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altz of Sleigh - Welcome to DongMakGol ost (Joe Hisaishi)
화쟁일기
: 花爭日記
봄을 차지하기 위한 꽃들의 전쟁
봄은 동방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른 봄, 추위를 무릅쓰고 가장 먼저 핀다 하여 매란국죽 (梅蘭菊竹) 중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매화는 세상이 곧 자기 것인 양 천지를 붉게 물들였고 봄이 시작된 나라, 주국(朱國)에도 어김없이 짙은 꽃내음이 담긴 물결이 드리워졌다. 우리의 꽃들이 살고 있는 주국의 수도, 주경(朱京)에는 특히나 길가마다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쪽을 보면 홍매화가 또 이쪽을 보면 목련이, 저 멀리 보면 벚나무가, 그 향기들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할 지경에 이르러 몇몇 행인들은 중간중간 일부러 숨을 참기도 했다.
그런 주경의 중심엔 꽃이 가장 아름답게 핀다는 황궁, 가화 궁(佳花宮)이 제 웅장함을 뽐내며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주국의 주인, 매화를 가화(家花)로 삼는 주(朱) 황실이 기거하는 곳으로 꽃이 가장 아름답게 핀다고는 하지만 꽃 중에서도 홍매화가 특출나게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궁 구석에 자리 잡은 화향루(花香樓)에서 가장 흐드러지더라. 백옥을 깎아 만든 섬돌과 화려하게 세공된 금옥으로 난간이 촘촘하게 장식되어있는 화향루(花饗樓)는 탐스럽게 피어있는 홍매화가 산들바람에 못 이겨 화려히 잎을 떨구면 청량한 호수와 함께 있는 모습이 흡사 신선들이 모인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하였다.
00 . 봄이 시작되는 나라
" 내, 너희들에게 보여줄게 있다 "
난데없이 보여줄게 있다며 경, 그대들. 세상에 많고 많은 존칭들도 있거니와 하필 제 주위에 있는 세 명의 사내에게 친근함이 가득 담긴 ' 너희들 '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찬열의 어린 시절에서 찾을 수 있었다. 태자로 책봉되기 전, 원자(元子)이었을 때에부터 또래의 시종이라고는 하지만 놀이친구에 가까웠던 예동들로 시작해 태자로 책봉된 후에도 공부 친구인 배동으로, 후에는 벼슬까지 얻어 입궐하였으니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지금. 세 사내는 따지고 보면 얼추 스무 해 동안이나 꽤나 끈끈한 연을 맺어온 벗 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태자의 벗이 되기에는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고위 신료의 자제이거나, 고위 신료의 자손이거나, 고위 신료의 직계 혈통이어야 하거나. 여기서 고위 신료라 함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황실 다음으로 가는 정1품의 관리,삼정승을 뜻하니 딱 맞게도 찬열을 제외한 세 명의 사내는 각각 삼정승들의 손주들 되시겠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보여줄게 있다며 홀로 체면을 차리지 못하고 방방 들떠 허리에 칼처럼 차고 있던 무언가를 빼내려는 찬열. 맞은편에 앉아있던 푸른 관복의 사내가 그를 저지하며 웅웅 울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전에, 아직 제 물음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
찬열은 무언가를 빼내려던 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물음에 답? 조금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자 사내는 말 대신 직접 들고 있던 서지(書誌) 올려 보였다.
" ... 올바른... 신하를.. 얻기 위한... 방법은...? "
" ... "
" 꼭, 자네 조부(祖父) 님 같은 것만 묻는군 "
서지에 쓰인 주제를 한 글자, 한 글자 읽던 찬열은 곧바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네 조부님 같은 것만 묻는군, 영상 대감이 서연(書筵: 태자 공부)을 할 때랑 아주 똑같아.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투에도 사내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서지를 내렸다. 그 아래로 천천히 드러나는 동그랗지만 다부진 눈매, 또렷이 굴곡진 입술이 조부와 꼭 닮아있는 외양은.
매란국죽 중 대대로 영의정을 맡아온 국(菊) 가문의 독자(獨子), 경수였다.
할아버지와 닮았다는 소리는 어렸을 적부터 많이 들어와 이미 익숙한 한데다가 틀린 말 또한 아니었으니까. 게다 종2품, 참판인 아버지보다 정1품 영의정이신 할아버지를 더 닮았다는 것은 그것대로 나중에 크게 될 것이라는 칭찬 아니던가. 경수는 최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애썼다.
" 지금 답하기가 꺼려지신다면 후에 다과 상을 물리고 나서 다시 한 번 더 질의하겠습니다 "
" 필요 없네 "
단칼 같은 찬열의 말에 경수는 또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원자(元子) 였을 때부터 이래와서 익숙해진 탓일까. 경수는 항상 무언가 권하고, 묻고, 챙겼지만 그에 비해 찬열은 그런 경수 더러 매번 어마마마가 하나 더 생긴 것 같군, 필요 없네. 하며 내쳤다. 한 번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珠)황제, 찬열의 아버지는 뒤를 따르던 영상에게 꼭 경과 짐 사이를 보는 것 같군. 하며 실없는 농을 하기도 할 정도니, 굳이 말로 표현은 안 하더라도 찬열과 경수, 그 둘의 유대관계는 제법 깊었다. 그렇다고 해서 둘의 유대관계만 깊으냐. 그건 또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찬열의 좌에 앉아있는 유난히 하얀 얼굴과 그 맞은편, 찬열의 우에 앉아있는 유난히 까만 얼굴 또한 경수만큼 오래된 벗이니 말이다. 빵실빵실한 미소를 가득 띄우고 있던 유난히 하얀 얼굴은 연거푸 차를 들이키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티 하나 없이 옥처럼 반질반질한 살갗에, 그려놓은 것마냥 곱게 자리 잡은 눈, 코, 입은 계집아이라고 하여도 믿을 만큼 예쁘장한 이목구비로, 지나가는 궁인들의 감탄을 자아내게하는 사내.
봄바람에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모습이 난초와 닮아있으니, 꼭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바로 매란국죽 중 대대로 좌의정을 맡아온 난(蘭) 가문의 장자(長子),
준면이라는 것쯤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어떻게, 도좌랑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소 "
" 김판관님도 마찬가지이십니다 "
" 하하 우리 도좌랑은 대답도 째깍째깍 잘하지"
은근히 신경을 긁는 말에도 속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싶을 정도로 하하 웃는 준면의 낯짝을 마주하던 경수는 먼저 눈을 피해버렸다. 내 저 인간에게도 당해내질 못하지. 차분한 자태는 언뜻 보기에는 닮았으나 자세히 보면 서로 전혀 다른 성질이 영 맞지 않는 둘이다. 하지만 속없이 보이는 준면의 무서운 점이라 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학문 쪽으로 돌아가는 머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영특하다는 것이다. 경수가 영상과 이판의 직계 혈통임을 이용해 손쉽게 음서제도로 관리로 등용되었다면 준면이는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최연소 장원 급제자로 종9품부터 정7품을 한 번에 뛰어넘어 종6품의 자리부터 벼슬을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그만큼 난(蘭) 가에서 준면이를 향한 총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제아무리 태자인 찬열이라도 준면만큼은 쉬이 건들지 못하였다. 조금 눈을 내리깔고 경수와 준면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찬열은 조용히 모든 걸 해탈한 눈빛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유난히 얼굴이 까만 사내를 괜스레 찔렀다.
" 너는 뭘 그리 보고 있는 것이냐 "
" ... "
" 거 참, 사람이 말을 시키면 도좌랑처럼 대답 좀 째깍째ㄲ "
" 호수 위로 떨어지는 매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
생각보다 감성 어린 대답에 찬열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가 아 그렇군, 방해해서 미안하네 하며 사내의 어깨를 툭툭 쳐주는데 그마저도 방해가 되는 듯 눈에 날을 세운다. 태자의 권위가 한낱 종6품의 궁관에게 매서운 눈길을 받을 정도로 구렁텅이이었던가. 약과 하나를 들고 있던 찬열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 김궁관. "
" 예 "
" 자네는 정말 형판 대감을 닮았어 "
궁 내에서 제 아랫사람들을 악독하게 부려먹는다고 소문이 자자한 형조판서 대감을 닮았다는 소리에 사내는 억울한 표정을 금치 못 했다.
"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닮..!!! "
뜬금없이 화향루를 울리는 커다란 목청에 티격태격 말다툼 같지도 않던 말다툼을 하고 있던 준면과 경수의 시선이 모두 사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언제 싸웠냐는 듯 닮았군, 닮았어. 하며 입을 모아 말하는데 할 말을 잃은 사내는 다시금 호수로 시선을 돌렸다. 아들이니 닮을 수밖에, 그래도 도좌랑처럼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라고 매란국죽 중 대대로 우의정을 맡아온 죽(竹) 가문의 독자, 종인이 생각했다.
두입 만에 손바닥 반만 한 약과를 꿀꺽 삼킨 찬열은 그 사이 약간 식은 차를 입안 가득 터질 듯이 머금었다. 다음에는 이걸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가장 가까이 놓인 깨강정을 집어 들자 달큰하고 고소한 향이 모두의 코를 자극했다. 차로 배를 채우며 꾹 허기를 참고 있던 준면이 안되겠다는 식으로 동그란 경단 하나를 나무젓가락으로 푹, 찍자 경수도, 종인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태자의 학문 수양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모인 넷은 본격적으로 그동안 하지 못 했던 이야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 묻던 중, 경수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상 위에 내려앉은 매화 잎들을 걷어내며 태자 전하, 하고 찬열을 불렀다.
" 아까 보여줄게 있다고 하셨지 않으셨습니까 "
" 참, 잊고 있었군 "
경수의 말에 무릎을 치며 드디어 애타게 보여주고 싶어 하던 것을 딱, 빼드는데 그 모양이 보통 괴상한 게 아니었다. 나무통 세 개를 이어 붙여만든 깔때기라니. 대체 이게 무엇에 쓰는 것이란 말인고? 이것이 무엇인지 맞춰보시오. 하는 찬열의 물음에 세 명의 사내는 각기 다른 표정을 하며 깔때기의 생김새에 집중했다. 보자 보자, 자세히 보자. 양 끝은 반짝거리는 경(鏡)으로 막음질되어있고 겉은 사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듯이 금박으로 장식되어있으니... 음..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경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찬열은 내 특별히 만질 수 있도록 해주마, 하며 깔때기를 내밀었고 양손으로 공손히 깔때기를 받은 경수는 이리저리 그것을 돌려가며 심각히 고민했다. 태자하고 친하다 보니까 살면서 별 걸 다 보는군. 화향루에 정적이 내려앉고 새 지저귀는 소리만 커져갈 때 즈음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던 중 무언가 발견했는지 준면이 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경수의 손에서 깔때기를 빼앗았다.
" 이것은 붓 통이 아닙니까? "
붓 통..! 내가 왜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경수는 준면의 영특한 두뇌에 감탄했다. 역시 최연소 장원 급제자..! 새로 나온 붓 통은 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모양이로군, 하고 생각하는데 찬열이 혀를 끌끌 찬다.
" 실망이오 김판관 "
" ... "
그럼 그렇지. 경수는 준면의 손에서 다시 깔때기를 빼앗으며 고소하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러면 뭐 하나, 머지않아 찬열이 경수의 손에서 깔때기를 도로 가져가버린다.
" 이것이 뭐냐 하면, 천리경이라는 것이다 "
" 천리경? "
" 이번에 사신으로 갔다 온 신(臣)들이 별 걸 다 가져오더군, 그중에 이게 얼마나 눈에 띄던지 "
순간 심상치 않은 느낌에 먼 산만 보고 있던 종인이 개구지게 웃고 있는 찬열의 얼굴을 보자 자기가 해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 그래서 가져왔네 "
" 폐하께서는... "
" 아바마마는 아직 모르시겠지 "
...세상에나,얼마 전에 서연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폐하께 그리도 혼나셨는데 정신을 못 차리셨군... 세 사내 중 태자를 보필하는 태자궁 소속의 궁관인 종인의 얼굴이 특히나 창백하게 질려갔다. 앞으로 상관(上官)이 얼마나 자신을 갈굴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망했군 망했어... 그런 종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찬열은 즐거운 표정으로 천리경을 눈에 가져다 대며 장난을 쳐댔다.
" 이것을 왜 천리경이라고 하냐면, 바로 천리 밖까지 보인다고 해서 천리경이라고 하지 "
" 정말입니까? "
" 아니 "
" ... "
" 사실 이름만 듣고 지레짐작해본 거라네 "
어휴, 차마 대놓고 한숨을 쉬지 못하는 경수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눈에서 천리경이란 것을 떼지 못하고 이리저리 훑어보던 찬열은 연신 하하 웃으며 저기 매화 나무 위에 있는 참새 대가리가 우리 김궁관 머리만 하군!! 하고 웃어주기도 힘든 농을 해대니 차라리 업무를 보는 게 더 즐거울 지경이다. 혼자 놀게 두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까 하는데 천리경을 통해 저 화향루 밖을 보던 찬열이 갑작스레 오! 하고 주목을 끌었다.
" 저기 우리 부수찬이 오는군 "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정말로 파란 관복을 입고 쫄래쫄래 걸어오는 사람 하나가 보인다.
" 굉장히 성이 난 얼굴이야 "
천리 밖까지 보인다고 하더니. 아직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성이 난 얼굴이라고 알려주는 걸보면 확실히 천리경에 무언가 있긴 한가보다. 실없이 웃던 찬열은 부수찬이 화향루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서야 겨우 천리경을 눈에서 뗐다. 하얗고, 곱디고왔지만 준면과는 전혀 다르게 올망졸망한 느낌인 부수찬의 얼굴은 아까 알려준 데로 굉장히 성이 난 얼굴이었다. 아니 굳어있다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이겠지.
" 많이 늦었군 "
많이 늦었군, 하며 앉으라고 권하는 찬열의 손길도 무심히 쳐내고 다과 상을 무섭게 내려다보는 부수찬은 제아무리 화를 낼지언정 앙증맞기 짝이 없었다. 삼정승의 손자는 아니었지만 삼정승보다 한 계단 낮은 종 1품, 좌찬성의 손자로 경수,종인,준면보다는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예동부터 배동, 그리고 입궐까지 열 다섯해 정도를 모두와 함께 해온 벗.
백목련을 가화(家花)로 삼는 연(蓮) 가문의 독자, 민석이었다.
" 오늘 왜 경연(經筵:국정을 협의하던 일)에 참가하지 않으셨습니까 "
" ... 아 그게 "
" 폐하께서 심히 노여워하셨습니다 "
" 사람이 하라는 일만 할 수는 없지, 가끔은 이렇게 머리도 식혀줄 ㄱ, "
" ... "
" 미안하게 됐네, 다음부터는 꼭 참가하도록 하지 "
당장 사과를 안 하면 참수를 당할 것 같은 강렬한 눈빛에 못이긴 찬열이 떨떠름하게 사과를 하고 나서야 민석은 겨우 다과 상 한구석에 나있는 자리에 앉았다. 경연과 황실 서적을 관리하는 홍문관의 관리로 하루 종일 상관들한테 붙잡혀있다 온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태자라는 사람이 농땡이를 피우고 앉아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슬금슬금 민석의 눈치를 보던 찬열은 들고있던 천리경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힐까 도로 허리춤으로 숨겨 넣었다. 경수가 어마마마와 같다면 민석은 아바마마의 분신과 같으니 말이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대화 없는 화향루에 스산히 맴돈다. 대화가 없어도 딱히 서먹하지 않은 느낌에 다들 별 말 하지 않고 다과 상을 깨끗이 비워갈 때 즈음, 무언가 바닥에 달그락,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이게 무엇입니까 "
순간 몰래 빼온 천리경을 발견한 민석의 물음으로 착각한 찬열이 다과 상이 덜컹거릴 정도로 화들짝 놀라자 준면은 제게로 굴러 온 엄지 길이만 한 옥조각 하나를 들어 보이며 다시 말했다.
" 이런 걸 떨어뜨리셨습니다 "
부채꼴 모양으로 조각되어 있다기보다는 깨진 연녹색 옥조각에는 알 수 없는 형상이 새겨져있었고 얼마나 품에 품었던 건지 반질반질 윤이 돌았다. 옥조각을 들어 보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경수와 종인도 무언가 찾는 듯 제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를 이상하게 지켜보던 찬열은 기다란 팔을 준면에게 쭉 내밀었다.
" 내 것이네, 아주 소중한 것이야 "
아주 소중한 것이야, 라고 하자마자 준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제 몸을 뒤지던 경수와 종인의 손이 뚝하고 멈추었다. 말실수라도 한건지 갑자기 확 가라앉는 분위기에 찬열은 옥조각을 채가 다시 품에 넣으며 불안하게 눈을 굴렸다.
" 왜 다들 갑자기 그러ㄴ, "
... 문뜩 품 안에 넣은 찬열의 손에는 다른 옥조각 하나가 달그락하고 더 채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내 것이 맞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비슷한 모양으로 깨진 옥조각 두 개를 도로 꺼내자 이번에는 경수가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 하나는 제 것입니다 "
" 도좌랑의 것이라고? "
" 제게도 아주 소중한 것이니 돌려주시지요 "
이 옥조각을 어떻게... 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찰나, 종인이 제게도 비슷한 게 있습니다 하며 품에서 부채꼴 모양의 비슷한 옥조각을 꺼내 보였다. 비슷한 정도가 아닌, 거의 똑같은 옥조각을.
상 위에 올려놓은 옥조각이 하나, 둘 늘어가자 찬열은 눈살을 찌푸리면서까지 심각한 표정을 했다. 마지막 화룡점정처럼 준면까지 제게도 그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며 옥조각을 꺼내자 총 네 개의 옥조각이 모였고 각자 깨진 모양이 얼핏 들어맞아 보이니 설마 하는 생각으로 동그랗게 맞추어보자 원래부터 이런 모양이었던 듯 손바닥만 한 옥패(玉牌) 가 만들어졌다. 세밀하게 새겨진 문양 또한 딱 맞아떨어지니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방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하던 찬열은 물끄러미 옥패를 주시하고 있던 민석을 바라보았다.
" 혹시 자네도 이 옥조각이 있는가? "
" ... 있습니다 "
...! 내게 소중한 것이 어찌 모두 다 가지고 있단 말이냐..! 여덟 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화향루 내의 모든 시선이 모이고 민석이 품에서 꺼내든 건 자잘한 옥조각이 아닌 온전히 동그란 모양으로 붙어있는, 연녹색부터 문양까지 똑같은 옥패였다. 민석은 옥패를 탁 소리 나게 상 위에 얹고는 천천히 내밀며 꺼림칙한 표정을 했다.
" 있을 수 밖에요 "
" ... "
있을 수 밖에요. 하며 톡톡 검지로 옥패 위에 새겨진 문양을 치는데.
" 저희 연(蓮) 가의 가패(家牌)니 말입니다 "
연 가의 가패.
그 말을 듣고 잘 살펴보니 새겨진 문양 모양이 꼭 목련을 닮아있는 게 연 가의 가패가 맞으렸다. 헌데 어떻게 모두가 이 가패 조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모두 심각한 얼굴로 네 개로 조각난 옥패를 내려다보던 중 준면이 먼저 입을 열었다.
" 도좌랑 자네는 이걸 언제, 누구에게 받았는가 "
" ... 궁에 처음 들어왔을 예동 때, 황(黃)이라는 아이에게서 받았습니다 "
" 황이? 나도 예동 때 받았지만 난(蘭)이라는 아이에게서 받았네 "
황이,난이 각자 말하는 다른 이름에 초조한 눈빛으로 있던 종인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경수와 준면이 제 옥패를 챙겨가자 종인도 서둘러 옥패 하나를 챙기며 말했다.
" 저도 예동 때, 청(靑)이라는 아이에게서 받았습니다 "
" 오, 나 또한 어릴 적, 아마 너희들이 예동으로 입궐했을 때, 단(丹)이라는 아이에게서 받았다 "
황이,난이,청이,단이, 그래 다 다른 아이들이구나. 서로의 옥조각의 출처가 다른 아이임을 안 네 명은 다시 표정을 풀고 하하 웃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모두들 연 가의 여인네들에게 받은 모양이로군. 여인이 넷이나 되다니, 아주 재밌는 집안이야.
예로부터 주국에서 자기 집안의 가패나 가패 조각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은 나중에 자신과 혼인을 해달라는 수줍은 청혼의 표시로, 양가 집안의 합의로 원치 않은 상대와 결혼하는 경우가 하도 많아 그에 저항하는 젊은층들이 원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가패를 주고받는 방법이었다. 가패로 하는 청혼은 대게 양반집 자제들 사이에서 이루어졌고 아무리 집안 어른들이라도 가패를 주고받는 행위는 그 집안을 걸고하는 약속이었기에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서로 집안만 나쁘지 않다면 혼인을 시켜주는 게 다반사였으나,
다반사였으나.....
정작 중간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한 사람. 민석.
" 우리 부수찬에게 누이가 넷이나 되었던가, 아니면 더 많겠군 "
" ... "
" 어디, 한 번 다과를 들면서 말 좀 해보게 "
다과를 좀 들라는 찬열의 말에도 아랫입술을 지분지분 물던 민석의 머릿속에는 한 여자아이의 얼굴만 가득 차올랐다. 텅 빈 두 눈으로 자신의 옥패만 뚫어질 듯 내려다보는 게 그 눈빛이 여간 살벌한 게 아니다.
왜냐, 아무리 사돈에 팔촌까지 생각해보아도 넷이 말한 옥조 각의 주인. 황이,난이,청이,단이, 그 누구도 연 가의 족보에는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연 가에 있는 계집아이라고는 오직.
오직.
***
" 아! "
거무칙칙하게 손 때가 탄 천 위로 붉은 선혈이 톡 퍼지 듯 물들었다.
"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
" 아이고 아기씨, 말 좀 곱게 쓰세요 "
" 나 자수 안 하면 안 돼? 하기 싫어 "
"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노처녀로 사셔야 해요, 아기씨, 혼인 적령기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고 어르신께서 얼마나 걱정이 많으신데요 "
아 빌어먹을 그놈의 노처녀 소리. 바늘에 찔리는 바람에 따끔거리는 손가락을 입에 물며 궁시렁거리자 삼월이가 아기씨, 연이 아기씨. 하며 날 계속해서 타이른다. 태어날 적부터 내게 지어진 이름은 따로 있건만 다섯 살 되던 해에 망해버린 집구석으로부터 피신하듯 원래 무녀 독남이었던 연(蓮) 가의 수양딸로 오면서부터 계속 연이라고 불리는데 속에 내 본래 이름인 '○○○'를 꼭꼭 담아두고 있어서일까, 십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연이라는 이름에 도통 적응을 하지 못하겠다.
투정 부리듯이 삼월이에게 때가 타 꼬질꼬질한 자수 천을 던져주고 안 하겠다는 뜻으로 등을 돌리는데 밖에서부터 다른 아이가 아기씨! 아기씨! 요란 법석을 떨며 안채로 달려들어오는 뜀박질 소리가 들린다. 마침 자수고 뭐고 다 하기 싫은 마당에 가만히 앉아 문을 활짝 열어보니 얼굴에 난 주근깨가 매력인 오월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같은 표정으로 서있다. 오월에 들어와서 오월이 내 옆에 있는 애는 삼월에 들어와서 삼월이. 내심 내 뛰어난 작명 실력에 감탄하며 시큰둥하게 앉아있자 오월이가 가쁜 숨을 고르며 아기씨!! 하고 크게 외친다.
" 시끄럽다 "
" 지금 시끄러운 게 문제가 아닙니다!! "
" 그럼 내가 바늘에 손가락 찔린 게 더 문제구나 "
" 그것도 아닙니다! 지금 도련님께서 이쪽으로 오고 계시ㄴ "
오월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채 쪽으로 우두두두 무섭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니 뒤이어 하늘빛 도포를 펄럭이며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민석 오라버니를 볼 수 있었다. 누가 보면 버릇없다 하겠지만 나는 그저 방 안에 고대로 앉아 오라버니에게 고개를 까닥여주었다. 다른 이들은 어색한 의붓 남매니, 뭐 날 연 가의 며느리로 삼으려고 데려왔니 별 거지 같은 말을 내뱉어도 엄연히 지내온 햇수만 해도 십 년이 훌쩍 넘었다. 그만큼 공식적인 자리에서라면 몰라도 사적인 자리에서만큼은 다른 집안의 남매와 다를 게 없었다.
" 어이고 안채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
능글거리는 물음에도 성큼성큼 다가와 앉아있는 내게 불쑥 손을 내미는데 아무리 개망종같은 장난을 하더라도 다 받아주는 오라버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조금 화가 난 얼굴이다. 이래서 오월이가 나를 그리도 애타게 불렀던 것이로군. 피하라고.
" 가패, 어디 있느냐 "
... 가패? 이 오라버니가 오늘 약을 잡수었나, 왜 이러지. 다짜고짜 찾아와서 가패라니.
가패가 무엇입니까? 하자 오라버니는 제 이마를 부여잡더니 아이고, 부처님 하며 부처님을 찾는다. 그리고는 도포 안쪽에서 조급한 손길로 동그란 옥 장식품을 하나 꺼내 보여주는데 더 모르겠다. 이게 뭐야.
" 이쁘네, 노리개인가 봅니다 "
" 아니다! 아니야! 노리개도, 장식품도 아니다. 진짜 이것이 뭔지 몰라서 묻는 것이냐? "
" 모릅니다 "
" 너도 분명 이것을 받았었다. 이래도? "
" 아 모릅니다 몰라"
" 우리 집안 식구가 되었을 때 분명 받았을 텐데 정말 모르겠느냐? "
이 집안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십 년이 훨씬 넘었는데 그걸 언제 다 기억하고 앉아있담.. 오라버니가 홍문관 업무에 지쳐서 드디어 정신이 헤까닥 하셨나봅니다. 하고 문을 닫으려 하자 닫지 못하게 바깥 문고리를 꽉 잡아당긴다. 이 오라버니가 오늘 왜 이래!! 문틈으로 꾸역꾸역 손을 넣어 옥 장식품을 내 눈앞에 들이밀면서 묻는데 정말 굳은 의지에 감탄할 정도다. 이렇게 학문을 수양했다면 장원 급제라도 했을 텐데.
" 이래도 정말 모른단 말이냐? "
" 정말 모릅니다!! 정말!! 가패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어디 갔는지 어떻게 ㅇ,"
" 혹시 잃어버린 것이냐? "
잃어버린 것이라면 당연히 잃어버렸다고 말을 했겠지. 대답 없이 멀뚱히 있자 오라버니는 내가 안쪽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빼니 이 때다 싶어 다시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더 자세히 보라며 내 손에 옥 장식품을 꼭 쥐여주는데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손끝부터 타고 올라온다.
그저 눈만 껌뻑거리며 은은하게 반짝이는 가ㅍ..그래, 이게 가패구나! 이제가 이게 대충 뭔지는 감이 오는 것 같다. 알 듯 말 듯 은근히 차오르는 기억들에 음... 하고 인상을 찌푸리자 오라버니가 조용히 고개를 들이밀어 속삭인다.
" 그럼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
" ... "
" 다른 사내에게... 쥐여준 것이냐? "
...
새근새근 숨을 고르며 무언가 떠오를 듯한 기억을 꺼내려 애썼지만 끝끝내 떠오르지 않은 기억에 에휴 하고 힘을 빼자 내 손에서 가패를 가져가버리는 오라버니. 언뜻 내가 가패를 받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 갔는지는 도통 기억을 못하겠다. 오라버니는 또다시 시끌벅적해지는 안채 바깥마당 쪽을 향해 고개를 빼더니 깊은 콧바람을 내쉬었다.
" 얼른 기억해내지 못하면 "
" ... "
" 네 서방님은 네 명이 될 것이다 "
?
서방이 네 명? 이게 또 뭔 소리래. 내가 첩을 둔다는 말인가? 세상에. 이런 경사가!
아니다 아니야. 순간의 탐욕에 휩쓸려 절개를 지키지 못할 뻔했군. 서방이 네 명이라는 말에 괜히 식은땀이 뽈뽈 나는 이마선을 쓸어넘기며 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하고 묻자 사내들이 모여 떠드는 소리가 점차 더 가까워지는 사랑채 쪽을 보던 오라버니는 가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 이미 늦었군 "
" 예? "
" 늦었어 "
그러더니 먼저 발을 옮기면서 내게 나오너라. 하는 게 아닌가. 물끄러미 오라버니의 얼굴만 쳐다보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하자 문턱에 받치고 있던 내 팔을 끌어당기면서까지 얼른 나오너라! 하며 재촉을 한다. 원래 차분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 예예 알겠습니다~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오라버니의 굳은 얼굴이 더 눈에 박힌다.
여기서 기분 풀어준다고 장난을 쳐댔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아 군말 없이 사랑채로 따라 나서는데 대체 어떤 손님들인지 아니 글쎄! 단이래도!, 아닙니다 황이입니다! 하고 떠드는 소리가 바깥까지 다 새어 나온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자랐으면 저렇게 목청도 클꼬.. 오라버니가 말한 내 네 명의 서방님일까? 은근히 기대를 품고 먼저 오라버니를 사랑채 안으로 들여보내자 잠깐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시끄럽게 떠든다. 남자들이 저렇게 떠들면 중요한 부분이 떨어진다고 하였는ㄷ.. 아니다.
문 밖에서 뻘쭘히 눈치만 보던 내가 안절부절 못하며 나를 따라온 오월이에게 가보라는 손짓을 하자 때마침 오라버니가 다시 얼굴을 내밀어 들어오거라. 한다. 이것 참 들어가서 죽는 건 아닌지, 뭘 하는 건지 알 지도 못하는데 무작정 사내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라고 하니, 소녀, 감사히 들어가겠사옵니다.
잔뜩 수줍은 척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한 발짝 사랑채 안으로 들어가자 싸하게 정적이 맴돈다.
내 용모를 보고 그런 것일까? 불안한 마음에 힐끗 고개를 들자 기다란 탁상에 두 명, 두 명씩 마주 앉아있는 사내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끔히 잘생긴 사내들을.
형형색색의 빛나는 도포를 두르고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여덟 개의 눈동자에 숨이 멎을 뻔했다. 여기는.. 극락인가..! 고개를 숙인 듯 안 숙인 듯 그대로 굳어있자 옆에 나란히 서있던 오라버니가 머쓱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 아이가 바로 그토록 찾으시는 "
" ... "
" 제 하나밖에 없는 누이입니다 "
제 하나밖에 없는 누이입니다. 간단한 오라버니의 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잠깐의 정적을 틈타 왼쪽 앞에 앉아있는 빵실빵실하니 곱상하게 생긴 사내가 내게 난이, 난이가 맞느냐? 하며 말을 걸었고 그것에 반박하듯 여기저기서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아니 저 아이는 단이래도 "
" 아닙니다. 황이가 맞습니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 어허 도좌랑 자네 허풍이 심하네, 예동 때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저 아이는 난이가 맞네 "
" 그럼 김판관님은 어떻게 난이라고 확신하십니까. 누가 뭐라 해도 저 아이는 청이입니다 "
" 김궁관도 웃기는군, 누가 뭐라 해도 저 아이는 뻔히 매화를 닮았는데 단이가 아니고 청이라니 "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눈치만 보던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자 오라버니는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십니까?라고 대놓고 물어보고 싶지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한 글자도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는다. 옆 동네 향단이가 자기는 사내 공포증이 있다고 했을 때 비웃었는데 우습게도 지금 내가 딱 그 꼴이로군. 곁눈질로 나를 보던 오라버니가 이내 입을 열었다.
" 단이, 황이, 난 이, 청이, 그 어떤 이름도 아닙니다 "
" ... "
" 제 누이, 연이입니다 "
사실 연이란 이름도 생각해보면 아니지만, 그렇게 불려온 이상 침묵으로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라버니의 말을 끝으로 또다시 정적이 도는가 싶더니 다들 입을 맞춘 것처럼 제 품에서 각자의 옥 조각을 턱턱 탁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른쪽 맨 앞에 앉아있는 큰 눈을 하고 훤칠한 키를 한 사내는
" 아니, 너는 단이가 맞다 "
그 옆에 동그란 눈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내는
" 낭자는 황이, 황이가 맞지 않습니까? "
왼쪽 맨 앞에 빵실빵실하고 하얀 얼굴을 한 사내는
" 난이래도, 딱 보니 유하게 생긴 모양새가 난을 닮았으니, 안 그렇소? "
그 옆, 짙게 쌍꺼풀 진 눈에 까만 얼굴을 한 사내는
" 그날의 낭자는 분명 청이이었습니다 "
...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이 사내들은 누구인가. 그 날이 대체 무슨 날이길래 원래 두 개였던 내 이름에 단이, 황이, 난이,청이라는 네 개의 이름까지 더해버린 걸까.
그리고 이 상황은 뭘까
*
사담이오 ㅇㅅㅇ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도부자 ㅈ작가 맞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자님들 저 퓨전사극한다고 기대하신다구햇는데 데헷! 헤헷! 이게 뭐람 망했네요ㅎㅎ 간바레 나년..!^^ 일단 퓨전사극이라는 비교적 쉽게 생각하지 못하시던 장르에다 괜히 포인트 썼는데 재미는 재미대로 없으면 큰일나니까 프롤로그인 00편은 0포인트로 해놓았습니다. 고로 다음편 부터는 구독료를 설정할 예정이지요. 저를 위한 프레젠또일까나...☆ 도부자와 같은 20포인드로 장편기획물입니당
그나저나 이런 똥망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정말 송구하지만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보자면 .. 어.. 원래 기획했던 퓨전 사극물은 이런 햎피햎피밝은 분위기가 아니라 어두침침한 정극이었습니다...
제목도 화쟁일기가 아니라 그냥 화쟁이었구요.. 막 나라 놓고 조낸싸우고 그런건데 쓰다보니까 멘탈 소모가 장난없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본 하겠다는 글도 정극이었는데 이건 모... 그냥 완결이라도 내면 그냥 저 혼자 숨겨놓고 보기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답없당. 이래서 제가 필명을 따로 하나 더 판겁니다! (자기합리화)
오늘편은 그냥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라 치고... 허... 말도 안나오네 너무 망해서
세계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아마 느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조선시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맞습니다!! 조선시대입니다!! 그중 1600년대 조선시대부분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구요 또 따로 저만의 이야기를 담으려고하다보니 주국이라는 가상의 나라까지 만들게 되었네요 ㅎㅎ ... 세계관에 혼란을 드린점 죄송하규 여기 등장인물 중 누구랑 이어질지는 저도 몰라염!! 헤헷!!하하하하하하핳ㅎ아앟ㅇㅇ꺄흥!
그리고 캐릭터 호칭이 정리가 안되시면 그냥
찬열-태자
경수-도좌랑
준면-김판관
종인-김궁관
민석-부수찬
이렇게 간단히 생각해주시면 됩니당
저는 이만 에피소드 3 쓰러가겠습니다 ㅎㅎ
(눈물을 흘리며 퇴장한다)
아 참고로 이런거에 신청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화쟁일기에서는 화쟁일기 따로 암호닉 신청 받겠습니다 이번 편부터 시작이구요. 마감은 마감하기 한 3편 전부터 알려드리도록하겠습니다! 그럼 정말 전 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