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이 있어요!
세훈이와 가족들은 민석이가 여주의 전남친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암호닉 |
부릉부릉 오꼬구먹맛 0618 밍소쿠 킴킴킴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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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나는 죽어다 깨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오랜만이다"
"어머, 둘이 벌써 인사하고 있었네. 여주야, 세훈이가 말한 과외 선생님이셔"
오세훈이 과외 선생을 데려왔다.
존나, 공부는 내팽개치고 허구한 날 피시방만을 전전하던 새끼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계열 선택에서 이과 진학을 덜컥 선택해버렸다. 공부는 지지리도 안 하던 놈이 밑바닥 깔아주려 발악을 한다고 혀를 끌끌 찼을 때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무시하더니, 겨울방학이 막 시작할 무렵 대뜸 과외를 시작한다고 선포를 해버렸다. 중학생 때부터 과외를 해도 예쁜 누나가 아니면 절대로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지랄을 하기에 이번에도 좀 예쁘장한 여자인가 보다, 생각을 했더니 이런 시발. 과외를 한답시고 데려온 놈은 시커먼 남정네였다. 그것도 하나뿐인 누나의 흑역사같은 전남친.
"아아! 이거 놓으라고 미친년아!"
"뭐 미친년? 됐고, 너 솔직히 말해. 저 과외..아니 저 남자 어디서 데려왔어"
"아 무슨 상관인데! 내가 공부하겠다잖아"
무슨 바람인가 싶어 오세훈놈의 귀를 때려잡고 진지하게 누나와의 면담을 시도해봤더니, 이 새끼는 사춘기가 아직도 안 지났는지 되려 바락바락 대들고 있다. 와 이거 열불 나네, 내가 김민석 때문에 동생놈한테 미친년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돼? 기분이 확 나빠져 차라리 엄마를 살살 꼬드겨 저놈의 구남친을 확 잘라 버리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똑같았다. '너 왜 그러니? 동생이 공부하겠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아, 진짜 미치겠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참 찌질했다. 한 달, 딱 한 달만 두고 보자. 한 달동안의 유예기간을 두고 나는 김민석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절대로 마주치지 않게. 오세훈이 과외를 할 시간이다, 싶으면 무작정 외출을 시도했다. 정말 갈 곳이 없을 때는 인근 도서관이나 공원을 전전하며 거지꼴을 일삼기도 했다. 그렇게 엿같은 나의 전남친을 철저하게 피하고, 어떻게 하면 저 자식을 우리집에 발도 못 붙이게 하나 고민한 결과는 아주 가까이, 오세훈에게 있었다. 그래, 과외 결과가 아주 형편없으면 엄마는 분명히 과외 선생을 자를 것이다. 어차피 오세훈은 공부를 못하니까 그건 그다지 걱정할 것이 못되었다. 과외를 한다 해도 공부 안 하는 놈은 거기서 거기 도찐개찐인데, 그래서 한 달동안 매주 모의고사 시험지를 풀게 하며 오세훈을 들들 볶았다. 노예처럼 일요일마다 훌쩍이며 모의고사를 푸는 오세훈을 보며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희열을 감추지 못하였다. 매주 성적을 비교해 본 결과가 형편없으면 이게 김민석을 떨어뜨리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래, 그때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시발,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세훈의 성적은.. 일취월장, 그야말로 쑥쑥 오르기 시작했다. 첫 주에는 김민석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내 동생의 미래가 걱정될 만큼 개판이었던 성적이 마지막 일요일이 되었을 때는 놀랄 만큼 올라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와 아빠, 오세훈은 감격을 금치 못했고 전지전능하신 과외 선생이라고 찬양하며 파티까지 할 정도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오히려 일을 키웠구나, 나는 정말 멍청했다.
"아 엄마 오세훈 과외 선생 진짜 별로라니까? 차라리 정수정이나 변백현한테 배우라 그래"
"시끄러 기지배야. 니가 그 선생님한테 배워봤어? 그리고 과외 선생이 뭐야 과외 선생이. 너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한테"
"아니 그래도 내가 딱 촉이 왔잖아. 얼굴을 보니까 과외는 안 하고 탱자탱자 돈만 뜯어낼 상이라니까?"
"야 이년아 니가 무당이야? 시끄럽고 너 이번에 학점 몇 받았어"
"...아 몰라"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더 노력을 해보았지만 언제나 결과는 실패였다. 학점 얘기로 넘어가서 갑작스레 화제를 돌리는데, 와 나 진짜 억울해서 공부 열심히 하고 만다. 되려 내 공부 욕구만 불싸지르게 할 뿐이었다. 그 후로 더욱 당당하게 우리집을 드나드는 김민석을 방 문틈으로 소심하게 노려보며 나는 집에 있는 듯 없는 듯, 정말 귀신같이 지냈다. 그리고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치던 날은 약 삼 주 전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내가 최고로 못생긴 날이기도 했다.
"이 년아 다른 애들은 전부 나가서 연애를 하는데 너는 이 꽃 같은 나이에 맨날 집에만 틀어박혀 있고, 당장 안나와?"
"아 내가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만나는 거라니까? 나 밖에 나가면 남자들 막 난리나, 그리고 엄마 원래 싱글이 더 화려한 법이야"
"하여간 입만 살았어 아주. 됐으니까 얼른 나와. 엄마 지금 니 방 청소해야 되니까 거실로 나가있어, 어휴 이게 돼지우리야 사람 사는 방이야"
아 청소는 내가 하는데.. 입술을 비죽이며 아무 데나 널려 있던 후드티를 구겨 입고 대충 방 밖으로 나왔다. 꼬질한 수면바지에 어두운 색감의 후드티가, 정말 내가 봐도 은둔형 외톨이 같기는 했다. 그래도 집에 가족밖에 없으니 가려운 이마를 벅벅 긁으며 나오는데 거실에 웬 못보던 커다란 책상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의자 두 개, 의자 두 개에는 오세훈과.. 오세훈과 김민석이 나란히 앉아 구질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집에 있었네"
"누나 꼴이 왜그래"
깔끔한 청남방 차람의 김민석은 못 본 사이에 더 잘새.. 아니 여자를 더 많이 후리게 생겨져 있었다. 그 옆에는 내가 쪽팔리다는 걸 온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는 듯 표정을 구리게 구기고 있는 오세훈이, 하나뿐인 누나가 일주일을 안 씻어 더럽게 때가 찌들었고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알바 같은 건 구할 노력도 하지 않아 집에서 밥만 어마어마하게 축내는 식충이다-를 한 마디로 줄여 간결하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만약에 오세훈과 둘이 있었다면 '뭐 이 개새야'를 연발하면 찰진 등짝을 후드리 챱챱 패줬을만한 상황이지만 옆에 김민석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참아주기로 한다. 그런데 저놈은 뭐 저렇게 쳐다보냐.. 나 지금 진짜 사람 꼴 아닌데.
"누나 방이 그렇게 돼지우리라더니, 결국 진짜 돼지가 돼서 나왔네"
"..닥쳐 동생아"
"헐.. 왜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말을 해. 동생이라니, 지금 옆에 과외쌤 있다고 신경 쓰는거야? 역시 남자 앞에서는 착한 코스프레 기본으로 깔고 간다니까"
이 개자식은 정말 날 닮지 않아 눈치가 더럽게 없나 보다. 지금은 차마 오세훈을 때릴 수가 없어 눈만 열심히 부라리며 나중에 저놈을 괴롭힐 백가지 방법에 대해 속으로 고민하던 중에,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나직하고, 포근해서 듣는 순간 나른하게 잠들어 버릴 것 같은 목소리. 평소에 하는 형식적인 말투가 아니라 마치 아주 예전에 나를 대하는 듯, 부드럽게 살랑거리며 내 마음을 흔들어 버리는 목소리가.
"불편하면 내가 먼저 갈게. 편하게 있어"
"어? 아, 응.."
"형 가게요? 아, 나 이제 막 불붙었는데.. 안녕히 가세요"
오세훈과의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김민석은 빠르게 제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갔다. 오세훈은 널브러진 책을 정리하고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기 시작했지만 나는 여전히 책상 앞에 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예전처럼, 정말 예전 같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아주 평범하고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보통의 말이었지만 내 마음에서는 그 목소리 때문에 한순간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처음 만났던 그 느낌, 내가 사랑했던 습관적인 말투와 목소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ㄴ..
"누나"
"개자식아"
"아 왜 또 욕이야"
"..있어"
갑작스레 날 부르는 오세훈에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미쳤지, 왜 이런 생각을 해 그놈한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양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냥 다시 자러 가자. 한숨을 폭 쉬고 걸음을 돌려 방으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근데 누나는 민석이 형이랑 아는 사이야?"
".. 어? 그건 왜"
"아니, 그냥 둘이 반말이 자연스럽길래 궁금해서"
아 맞아, 말 까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지. 하긴 처음에 과외 선생이라고 했을 때부터 당황해서 존대 쓸 생각을 전혀 못했으니까. 그런데 오세훈이 이렇게 갑자기 물어볼 줄은 몰랐다. 하여간 저 새끼, 저런 데로 머리는 좋아.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응, 존나 더럽게 헤어진 구남친이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면 분명히 오세훈놈은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 일러 바칠 것이고 엄마는.. 김민석을 집으로 불러 진지한 대화를 할 것이다. 물론, 다시 우리 딸을 만나 보면 어떻겠냐는 식으로. 아, 나 진짜 그런 꼴은 절대 보기도 싫다.
"아.. 나 고등학교 선배야. 학생회"
"맞다, 누나 학생회였지. 주제에 안 맞게"
"개새야"
뭐, 고등학교 선배는 맞으니까
어차피 오세훈은 멍청해서 이 정도 말하면 더 이상 의심 안 할 것이다.
그나저나 김민석은.. 앞으로도 계속 봐야되나, 아..
으아.. ❤ 이런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하트가 뿅뿅ㅎㅎ
암호닉 신청도 너무 좋구요 앞으로도 계속 받습니다
그리고 저번 편 브금은 316-우리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나요 에요!
그럼 사랑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