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0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 Adela Jhanis
찬열오빠를 처음 만난 것은 4년 전,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였다.
사실 나는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찬열오빠를 알고 있었고, 좋아하고 있었다.
찬열오빠는 이 사실을 사귄지 1년이나 지나서야 알게됐지만.
내가 학생이었을 때, 그 당시 10,20대 여자들 사이에서는 EXO를 모르면 간첩이었고,
그들의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었을 뿐더러
있었다면 21세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만큼 유명했고, 그만큼 영향력 있었으며
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듯이 좋지 않은 일도 따랐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에게는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이 크나 큰 상처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 당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상처로 남아있긴 하지만,
혹여나 그 이야기가 나와도 회피하지 않고
자연스레 대화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
여하튼, 한국에서 23년간 살면서 쌓아온 모든 추억을 뒤로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
홀로 독일로 떠나왔을 때 처음 한,두 달은 그 곳에서 적응하느라 외로움을 탈 겨를이 없었다.
학과 수업에, 어학공부에, 논문준비 등 그 외 다양한 것들을 하느라
인터넷이랑은 자료 찾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연을 끊듯이 하고 살았기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친구들과의 연락은 일주일에 한 번 할까말까였고, 가족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생활도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니까 적응이 되서
외로움이 조금씩, 조금씩 찾아오는데
아마 그때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기댔었다면
나는 오빠들을 만나지 못했을거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기대다 결국에는 향수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학업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테니까.
무튼 오빠들을 만나게 된 그날도 외로움을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못견디겠어서
머리도 식히고 기분 전환도 할 겸 산책을 나가기 위해 후드집업 하나 달랑 걸치고,
지갑과 휴대폰, 이어폰만 챙겨서 밖으로 나섰었다.
물론 홈스테이 아주머니께는 말씀드리고.
집밖으로 나오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먼저 꽂고,
휴대폰과 연결시켜 랜덤 플레이로 노래를 재생시켰는데
이게 웬걸. 엑소라니.
엑소 노래를 들으니 학창시절이 생각나면서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이번 랜덤 플레이의 주제는 추억 속으로인지, 빅뱅 노래마저 흘러나왔고
결국 흥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입으로 가사를 흥얼거리다
공원이 가까워져 왔을 때즈음에는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진짜. 스트레스 풀려. 다행히 오늘 공원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ㅈ... "
잠깐....뭐야, 저 남자. 지금 나 노려보는거야..?
내가 노래 불렀다고??
내 생각과는 달리 고개를 공원의 푸른 잔디밭 쪽으로 돌렸을 때,
공원 한켠에 놓여져있는 벤치에 앉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노래 부른게 마음에 안든다 이건가? 아니, 그런데 그건 내 잘못 아니잖아.
여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원인데. 여기서 연주를 하든 노래를 부르든 뭘 하든 간에 자유인데.'
남자의 시선으로 인해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나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얘 대놓고
그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니 남자 또한 조금 전보다 더 노골적인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그런데 도대체 얼굴을 뭐저리 꽁꽁 싸매놓은거야.. 지가 무슨 어둠의 자식인 줄 아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두르다 못해 얼굴에도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를 쳐다보다
괜히 또라이에게 걸리면 나만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살짝 젓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남자로 인해 줄여놓았던 노래 볼륨을 조금씩 높였다.
그리고 남자가 앉아있는 벤치 앞을 지나가는 그 순간,
'저기.'하는 말소리가 이어폰을 넘어 내 두 귀에 들려왔다.
갑작스런 남자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니,
남자는 언제 나를 쳐다봤었냐는 듯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채 자기 양손가락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밥을 제대로 안챙겨 먹어서 그런가? 아님 스트레스때문인가? 환청이 다 들리네.'
외로워 죽겠는데 환청마저 들려오자 어이가 없어진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떼려했다.
그런데 발걸음을 떼려는 그 순간 또다시 '저기요.'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결국 노래를 멈추고 이어폰을 귀에서 뺀 나는 몸을 돌려 벤치에 앉아있는 남자를 내려다봤다.
방금 전과는 달리 남자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불렀어요?"
"..."
"아니에요??"
"..."
"아, 죄송해요. 저는 누가 '저기요.'하길래 그 쪽인줄 알았어요."
"아...그게.."
"아, 그리고 이거 오지랖인거 알지만 그렇게 사람 노려보지 마세요."
"..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쪽이 노려보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바람에 기분이 나빠졌거든요."
"...네?"
"이 공원에서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타지인들도 와서
놀고, 휴식을 취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할 자유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자유를 그쪽 눈빛에 의해서 침해 받은 것 같아서요."
"아.."
다다닥 쏘아붙이는 내 말에 남자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만 있었다.
아.. 아씨..ㅇㅇㅇ, 또 자기 기분 예민해졌다고 남한테 화풀이나 하고. 나 왜 사니, 진짜.
결국 나는 두 눈을 꾹 감았다 뜨고는 남자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죄송해요.'라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기분이 예민해 있었는데 그걸 그쪽에게 화풀이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해요."
사과를 하고 허리를 펴니 남자의 멀리서 봐도 커다랗던 두 눈이 더 커져있었다.
거기서 더 커질 수도 있구나..허.
"정말 죄송해요.. 정말 실례했습니다.."
남자에게 다시 한 번 허리를 꾸벅 숙여 사과하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저기.'하는 남자 목소리가 또다시 한 번 더 들려왔고
그에 자연스레 틀었던 몸을 다시 돌려 남자를 내려다보자 남자가 눈가가 휘도록 웃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아까 '저기'하고 부른 거, 저 맞아요."
"...?"
"그리고 아까 그쪽 뚫어져라 쳐다본건 정말 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아..."
"이곳에서 한국말을 듣게 되니 신기해서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그쪽이 한국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거기다 제가 눈도 많이 안좋아서..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의 사과에 당황한 나는 언제 쏘아붙였냐는듯 어버버 거리면서 두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멋대로 오해한 제 잘못이에요!'라고 큰 소리를 내었다.
당황하면 목소리가 커지는 나이기에 갑작스레 커진 목소리로 인해 놀란 것인지
남자의 두 눈이 다시 한 번 크게 떠졌다가 다시 예쁘게 접혔다.
"아, 근데 저 왜 부르셨어요?"
방금 전, '저기'라고 나를 불러세우던 남자의 부름이 생각나 남자를 향해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며 묻자 남자는 '아!'하고 작게 소리를 내뱉고는
나를 올려다보다 고래를 숙여 자신의 양손가락 끝을 바라보다를 몇 차례 반복하더니
곧 결정을 내린 것인지 나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을 했다.
"어..그게.. 실례가 아니라면..."
"??"
"여기..마트가 어딨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네?? 마트요??"
"아..네.."
순간적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보아온 뉴스들이 떠올라,
남자를 향해 한 걸음 정도 뒷걸음질 쳐 물러나
남자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경계어린 시선을 보내자,
남자 또한 그것을 알아챈 것인지 당황해하며 나를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아, 저 그게 아니라.. 제가 이곳에서 지내게 된 지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일주일이면 충분히 이곳 지리를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 같은데요.."
"아..그게..."
"이 곳이 다른 곳보다 큰 편이 아니라서 일주일이면 대충 지리파악하는데는 충분하거든요."
"아..후..."
'쉬트.. 한숨을 쉬다니!! 아, 자기 계획에 어긋났다고 여기서 바로 나 죽이는 거 아냐??
아, ㅇㅇㅇ 진짜 오지랖 부리다 언젠가 큰 일날 줄 알았다!!!! 아, 어떻게 하지.
저 남자 모르게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경찰에 연락할 수 있을까??
지금 이 거리에서는 도망도 못 칠 것 같은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일단 양손을 슬며시 들어올려 후드집업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의 고개가 갑자기 들어올려지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곧 나를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아, 시발... 망했어. 나 진짜 여기서 바로 죽는 거 아냐?? 엄마, 아빠, 동생아..'
남자의 손이 위로 올라가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몇 분 같았던 몇 초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 어느 곳에서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뭔가 이상해 천천히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모자와 마스크를 붙잡은 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의 두 눈이었다.
괜히 남자를 범죄자로 오해한게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하하하, 하고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남자 또한 어이가 없는지 짧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한 손으로는 모자를 들어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스크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남자의 얼굴이 보이는데,
와.. 내가 이 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앓다 죽은 우리 엑소들 중 한 명인 됴도르 닮았네.
어, 그래 됴도르 되게 많이 닮..았...네..
닮았..다..고???
.....닮은게 아니라 도경수잖아!!!!!!
점점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내 표정을 본 것인지 남자, 아니 도경수는 곧바로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며 나를 향해 쉿, 하고 검지 손가락을 세웠다.
"표정보니까, 저 누군지 알죠?"
끄덕끄덕-
"왜 일주일동안 지리파악을 하지 못했는지 이제 이해됐어요?"
끄덕끄덕-
"그럼 저 마트 찾는거.. 도와줄 수 있어요?"
끄덕끄덕-
"고마워요."
도경수가 나를 향해 웃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대체.. 내가 인터넷과 연을 끊은 그 시간동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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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 무사히 첫편을 올렸었는데 연달아서 1편까지 투척!
진짜 독자님들 너무 감사한 것 알아요??ㅠㅠ 제 첫작품인데도 많이 읽어주셨어ㅠㅠㅠ
신알신도 많이 해주시구!!!!!! 앞으로도 독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예그리나 되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오늘이 처음인데 암호닉 신청이 왔었어요!
[옹꿀탱]/[혱구리]/[밍쏘기]/[사과잼]/[웬디]님!!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님들!!
앞으로 제가 이 글을 끝마칠 때까지 꼭꼭 지켜봐주세요!!
아참, 그리고 오늘 드디어 과거 회상 중 경수오빠가 나왔어요!!
다음 편에는 어떤 오빠가 나올까요?? 기대해 주세요!! x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