에 빨아서 당연히 마르지도 않았을 옷을 경수한테 입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것 참 난처한 상황이었다.
"아! 맞아, 잠시만 기달려!"
꼭 난처한 상황에도 하나님은 빠져나갈 구멍 하나쯤은 작게나마 만들어 주신다고들 하는데 그 말이 맞는듯 내 머릿 속에서 스쳐 지나간 어느 옷이 생각났다. 나는 빠르게 경수를 지나쳐 안방으로 달려갔고 경수는 그런 날 따라 안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옷방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았고 경수가 빼꼼빼꼼 내가 보는 곳을 봤지만 곧 어두워서 안 보인다는 말에 뒤에 가 조용히 앉아있는 경수였다. 그렇게 한 5분이 지났을까, 곧 내 손에 잡혀진 검정색 옷이 보였고 경수는 그 옷을 보며 사색이 되었지만 내가 경수 손에 얹어주자 어쩔 수 없이 받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미리 안 말한 너 잘못이지.
"저기..징어야.. 이거 너무 어린왕자 같은데.."
경수는 내 눈치를 살살 피며 나한테 말했고 난 입고 나오라며 방문을 닫았다. 지금 경수가 망연자실하며 입고 있을 옷은 검정색 양복에 넥타이는 나비 넥타이며 양복 상의 주제에 뒤가 조금 아주 쪼오금 긴 옷이었다. 그 옷도 고등학생때 경수네 어머니께서 경수한테 잘 어울리겠다고 사주신 옷이었는데 입고 나간 날 애들이 모두 어린왕자 같다며 귀엽다고 했고 거기에 나도 동참했었다. 실제로 귀여웠던 건 맞으니까. 근데 경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날 빤히 쳐다보더니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었다. 왜냐고 물어보니까 하는 말이
'남자한테 귀엽다는 말은 실례야, 좋아하는 애가 그러는 건 더.'
진짜 귀엽다고 한 말인데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은 없었다만.. 경수는 그 날 이후로 그 옷을 입지도 않고 경수 집 가도 보이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이삿짐에 실려온 것인지 전에 집 청소를 하다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버릴까 했었지만 언젠가 쓸 날이 있겠지 하고 안 버렸었는데 이렇게 필요할 때가 있다니. 나는 내 준비성에 감탄하며 아직도 옷을 입고 있는 지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경수를 보러 방으로 들어갔다.
"아, 이 옷 진짜 싫은데."
"잘생겼다, 우리 서방님~"
하의는 다 입었다만 상의는 차마 못 입겠는 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경수를 보며 내가 말하자 화들짝 놀라는 것도 잠시 내 뒷 말에 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하트 입술이 찢어져라 웃어보이는 경수였다. 남들한테는 그 놈의 하트 입술 보여달라고 해도 엄청 비싸게 구는 녀석이지만 나한테는 하루에 수십번, 아니 수백번도 보여주는 경수이기에 미워할 수가 없어 괜히 다가가 경수의 삐뚤어진 넥타이를 정리해줬다.
"우리 서방님은 인물이 돼서 뭘 입어도 멋있으니까 입자."
달래듯 말하는 내 말에 경수는 허 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어보였고 곧 그렇게 입기 싫다던 상의를 입고는 내 앞에서 자신의 볼을 손으로 톡톡 쳤다. 뭐, 때려달라고? 내가 장난스럽게 손을 올리자 다른 쪽 손으로 내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곤 여전히 자신의 볼을 톡톡 치는 경수였다.
"얼른. 다리 아프잖아."
내 키에 맞춰 다리를 굽힌 경수가 보채듯 말했고 난 져준다는 듯이 경수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고 경수는 또 좋다며 하트입술을 한껏 뽐냈다. 그게 그렇게도 좋을까. 하트 입술이 찢어져라 웃던 경수는 곧 내 볼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 빠르게 자신의 입술을 부딪쳤고 쪽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선 도망가듯 현관문으로 향했다. 내가 경수를 어이없단 표정으로 쳐다보자 능글스러운 표정으로 맞대응 한 경수는 신발을 다 신었는지 하는 말이
"서방님 가는데 배웅 해 줘요."
허, 아주 웃기지도 않는다. 경수가 능글능글 웃으며 내게 말했고 난 그런 경수를 보며 천천히 다가가며 서방님은 무슨, 잘 다녀와. 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수는 또 그건 그거대로 좋은지 기분 좋은 웃음을 날리며 내 볼을 아프지 않게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우리 마누라 서비스 받기 참 힘들어, 다녀올게요."
그 말과 함께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경수를 나도 손을 들어 배웅했고 경수가 문을 다 닫고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는 소리까지 듣고서야 쇼파로 향했다. 스물 한 살 성인 두명이 뽐내는 이 광경이 흔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하게 들어왔고 항상 경수를 보내는 건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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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를 보내고 아까 보지 못했던 티비 시청을 다시 할려고 하는데
싱가폴 ~ 싱가폴 ~ 싱가폴 가고 싶다~♪
내 귀를 자극하는 익숙한 벨소리에 내 손이 익숙하게 폰으로 다가갔고 난 귀찮아 하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귀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익숙하게 여보세요 하는 인삿말을 날리려고 했지만.
[야!! 김징어 너 어디냐.]
예의는 밥 말아드셨는지 과 동기인 변백현이 다짜고짜 말한 탓에 나 또한 바로 답을 해줬다.
"어디긴, 집이지. 나 지금 티비 봐야 하거든? 좋게 말할 때 끊자."
전화 하자마자 자기 말만 한 변백현에게 나도 되갚아 줄려고 내 할 말만 하고 끊을려고 하자 다급하게 잠깐만!!을 외치던 변백현 때문에 내 계획은 무산되었다.
아, 귀찮게 진짜.
"왜, 왜 또 인마."
[뭐, 티비를 봐? 허, 내가 너 멍청한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용건 있으면 말이나 할 것이지 디스는 왜 해, 이 새끼가..
"아, 그니까 왜. 뭐가 문젠데. 네 진짜 별거 아니면 죽는ㄷ.."
난 한심하다는 말투에 변백현 때문에 괜히 기분이 나빠선 쏘아붙였고 곧 뒤에 들려온 말에 깨달았다.
[오늘 신입생 오기 전에 선배들이 만나서 술 한 잔 먹자고 했잖아, 잊었냐?]
내가 진짜 한심했다는 것을...
(나가면서 징어가 정리해 준 넥타이 쪼물딱 거리는 경수)
나 사담쓰 말하려고 하는디 |
안녕하세요! 가볍게 프롤부터 시작한 애처가 도경수 작가인데요! 사실 제가 이거 프롤 쓰면서 반응 생각 별로 안 했거든요ㅋㅋㅋㅋㅋ 내용도 별로 생각 안 하고 그냥 가볍게..가볍게 쓰고 소리없이 사라지자 했는데 의외로 관심 있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좋았는 지 몰라요ㅠㅠㅠㅠㅠ
근데 제가 성격이 막 달달한 편이 아니라서 경수는 달달하게 쓰겠지만 여주는..여우처럼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병X으로 썼는데..마음에 드시나요ㅠㅠㅠㅠㅠㅠㅠ 어휴 1화부터 망했네요! 역시 저는 글 솜씨가 그닥..(다그닥 다그닥) ㅈㅅ..
하여튼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
나 호닉쓰 암호라고 하는디 |
설렘, 고구마, 워더, 아저씨, 콩, 모찌, 부릉부릉, 슈밍와플, 세젤빛, 뽑뽀, 이웃집여자, 군고구마, 신촌, 젤리냠냠됴, 끼룩끼룩, 입꼬리, 스폰지밥, 삼각김밥, 됴자기, 초코우유, 나비소녀
다 감사합니다ㅠㅠ 사랑해요! 암호닉은 꾸준히 받아요! 이왕이면 이 편에 신청해주셨으면 합니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