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메 Libera ME
정전 사태를 대비해서 모든 교실의 냉방 기구 사용이 중단되자 삼십 명 남짓 시커먼 남학생들로 들이찬 방 안이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모두들 짜증이 머리끝까지 가득 차올라 있었다. 고3. 아슬아슬한 시기를 타고 있는 아이들은 답지 않게 다들 예민했다. 무거운 공기를 가르고 흰 뭔가가 현우에게 날아왔다.
툭.
뒤통수를 맞고 떨어지는 종잇조각에 줄곧 교과서에만 박혀 있던 녀석의 시선이 교실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네모지게 접힌 종이는 아무리 보아도 교과서의 한 부분을 잘라낸 듯 작은 글자로 페이지 수가 찍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제각기 할 일을 하는 듯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다들 저를 주시하는 것을.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 현우가 쪽지를 주워들고 펼쳐보기가 무섭게 교실 뒤편에서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이 오랜만에 공부하려고 책 폈는데, 그거 보니까 니가 빠는 게 상상 돼서 말이지. 형아 공부할 맘 싹 가셨으니까 이따 맛있게 빨아주라."
풋. 그제야 참았던 웃음들이 터졌다. 고삼 교실에 어울리지 않는 가볍고 질 낮은 농지거리였다. 대응할 마음도,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나지 않아 현우는 그저 손에 쥐인 종이만 구겼다.
69.
방금 남자가 읊은 글귀가 그대로 적혀 있는 종이의 아래쪽에 인쇄된 천박한 숫자가 현우를 조롱하듯 선명했다.
Libera ME
우리를 구원하소서
평범한 학생이었다. 한 번도 남의 눈에 뜨인 적 없는. 평범한 성적에, 평범한 운동 신경에, 조용한 성격, 흔하디흔한 얼굴에 비쩍 곯은 몸. 그것뿐이었다. 현우는 제 학교생활에 만족했다. 그 누구의 신경에도 거슬리지 않고,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그저 조용하고 무탈하게 졸업하는 것. 그것이 목표였다. 2년 동안 그 목표는 착실히 이뤄지는 듯했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싸움에 휘말렸다고 했던가. 내내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홀연히 학교에 등장한 수현은 이내 모든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되었다. 이 일대를 주먹으로 다 먹었다는 소문이 도는 기웅이 수현을 패거리에 끌어들이자 그 명성은 더욱 자자해졌다. 무슨 사건의 주인공이라느니, 소년원을 갔다 왔다느니, 기웅이 직접 스카웃했다느니. 수컷들의 치열한 전쟁터인 남고에서 이런 유치한 소문은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커리어가 되었다.
반에서 왕으로 군림한 수현에게도 여간 짜증나는 것이 있었다. 저 앞자리 쯤에 몸을 웅크리고 책만 파는 찐따. 이현우였다. 빌어먹게도 예쁘장한 얼굴에 작고 조용한 말씨. 말라서 도드라진 날개뼈. 뒤통수나 옆얼굴 밖에 본 적 없지만 유난히 촉촉해 보이는 입술은 어딘지 모르게 자극적이었다.
심기에 거슬리는 점들만 쏙쏙 뽑아낸 듯 현우는 늘 제 눈앞에서 까슬거렸다.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숨만 쉬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에 와서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가서 닿는 시선 때문에 수현은 신경 쓰였다.
"너 왜 쟤를 그렇게 쳐다보냐?"
보다 못한 기웅이 어느 날 대놓고 물어왔다. 한 살 어렸지만 기웅과는 어릴 적부터 절친한 사이였다. 반말 툭툭 내뱉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언제."
"지금도 씨발아."
기웅은 예나 지금이나 입이 걸은 편이었다. 하는 말에 예사로 욕지거리를 섞었다. 몇 번 거친 말이 오고 간 뒤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기웅은 자기 반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시간이 뭐든지 그냥 엎드려 잠을 청하려던 수현은 문득 자기가 현우를 자주 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성욕이 끓었다.
-
기웅에게 그 말을 했더니 대뜸 뒤통수를 내리쳤다. 미친 새끼라며 등이며 엉덩이를 연이어 걷어찬 기웅은 아랑곳 않고 수현은 말을 이었다.
"존나 꼴리는 데가 있어."
"얼씨구. 이 새끼 가만 보니까 존나 호모 새끼였네. 꺼져, 꺼져 씹새야."
"잘 빨 거 같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멀건 눈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담배를 씹는 수현을 기웅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통 따고 싶다."
"...미친 놈."
"아다겠지?"
"......."
"하는 짓 봐서는 아닐 것 같기도 한데."
기찬 탄성만 내뱉던 기웅이 불붙은 담배꽁초를 수현 쪽으로 튕겼다.
"미친 새끼. 니 좆대로 해라."
"씨발아 델 뻔 했잖아!!"
-
나잇값 못 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복학생이란 타이틀은 이렇게 가끔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불러 일으켰다. 두 달에 한 번은 자리를 바꿨다. 그래봤자 수현은 늘 1분단 맨 뒷자리에 앉았다. 반 애들끼리 학생이 알아서 수현을 빼놓고 자리를 바꿔 앉았다. 책상 끄는 소음에 잠들었던 수현이 일어나서 바뀐 자리를 확인했다. 현우는 4분단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툭툭 치며 제 짝이란 놈에게 뭐라 귀띔을 하니 그 놈이 쭈뼛거리며 일어나 현우에게로 갔다. 손으로 저를 가리키자 녀석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이내 제 가방을 들고서 제 옆 책상으로 다가왔다. 서랍에 책 몇 개를 집어넣고 다음 시간 과목을 확인하며 나름 분주한 현우에게 수현은 낮지만 결코 작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좆 빨아본 적 있지."
처음에는 저에게 한 소리인 줄 몰랐다가 집요하게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 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현을 마주봤다.
"잘 빨게 생겼어."
수현의 말을 들은 주변 놈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둘을 주시했다.
"...저한테 하시는 말이에요?"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여기에."
"......"
"보니까 허리도 잘 돌리게 생겼네. 존나 꼴린다."
형이랑 자자. 잘해줄게. 제 말에 현우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상관없었다. 저는 오히려 즐거웠다. 이미 주변에 앉은 놈들은 수현과 현우의 말을 듣고 저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
때 이른 장마였다. 굵은 빗줄기가 하늘을 가르고 투둑투둑 쏟아졌다. 우산 없는데. 좆같네. 어두운 바깥을 내다보던 수현이 옆자리에 얌전히 앉아 필기를 하는 현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자리를 바꿔서 제일 좋은 점은 언제든 현우를 쳐다보면 잘 볼 수 있다는 거였다. 선생이 앞에서 뭐라고 지껄이든 수현은 현우만 잘 보이면 됐다.
"우산 있어?"
또 대꾸를 않는다. 벙어리인지 언어 장애인지 이 미친년은 제 앞에서 말 하는 꼴을 몇 번 보여주지 않는다. 그 전쟁도 한 달 째인 수현은 일찌감치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 다시금 엎드렸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수현은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학교는 벌써 파한 뒤였다. 뻐근한 목을 돌리며 기지개를 켠 수현의 옆에 현우가 앉아있었다. 수현이 일어나는 걸 보고 현우가 작게 한숨을 쉬며 풀고 있던 문제집을 덮었다.
"나 기다렸어?"
"주번이에요. 문 잠가야 돼요."
냉랭하게 대꾸한 현우가 먼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손으로 빗으며 수현도 일어났다. 텅 빈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걸쳤다. 자고 일어났더니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현우에게 남기고 수현은 화장실로 갔다. 왠지 현우가 먼저 갔단 느낌이 들었다.
수현의 짝이 된 한 달 만에 현우는 교내에 유명한 걸레 새끼가 되었다. 원조 교제를 한다는 둥, 기막히게 빨아준다는 둥 하는 구체적인 소문이 돌고 돌았다. 그 근원지가 수현임을 알고 있음에도 현우는 한 번 따진다거나 해명이라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초연한 얼굴로 얌전히 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수현이 뭐라고 짓궂은 농담을 해도, 질 낮은 장난을 걸어도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 앞으로 와보니 문도 잠기고 불도 꺼져 있었다. 복도 창문으로 내다보니 검정 우산을 쓴 현우가 막 교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씨발. 욕을 중얼거리며 수현이 밖으로 나갔다. 우산 없는데. 좆같네. 아까도 했던 말을 또 지껄이며 수현은 현우를 따라잡으러 달렸다.
"기다리라니까?"
키도 작은 게 걸음은 왜 그렇게 빨라. 교문 밖을 나선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현우는 한참 멀어져 있었다. 겨우 따라잡은 수현이 현우의 어깨를 잡고 돌려 세웠다. 놀라 크게 뜨였던 눈이 다시 줄어들었다. 마주쳤던, 아니 마주치려던 시선이 어긋났다.
저 씨발년은 자신을 살살 긁는 데가 있었다. 비에 젖어 달라붙은 셔츠가 그랬던지, 마른 허벅지가 그랬던지, 아니면 마주칠라치면 피해버리는 그 동그란 눈동자가 그랬을 것이다. 수현은 언젠가 한 번 저 년을 조져놓고 싶었다.
"야."
불퉁하게 나간 부름에 대꾸 없이 현우가 제 갈 길을 갔다.
"미친. 씹냐?"
좁은 골목길은 가로등마저 깜빡거렸다. 수현이 부러 툭툭 시비를 걸며 뒤 따라 가는데도 현우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아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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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위가 대세잖아요^^ 나도...봤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거노인이라 못볼줄알았는데봤어엉어엉엉ㅠㅠ 이게 문제가 아니라 사실 리베라메는 예전예전예전에 써둔 썰인데 애들하고 이미지 매칭이 안 돼서 시발 이걸 죽여 살려 이러면서 하드에 담가뒀던 것임ㅇㅇ
난 원래 열녀에 수열러라 수열ver도 있었지만 왜 명수는 나날이 예뻐지능가.... 왜 열이는 갈수록 예쁨+멋짐 태가 사는가ㅠㅠㅠ 왜 명수는 열이보다 작....흠 어쨌든 그래서 이걸 어쩌지 하구 있다가 은위보고 싹 뜯어고침ㅋㅋㅋㅋㅋㅋ 삭은 거 꺼내느라 구성이 엉망진창임... 이것저것 섞느라 엉망된 것도 있고.. 그래도 킬링 타임으로 읽으소서
수열ver. 에서는 현우→열(명수로 할까 천 번 고민했음) 수현→명수.......어깨빨로 명수^^ 기웅→우현 난 수열현이 좋더라^^* 뭐 이 정도에요
아 그리고 글에 욕이 많이 들어가는 거... 배경이 남고잖아요... 난 공학 나왔지만 남고잖아요... 난 여자지만 배경은 남고잖아요... 욕 가지구 뭐라 하기 없기ㅠㅠ 나 평소에 욕 안 해^^ 개소리 ㅈㅅ
下는 내일 중에 올라옵니다^^; 저 일하러가야대여^0^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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