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암호닉 |
부릉부릉 오꼬구먹맛 0618 밍소쿠 킴킴킴킴 봄 타앙슈욱 현대고도비 아퀼라 댜댜 꾸르렁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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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너 주말에 뭐해?
잉여
그럼 다음주는?
잉여
그래, 내 방학 생활은 매우 잉여롭다.
알바는, 솔직히 구하기도 어렵고 저번에 했던 알바가 워낙에 힘들어서..ㅎ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에서 잘 먹고 잘 쉬는 중이다. 밖에 나가서 남자 좀 만나고 오라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꿋꿋이 버티며 뻔뻔하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남자가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안 만나는 것이지만.
"넌 공대가서 주변에 남자가 그렇게 없니"
"엄마, 내 주변에 동기들 다 군대 갔어"
"그럼 개강하면 신입생을 좀 노렸보든가"
"..안 그래도 나 다음 주에 새터가는데 조장이란 말이야"
이렇게 하루하루를 엄마의 등쌀에 밀려 힘겹게 보내고 있다. 심지어 다음 주가 개강인데, 나는 뭐 하나 해놓은 것도 없다. 아.. 운동이라도 할 걸. 막상 개강 전주가 다가오니 그동안 막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의가 물밀듯이 몰아친다. 아니면 진짜 남자라도 만날 걸.. 근데 남자가 없어ㅋ
내 인생에 남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먼저 우리 아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아빠와 엿같은 오세훈, 그리고 고추친구 변백현. 초등학생 때는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중학교 진학은 여중을 가서 주변에 남자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좀 달라지겠다, 했더니 남녀분반 3년으로 그야말로 남자고자 루트를 밟아온 셈이었다. 물론 대학을 공대로 가서 주변에 남자가 득실득실거리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공대여신? 그런 거 없다. 주변에 동기들은 전부 군대를 갔고 이번에 복학하는 복학생들은 또 모르는 사람들이고.. 신입생은 더더욱 그렇고.
아 김민석
김민석도 있다. 내 첫 남자친구이자 지금 오세훈의 과외 선생. 그리고
"누나 이거 맛있다. 더 줘"
"나도 더 줘"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새끼
++++++
그러니까, 어쩌다 김민석과 밥까지 먹게 됐냐 하면, 그건 바로 내 눈치없는 동생놈 덕분에 일어난 일이다.
하루하루를 주말같이 잉여롭게 지내며 뒹굴거리는 나에게 오늘 무슨 요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머리를 질끈 묶고 떡진 앞머리를 핀으로 고정시키며 평소보다 한 다섯 배쯤 못생긴 꼬라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책을 주섬주섬 꺼내는 오세훈에 아- 오늘 저놈이 과외하는 날임을 깨닫고 화장실로 쭈물쭈물 걸어갔다. 막상 거울을 보니 정말 거지같은 꼴에 좀 충격을 받고, 잠시 고민하다 앞머리만 감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래도 우리 동생 과외 선생인데, 이런 시덥잖은 변명을 대며 말이다.
앞머리를 싹 감고 롤까지 말아서 다시 방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좀 자다가 오세훈 과외 끝나면 나가야지, 아마 이런 생각으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품 안에는 차마 버리지 못한 곰인형을 안고서.
"누나"
"..ㅇ으"
"누나 일어나"
"아..뭐야"
"밥 해줘"
이 개새
이러니까 오세훈이 욕은 안 쳐먹을 수가 없지. 감히 꿀잠 자고 있는 하늘같은 누이를 깨워서 하는 소리가, 뭐? 밥? 하여튼 맞을 짓만 골라서 한다. 내가 작년에 벼룩시장에서 사다 준 미키마우스 맨투맨을 입고 내 어깨를 잡아 끄는 오세훈에 한숨을 쉬며 무거운 눈꺼풀을 떴다. 그리고 어서 어서, 하며 계속 재촉하는 오세훈에 등 떠밀려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방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거실에 졸린 눈은 확 떠졌고, 그 나른한 기운 또한 한 번에 훅 가셨다.
오 마이 갓
"아.."
내 방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내가 나오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김민석이 보인다. 도대체 뭐에 그렇게 놀랐는지, 시선을 마룻바닥에 둔 채로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김민석에 내가 더 어색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진짜로 나올 줄은 몰랐나.
"누나 빨리! 나 배고파"
그러다 옆에서 방방 뛰며 난리를 치는 오세훈에게 잡혀 바로 주방으로 끌려 갔다.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눈치라고는 개미 쥐똥만큼도 없는 새끼.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내 머리 위에 제 턱을 올리고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듣기 싫은 노래를 들으며 주방까지 가자 드디어 내 머리에서 턱을 뗀 오세훈이 손을 방방 흔들며 주접을 떤다.
"우리 누나는~ 다른~ 건 몰라도~ 요리 하나는 끝내주지요오~"
"닥쳐 좀"
"누나 나 김치볶음밥 해줘. 내사랑 김볶밥! 위에 계란은 반숙으로?"
"알았으니까 좀 가있으라고 개새야"
그렇게 조용히 꺼진 오세훈을 뒤로 하고 달걀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달걀을 아주 팍팍 익혀버려. 오세훈이 싫어하게. 밥을 거칠게 주걱으로 볶으며 오세훈을 욕하던 중 냉장고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들어보니 오세훈이 먹을 것 찾는답시고 냉장고 뒤지는 소리 같은데, 하여간 저 돼지새끼가 밥 해준다니까 그새를 못참고.
"오세훈 개새야 가있으라ㄱ.."
"아.. 미안 방해됐나"
미친, 실수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 오세훈을 욕하니 그 욕을 받는 건 생각지도 못한 김민석이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낸 건지 차가운 물병을 만지며 나를 바라보는 김민석에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나 진짜, 미쳤나 봐. 저도 어이가 없는 건지 떨떠름한 김민석의 표정에 주걱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풀린다. 그 표정에 덩달아 나도 당황스러워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다시 정신이 들어 주걱을 바로 잡고 뒤를 돌려 할 때
그때였다
김민석이 손에 들린 물병을 내려놓고 내게 다가온 것은
"어..?"
"잠깐만"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온 김민석을 가만히 올려다보았을 뿐, 내게서 아주 가까이 선 그의 진한 향기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순식간에 나에게 다가온 김민석의 시선은 내 뒤에 있었다. 가스레인지로 향하는 김민석의 손이 향하자 곧 탁-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미하게 타는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아, 이거 때문이구나.. 실망이라도 한건가, 생각할 틈도 없이 든 안타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도대체 왜, 뭐가 안타까운 거지.
"어 그게, 타고 있길래.."
"아.. 고마워"
급한 불을 끈건지 가스레인지에서 눈을 뗀 김민석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다. 금방이라도 서로를 만질 수 있을 듯 가까운 거리. 내 이마에 닿는 숨결이 당황스러워 애써 눈을 피하고 있을 때 어색한지 손을 매만지던 김민석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선다. 되게 가까운 거리였는데.. 조금 시선이 닿았을 뿐인데 온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뛰는 게 거실에 있는 오세훈도 알 것 같다. 금새 더워지는 공기에 숨을 들이마시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니 여전히 나를 바라보던 김민석이 걸음을 옮겨 다시 내게 다가온다.
"더우면 이거 마셔가면서 해"
손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정신이 확 깬다. 어느새 내 손에 들린 물병 위로 투명한 물방울이 툭툭 흐르고 있다. 이게 뭔가 싶어 고개를 들고 김민석을 쳐다보니, 저도 민망한지 머리만 매만지고 있다. 그리고 그대로 주방을 나가버린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눈만 꿈벅이며 머릿속으로 지나간 상황을 정리해보다, 다시 물병을 쳐다보았다. 이거, 마시려고 꺼낸 게 아니었나. 쓸데없이 이상한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됐다"
복잡한 생각은 하기 싫다. 그냥, 아주 가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지극히 일상적인. 괜한 오해를 하기 싫어 부러 고개를 거칠게 흔들고 물병을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다시 주걱을 들고 뜨거운 김이 나오는 밥을 볶으며 대충 흘려보내려 했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 미치겠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건. 내 속에서 나오면 안 되는 감정이 다시 솟구치는 듯 울렁거리는 느낌이다.
아니야, 이런 생각은 해선 안 돼.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김민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멍청하게도, 나는 그게 가장 궁금하다.
어후 뭐 저 짤이랑 브금은 계속 우려먹네요ㅋㅋㅋㅋ
실은 제가 싱크고자라서 그럽니다
그나저나
이제 둘이 헤어진 이유나 첫만남 요런 게 차차 나오겠져?
그럼 그 때까지 요거 읽으셔야겠져?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