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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아니라도

W.토피아







서울에서 방구하기란 쉽지않다. 제일 싸다는 원룸조차도 기본 500은 불러더니 복덕방아줌마들은 그것도 싼편이라며 손을 내젓는데 부산에 살다온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부동산 앞에 서서 멀뚱멀뚱 집들을 내놓은 전단지만 보고있는데 안에서 장기를 두던 할아버지가 문을열고 나를 불렀다.


"총각 뭐 찾는거있나?"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혼자살만한집을 알아본다 했더니 쓰고있던 안경을 올리시고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셨다.

하루빨리 집을 정하고 계약을 해야했기에 급히 부동산안으로 쫓아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바람이 더운기운을 한결 식혀주고있었다.

그리고 싸구려가죽쇼파에 앉자마자 할아버지는 종이를 펼처보였다.


"압구정동 근처에 좀 낡은 아파트가있어 혼자살기엔 좋고 지금 이방이 100에 월세 15 야"


"네?? 진짜 이정도로 되요?"


말도안되는 숫자에 입을 떡하니 열고 할아버지를 보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당장 눈을 빛내며 계약하자 했고 집을 볼 필요는 없냐는 질문에 필요없다며 당장 계약하자고 하였다. 할아버지는 나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잠은 푹 자나? 라고 물어보기에 당연히 푹 잔다 는 내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계약서를 꺼내주셨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던 계약과정을 끝내고 집열쇠를 받고 친구 장똥집에 맡겨놨던 짐을 찾으러갔다.

장동우는 자고있었는지 마른배를 벅벅긁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당장 어지럽혀있던 옷을 박스에 우겨담고 테이프로 돌돌 감싸기 시작하자.

장동우는 슬슬 잠이 깨면서 눈이 동그래졌다. 


"너 집 구했어!?"


"응! 100에 월세 15래 대박이지?"


"...그거 좀 이상한데 아냐?"


"압구정 근처라던데?"


내 말에 장동우는 뭐 씹은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우현아 거기 살다가 영 아니면 그냥 나와라 하더니 냉장고로 가 맥주한캔을 따고 내손에 쥐어준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 라고 묻자 장동우도 맥주한캔을 따더니 입에 한모금 꿀꺽 넘긴다.


"우리엄마 신기있는거알지?"


"유명하지"


동우어머니는 신기로 유명했다. 그렇다고 신내림을 받은건 아니였지만 꿈이나 직감으로 제법 큰일을 피한적이 몇번있었기에 신빙성이 상당했었다.

장동우는 맥주를 한모금더 들이키더니 내앞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엄마가 그랬거든 집값싼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장동우의 말을 듣고 나도 천천히 한모금 들이키다 맥주를 뱉을뻔했다.


"그럼 그집에 귀신이라도 있다는거야!?"


내 말에 장동우는 나를 한심하다듯이 바라보더니 한숨을 쉰다.


"집도 안보고 바로 계약했냐"


"물롱"


"난 가끔 니가 되게 한심하다..."


장동우에게 어느새 다비워진 빈 맥주캔을 던져버리고 혹시 두고가는 집이 있는가 이리저리 살폈다.

그때 뒤에서 장동우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엄마가 미리 만들었던 염주 줄게 어느정도 니 신변은 보호될걸"


장동우가 서랍에서 꺼내준 염주를 받아들고 그래도 혹시 진짜 몰라서 왼쪽손에 끼우고는 고맙다고 퉁명스럽게 말하자 장동우가 장난스레 달려들어 꿀밤을 맥였다.

그뒤로 몇번 레슬링이 이어지고 결국 지친 우리둘은 아무렇게나 퍼질러 자버렸다.




"으아...."


어제 아무렇게나 자는게 아니였다. 기지개를 펴자 온몸 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아직 자고있는 장동우를 바라보고는 다시 다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호원"


"여보세요라는 기본인사같은건 없냐"


"에이 우리사이에 그런게 왜 필요해 자기"


건네편에서 이호원의 토쏠린다는식의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다시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장동우집으로 차 좀 끌고와"


"장동우 오토바이있잖아"


"안됨 짐있엉"


다시 헤헤거리는 나의 말투에 이호원은 잠시 조용해 졌다가 능글맞은 웃음으로 요즘 빕스스테이크가 땡기더라? 라는말에 나는 으득 이를 갈았다.


"알바비 나오면 사줄게"


"10분만 기다려"


이호원의 말에 나는 제법 무게가있는 상자들을 하나둘씩 챙기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밖으로 나가자 역시나 이호원은 스피드레이서의 기운을 뽐내며 차를 세워 놓고있었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이호원에게 다가가자 이호원은 피던 담배를 마저 피고 차에 올라탔다.


"뭐 이사간다더니 짐이 이거뿐이야?"


"응 최대한 간소하게 챙겼지"


이호원은 그말에 상관없다는듯 주소지를 네비에 검색하고는 바로 밟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부산에서 대전을 2시간만에 간자의 위엄인가 싶을 정도로 내 심장은 열심히 쪼드라 들었다. 그렇게 한참 내 목숨을 반쯤 내놓고있을때쯤 이호원은 도착했다며 나를 흔들었다. 나는 멍하니 이호원을 바라보며 니 차는 언제타도 적응이 안된다며 고개를 내젓자 그럴거면 앞으로 타지말라는 말에 다시한번 아부를 떨어야했다.


짐까지 내가살곳으로 같이 옮겨준 이호원덕분에 고마워서 이왕하는거 방정리도 도와달라했더니 쌩하니 사라져버렸다.

나는 툴툴대며 받은열쇠로 현관을 열었다. 생각보다 내부는 괜찮았다.


거실겸 부엌하나에 작은 방하나 전 집주인이 깨끗하게 쓴건지 잔뜩쌓인 먼지외에는 별거없었다. 아 그리고 붙박이식 벽장하나

벽장이식 문을 잡고 열려는데 뭐가 걸렸는지 잘열리지않아 있는힘껏 문을 옆으로 밀어 열자 그냥 옷걸이 두개정도만 걸려있었다.

에이 바퀴가 녹슬었나. 몇번 미닫이를 왔다갔다 굴려본뒤 다시 벽장문을 꼭 닫고 집에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다열어 청소하기 시작했다.

꽤 빈시간이 오래되었는지 이곳저곳 꼼꼼하니 치운다고 창밖을 보니 어느새 해가 져서 어눅어눅해져있었다.

일단 배가 고파 옷을 다시 간단하게 챙겨입고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생각보다 교통시설도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있는데 왜 안팔렸지? 그런생각을 하며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과 전주비빔삼각김밥 두개를 집은뒤 핫식스 하나를 집어 계산했다.

주로 즐겨먹는 나만의 편의점 베스트셀러였다.


검은봉지에 담긴 내 저녁을 흔들며 아파트로 올라가 현관을 열려는데 옆에서 갑자기 한남자가 튀어나와 주저앉을뻔한걸 진정시키고 그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안경을 다시 지켜올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저래?


"여기 사는사람이에요?"


"네....옆집....?"


"아...네 으음 여기에 사는사람도 있구나"


고개만 빼꼼 내민채 우리집 현관을 한번 쑥 훑더니 그럼 이만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는 다시 제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얼굴 멀쩡하게 생긴자식이 왜저래? 미친놈아냐 저거

괜히 기분이 나빠져 싱크대에 아무렇게나 삼각김밥을 놔두고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찬물이 좀 정신을 맑게 해주는건지 기분이 어느정도 풀려 욕실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비명을 빽 지를 뻔했다. 중학생 정도 되는 갈색머리의 남자애가 싱크대에 삼각김밥을 아무렇게나 뜯어놓고 우걱우걱 먹고있었다.


"야!!!너!!!뭐야!!!!!!!!!!!"


내 고함소리에 녀석은 잔뜩 어깨가 움츠러 들고는 곧이어 덜덜떨며 나를 바라보는데 작은눈에 허옇게 질린얼굴...

허옇게......? 아 그보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지...?

수만가지 생각에 남자애를 멍하니 쳐다보자 남자애는 작은눈을 더 가늘게 뜨며 덜덜 떨면서 삼각 김밥을 먹고있었다.

일단 쫓아내야했기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아까 고함을 쳤을때보다 더 어깨가 움츠러 들며 발발 떠는모습에 나는 왜그러냐 묻자 내 왼쪽손에 걸린 염주를 반히 쳐다본다.


"이거?"


염주를 가리키며 이거냐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무서워? 시험삼아 왼쪽손을 녀석에게로 뻗자 이제는 눈물까지 방울방울 달고있다.


"하...하지마..."


의외로 녀석의 목소리는 25정도의 변성기가 다지난 남자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나는 그녀석이 침입자라는것을 잊어버리고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 뭐야? 몇살이야? 이름은?"


"....보면몰라? 귀신이잖아 정신잃었을땐 15살 이름은 김성규"


김성규의 발언에 순간 양팔에 누가 냉기를 불기라도 한듯 닭살이 오소소 돋아났다.

뭐 귀신? 내가 귀신을 볼줄알았나? 아닌데? 난 지극히 정상인데?

나는 눈을 한참 비비고 또 비벼도 내앞에서 핫식스캔을 자연스레 따서 먹는 녀석을 보며 기겁을 할수밖에 없었다. 뭐 저런게 다있어


"너 귀신인데 물건은 어떻게 만져?"


"음... 난 정확히 귀신은 아니야 내 육체는 아직 죽지않았거든"


"그럼?니 육체는 어딨는데"


"그걸 모르겠어 분명 튕겨 나간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육체는 죽지않았어"


잔뜩 미간을 찡그리는 김성규의 모습에 혼란이 오긴했지만 일단 진정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럼 찾으러 가면 되잖아"


"안돼 빙의할만한 매개체가 없는이상"


"빙의?"


"응 내 영혼을 니 몸에 쑤셔 넣는다고 생각하면돼"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는 김성규의 모습에 한번더 기겁할뻔했지만 다시 염주를 바라보고 벌떡 일어났다. 녀석은 핫식스를 결국 다 비운듯했다.


"이 염주! 염주있으면 너 못오지!?"


"응 안타깝게도 염주 기운이 생각보다 쎄더라고"


방안으로 들어가는 김성규의 꽁무니를 눈으로 쫓아가다 몸을 움직여 따라 들어갔다.


"그럼 너 계속 여기 있어야돼?"


"물론이지 잘자"


하품을 하며 벽장의 미닫이 문을 닫는 김성규의 모습에 어이가 너무나도 털렸다.

이래서 장동우가 집값 싼데는 안된다고 했구나... 장동우말을 들을거라는 후회가 절실히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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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으로 한번에 다적을려고했더니 이야기가 늘어나니까 아마 중단편으로 가야할것같네요 ㅠㅠ


댓글 달아주신 디제이님 감성님 그리고 익인1님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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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봄봄이에요ㅎㅎ
앜ㅋㅋㅋ규너무 귀신인데 뻔뻔하게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무 이제 규의 까칠도도귀욤매력에 빠지실게요ㅎㅎㅎㅎㅎㅎ 흥미가생기는 소재네요ㅎㅎ

12년 전
독자2
앍ㅋㅋㅋㅋ 성규귀신ㅋㅋㅋㅋㅋ 귀신인데도 까칠해 이런소제는 또 처음인거같네요 기대되용 두근두근 ㅋㅋㅋㅋㅋ 아 단편이라니ㅠㅠㅠ 초큼 아쉽긴하지만 다음편기다릴께요
12년 전
독자4
ㅠㅠ 감성 이에요 ㅠㅠ 저많이 늦었죠 죄송해요 ㅠㅠ제가 바쁜일이생겨서 ㅠㅠㅠㅠ 그대이소설도기대하고있을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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