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새장 속에 있니? prologue
내 눈을 의심했다.
요새 술을 많이 먹어서 이 젊은 나이에 몸이 쇠약해 진건지 헛것이 다보여 다시 눈을 비볐는데 눈은 솔직했다.
상쾌한 아침 내 앞에 햇살이 아닌 그냥 살이 날 반기고 있었다.
“너…너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을 다시 비비고 또 비벼 봐도 사실은 사실 이었다.
격하게 침대에 몸을 튕겨 벗어나고 나서야 내 침대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왜긴 왜야.
날 그윽이 보는 저 나체의 남자. 한 이불 속에서 날 안고 있던 사람. 꿈이 아니었다.
깜짝 놀라 이불로 내 몸을 지키고자 온 몸을 가렸다.
스르륵-
“와! 미친!!!!!!!!!!”
함께 드러나는 그의 하체에 기겁하고 이불을 다시 던졌다. 미치겠다. 인생 중 가장 최선을 다해 울고 싶었다.
한 이불 까지 덥고 잤어? 이 치밀한 새끼?
“소리 지르지 마. 너 시끄러워.”
“너 누구냐고!”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대체 저 남자는 왜 내 옆에서 날 안고 자고 있었던 것이며, 옷은 왜 안 입고 있으며, 저렇게 그윽이 쳐다보는 이유는 또 무엇이며.
아,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참으로 격한 충격이었기에 멍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 한 걸까.
“네가 나 보고 싶었다며.”
그의 뻔뻔한 말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뭐라는 거야 저 옷을 변태한 변태가
“뭐, 뭐요?”
“네가 나 데려 왔잖아.”
“나 경찰에 신고 할… 우어!”
침대 옆 낮은 탁자 있는 핸드폰을 집으려 슬금슬금 다가가 손을 슬쩍 뻗자 이내 내 손을 덥석 잡는 그 새끼.
기함하고 손을 내빼는데 꿈쩍도 안한다. 더 격하게 움직여 보지만 철심을 박아 놓은 건물 시멘트 벽속에 갇힌 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 나 이대로 끝 인가봐.
“화사 조류원.”
“뭐래, 화,.”
화사 조류원?
네가 우리 꾹꾹이 고향을 어떻게 알아
힘 센 건물 벽 같은 새ㄲ,
“어제 밤에 네가 나 꺼냈잖아”
“아니, 대체, 내가, 뭘, 이거, 놓고, 말해, 제발, 좀”
손을 털털 털면서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하며 내 뱉어도 꿈쩍도 안하는 놈
어젯밤? 내가 대체 뭘????
뭘???
뭘??
뭘?
뭘…?
뭘…
필름이 끊긴 줄 만 알았던 어제 밤 기억들이 지금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던지 억지로 떠올려 보니 하나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꺼냈다면 와인 말하는 건가? 아니지 어젠 박찬열 집에서 술 먹고 왔으니까.
꺼냈다고?…꺼냈다…꺼냈다…꺼내…
꾹
꾹
이
?
“….”
“기억나?”
“너…”
어젯밤 술김에 꺼낸 내 꾹꾹이 그리고 옆에 두고 잤던 내 자신이 그제야 떠올랐다.
그제야 굳힌 표정을 풀고 미소 짓는 변태한, 아니 남정, 건물, 시멘, 아 뭐라 해야 해.
아 무튼 내 앞에 지금 이 남자가….
“나야.”
“너… 니가…….”
꾹꾹이?
침대 방 입구 새장이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
몰라요 그냥 즐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