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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향(달의 향기)02-부제 초여름밤의 운동회

 

 


벚꽃이 만개했던 봄날의 달콤한 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한 소년이 있었다.
그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 소년은 자취를 감추고 봄바람이 가득하던 거리엔 어둠이 내려 앉았다.
아무도 남지 않은 거리엔 어느새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벚꽃잎만이 가득했다.
소년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리고 난 어째서 그 소년을 찾고 있는 것일까.

 


햇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찬열의 방안은 여전히 차가운 공기 만이 맴돌았다. 힘겹게 눈을 뜬 찬열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곤
다시 눈을 감았다. 하. 낮은 한숨이 찬열의 입밖으로 뱉어져 나왔다. 찬열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꾸기 싫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밀려오는 두통 찬열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곤 한숨만 내뱉을 뿐이였다. 도대체 넌 누구야. 누구길래 내 꿈에 자꾸 나오는거야.
찬열의 물음에 되돌아 오는 대답은 간간히 들려오는 길고양이들의 울음 뿐이였다. 옆에서 느껴지는 준면의 온기에 찬열은 눈을 덮고있던 팔을
살짝 내려 옆을 돌아 보았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가녀린 등이 어설퍼 보였다. 찬열은 허리께로 내려간 이불을 준면의 목까지 올려주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찬열아"

 


준면의 목소리에 찬열은 이내 살며시 웃음을 터트렸다. 예민한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중얼거리는 찬열의 혼잣말이 어둠이 자욱한 방안을 울렸다.

 

 


"잠깐 바람 좀 쐬러."

 

 


"같이 갈까?"

 

 

"넌 좀 쉬어야 하지 않겠어?"

 

 


장난끼 섞인 찬열의 말에 준면은 푸스스 웃음을 내뱉으며 배게에 얼굴을 뭍곤 얼른 다녀 오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찬열의 두눈에
준면의 손짓이 들어오자 다녀올겠다는 말을 남기곤 뒤를 돌아 어둠이 잠식한 방에서 발을 뺐다. 여름이 오고 있다는 일기예보의 말이 무색하게도
초여름의 밤은 쌀쌀했다. 찬열은 그 쌀쌀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묵묵히 자신과 닮은 어둠속을 걸을 뿐이 였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익숙한 길로
접어들었을 때 찬열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작은 소년의 눈물이였다.

 

 

찬열은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그 소년의 눈물을 묵묵히 보고있을뿐이였다. 다가가지도 뒤돌아 가버리지도 않고 그냥 그자리에 서서 마치 그소년 주위를
맴도는 어둠처럼 그렇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찬열은 어쩌면 소년의 눈물을 목격한 날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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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은 찬열이 서있던 자리만 뚜러져라 쳐다볼 뿐이였다. 찬열이 탄 버스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멍하니 찬열의 향이 머물고 있는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였다. 어디서 본적이있나..? 왜 이렇게 익숙하지? 어디선가 본듯한 그런 익숙함에 백현의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이내 걸려온 전화에 백현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찬열과의 만남을 곱씹어볼 새도 없이 달렸다.

 

 

 

 

 

 

"변백현 25분지각 오늘 2시간 50분 연장 근무. 축하한다."

 

 

 

"아 사장님.."

 

 

 


"응 나니 사장 맞아 왜 부르니?"

 

 


"하하..오늘따라 더 빛이 나시네요. 멋지세요."

 

 

 


"너 야간근무 서고싶냐?"

 

 

 


"아닙니다아. 2시간 50분 연장근무 하겠습니다아."

 

 

 

 

백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야간근무를 강요하는 민석의 표정에 고개를 저으며 꼬리를 내렸다. 백현은 그저 민석의 히스테리가 다시 시작됬구나 라고 생각하며 탈의실로 들어섰다. 자신의 캐비넷 앞에선 백현은 어두운 탈의실 안에서 유일하게 밖을 볼수있는 작은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창으로 힘겹게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백현은 멍한 시선을 빼았겼다. 문득 버스에서의 일이 기억이 난 백현은 살짝 웃던 찬열의 얼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뭔가에 억눌려 있는 듯 하지만 한없이 따뜻해 보이던 그 미소를 떠올리던 백현은 더이상 만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두어번 휘졌고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아."

 

 

오늘따라 일진이 왜이래. 백현은 생각했다. 이름표를 달다 손이 찔려 피가 배에나오는 손을 물고 탈의실 밖으로 나가자 오픈 준비가 한창인 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백현은 앞치마를 두어번 정리하곤 카운터로 다가갔다.

 

 

 


"야 변백현"

 

 


"왜 오세훈. 글고 내가 너보다 나이 많다고 꼬박꼬박 존대하랬지"

 

 

 

"나보다 키도 작은게 무슨 존대를 바ㄹ..."

 

 

 


"이새끼야!!!!!!"

 

 

 


"둘다 닥치고 청소나 해라"

 

 

 

"넵"

 

 

"네."

 

 

 


아오 저 오소리 새끼를 어떻게 족치지? 백현은 자신을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 세훈의 모습에 백현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저 고딩 새끼 죽여버릴꺼야. 백현은 어금니를 꽉 물며 다시한번 다짐했다.

 

 

 

 

"어서오세요. 죄송하지만 손님 아직 오픈 준비 시간 이라서ㅇ..."

 

 

 

 

 

"오랜만이다 변백현."

 

 

 

 

"김..종...인.."

 

 

 

 

 

 

하얀 두손에 들려있던 영수증 용지가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꽤 큰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멍하니 한여름의 갑작스런 소나기처럼 그의 앞에 나타난 종인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였다.

 

 

 

 

"야 너 뭐하냐 제대로 안하냐..야..야.. 변백현"

 

 

 

 

"ㅅ..세훈아 미안한데 나 대신 오픈 준비좀 맡아줄래..?"

 

 

 


파르르 떨리는 백현의 입꼬리에 뭔가가 있음을 감지한 세훈은 미간 사이를 좁히며 백현의 어깨를 돌려 세웠다.

 

 

 


"야 변백현"

 

 

 

 

"세훈아 제발.. 내가 종,종인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잠시만 금방 돌아 올께"

 

 

 

 

"너 울어?"

 

 

 


세훈이 백현을 향해 물음과 동시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날 이후 언제나 웃는 모습만 보이던 백현이였기에 그의 우는 모습은 세훈에게 가히 충격이 아닐수가 없었다. 두 눈알을 굴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백현의 모습에 세훈은 구겼던 미간을 더욱 구기며 백현을 끌어 탈의실로 이끌었다.

 

 

 

 

"세훈아, 잠시만 세훈아!"

 

 

 


아무리 백현이 나이가 많다고 한들 자라나는 팔팔한 고등학생을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백현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세훈에 의해 끌려가기만 할뿐이였다.
 시선은 종인에게 둔 채로.

 

 

 

 

 

 

 

"아직이냐 변백현?"

 

 

 

"형이라니까,"

 

 

 

"이런 꼴을 보이는데 내가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냐? 언제 정신차릴 껀데 그렇게 당하고도 넌,,!"

 

 

 


"나도 이러는 내가 좋은 줄 아냐? 나도 이런 내모습이 증오스러워 누군 좋아서 이러고 사는 줄 알다아? 나도 다 잊은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였는 걸 이제야 알게 됬는데 나보고 뭘 어쩌란거야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나도 그냥..평범하게 그냥 그렇게..남들 처럼.."

 

 

 


"그만 말해."

 

 

 

세훈은 부르르 떠는 백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세훈 자신도 알았다 백현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무슨 짓을 했었는지 다 알고있었다. 지금 세훈이 가장
화가 나는 건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아 서글퍼 우는 백현의 행동도 아니고 갑작스레 다시 나타나 백현을 흔드는 종인도 아니고 이 상황에서 백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진정하지 못한 백현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어느 새 세훈의 어깨는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그 날 따라 왠지 초 여름 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바람이 둘 사이를 감쌌다. 세훈은 더 야윈 듯한 백현을 꼭 끌어 안았다. 괜찮아. 니 탓이 아니야. 만 반복하며

 

 

 

 

 

 

 

 

 

 

-------------------------------------------------------------------------------------------------------------------------------------------

 

 

 

 

 

 

 

 

 

"만나고 왔어?"

 

 

 

"어"

 

 


"뭐야? 왜 또 이렇게 까칠하고 난리 이실까?"

 

 

 

종인은 어깨에 엉겨붙는 종대를 떨쳐 냈다. 입을 삐죽대며 종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종대는 눈썹을 찡긋거리더니 종인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뭘까? 종대는 입꼬리를 양껏 끌어올리며 휴대폰을 흔들었다.

 

 


"가져와"

 

 

 


"뭘 그렇게 또 무섭게 말해. 종대 무섭잖아 그렇게 말하면"

 

 

 


"닥치고 가져와"

 

 

 

"보스도 알아?"

 

 

 

 

 

"닥치라고 했지"

 

 

 

 

종인의 손이 종대의 목을 휘어 잡았다. 숨이 막혀 옴에도 종대의 입꼬리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종인의 눈빛이 싸늘히 식어갔다. 그 정도 했으면 됬잖아. 종인의 살의 가득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종대는 자신의 목을 휘어감은 종인의 손을 감쌌다. 생각과는 달리 쉽게 떨어져 나오는 종인의 손에 종대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종인의 손가락에 차례차례 키스를 했다.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종인아. 입을 맞추던 종대가 종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종인의 어깨를 살며시 깨물었다. 안아줘 종인아. 종대의 미소는 독이였다. 생기를 잃은 종인의 눈동자가 어느 새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을 향했다. 초여름의 밤이였다. 운동회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어서 종인아. 어서 날 이끌어줘 종인아. 종인아.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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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늦게 돌아왔네요. 오타지적 달게 받겠습니다.

재밌게 보시고 돌아가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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