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종찬백] 세희야, 현아야, 사실 너네 아빠들은 울보란다.
W . 반문
"엄마는 내꺼야!"
"무슨소리야, 김종인은 내꺼야!!"
첫째는 아빠를 닮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아마 그 말을 한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면, 박수를 쳐주고싶을정도였다.
오세훈, 오세희. 어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먹을때나 이를 닦을때나 나갈때나 저를 두고 자신의 것을 주장하는게,
둘이 부녀사이 라는 걸 이렇게 증명하니 엄마인 종인은 오늘도 웃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세희, 너 엄마 괴롭히지말고 얌전히 놀고있어? 아빠 다녀올게. 볼에 뽀뽀."
"나 엄마 안 괴롭히거든! 씨."
'쪽'
"뭐래? 공주님아 아빠한테 전화도 좀 하고 그래. 알았지?"
"웅, 알아써 아빠"
종인이 현관벽에 기대어 두 부녀가 하는 모습을 웃으며 보고있었다. 아닌 척하면서 누구보다 서로를 챙기고 좋아하는 이상한 부녀였다.
"자기야, 자기는 여기 쪽."
세훈이 입술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이 웃겨 종인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다, 세희가 뽀뽀한 반댓쪽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아, 왜!"
"잘 다녀와, 올 때 연락하고."
"진짜.. 김종인 미워."
"엄마! 엄마 나도 뽀뽀!!"
"아구 우리 공주님, 이리 오세요~"
'쪽'
"야! 왜 오세희한텐 입에 해줘!!"
"빨리 가서 돈 벌어오시죠, 아저씨?"
"너 다녀오면 내가 배로 뽀뽀해줄거야. 자지말고 딱 기다려."
"네, 네. 얼른 다녀오세요~"
세훈이 화보촬영이 있다며 아침밥을 먹고 옷을 챙겨들고 나갔다. 종인은 아침밥을 먹던 식기를 씻어내고 책상앞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종인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의 삽화를 했다. 세희를 낳고서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대학시절때 돈 벌이를 위해 했었던 삽화작업을 다시 했다.
나른한 5월의 주말, 세희는 포토샵으로 작업을 하는 제 옆에 앉아서 벌써 재작년에 사준 겨울왕국 책을 읽고있었다.
"엘사! 올라프가 녹고 있어요!"
"세희야, 엘사가 그렇게 좋아?"
"응!"
종인이 귀엽다는듯 세희의 머리를 헝클이려다, 책상위에 있던 분홍색 빗을 들어 세희의 이제 제법 길게 내려온 세희의 머리카락을 빗겨주었다.
머리를 빗겨주니 졸린모양인지 소리내어 책을 읽던 세희가 꾸벅꾸벅 고개를 까딱거렸다.
"딸, 이 닦고 코- 하자."
"우응...시러어,"
"이 닦고 자야지. 나쁜 세균들이 세희 이빨 아야해도 되요?"
"괜차나...세희 이빨 튼튼해서.."
"후니아빠가 때찌할지도 모른다? 엄마는 닦으라고 했는데, 세희가 말을 안듣네. 후니아빠~"
"흐잉, 치카치카할거야! 후니아빠한테 말 하지마아, 엄마.. 우웅?"
"푸흐-. 장난이에요 공주님, 얼른 닦고 오세요."
세희가 이를 닦으러 간 사이, 작업을 얼른 끝내려 다시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노트북옆에 있는 먼지 쌓인 액자가 신경이 쓰였다. 입 바람을 불어 먼지를 털어냈다.
"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희가 다섯살이 됬네."
저와 세훈이 학창시절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벌써 6~7년전이 사진이 되었다. 아마 이때가 사귀고나서 일것이었다.
세훈과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고1때 처음 만나 고2때에 사귀었다. 사실 그때 거절할 마음으로 양아치는 싫다고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노랗게 염색했던 머리를 흑발로 덮고 왔었다. 그때 세훈은 아주 겉잡을 수 없는 양아치였는데,
저를 만나고 조금 잠잠해지더니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귀게 됬고 세훈의 노력 끝에 저도 세훈을 좋아하게 되었다.
고3 수능이 끝나고 12월쯤 세훈과 정동진을 놀러갔을때 첫 밤을 지냈는데, 정력이 얼마나 좋은지 첫 밤에 바로 애가 들어섰더라.
처음엔 속이 메스껍고 밥 맛도 없는데다 자꾸 졸리기만해서 죽을 때가 된 줄 알아 병원에 가보니
산부인과를 가보라하는 의사에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돌팔이인줄알고 가지 않았었다.
그 때가 세희를 가진지 3개월쯤이었으니 세훈과 저는 대학 신입생이었을 때였을거다. 세훈은 모델과, 저는 서양학과를 다니며 동거를 했었는데
어느 날 부터 배가 불러오는게 심상치 않아 의사가 말 한대로 산부인과를 가보니 임신 이라고 했다. 5개월에나 되서야 제 새끼가 있음을 알았다.
제가 임신했다는말을 전하던 산부인과 의사는 다음엔 보호자와 같이 오라하였다. 제 주위의 보호자를 생각하다 세훈에게 전화를 했더니
처음엔 장난치지말라며 웃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곤 진지하게 물어왔다.
'진짜 임신이야?'
'응.'
'미친, 이게 무슨소리야, 너 거짓말아니야?'
'내가 이런걸로 장난칠거같아?'
'씹, 아 미친, 씨발!'
갑자기 욕을 하는 세훈에 종인이 놀라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혹시 아이가 생기는게 싫은걸까? 지우라고 할까?
수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 세훈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종인, 진짜 나 애아빠된거야?'
'..응. 그렇다니까.'
'너! 너 어디야!'
세훈과 저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건 이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했다. 모델과였던 세훈은 피팅알바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난 삽화작업을 시작했다.
모은 돈으로 좀 있으면 나올 우리 아이방을 만들고 물품도 사고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은 부른 배가 무거워 계단에서 구를 뻔한 적 이 있는데
그때 저를 구해준게 지금의 저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 옆 집의 찬열과 백현이었다.
그 이후로 세훈과 제가 듣는 교양과목이 겹쳐 네 명은 급속도로 친해져 제 임신사실을 알리기도했다.
아 임신사실얘기를 말하다보니 세훈과 내 부모님이 생각났는데, 저를 내쫒을줄 알았던 세훈의 부모님은 새아가가 생겼다면서 너무 좋아하셨다.
매번 사고를 치고다니던 세훈이 저와 지내면서 개과천선을 한 걸 아시는 세훈의 부모님은 날 세훈이보다 아껴하셨다.
문제는 우리 부모님이셨는데, 호적에서 파겠다며 당장 나가라고 하시더라. 예상은 했던 결과지만 막상 직접 들으니 속상한건 매 한가지였다.
세희를 가진지 7개월 쯤 이상하게 진통이 오더니 8개월에 미숙아로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수술일을 잡고 짐을 옮겼었다. 일정이 꽉 찬 세훈이 때문에 제대로 된 상견례나 결혼식도 하지 못한채 세희를 낳으러 갔었다.
남자인 난 자연분만으로 세희를 낳을 수 없어 제왕절개를 했는데 세훈이 없으니 눈물이 뚝뚝떨어졌던게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래도 옆에 시부모님이랑 찬열이 백현이가 있어줘서 다행이었다. 아예 혼자였으면 펑펑 울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잠에서 깨 보니 병실이었다. 마취가 슬슬 풀려 주위를 돌아보니 옆 간이침대에 세훈이 죽은 듯 누워있었다. 화장실에 가고싶어 일어나던 제 인기척에 세훈이 눈을 번쩍 떴었다.
'종인아.'
'세훈,'
'흑.. 흡, 흐어엉'
'뭐야.. 왜 울어'
세훈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고생한 제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촬영이 하루 남았는데 빠르게 촬영을 마치고 왔단다.
속상했지만 눈물을 흘리는 세훈에 뭐라 말을 할 수도 없이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 했다. 세훈이 말하기를 세희는 미숙아로 태어나 미숙아 중환자실에 누워있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세훈과 세희를 처음 만나러갔다.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있던 세희를 보고 세훈은 또 울음을 터트렸다.
사실 이제야 얘기하는거지만, 영 쭈글쭈글하고 코도 납작 눌린게, 제 딸이 아닌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눈에 들어가도 안아플 제 공주님이지만.
'20xx년 9월 27일 새벽 4시 22분 출생. 이름 오세희.'
'딸.. 얼른 아빠 품으로 오세요..'
'체중 1.28kg, 신장 37cm이래.'
'왜 이렇게 작아...아빠 속상하게...'
미숙아였던 세희가 해야하는 검사는 아주 많았다. 입에 긴 산소호흡기를 매단채 망막검사부터 온갖검사를 하는 세희를 보고
저 작은몸으로 어떻게 받아내냐며 또 제 옆에서 울던 세훈이 생각났다. 여하튼, 매섭게 생겨서는 어울리지 않게 자꾸 우는 세훈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를 닦으러간 세희가 돌아오질 않았다. 옛날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십 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를 닦나싶은 종인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세희야-, 오세희-."
아, 여기있다. 그새를 못참고 입에 칫솔을 문 채로 벽에 기대 꾸벅꾸벅 조는 세희가 보였다.
제 아빠를 닮아 오똑한 코와 짙은 눈썹, 또 나를 닮아 짙은 쌍커풀이 있는 눈이 제법 예뻤다. 아니 너무 예뻤다.
"아휴, 이 복덩어리. 세희야 들어가서 엄마랑 코 하자."
세희와 현아의 이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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