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새장속에 있니? 04
“….”
이 아이를 데리고 온지도 어느덧 7일이 지났다.
“….”
그 결과는 박찬열 말이 맞았다.
이 아이는 낮에 눈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찬열 말이 틀린 게 있다.
부엉이는 밤에 활동을 하는 야행성 조류라는데 이 녀석은 밤이 되도 새벽이 되도 눈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녀석이 눈뜰 때 까지 잠 못 이루며 설레는 내가 야행성이 될 지경이었다.
“…야 꾹꾹아.”
이 녀석 잠버릇이 잠꼬대인지 그네에 앉아 자면서 가끔 꾹 꾹- 거리며 흔들흔들 춤추듯 몸부림치는데,
그래서 춤 잘추겠다며 귀엽다고 첫날 이름 까지 꾹꾹이라 지어줬는데.
불러도 날개 짓 하나 하지 않는 이 녀석이 어느새 미워졌다.
내가 조는 사이 깨어나는 건가 싶어 밥을 확인했지만 밥도 7일째 그대로였다.
“…하.”
이 아이를 데리고 오면 마음 속 고통이, 아니 이 공허함이라도 깃털만큼이나 채워줄 거라 생각했는데.
“….”
떵떵 소리치며 데려온 아이였기에 외로움이 나를 잠식 해도 나는 전혀 안 외롭다며 박찬열에게 둘러 댔다.
그래서 인지 7일 동안 찬열이는 연락이 뜸했다.
가끔 일어났냐? 밥 먹었냐가 전부였다.
일주일이 지나니 연락이 더 준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일까.
“박찬열 빙구 머저리.”
물론 내가 자존심 세우면서 괜찮다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폰에 이럴 때면 눈치 없는 박찬열이 유독 미웠다.
찬열이 말처럼 난 데려오기 전 보다 더 외로워 졌고 잡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와 날 위험 하게 만드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느새 가지고 있었다.
또 나를 두렵게 만드는 정적이 집을 가득 채웠다.
잠이나 자야지 하며 누웠는데 하필 새장을 침대 방 입구에 걸어놔서 나보다 먼저 잠든 저 녀석이 약올라서 잠이 안왔다.
‘야’
결국 자존심을 꺾고 박찬열에게 먼저 카톡을 보냈다.
‘응’
다행이도 기다렸다는 듯 빨리 오는 그의 답톡에 내 입가엔 미소가 만개했다.
‘일해?’
‘응’
그럼 집에 있다는 거네.
‘그럼 나 네 집 간다.’
‘안 돼 나 안 씻었어.’
'우리 사이에 뭘. 문 열어'
‘야 너는’
“문 열어 박찬열!”
‘아 김여주ㅡㅡ’
“아 잠깐만 씻고 있다고!!!”
문을 사이에 두고 그의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찬열이의 근무지이자 집에서 민폐좀 부려야겠다.
-
찬열이의 근무지는 경찰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 옆집이다.
민석이가 죽었을 때 모두가 자살이라 했다.
하지만 세상에 딱 두 명, 나와 찬열이만 아니라 소리쳤다.
세상은 약자에게, 소수에게 매정했다.
우리가 민석이를 아는데 자살할 그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하는데 세상은 민석이를 바라는 게 아닌 사건의 증거를 달라 했다.
하지만 잡초 속 예쁜 꽃을 먼저 꺾어간다던 멍청한 하늘은 끝까지 멍청하고 매정했다.
민석이가 거짓말처럼 떠난 그 곳엔 CCTV는 없었으며
차에는 블랙박스도 없었고 새벽이라는 시간은 목격자 또한 만들지 않았다.
그 자리엔 차가워진 민석이와 폭발한 건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자동차 하나 밖에 없었다.
이 말들을 조합하면, 누군가의 실수였거나,
계획에 따른 살인사건이었다.
사건을 조사하기도 전 경찰 측에선 증거 불충분으로 민석이가 일방적으로 도로에 뛰어 들었다 주장하며 사건을 어수선 하게 종결하려 했다.
유독 새벽바람이 속이 뚫리는 기분에 좋다며 자기 전 마실 나가길 아이처럼 좋아하던
누구에겐 한 아들이었고
누구에겐 소중한 친구였으며
나에겐 없어선 안 될 소중한 민석이가.
갑작스레 맞이한 말도 안 되는 죽음이 세상의 핑계 거리로 더럽혀지고 있었다.
강력계 형사였던 찬열이는 멀쩡한 근무지를 두고 스스로 잠복근무를 하겠다며 사건이 일어난 도로 앞,
그리고 민석이와 함께 살던 우리 집 옆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처음엔 내가 뜯어 말렸다.
난 이미 민석이의 죽음으로 심신이 기운 하나 없이 지쳐있었고 백날 소리 질러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경찰 측에 넌더리가 나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사건에 다시 뛰어들려는 찬열이 에게 그냥 그 자리에 있으라고, 나 혼자 잘 버틸 수 있으니까. 제발 너까지 그러지 말라며
그가 이사 하는 날 까지 그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뜯어 말리고 또 말렸다.
“아 안 씻어도 된다고!!!”
하지만 찬열이의 문을 두드리는 지금,
“김여주 좀 있어봐!!! 나가!”
내가 이기적인 걸까
“안녕♡”
“들어와”
이렇게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결국은 문을 여는 그가 너무 반갑고 안심되고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집 가구들아 안녕? 나 오랜만이지♡”
몇 분 째 잠잠하던 찬열이 집 문이 열리자 그의 젖은 머리와 함께 특유의 남자다우면서도 부드러운 샴푸냄새가 코를 감싸왔다.
“아오 김여주 다음엔 내가 너 안 씻을 때 찾아간다. 네가 이 고통을 알아야지”
“그러시던 지요~”
찬열이는 나의 죽마고우이자,
나의 정신적 치료사이자
현재 친구를 위해 친구 옆집에 잠복근무 중인
멋진 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