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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 도련님? 도련님! 上 | 인스티즈   

   


   

   


   

[EXO/세훈] 도련님? 도련님! 上   


   


   

 손에 쥔 걸레를 쓸데없이 넓고 크기만한 이 집의 뒤뜰 정원에 있는 수돗가에서 빨며 이 빌어먹을 일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다시 곱씹었다. 그래.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한 통의 전화였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꽤 알아준다는 대학에 들어가 나름 공부도 열심히 했건만, 지긋지긋한 과제와 학점 그리고 저만 보면 술 한잔하자며 손짓을 건네는 선배들과 한 주의 5번은 꼭 술을 먹는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럽던지. 홧김에 휴학을 내고 나는 자유인임을 만끽하기 위하여 집으로 들어와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퍼질러있던 것이 문제의 시초였다.   


   

엄마는 날이 춥다고 보일러를 켜놓고 거실에 나자빠져 자고 있는 자신의 딸내미를 보며 여간 분이 부글부글 끓었는지, 장을 보고 돌아와 곧바로 그 매서운 손으로 하나뿐인 딸내미의 가녀린 등짝을 사정없이 내려치며, 철이 없어도 이리 없을 수 있냐며. 너 대학 보낸다고 든 돈이 얼만데 휴학을 내고 집에 기어들어올 생각을 하냐고 불같이 화내셨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 기쁨에 취해서 잠에 빠져들었던 나는 매서운 손길에 번쩍 눈을 뜨고 소파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빨개진 듯 뜨거워진 등짝을 손으로 매만졌다.   


   


   

" 아…! 악!! 아파, 아프다구 엄마!! "   

" 이 정신 나간 것, 니가 뻔뻔하게 집에 기어들어올 생각을 해? "   

" 맨날 대학 가서 술 퍼먹고 온다고 뭐라고 할 때는 언제고!! "   

" 이 년이 진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술 처먹고 집에 기어들어와서 오바이트나 하는데, 누가 좋아하니! "   

" 아, 어차피 나 취업하면 학교 안 다녀도 되잖아! "   

" 그게 말처럼 쉬워? 이리 와, 안 와!? "   

" 그만 때려!!! "   


   


   

소파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엄마의 손길을 피하는 딸내미의 팔목을 붙잡아 사정없이 내려치는 스매싱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피하니, 분이 조금은 풀린 듯 바로 놔주며 조금은 침착해진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 좋아, 네 말대로 취업? 해봐. 대신 "   

…대신? "   

" 딱 세 달 준다 "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사회에 일찍 뛰어들어도…. 쉽지 않다는 취업난에 나는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 * * * *    


    


    

 그렇게 허망하게 두 달이 지나고, 생각 없이 지내 오느라 허비한 시간은 어느새 일주일가량 남아있었다. 존나…. 일주일이 남았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입에는 오징어 다리 하나를 물고 질근질근 씹으며, 역시 대학교에 들어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면, 휴학 첫날에만 불나게 울리던 전화가 반갑게도 울렸다. 이야…. 정말 오랜만에 받는 전화인걸? 이젠 대출 전화도 안 오던 데…. 킥킥 실 없이 웃으며 입에 문 오징어 다리를 빼고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자, 1년가량 전화가 안 되던 반가운 목소리가 여보세요? 하고 답을 한다.   


   


   

…이의진? "   

" 어, 성이름. 다행이다. 번호 안 바꿨네? "   

" 헐…. 진짜 이의진이야? 웬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   

" 내가 그동안 좀 바쁘게 사느라. 아 이게 아니지. 그 뭐야, 너 이번에는 동창회 꼭 올 거지? "   

…동창회? 웬 동창회? "   

…어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이번에 우리 고등학교 1학년 7반 이였던 애들 동창회 하잖아. "   

" 아…. 그래? 나 대학 와서는 애들이랑 연락이 통 안돼서…. "   

" 1학년 때는 그렇게 놀더니, 3학년 땐 죽어라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갔다는 소식은 들었어. 애들이 너 소식 없냐고 많이 궁금해하더라 "   

…아, 그래? 뭐. 그냥 그럭저럭 살고 있어 "   

" 암튼, 이번엔 동창회에 꼭 와라. 매번 연락 안 돼서 못 불렀는데. 이번엔 연락도 됐는데…. 너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한 두 명이 아니야. "   

" 어, 어. 그래. "   

" 진짜지?! 아싸!, 내가 애들한테 말해놓을게! 장소는 S 한정식집 2층이고, 내일 오후 6시! 그때 보자! "   

" 어, 그래. "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듯, 얼떨떨한 기분에 이제는 화면조차 꺼져 검은 스크린만 띄우는 휴대폰을 보며 손에 든 오징어 다리를 다시 입에 물었다. …아, 몰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누구누구가 같은 반이였더라. 시간이 꽤 흘러 이제는 가물가물 생각날 듯 말 듯한 얼굴들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고 기억하려 하지만, 망할 기억력은 도통 따라줄 생각을 안 한다. 아…. 됐다. 됐어, 보면 알겠지,   


   


   


    

* * * * *    


    


    

 도착한 지 20분째 으리으리한 한정식 가게 문 앞에서 숨을 고르며, 정말 들어가야 하나, 하고 수차례 고민하며. 동창회라고 화장에 안 입던 원피스에 사놓고 한 번도 신지 않은 높은 힐 그리고 착용한 악세사리가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걸 하고 왔지. 슬슬 저리는 다리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굳게 먹질 못하는 마음에 흔들리길 반복했을 때. 불쑥 하얗고 긴 손이 문을 열어 그에 놀라 걸음을 옮기려 발을 떼면 빌어먹을 구두에 휘청거리며 앞으로 꼬꾸라질 듯 넘어간다.   


   


   

…어, 어. "   


   


   

생전 신지도 않았던 구두를 신어 그에 넘어질 뻔한 저의 허리를 꽉 잡아오는 단단한 손에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그 주인공을 바라보면, 꽤나 차가운 인상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에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자신을 세워주는 남자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하니, 남자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리곤 구석진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뒷모습을 쳐다보다 또다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걸음을 떼 계단을 올라가면 이제는 조금씩 생각날 것만 같은 여러 명의 얼굴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말을 주고받고, 잔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곧 또각또각 구두 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던 아이들은 고개를 돌려 어색하게 치마를 밑으로 끌어내리며 웃고 있는 나를 보며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다.   


   


   

" 성이름!! "   

" 이름아!! "   


   


   

자신에게 다가와 꽉 안아주는 여자아이들과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 친구들, 그리고….   


   


   

" 어?! 오세훈! "   

" 어!! 저 새끼 맨날 안 오더니, 웬일이냐? "   


   


   

방금 전, 현관에서 마주쳤던 검은 양복의 남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 * * * *    


    


    

 어느새 분위기는 무르익어 계속된 술판에 이기지 못하고 자리 한구석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저들 나름대로 술 주정을 벌이며 테이블에 꼬꾸라진다. 대학에 와서 늘어난 것은 주량이어서, 이제는 웬만한 성인 남성만큼 마셨던 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눈에 천천히 담으며 앞에 놓인 반찬을 입에 넣는다. 세훈이라는 아이는 학창시절에 인기가 많았던 것인지. 보고 싶었다며 달려드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였다. 나와 같이 지금껏 동창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던 그가, 이번엔 왔으니. 정말 반가웠던 것인지 금세 나는 찬밥 신세가 되었고, 그런 나를 챙기는 것은 그나마 반에서 친했던 의진이였다.   


   


   

" 그래서, 대학은 소문대로 정말 S대? "   

…어, 뭐. 그렇게 됐어 "   

" 와, 대박이다. 1학년 때 너 되게 잘 놀고 공부에 욕심도 없어서…. 솔직히 걱정 했었는데 "   

" 뒤늦게 정신 차린거지. 내가 3학년 때 1학년 생활기록부 보고 얼마나 충격 먹었는데…. "   

" 그래도 너, 운동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남자애들한테 인기 되게 많았잖아! 우리반만 해도 반은 너 좋아했을걸? "   

" 에이…. 그럼 뭐해. 지금 내가 인기가 없는데. "   


   


   

조잘조잘, 술 못한다며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은 의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쉬지도 않고 이야길 건네왔다.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아, 그 물음과 이야기에 모두 답을 해주면 마치 그 일이 자신의 일인양 잔뜩 격앙된 말과 모습으로 답을 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바람기 빠진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니. 어!? 이름이 취했어?? 하곤 어깨를 흔든다. 아니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곤 앞에 놓인, 누가 채운지 모를 자신의 술잔을 한번 더 들이킨다. 크…. 술은 항상 먹을 때마다 쓰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어찌 달달한 것인지. 그 덕에 더 취하는 느낌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왜? 하고 물음을 건네는 의진에게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어질어질…. 항상 마셔오던 주량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술도 안 마시면 줄어드나…. 실없이 중얼중얼 거리며 취한 정신에도 구두를 신으면 또 넘어질까 싶어 가게 이름이 박힌 슬리퍼를 신고 2층 야외석으로 나가니,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들의 얼굴, 그들과의 이야기. 모든 것들이 간질간질 마음에 다가오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매번 재미없게 느껴지던 일상이, 오늘처럼 매일 재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흐흐. 바람기 빠진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쭈그려앉아. 기둥에 머리를 기대니, 갑자기 어깨 위로 걸쳐지는 누군가의 자켓에 고개를 들어 올려 바라보면.   


   


   

" 감기 걸릴라. "   

…어. "   


   


   

차가운 얼…. 아니, 오세훈이라 했던가. 오세훈이 서 있었다. 그도 꽤나 마신 듯 붉어진 뺨이지만,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이 왜 웃겼는지. 키득키득. 장난스레 웃음을 짓는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도, 그저 술기운에 좋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듯 따라 웃는다. 한참을 서로 웃었을까. 곧 서로는 아무 말이 없어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곳곳에 불이 켜져 참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숨소리만 들리던 그와 나 사이에. 나는 용기 내 말을 건넸다.   


   


   

" 어…. 아까 고마웠어 "   

…응. "   

…그, 항상 동창회 안 왔다던데. 왜 안 온 거야? "   

…넌? "   

" 어? "   


   


   

자신의 질문을 되묻는 세훈에 당황하며 대답하자 세훈은 슬쩍 웃으며, 보고 싶은 사람이 안 와 서라며 답했다. 그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 그냥 대학교 가서 애들이랑 연락이 안 됐거든. 하고 답하니, 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취해 찬바람을 쐬면 분명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데. 어째서 더욱더 취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멍청한 생각이 든 나는, 술에 완전히 꼴아 통제력을 잃어버린 사람 마냥, 간간하게 꼬아진 발음으로 천천히 이야길 했다.   


   


   

…하. 이 서울 어딘가에 내가 일할 곳은 하나도 없나 보다 "   

…. "   

…취업이 말처럼 쉽냐고. "   

…일하게? "   


   


   

대뜸 큰소리로 인상을 찌푸리며 꼰 발음으로 이야길 하는 날 지긋이 바라보던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 나 일해야 대학교 안가. 대학교 가기 싫다. 하고 답하면 이런 내 모습이 퍽 웃긴듯. 오늘 동창회에서 보았던 그의 웃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왜, 구하기 힘들어?. 어…. 힘들다. 힘들어! …존나. 왜 이러는지 분명 멀쩡한 것 같은데도, 입을 지멋대로 이래저래 이야길 하고 있다. 입을 꼬매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때쯤. 그는 고개를 들어올려 서울의 야경을 한번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따라서 그를 바라보면.   


   


   

…내가 일하게 해줄게. 휴대폰 줘봐 "   

…휴대폰? "   


   


   

휴대폰을 찾기 위해 몸을 훑지만, 애초에 주머니가 없는 원피스여서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뒀던지라. 자신의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가방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답한다.   


   


   

…아, 나 자리에 가방 거기에 넣어뒀는데. "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하얀색 클러치 백이 나며 물음을 건넸고, 나는 그렇다며 대답하니 이제 추우니 자리로 돌아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이동하면, 그새 얼마나 마신 건지 잔뜩들 꼴아서 테이블에 엎어져 잠에 취한 아이들을 바라보다 자신을 발견하고 웃는 멀쩡한 의진에게 작게 손을 흔들자 그녀는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다 곧 뒤에 따라오는 세훈을 보곤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아…. 또다시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가뜩이나 말이 많은 그녀에게 또다시 흥미로운 먹잇감을 던져 준 꼴에 탄식하며 자리로 돌아가자, 자신이 자리에 착석하는 것을 본 세훈은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며 그나마 멀쩡한 친구들에게 대충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쉽다는 듯, 더 놀다 가지 왜 벌써 가냐는 아이들이 말에 그는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며 미안하다고 하고는 내 자리 쪽으로 다가와선 나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그를 멍하게 쳐다보다 곧 자신의 어깨를 잡아오며 물음을 건네는 의진을 바라보니. 그에게 미처 돌려주지 못한 그의 양복 자켓이 내 어깨에 걸쳐있다. 그것을 쳐다보다 쉴 새 없이 물음을 건네는 의진에게 간간하게 답을 해주니. 그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 어머…. 세훈이 예전에도 너 좋아하는 것 같더니. 지금도 그러나 보네!? "   

…어? "   

" 세훈이가 너 예전에 엄청 챙기고 그랬잖아. 그래서 우리는 세훈이가 너 좋아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   


   


   

바람을 쐬고 왔음에도 몽롱한 정신이 그녀의 말에 더 몽롱해지는 듯하다.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에 주위를 기울이려 할 때, 그의 양복 자켓에서 울리는 짧은 알람음과, 사라진 나의 가방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취기와 의진이의 말소리에 묻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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