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얼마만이지 ㅋㅋㅋㅋㅋㅋ
독자님들 절 두고 다 가셨을 시간에.. 전 왔어여.. 넹.. 그렇슴미다..
저를 죽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 생활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인티도 들어오지 못하고.. 네....
이.. 이제부터라도 성실 연재...하..하겠숨..미다...
26편 리리플도 얼른 달러가겠습니다... 나.. 나를 미워하지 마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현성이들을 넣으려다가 다음 편으로 미룬건 깊은 함정.. Aㅏ..
브금 무얼로 넣을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어떤 분위기가 맞는건지 잘 몰라서 ...
그래도 용기있게 헿.. 넹.. 헿.. 선택을... 헿..
브금을 바꿨어요!
진운, 창민 - 사랑하면 안될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더, 저를.. 미워하지마thㅔ..요.... 죄송해요... 님드라... 저 때리지마여... 사랑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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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뇌세포를 너무 혹사시켰나봐. 지금 죽을 것 같아. 집에 가서 뜨끈한 물에 몸이나 담금질하면서 재충전을 해야겠어, 아핰핰핰핰! 그리고 나와서 커피 우유 한잔 원샷! 캬, 생각만 해도 좋ㄷ... 어? 먼나라 이웃나라의 꼬부랑 글씨체로 그득한 문제집 속에 코를 파묻고는 왜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아닐까 따위를 고찰하던 시간에서 겨우 벗어난 동우는 제 눈 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사실 겉으로는 무서울게 하나 없어보이는 지역구 일진느님 동우는 세상에서 비가 제일 싫었다. 동우야, 비 맞으면 우리 동우 아야- 해서 옆집 할아버지처럼 대머리되니까 우산은 꼭꼭 챙겨써야 한다, 알았지? 어린 시절, 하늘에 먹구름이 낄 때 마다 노란 유치원복을 입은 자신의 손에 작은 우산을 쥐어주던 어머니의 말씀이 가슴 속 깊숙이 박혔기 때문이 첫번째 이유였다. 어쩌다가 한 방울이라도 머리에 닿게 되면 그렇게 온동네가 떠나가라 울부짖으며 난리 부르스를 원 투 스텝 밟았더랜다. 유치하지만 여섯살, 손수건으로 콧물이 질질 흐르는 코를 훔치는게 일상이었던 동우는 모든 일을 곧이 곧대로 믿을 정도로 순수했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뒤로 하고, 뭐, 두번째 이유는 간단했다. 동우는 몸서리를 칠 정도로 습한 공기를 싫어했다. 옷과 자신의 맨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불쾌지수 빵빵한 습기에 시달리는 날에는 싸움에 휘말리는 횟수가 유난히 많았다. 사실 장마철이 바로 동우를 마포구에서 손꼽히는 일진의 자리에 올라서게 만든 원동력이라나 뭐라나는 믿거나 말거나 카더라 통신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이거 원, 비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대는지 닫혀있는 문 틈 사이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마저도 제법 매서웠다. 아까 전에 독서실에 입성할 때 까지만 해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거렸거늘, 왜 지금은 그 당시의 아름다웠던 풍경을 청룡이에 난 흠집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걸까? (그만큼 찾을 수 없다는 소리다. 청룡이를 아버지께 공물로 고이 바치기 전까지만 해도 동우는 이틀에 한번씩은 꼭 청룡이의 목욕 시중을 들었었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청룡이의 몸을 자기 전에 꼭 봐야지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는건 안비밀.) 아씨, 우산 안가져왔는데.. 웃는 얼굴로 강수 확률이 30%라고 하던 기상캐스터 누나가 이렇게 제 뒷통수에 강 스파이크를 날릴 줄은 몰랐다. 딱 보기에도 거의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이 어마어마한 비의 양에 인상을 푹 찌푸린 채 작게 도리질을 치던 동우가 희망 한 스푼 담은 눈빛으로 호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갑자기 마주치는 시선에 놀라 커졌던 호원의 눈이 투정과 기대가 5:5의 비율로 조화롭게 섞인 동우를 망막에 담자 유순한 빛을 띄웠다. 그러다가 다시 난감한 표정으로 투명한 문 밖을 내다보았다. 으, 비는 정말 싫은데.. 힐끔, 제 뒤에 장승처럼 서서 금방이라도 천둥번개가 쳐도 이상하지 않을 바깥 상황을 묵묵히 바라보는 호원이에게 희망 한 숟가락이 더 추가되었다. 내꺼 같이 쓸래? 응! 바로 떨어지는 대답에 우산으로 바닥을 툭툭 치던 호원이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음 준비 단디 하게나, 친구.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으이. 애늙은이 말투에 그런 익살스러운 표정이라니. 아핰핰핰핰! 로비에 울려퍼지던 동우의 웃음소리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보라색 장우산 속으로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으으, 얼마나 남았어?" "음, 앞으로 약... 글쎄, 조금만 걸으면 될 듯요."
우산을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일 정도로 대량으로 쏟아지는 장대비 덕분에 시야가 불투명해진 호원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동우의 집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아, 존나 안보이네. 타닥 타닥- 바로 옆에서 바닥을 내리꽂는 것 처럼 돌비 5.1 사운드로 빵빵하게 들려오는 빗소리가 호원의 고막을 한껏 달구었다. 바로 눈 앞의 사물들을 인식하는데도 난항을 겪은 호원이 미간을 종잇장처럼 구긴 채 바로 제 옆에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빨빨 거리는 동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악! 양말이 쓸데없이 수분을 많이 머금었어! 아저씨 발냄새 나는 것 같아! 그런 냄새 전혀 코 언저리에서 느껴질 기미도 없으니까 진정해. 근데 너 아저씨! 발!냄새에서 일부러 강세 준거지? 짱똥씨, 발음 주의 하실게요. 묻지마 관광에서 관광버스 춤을 춰도 이거보단 현란한 몸사위를 보여줄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난리 부르스를 선보이는 동우 쪽으로 호원이 우산을 살짝 기울였다. 왼쪽 어깨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으악! 축축해 죽겠다. 바지 밑단 다 젖었어 지금. 존나 찝찝마귀 달라붙은 것 같아! 그건 또 뭐야. 음란마귀는 들어봤어도 찝찝마귀는 처음 듣네. 새로운 것도 창조해내시고 창의력 대장이시네요. 혹시 세동대왕님이세요?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며 호원이 또 우산을 옆으로 기울였다. 물 한 방울이라도 제 몸에 닿을까 기겁에 육갑을 더 하고있는 동우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지만, 이제 와이셔츠 소매는 호원의 골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정도로 왼쪽 어깨에 쫙 달라붙어있었다.
"아 진짜 나는 비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알아. 아까부터 티라는 티는 다 내고 있잖아, 너." "아핰핰핰! 그건 맞아. 그리고 너 덕분에 편하게 가고 있는 것도 맞아!" "고맙지? 역시 난 이 시대 최고의 매너남." "아핰핰핰핰핰핰! 저기요, 이호원씨, 원래 이런 에스코트는 나 같은 놈팽이한테 기운 쏟으면 안되구요. 여자친구한테 해야하는거에요. 그걸 아실랑가 모르겄네, 아핰핰!"
아, 여자친구. 장난기가 듬뿍 묻어나오는 동우의 것과는 달리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호원이 아무리 우산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철벽방어를 했다쳐도 우산 속을 침범하는 소량의 빗줄기는 막을 방도는 없었기 때문에 동우의 앞머리는 물기가 서려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는 동우의 눈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반달 모양으로 접혔다. 그에 따라 크게 벌려진 채 쾌활한 웃음소리를 내뱉는 저 입모양까지. 호원 자신도 왜인지 모르는 채로 저의 핸드폰 뒷면에 새 살림을 마련해준 스티커 사진 속에서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또 다른 동우가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예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정도로 좋아하는 표정인데, 어째 보기만 해도 웃음이 따라나오는 동우의 살인미소를 가까이서 봤는데도 기분은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나 같은 놈팽이? 나 같은 놈팽이라고? 귓 속에서 끄집어내고 싶을 정도로 뭔가 걸리적거리는 단어들의 나열이었다. 어, 뭐야. 그 반응은? 너 혹시 나 몰래 여친 사겼냐? 우와, 이호원. 완전 치사해! 교환일기장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 억울하니 뭐니, 이건 친구도 아니니 등의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동우를 응시하던 호원의 좌심방 우심실 한 켠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투성이였던 감정의 뭉텅이가 묵직한 무게를 더했다. 점점 실마리가 잡혀가고 고지가 눈에 보이는 것도 같았다. 어어! 야, 조심해야지. 세기를 더해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생이별을 할 뻔한 우산을 호원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더해 고쳐잡은 동우가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호원의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두루뭉실했던 감정의 실타래가 제 바로 옆에서 툴툴 대는 동우의 온기를 느끼자마자 거짓말처럼 엉킨 데 끊긴 데 없이 정리가 되었다. 아, 나는 아마도. 이제는 알겠으면서도 아직은 모르겠는 자신의 마음과 맞닥뜨린 호원이 눈을 느릿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나는 아마도 장동우를. 아마 좋아하나 보다. 동우의 집 지붕이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미성년의 끝자락으로부터 가까운 자리에서 이제서야 깨달음을 얻은 호원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자친구 같은거 없어. 듣기 드물게 낮게 깔린 목소리에 동우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전에 호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골칫덩이 같던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패를 살짝 내보인 것이다.
"장동우, 너 게이야?"
어, 뭐라고? 호원의 뜬금없는 돌직구에 그대로 데미지를 입은 동우가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리고 호원과 시선을 마주했다. 동우의 안면근육이 뻣뻣해졌다. 갈 길을 잃은 동공은 방황했고 벌려진 입에서는 숨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긍정이라던지 부정의 대답 하나 없이도 너무나 솔직해보이는 동우의 얼굴이 제게 되묻는 것도 같았다.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몰라 잔뜩 당황한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친 표정의 변화 묵묵히 쳐다보던 호원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의 출처를 설명하는 대신 걸음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너, 게이지. 방금 전과는 다르게 끝을 올려 말하는 질문투가 아니었다. 말꼬리를 내린 확신에 가까운 어조에 호원의 앞에 마주 선 동우가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 길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지 동우는 혀로 입술을 축이기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평소와는 다르게 가볍지 않은 무표정만을 고수하던 동우가 오랜 정적을 깨고 말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왜 말 안했어?" "니가 알게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 "....굳이 알리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왜?"
제법 강단 있는 얼굴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던 동우가 한순간에 작아졌다. 이 참에 다 말하자 싶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꼬리를 말고 깊숙한 곳까지 숨어들어갔다. 나 더럽다고 할까봐. 말하면 너랑 친해지려고 내가 했던 노력들이 다 물거품이 될까봐 그랬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리던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고 호원의 보라색 운동화를 바라보던 동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순수하게 친구가 되고 싶어 뒷뜰에서 기다리던 자신의 마음이 쓰레기라고 치부 당할까 무서웠다. 남다른 성정체성을 남몰래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우는 항상 일부러 환하게 웃었다. 사람 좋게 굴어왔던 제 후배들, 선배들 그리고 친구들이 그 흔한 야동을 보면서 여자의 몸이 아닌 남자의 몸에 발기를 하는 자신의 몸을 알게 되면 돌팔매질을 할까봐 동우는 일부러 아핰핰핰! 바보 같이 느껴질 수도 있는 웃음소리 속에 제 실체를 꽁꽁 숨겼다. 그래서 자연스레 깊게 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를 겉돌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 까고 서로에게 까이면서도 변함없이 돈독한 4명의 사이가 부러웠고 그 다음에는 그 사이에서 여유로운 얼굴로 친구들을 알게 모르게 챙기는 호원과 오늘보다 내일 더, 앞으로도 계속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우는 자기 자신을 다 까발릴 각오도 되어있었다. 우현과 성규의 사랑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호원이 소수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우는 호원과 친구로써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자신의 마음과 모순되는 망설임 속에서 홀로 괴로워해야만 했다. 날 피하면 어떡하지? 다음부터는 날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하면? 혹시 모를 가능성에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왔고 결국은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 그칠줄 모르는 빗소리에 오랫동안 노출되어있던 탓에 귀가 맹맹해졌다. 표정이 없어 더 남자다워보이는 호원의 얼굴을 바라보던 동우가 눈을 한번 꾹 감았다 떴다. 나 싫어할까봐. 호원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빗 속에 묻혀버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내가 왜 널 싫어해? 그럴 일은 없어."
좋아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내뱉을 수 없는 속내를 목구멍 안으로 꾹꾹 눌러넣은 호원이 진지한 눈길로 동우를 응시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느릿느릿하게 말을 이어붙였다. 싫은건, 아닌데. 숨 죽이고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동우의 얼굴이 바로 앞에 보였다. 이 얼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얼굴. 언제부터일까? 아까 우산 속으로 니가 웃으며 뛰어들었을 때? 아니면, 자신의 펌프 실력을 보여준다고 오락실로 나를 질질 끌고 갔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멜로 영화를 보면서 눈물 짓던 너를 넋 놓고 바라볼 때 부터 예견된건지도 모른다.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해야 옳은지, 무얼 해야하는 타이밍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호원이 빗물이 튀겨 물이 방울져 흐르는 동우의 볼을 엄지 손가락으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 신경 쓰여. 뭐가 어떻게 신경이 쓰인다는건지 감을 잡기도 전에 동우는 호원과 저 사이에 묘한 기류로 흐르는 분위기를 눈치 챘다. 그리고 당황한 기색을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담기도 전에 호원의 손과 얼굴이 먼저 움직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호원은 이미 한손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부여잡고 혀로 입술로의 출입을 부드럽게 요구하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와 대비되는 호원의 뜨거운 입김이 적나라하게 느껴져 화르륵 얼굴을 붉게 댑힌 동우가 이리저리 눈알을 굴려댔지만 바로 눈 앞에 있는 호원의 닫힌 두 눈에서 달아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머뭇거리는 동우의 입술에 안심이라도 시키듯 느린 속도로 자신의 입술을 꾹 찍어누른 호원이 열린 입술 틈새로 혀를 밀어넣어 동우의 혀를 감쌌다. 깨어질까 전전긍긍이라도 하듯이 조심스럽지만 애틋한 움직임에 크게 뜨여있던 동우의 두 눈이 서서히 감겼다. 툭- 힘없이 우산이 바닥에 떨어졌고 호원이 이제는 자유로워진 다른 한 손을 동우의 얼굴에 더했다. 아, 비 때문에 몸이 젖어들고 있는건지 아니면 이 지극히 로맨틱한 입맞춤 때문에 흠뻑 젖어버린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허공을 부유하던 동우의 두 팔이 호원의 등을 끌어안았다. 호원이 그토록 아끼던 보라색 우산이 저 멀리 비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듯 자연스럽게 맞물린 두 사람의 입술은 떼어질 줄을 몰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는 제 타액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촉촉해져있는 동우의 입술을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매만진 호원이 씨익 웃고는 말했다.
"신경 쓰이는건" "......." "확인해보는게 맞다고 생각했어, 나는." ".....아." "너는?" "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눈을 깜빡거리는 동우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스치듯 누른 호원이 흠뻑 젖은 동우의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거, 어떻게 생각해? 키스 후에 얼떨떨한 표정으로만 호원을 마주했던 동우의 얼굴에 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동우가 내리깔고 있던 눈을 들자 진득하게 또 한번 시선이 맞물렸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의 덩어리를 모두 뱉어낸 것과 다르게 비교적 담담한 얼굴로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호원에게 동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이번에는 제가 먼저 파고 든 입술로 대답을 대신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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