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 유학은 아니었다.
네 인생 정말 네 마음대로 살아보라는 엄마의 말을 시작으로 2달만에 일이 진행됐고, 그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어찌어찌하여 캐나다에 도착했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캐나다 토론토 한복판에서 그를 만난건 한국을 떠나와서 얼마되지 않은 오래전 어떤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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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집 앞에 있는 공원에 앉아 영하에 가까워지는 날씨로 인해 입에서 불어져 나오는 입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공원에 온 것은 사색 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도 존재했다.
오후 4시 30분, 한결같이 눈이 소복히 쌓인 나무 아래에 눈을 감고 서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냥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한국 사람이구나.
인사해볼까, 말 한번 붙여볼까하는 수 많은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3주째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용기를 내보려고 하면 내 안에 있는 우울감들이 내 발목을 묶고 내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만 같았다.
누가 우울한 사람을 좋아하겠어.
내 안의 우울을 감추기 위해 수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나는 우울이었으며, 우울은 나였다. 숨겨도 숨겨도 끊임없이 어디에선가는 꼭 튀어나오는.
‘커피나 마시자’
오늘도 그에게 인사하는 것은 포기하고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Can I get ice tall americano please”
“Sure. What’s your name?”
“Summer”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맑은 종소리와 함께 내 시선 속에 들어온 한 사람.
그였다.
“Can I get ice tall americano please”
“Yeah, and What’s your name?”
“Min”
“Ok, Min. Have a nice day”
‘Min’
그는 성이 민씨일까? 아니면 그의 이름이 민인걸까.
생각에 잠기는 중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는 한참을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바리스타가 내 이름을 부르기 전 까지.
“Summer?”
“Yeah, Thank you”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나가려는 순간,
“이름이 썸머예요? 잘 어울리네요”
그가 내 눈을 마주하며 말을 밷었고, 나는 두 눈이 동그래졌으며, 3주 동안 내가 공원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상상했던 상황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