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ㅇㅇㅇ. 스물 하나. 현재 가까운 대학에 재학 중이고, 근처에서 혼자 자취 중. 집 주소 보니 그 근처가 맞는 것 같네. 어머니는 사망. 아버지는 현재 무직."
"........"
"취미는 독서. 특기는... 손재주가 좀 있어 보이고. 그 외의 기록은 깨끗한데? 얌전히 산 모양이야."
"...그래? ㅇㅇㅇ와 연관성이 있는 이름을 찾아 봐. M에 대해서도."
J의 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컴퓨터를 두어 번 만지더니 이내 고개를 젓는다. 없어.
"본인 말고는 나오는 게 없어. ㅇㅇㅇ랑 연관성 있는 이름은 아예 다른 인간들이거나, 가족이거나. 그게 끝."
"아예 개구라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굳이 일을 두 번 하게 만드실까.
낮아지는 J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눈길이 조금 더 매서워진다. 나를 쏘아보는 그 눈은 금방이라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듯,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
여기서 지면, 죽는다.
지금처럼 아무 것도 모른 채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약하게 떨리는 손을 다잡고 눈을 부릅떴다. 당신만 사람 노려볼 수 있는 거 아니거든. 애써 마음을 다잡고 똑같이 그를 쏘아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말하는 믿음이, 내 평범한 이력인가요?"
"뭐?"
"당신에게 믿음이란 게 면접과 다를 바 없는, 뭐 그런 거냐고요. 가정사나 독서 같은 평범하고 고리타분한 내 이력 따위를 듣는다고 해서, 당신들이 나를 진짜 백 퍼센트 신뢰한다고 할 수 있어요?"
"......."
"고작 그런 걸로 나를 판단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었다면 내 신상정보를 털어놓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겠죠. 처음부터 나를 믿지도 않았는데 이런 건 왜 시켰는지 모르겠네요."
비아냥대는 투에도 J는 침묵을 지켰다. 할 말이 없겠지. 평범하고 고지식한 취미나 가족 이야기 같은 게 도둑들 사이에서 중요한 정보일 리가.
필요한 정보는 모두 말했고, 숨기는 것은 없었다.
그저, 말하지 않은 것일 뿐.
"나는 이 곳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에요. 목숨 건 거짓말에는 흥미 없어서, 당신들에게 말한 것과 다른 사실도 없고. 당신들에게 의심 살 만한 일을 하는 가족은 없거든요. 취미도 이 곳과는 전혀 안 맞고.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어깨를 으쓱여 보이며 처음으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죽이든지 말든지, 할 말은 한 것 같아서 속이 시원하다.
조금 편안해진 느낌에 숨을 길게 내쉬며 경직되어 있던 표정을 풀었다.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J가 피식 웃었다.
"...당돌하네. 좋아, 인정하지. 방금 한 질문은 너를 이 곳에 들이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을 뿐, 아직 그것만으로는 완전히 신뢰할 수 없어. 알다시피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
"여기 발 붙이려면 우리보다 잘난 놈들이든지, 목숨이 여러 개든지. 그게 아니면 하나 있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일 수도 있고. 보통 후자이긴 하더라만."
가만히 J의 말을 듣고 있는데,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잔인한 말과는 다르게 웃는 낯으로 대꾸하며 나를 바라보던 남자는 놀라 저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기울인다.
"워, 겁 먹지 말고.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만큼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
"......"
"어차피 동갑인데, 말 놔도 되겠지? 좋든 싫든 넌 여기 계속 있어야 할 테니까."
안녕, ㅇㅇ야. 이제 M인가?
여전히 웃으며 내게 말을 붙이는 남자는 곧 자신을 P, 라고 소개했다. 그들이 일을 할 때 서로를 줄여 부르는 이름인 모양이었다.
"코드네임으로만 부르면 재미 없으니까, 진짜 이름도 알려 줄게. 박지민이야. 일할 때 말고는 이름 불러 줘."
"...어, 네."
"너도 말 놔. 어차피 너랑 나랑 동갑이라니까. 김태형도 그렇고."
김태형? 처음 듣는 이름에 의아해진 내가 고개를 갸웃대자 P, 그러니까 지민이 내 반응을 보고 피식 웃더니 턱짓으로 V를 가리켰다.
지금 상황이 좀 지루했는지 딴 짓을 하던 V가 지민과 내 시선에 움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V, 김태형. 난데. 뭘 그렇게 놀라?"
"...동갑이라는... 소리죠, 지금?"
"왜, 더 어려 보이나보네?"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난 뭐 이 바닥에서 엄청 구른 아저씨인 줄 알았네. 하긴, 아저씨 치고는 너무 젊게 생기긴 했어.
나이가 같다는 게 생각보다 충격이었던 터라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얼버무리는데 그게 영 석연치 않았는지 자꾸 대답을 종용한다. 왜요, 뭐.
괜히 시선을 돌렸다. 사실대로 말하면 혼날 것 같아. 자꾸 시선을 피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V, 태형을 막은 것은 J였다.
"기록이 깨끗하다고 하니 아예 틀린 말 같지는 않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알고 있겠지?"
"뭐... 도둑질이겠죠. 비리, 물건 같은 걸 빼돌리는 일."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닌데. 그것만 하진 않아."
도둑이 도둑질만 하는 게 아니다? 의아해졌다. 다른 어떤 일을 하기에 목숨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전혀 떠오르는 게 없어 고개만 갸웃거리다 다시 물었다. 그럼 뭘 하는데요?
"조직을 세우거나 무너뜨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꼬여내 원하는 곳에 쓸 수도 있지. 비리라던가 고급 정보를 유출시키기도 하고, 또..."
"........"
"살인."
그것도 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질러지는 말에 잠시 굳었다.
살인. 사람 죽이는 일.
내가, 사람을?
"...꼭, 죽여야 해요?"
"내가 뒤지고 싶지 않으면 상대를 뒤지게 만드는 게 답 아니겠어?"
뭘 묻느냐는 듯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며 대꾸하는 J는 이미, 익숙해 보였다.
누군가를 죽이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 공포와 죄스러움이라는 감정을 잃는 것. 그 끔찍한 일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죄악 중의 죄악이자, 또다른 슬픔이었다.
죽지 않기 위해 이 곳에 들어온 나는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살아야 하기에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누군가의 삶을 짓밟고, 목숨을 짓밟는 일은 할 수 없다. 나도 같은 사람이니까.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싶으니까.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간직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
이기적인 인간 답게 나는 그 끔찍한 소리를 듣고도 내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있었다. 사람은 분명 혼자 살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다른 이가 들어차질 않는다.
한심함에 고개를 숙였다. 역시 사람은 상황이 급박해지면 저 밖에는 안 보인다더니, 이제 스스로가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복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던 J가 고개를 돌렸다.
언뜻 스친 표정은 참으로, 묘했다.
J와 이야기하는 동안 소파 구석에서 서로 투닥거리며 장난을 치던 지민과 태형마저 조용해진 탓에, 분위기는 어두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이 곳에 있으면서 목숨을 부지하며 방법을 찾는 게, 보장 된 이야기인가?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들이 어지러이 얽혔다. 온통 난장판이 된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숨을 쉬며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 곳의 멤버 모두가 가지고 있다던, 빛나는 휴대폰이 보인다.
휴대폰이 빛났다. 반짝, 하고.
까만 액정 위로 무언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MISSION.]
이 곳에 온 후 처음으로 받는, 미션이었다.
"...일단 오늘 미션에서 넌 현장 열외. 판 돌아가는 거나 잘 지켜보고 배워."
한참을 말이 없던 J가 네게 건넨 말이었다. 열외. 백 퍼센트 열외는 아닐 터였다.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아직은 사람다울 수 있었으니까.
컴퓨터 앞에 앉아 여전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남자가 잠시 시선을 두었던 휴대폰을 책상 위로 던지듯 내려놓으며 말했다. 새 판 시작이네.
남자의 말에 태형이 씩 웃는다. 태형과 장난을 치고 있던 지민 역시 웃으며 일어서 어딘가로 향했다.
시작해 볼까. 누군가 중얼거린 소리가 넓은 방 안에 울렸다.
미션이 주어졌다.
새로 짜여진 판, 그 속에서 곧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냥이 시작 될 것이다.
새로운 만남, 새로운 판.
그리고 이 곳, 이 세계.
그 속에서 나는, 기름이 되어 물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사당하는 암호닉 |
♡김치찌개♡ 님 ♡귤♡ 님 ♡냄쥰♡ 님 ♡봄♡ 님 제가 마니... 사당해여(♡) 알죠? 같이 달립시다! |
사담 |
안녕하세요, 파우타입니다. 제가 많이 늦었죠...? ㅎㅎ... 설이다 뭐다 할 일도 많고 다닐 곳도 많았던지라... 그냥 저를 치세여. (볼을 들이댄다)(대구리) 그래도 제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라도 올리는 건, 다름아닌 티켓팅 때문에... 저는 갈 겁니다. 어디를? 방탄 콘서트를. 언제? 아마 다. 는 무슨 일단 성공부터... ㅎ... 티켓팅 때문에 글이 잡힐 것 같지도 않고, 바쁠 것도 같고 해서 이렇게 부랴부랴 써 올려요. 써 놨는데 자꾸 고쳐보고 고쳐보고 해서... 티켓팅이 끝나면 차분한 머리로 좀 더 자세히 짜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슴다. 노잼이어도 그냥... 그냥... 읽어주세여...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