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새장 속에 있니? -03
“안녕…하세…….”
뜀박질에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조류원 문을 열자 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신비로운 모습에도 불구 조금은 낡아보였던 바깥 모습과 달리 안은
“우와…”
끝없이 펼쳐진 동화 같았다.
자연광이 평화롭게 내리쬐는 그 안은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시작으로
초록빛으로 몸을 치장한 울창한 나무들이 자신에게 알알이 맺힌 탐스러운 열매들을 건네주며 나를 반기듯 서 있었다.
벚꽃 보다 더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는 향기로운 꽃나무들이 그 뒤에 날 반기고 있었고
“….”
그리고 내 머리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거나 나무에 앉아 나를 그저 바라보는 귀여운 새들까지 아름다운 지저귐으로 나를 맞이했다.
세상의 봄을 다 여기에 모아둔 것 같은 여긴 조류원이 아닌
마치 평화로운 숲 같았다.
난 또 넋을 잃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멀뚱히 서있으면 우리 아이들이 자네를 의심할 걸세.”
“네??? 아…아, 안녕하세요.”
그 숲들 사이로 흰머리와 흰 수염을 한 할아버지가 어깨에 앉은 화려한 앵무새를 쓰다듬으며 나왔다.
내 눈앞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해리포터에 출연하고 있는지 아니면 디즈니랜드인지 아니면 진짜 꿈 인 건지 아 몰라 무튼 좀
“들어오시게나.”
신기하기보단 솔직히 좀 무서웠다.
-
“자네 어깨에 앉을 때 까지 기다려. 그게 자네의 아이가 될 거야.”
여느 조류원들 처럼 내가 직접 새들을 선택해 데려오는 게 아닌 새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분양을 하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분양하는 건지 이 모습마저 내겐 적응이 안 되는 동화 속 이야기 같았다.
아니 멀쩡하게 고등학교 까지 졸업해서 대학 까지 간 나에게 신이 뜬금없이 동심을 심어주고 있으니 적응이 된다는 게 더 웃긴 소리였다.
"네"
하지만 난 그의 말에 어느새 끄덕이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낡은 나무로 된 문을 열었고 안내에 따라 들어간 안쪽은 날 또 할 말 잃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새들의 천국이었다.
것도 새장에 갇힌 새들이 아닌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았다.
나무에 앉아 있거나 작은 호수에서 물을 마시고 있거나
새로운 손님에 놀란 건지 들어오자마자 파드득 날아 가버리는 작은 새들도 있었고
유유히 천장에서 큰 날개를 뽐내며 날아다니는 새들 그리고 또…
푸드덕-
“……어?”
진짜 내 어깨에 앉은 이 아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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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골라도 뭐 이런 새를 고르냐? 내가 다 우울증 오겠다.”
“아니 얘가 내 어깨에 앉았다니까?”
“얘가 낮에 날아다니는 게 더 이상해. 말 같은 소리를 해”
차안에선 또 박찬열과 다투고 있다.
차에 탄 직후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아까 전 벌어진 상황을 구구절절 다 얘기했는데
혀를 끌끌 차며 요새 네가 많이 힘들어서 그래 라는 소리만 연신 해대니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아니 진짜!”
“나한테 그렇게 거짓말 할 게 없냐?”
“거짓말 아니라고!”
그리고 지금 이 흰 새장 안에서 갸르릉 대며 고이 잠든
“하필 골라도 부엉이를 골라요 이 멍청이가”
부엉이를 골랐냐며 엄청 쪼아댄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그래 새가 너를 골랐다며 그래 네가 힘든 건 아는데”
“….”
“일단 집 가서 열부터 재자. 열 높으면 병원가고…”
분명 날아서 내 어깨에 앉았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새장에 들어가자마자 잠든 이 아이 때문에 속에서 천불이 났다. 깨워서 물어 볼 수… 아 묻는 게 더 이상하다. 무튼 거기에 같이 갔어야 하는 건데
진짜 생각보다 너무 잘 자는 얘를 깨울 수도 없고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긴 한데
그 말이 안 되는 얘기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니까?
‘조용하지 좀.’
“어?”
“아니다 정신병원을 가야하나….”
“뭐 박찬열?”
“뭐 김여주”
“나 아무 말도 안했어.”
“응 알아.”
“…네가 조용하라며 나보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커진 박찬열의 눈 그리고 그 속에 비친 벙쪄있는 나 이번엔 같이 들은 거야?
“……얘가 이제 환청도 들리나 보네. 야 집 말고 병원 먼저가자.”
진짜 나 병원부터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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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제가 쓰고 싶어 쓰는 글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