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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무덤

 

 

 

 

어, 이성열이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남자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학원가기 전에 급하게 시장기를 달래느라 고개를 파묻은 채 라면을 흡입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둑하게 밤이 내려 깔리는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정말 이성열이다. 기다랗고, 절뚝이는. 누군가를 찾는지 긴 목을 빼고 두리번거리던 그의 어깨를 뒤에서 잡아 쥔 남자가 뭐라 말하자 고개를 푹 숙이고 어설픈 걸음을 걸으며 이성열이 그 뒤를 따라간다. 픽 바람 빠진 소리를 한 번 내고 다시 컵라면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런데 씨발. 입맛이 뚝 떨어졌다.

 

 

 

다리 한 쪽이 반 뼘이나 짧다. 예쁘장한 얼굴에 비틀거리는 모양새. 한껏 웃음을 띤 채로 종종 걸음도 치지 못하는 느지막한 움직임.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듯 늘 헤벌레하는 모습으로 학교 안을 쏘다녔다. 이성열이 걷는 폼은, 우습게도 나비 같았다. 한 쪽 날개가 꺾여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로 퍼덕이며 필사적으로 날개 짓을 하는.

 

 

 

어릴 적에 뺑소니를 당했더랬다. 무거운 차바퀴가 깔고 지나간 탓에 완전히 으스러진 한 쪽 다리를 질질 끌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이성열에게 병원비가 없던 그 애 할머니는 아이의 얼굴 가득한 눈물을 닦아주는 것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날부터 몇 달 간을 죽을 듯이 앓고 난 뒤 이성열은 뒤틀린 발목과 어설프게 뼈가 붙어 짧아진 다리를 갖게 되었다. 그래도 웃었단다. 원래 헤프게 웃었지만 더 헤퍼졌다. 상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배가 아프다면서도 웃었고, 누군가 고의로 내던진 공에 맞고도 웃었다.

 

 

 

집이 지독하게도 가난하다던가. 이성열의 교복만 봐도 얼마나 형편이 어려운 지를 짐작할 수 있다. 새로 살 돈이 없는 지 삭을 대로 삭아 보온 효과가 전혀 없어 보이는 교복 마이와 누구 것을 물려받은 건지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바지. 한 겨울에도 변변한 코트 한 벌이 없어 후드 티에 목도리를 둘둘 만 게 다. 코며 볼이며 시뻘겋게 얼어서 교실로 들어서는 이성열을 보면 누구나 불쌍해서 혀를 차곤 했다. 한 겨울에는 얼음장 같을 그 애의 집보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주는 학교가 더 따뜻했기에 이성열은 늘 신이 난 채로 등교했다. 밤새 얼어붙은 관절을 녹이며 녀석은 헤프게 웃었다. 이성열은 학교에 오는 걸 좋아했다. 겨울엔 따뜻해서 좋아했고, 여름엔 시원해서 좋다고 했다. 사실 언제고 학교가 좋을 터였다. 끔찍한 가난을 의식적으로나마 피할 수 있는 공간. 약간 모자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해맑은 얼굴은 학교에 오면 생기를 띠었다. 그런 이성열을 보며 대개 아이들은 그를 가여워했다. 절룩이는 다리도 그렇고, 부모 손을 타지 못해 늘 볼품없는 입성도 그렇고. 게다가 녀석에게는 왠지 모를 측은함이 늘 풍겼다. 처연하게 축 처진 눈 때문인지, 동글동글 강아지 같은 얼굴 때문인지, 환경 탓에 주변 눈치를 살살 보는 비굴한 버릇 탓인지. 어쨌든 이성열은 학교 모든 남자 새끼들의 귀염둥이인 동시에,

암캐였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힘깨나 쓴다는 양아치들의 공중 화장실이었다. 순진한 이성열을 놓고 뒤로만 음담패설을 지껄이던 놈들이 어느 날 하교하는 이성열을 붙잡아다 일을 쳤다는 소문이 퍼졌다. 우는 얼굴이 어쩌고, 몸이 어쩌고 하는 저급한 단어의 나열이 듣기 싫어 이어폰을 찾아 끼웠다. 그래도 귓가를 파고드는 더러운 팩트는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존나, 조이고, 존나, 죽인다. 영어 듣기 파일이 다 지나가고도 나는 다음 공부할 책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내내 멍해 있었다. 내 머릿속을 휘젓는 그 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이 주일이나 학교에 결석한 이성열은 파리해진 얼굴로 돌아와서, 더 어설픈 걸음으로 교실로 들어와서는,

여전히 웃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성열은 그냥 웃었다.

 

 

그 양아치들이 이성열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날 이후로 공공연하게 퍼진 사실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놈들, 이를테면 여친과의 첫 섹스를 앞둔 놈들이 심심찮게 녀석을 찾았다. 소감은, 한 마디로 하자면, '존나 좋다' 였다. 여친이랑 하는 게 더 시시하다는 새끼도 있었다. 돈만 주면 이성열은 뭐든 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게 천원이든, 만원이든. 돈의 개념이 불분명한 이성열은 일단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예의 그 함박웃음을 짓고 엎드렸다. 본 적이 없어도 선연했다. 말려 올라간 셔츠 사이로 보일 하얗고 마른 등이. 급한 손길에 벗겨지느라 튿어지고 망가질 그 낡은 바지 따위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라 날이 온통 꿉꿉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은 지나치게 습기를 잔뜩 물고 있어서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데도 사위가 어둑어둑했다. 야자를 빼고 학원에 가는 것에 대해 담임은 탐탁지 않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매번 확인증을 끊어준다. 이럴 때는 엄마의 유난스러운 치맛바람이 좋다. 딱히 별 설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간다. 사실 학원은 주 3일이지만 야자는 일주일 내내 빠진다. 주 3일 반으로 옮기는 대신 남은 날에 과외를 하기로 엄마와 합의했지만 난 과외비를 착실하게 삥땅치는 중이었다. 성적이나 올리면 된다. 안일한 생각으로 두둑한 통장을 떠올리며 잠시간 흐뭇하게 웃었다.

 

 

 

학원을 마치고 나오자 아니나 다를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좀 그치길 기다렸다가 집에 갈까 싶었지만 하늘을 보니 금세 그칠 기세도 아니었다. 엄마한테 전화하려다가 어제 아버지랑 부부동반 모임에 가신 것을 기억해냈다. 3박 4일이랬나 4박 5일이랬나.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탓에 어머니는 철만 되면 내키지도 않는 사이좋은 부부 연기를 해가며 해외로 다녀야 된다며 신랄하게 아버지를 비난했다. 두 분이 각방을 쓴지도 십 년이 넘어가는 시점에 왜 이혼을 최선의 수로 두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데리러 와줄 사람이 없단 걸 깨닫고 잠시 생각하다가 학원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 사천원짜리 비닐우산을 샀다. 교복 때문에 함께 사지 못한 담배 생각을 하며 바닥에 침을 탁 뱉고 집 방향으로 몸을 틀었을 때, 그게 보였다. 학원 입구에 옹송그리고 있는 덩어리. 굽힌 등이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그냥 지나치다가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에 다시 한 번 그 덩어리를 돌아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어서는 작게 몸을 우그리고서 앉아있는 이성열이다. 며칠 학교에서 안 보인다 싶었는데 여기서 뭐하는 건지. 날개가 젖은 나비처럼 눈물인지 빗물인지 온통 젖은 처량한 얼굴로 이성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봤다. 무슨 충동에선지 이만큼 멀어졌던 거리를 되돌아 학원 입구로 왔다. 내가 오는 모양을 멍하니 보고 있는 그 애 앞에 다리를 굽혀 눈을 맞추고 앉았다. 그러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이성열이 천천히 입을 연다.

 

"할매가... 눈을 안 떠."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성열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내일 성여리 생일이라.. 할매가 미역국 끓여주기로 했는데... 눈을 안 떠. 눈을 안 떠. 계속계속. 어제도, 어제어제도. 할매가 자꾸자꾸 잠만 자. 성여리 생일인데에.....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이성열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쥔 팔뚝이 한줌이었다. 계집들도 이보단 낫겠다 싶어 혀를 차고 일단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미 다 젖어서 소용없겠지만 우산도 나눠 쓰고 걸쳐 입었던 가디건도 벗어 덮어줬다. 그러고 보니 애 몸이 온기가 하나도 없었다. 나무토막 쥔 것 마냥 딱딱하고 차가운 팔에 오소소 돋아난 소름이 만져졌다.

 

 

 

적어도 사망한 지 3일은 지났다는 말과 함께 이성열 할머니의 시체는 수습되어 갔다. 3일이면 이성열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기간과도 일치했다. 날이 덥고 습도도 높아서 일찍 부패하기 시작한 시체가 머물던 좁은 방에는 꾸덕한 악취가 떠돌았다. 제 할머니의 시신이 흰 천에 덮인 채 실려 나가는 걸 멍한 눈으로 지켜보던 이성열이 영구차에 따라 올라선다. 죽어 싸늘해진 늙은 손을 애석하게도 꼭 붙잡고 있다. 화장하는 한 시간 내내 이성열은 더 이상 울지도 않고 제 손을 맞잡고 있었다. 마치 남은 제 할머니의 온기를 나눠가지려는 듯 처절하게 두 손을 붙든 채였다.

 

 

 

오토바이를 사려고 삥땅쳐 둔 과외비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니, 무연고자니 해서 혜택을 받은 게 이 가격이라며 직원은 생색을 냈다. 납골당 하실 거죠? 묻는 직원에게 그냥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상관없었다. 납골당을 하자니 비용이 헉 소리 나고 매장을 할 돈도 없거니와 이성열이 사후에 그것을 처리할 만한 지능이 있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정부의 복지법이라든지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서민들 등골 빼먹어가면서 차곡차곡 모아놓는 세금으로 대체 뭘 한단 말인가.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들 배불려주고 심심하면 해외여행 시켜주려고 거둬들이는 건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고 뭐고 있는 집 자식들 부정 입학하는 데나 쓰려고 만든 제도인지 정작 필요할 땐 나라 법이 외면한다. 불퉁해진 얼굴로 이성열에게 나무 상자를 건네자 날 또 빤히 올려다본다. 할머니. 라고 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이성열은 그것을 받아 두 팔로 꽉 끌어안는다. 한참이나 그러고 서 있는 이성열에게 가자고 말하니 느릿느릿 발걸음을 뗀다. 말없이 계속 걷다가 이성열 네 집 근처에 도착했다.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소문에 부응하게도 이성열 네 집은 까마득히 높은 달동네 한참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겨울이면 꽁꽁 얼 계단 때문에 다니기도 어려워 보일만큼 동네 전체가 낡고 후졌다. 이성열은 계단에 오르기 전에 그 밑에 잠시 쭈구리고 앉아서 소중히 껴안고 온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뼛가루를 한줌 쥔 이성열이 천천히 그것들을 뿌리며 한 칸 한 칸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한참을 오르며 그 뼛가루들을 다 뿌린 이성열은 바닥에 남은 조금의 가루를 손에 덜어다가 자기네 집 마당이며 마루에 고루고루 흩었다. 의식 같았다.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동네 어귀, 계단, 골목, 집 마당. 일상에 잃어버린 할머니를 스며들게 하려는 듯 간절하고 조심스러운 행위였다. 손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게 되자 이성열은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꾹 닫힌 방문 너머로 그제야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기분이 묘했다. 슬퍼하는 이성열을 보기 싫었다. 멍해진 눈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제가 죽은 것 마냥 축축 쳐진 꼴도 보기 싫었다. 죽음이란 걸 알기는 할까, 저 멍청이가. 저게 뭐라고 저걸. 그래서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우는 이성열을 붙잡고 섹스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성열의 아다는 내가 땄었다. 그 양아치 새끼들이 화장실로 쓰기 전부터 내가 닦고 있던 몸이었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모범생 코스프레 중이라 아무 때나 이성열을 더듬지 못하는 주제에 발정난 개처럼 나는 어디든 이성열과 단 둘이 있으면 헉헉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학을 하고서 바짝 앞으로 다가온 시험들에 예민해져 있을 때는 이성열이 학원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든, 나를 찾느라 술집이 절반인 거리를 헤매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번 씩 핀트가 나가면 근처에 어정거리는 이성열을 잡아끌었다. 얼마 전 본 모의고사가 생각보다 괜찮게 나와서 간만에 개운한 기분이었다. 마침 세미나네 출장이네 하며 부모님도 집을 비운다는 말을 듣고는 학원이 끝나자마자 달려 나와 그림처럼 늘 같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성열의 손목을 잡아 채 일으켜 세웠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이성열을 밀어 넣고 이성열이 사는 동네 주소를 부르고 나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숨을 고르며 진정을 하는 나를 힐끔힐끔 보던 이성열이 내 이름을 불렀다.

 

"명수야아."

 

별 반응이 없는 나를 보고서 혼자 손장난을 치던 이성열은 더듬더듬 손끝으로 내 손을 찾아 쥐었다. 차갑고 마른 손 때문인지 목이 말랐다.

 

 

 

 

 

이성열 때문에 미뤘던 오토바이를 샀다. 남우현이 여기까지 끌고 오기로 했다. 남우현은 전에 일진 놀이 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새끼인데, 학교도 때려치운 양아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내가 모범생 흉내 내는 걸 보고 어차피 좆대로 살 거 자기는 그 짓 못 해먹겠다며 나를 비웃곤 했다. 짤리네 마네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학교 다니더니 결국 애 하나 팬 걸 수습 못해서 작년에 권고 자퇴를 당했다. 병신 새끼. 핏줄 대대로 양아치 집안이라 학교 다닐 팔자가 아니라며 쓰게 웃긴 했는데, 술 처먹으면 씨발 난 좆도 아닌 중졸이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쪽팔리게 만들었다. 학교 짤리고도 영 정신 못 차리고 양아치 짓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요즘 들어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일도 배우고 형들 뒤치다꺼리도 하면서 제법 건실한 짓을 하려고 한다. 어차피 쓰레기 새끼라는 게 문제지만. 배워먹은 게 쌈박질이랑 눈알 부라리는 거 밖에 없는 놈들이 하는 일이란 게 몸 쓰는 거 말고서 없을 거다. 들리는 얘기로는 전부터 기웃대던 형들 중 하나 밑에서 시다 노릇 하면서 라인 쎄우고 있다는데 조만간 사업 한다고 설치면서 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 출발한다는 남우현의 전화를 받고서야 느즈막히 일어났다. 일요일이라 뒹굴뒹굴 이불 위에 누워 한참 빈둥거리다가 배가 고픈데 엉덩이가 아파서 못 일어나겠다고 이성열이 칭얼거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이성열을 방 안에 앉혀놓고 라면을 끓이러 바깥 부엌문을 여는데, 낡은 대문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방문을 열어봤더니 남우현이 막 헬멧을 벗고 있다. 꼴에 지 목숨 아까운 줄은 알아서 헬멧을 꼭꼭 챙겨 쓴다. 폭주 뛸 때도 애들이 가오 떨어진다며 뒤통수를 퍽퍽 쳐대도 꿋꿋이 저걸 쓰고 있었다. 또라이다. 지 핸드폰이랑 담벼락 따위를 번갈아 쳐다보며 여긴지 맞나 한참 두리번거리던 남우현이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 댄다. 동시에 방 안에서 내 핸드폰이 울린다. 돌아봤더니 그새 졸고 있었는지 꾸뻑꾸뻑 몸을 앞뒤로 움직이던 이성열이 화들짝 놀란다.

 

"뭐야. 맞네. 야, 김명수!"

 

남우현이 내 이름을 부르며 대문을 밀고 들어온다. 끼익 녹슨 철문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나자 남우현이 오버스럽게 귀를 막으며 마당을 뛰어다닌다. 멍청한 몰골에 나도 웃고 이성열도 웃었다. 내 소리에 더해서 좀 높은 웃음소리가 나자 방 안을 힐끔 들여다본 남우현이 이거냐? 그 소문의 나비가? 하고 이성열을 턱 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불을 돌돌 말고서 잠에서 덜 깬 댕그란 두 눈만 내놓은 이성열이 끔벅이며 남우현의 시선을 받아냈다. 존나 애 같이도 생겼네. 너 소아 성애자냐. 별 같잖은 소릴 내뱉는 남우현의 등허리를 발로 까자 죽는 소리를 한다.

 

"다리 병신이라 그렇지 너보다 커 새끼야. 180은 넘을 거다."

"힉. 얘가?"

 

졸라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녀석을 훑어 본 남우현이 이성열에게 일어서보라고 종용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눈알만 도로록 도로록 굴려대는 녀석과 남우현이 하는 짓이 웃겨서 그냥 내버려뒀다. 존나 작게 생겨서 무슨 180이야! 야, 너 일어나 봐. 일어나. 일어나! 방안으로 몸을 디밀어 이성열을 쥐고 흔들던 남우현 때문에 이불이 흘러내려 흰 몸뚱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젯밤 내가 물어 뜯어놓은 흔적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헐! 후다닥 남우현이 이성열의 어깨에 이불을 다시 덮어줬지만 이미 내 기분은 상할 대로 상했다. 구겨진 내 얼굴을 보고 눈치를 보던 남우현이 괜히 오토바이에 대한 칭찬 일색을 늘어놓더니 키를 던지고 마당을 내려선다.

 

"흠, 가, 가봐야겠다. 암튼 잘 쓰고. 아직 방학 안 했지? 방학하면 술 한 잔 하자. 나 간다."

 

남우현이 간 뒤에도 이성열은 한참을 꼼지락 거리면서 꾸물거렸다. 어느 새 라면은 뒷전이고 이성열은 나를 쳐다도 못 본다. 내가 화난 건 귀신같이 알아챈다.

 

"일부러 그랬지, 썅년아."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남우현한테 박히고 싶어서 꼬리 친 거잖아. 미친년."

 

근 이틀을 구른 터라 반항할 힘도 없는 이성열은 내 밑에 깔려 질질 울었다. 이성열한테 화풀이를 했는데도 더러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아 괜히 남우현에게 전화로 성질을 부렸다. 남우현은 내 트집을 용케 맞받아치지 않고 들어주었다. 전화 말미에는 여태 쏟아부은 게 미안해서 어색하게 미안, 덧붙였다. 그 짓을 한 이성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끝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더보기

 

 

안녕 친구들? 오늘은 특별히 음... 전국 고교생 헌정이야ㅋㅋ

오늘 고등학생들 6월 전국연합이지?ㅋㅋㅋ

혹시 고삼 있어? 손들어봐요ㅋㅋㅋㅋ

염통이 쫄깃쫄깃할 고사미들... 수능이 얼마 안 남앗죠? 고사미가 이런 거 보고 있으면 안 되지만 오늘만 봐줄게ㅋㅋㅋㅋ

 

 

그간 쓰고 싶었던 엄청 흔한 학원물

거친 언어도 오가고, 스쿨 유니폼 특유의 금욕미와, 음, 하... 그냥 내 변태성 표출이요

하드에 묵혀두려고 했는데 걍 피드백 좀 받을까 해서 올려요ㅋㅋ

아철컹철컹 걸릴까봐 불마크는..헤헷 이건 진짜 소장용으로만ㅋㅋㅋㅋㅋ

 

 

요즘 심신미약... 까지는 아니고 암튼 몸과 정신이 힘든지라ㅠㅠ

게다가 대자연의 습격!

내 모미 내 모미 아니야.... ㅜㅠㅜ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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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그래요 오늘 모의고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아침부터 이글보고 좋네요~.~ 장난이고 이런 분위기 진짜 좋아요ㅜㅜㅠ학원물이라니.... 성여리ㅜㅜㅜㅜㅜㅜ엉엉......
11년 전
Abyss
ㅋㅋㅋㅋㅋ아침부터 모하고 있는거얔ㅋㅋ하... 학원물... 내가 앓다죽을학원물..... 이런 류의 비슷한 주제의 학원물이 있으면 좀 알려줘요.. 찾다가 없어서 내가 고자손으로 썼응게ㅠㅠ
11년 전
독자2
음...암호닉 받으시나요? 헠헠 저 이런거 좋아영 학교 가면서 모의고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고 작가님 글로만 머리를....채우면 작가님한테 혼나겠죠?ㅠㅠㅠㅠㅠㅠ으앙 모의고사 싫드아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짜유ㅠㅠㅠㅠㅠ
11년 전
Abyss
모의고사는... 어떠케 보셨나요ㅋㅋㅋ제 이 그지같은 글 머릿속에서 싹싹 비우고 시험 보셨죠?ㅋㅋㅋㅋ암호닉 받죠 당연히! 난 쉬운 여성이니까!!!!! 읽어줘서 고마워용
11년 전
독자10
단국대!로 신청할게용! ...시험 저번보다 잘쳤어욬ㅋㅋㅋㅋㅋㅋ힣...
11년 전
Abyss
단국대! 지망하시나봐요♥ㅎㅎㅎ시험을 잘 봤다니 다행ㅜㅜ이번에 난이도가 지 멋대로 엿다는데.. 공부 잘하나봥♥
11년 전
독자12
공부 못해여 ㅋㅋㅋㅋㅋㅋ 힣힣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Abyss
나 기다렷쪙?ㅋㅋㅋㅋ아이쿠 사랑이 막막 날라오넼ㅋㅋㅋ읽어도읽어도 좋다니ㅠㅠ과찬이십니다ㅜㅜ감사해요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Abyss
뉌뉌 짱짱!!!! 암호닉 감사합니다~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Abyss
취향저격탕탕탕ㅋㅋ다음편은... 없을계획이라...ㅎ...ㅠㅠ
11년 전
독자6
ㅠㅠ학원물이라니ㅠㅠㅜ김명수가 참 나쁘게나오네요ㅠㅜ다음편도기다릴께요
11년 전
Abyss
나쁜명수나쁜명수ㅠㅠㅜ다음편;없이 이렇게 끝....
11년 전
독자7
열이가 너무 불쌍해요.....ㅠㅠㅠㅠㅠ
11년 전
Abyss
ㅠㅠㅠ잉이유 내가 죄인입니다ㅜㅜ
11년 전
독자8
으엉ㅠㅠㅠㅠ내가이걸독방에서부터ㅠㅠㅠㅠㅠㅠ자까님사랑한다구영
11년 전
Abyss
저한테 사랑한다고 댓글다셨던!!!!! 헿 고마워영.나두 사랑햌ㅋㅋㅋ
11년 전
독자11
ㅇㅣ여자언제또글을썼대...............
11년 전
Abyss
난 원래 서든 어택이잖앜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13
감성 이에요 ㅠㅠㅡ 아놔 학원물이라니 ㅠㅠ 모의평가땜에 기분이 좋지않았었는데 ㅠㅠ 기분 좋아졌어 ㅠㅠ
11년 전
Abyss
ㅋㅋㅋㅋㅋ어떻게 잘 치셨나모르겟어요... 우리 감성 그대 며짤?;ㅎㅎ내 보잘것없는 글로 기분좋아졌다니ㅠㅠ감사해요ㅜㅜ
11년 전
독자15
저 고삼...어헝
11년 전
독자14
덜렁이에요,, ㅜㅜㅜ 성열아,,ㅜㅜㅜㅜㅜ 학원물은 좋은데,,, ㅜㅜ 왜 이렇게 열이가 불쌍한지,,
11년 전
Abyss
난 늘 열이 불쌍하게만드는 변태니까......ㅠㅠㅠ오늘도찾아와줘서고맙고맙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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