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아! 얼른 학교 갈 준비해야지!"
"... 으어"
"학교 안 갈 거야?"
"... 으우어"
찰진 마찰음이 방 안을 울렸다. 잠이 많은 나는 아침마다 잘 일어나지 못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깨우느라 아침마다 고생을 했다.
엄마한테 항상 미안하지만 잠이 많은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때린 등을 문지르며 겨우겨우 침대에서 벗어났다. 반쯤 눈이 감긴 채로 아침밥을 먹고, 몇 분 안 남았다는 엄마의 말에 부랴부랴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엄마! 갔다 올게! 세훈이도 안녕~"
준비를 다하고 집을 나가기 전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 사랑스러운 세훈이에게도 인사를 했다.
세훈이는 우리 집 강아지다. 처음 데려왔을 때, 한 명밖에 없는 남사친인 오세훈도 같이 있었는데 그런 오세훈을 골려주기 위해
'얘 이름은 세훈이야~'하고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부엌에서 밥을 차리고 있던 엄마가 '이름을 세훈이라고 지었어? 그래 잘 지었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세훈이가 됐다.
집에서 나와 핸드폰을 보는데 8시였다. 등교 시간은 8시 10분이었고, 학교까진 20분이 걸린다. 고로 나는 지각이다.
한 두 번 하는 지각도 아니고 그냥 여유롭게 가려는 참이었는데 저번 주 금요일 선생님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났다.
'ㅇㅇㅇ, 다음 주부턴 지각하면 벌금 5000원씩이다.'
...아 씨, 오늘 지갑도 안 들고 왔는데... 망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빨리했고, 5분밖에 안 남은 걸 보곤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학교로 뛰어갔다.
1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야 교문을 통과했다. 교실까진 아무리 뛰어도 2분이 걸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뛰었고, 종이 칠 줄 알았는데
교실에 거의 다 와갈 즘까지 종이 치지 않았다. 아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인가 보다! 지각이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지으며 교실에 들어서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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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쳤다.
숨을 헉헉거리며 미소를 짓다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지는 날 뒷자리에 앉아 다 보고 있던 오세훈은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깔깔 웃어댔다.
선생님께선 얼른 돈을 내라 하셨고, 내가 돈이 없다 하자 그럼 뒤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있으라고 했다. 그것도 한 시간 동안이나...
'한 시간은 너무하지 않나요...?'라고 하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는데,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20번 넘게 지각을 한 너는 어떻고?'라는 선생님의 반박에 말없이 뒤로 가 벌을 섰다.
오세훈은 아까부터 계~속 날 삿대질하며 웃어댔다. 선생님보다 오세훈이 미웠다. 그냥 미운 것도 아니고 얄미웠다.
"네 나으리랑 무슨 시간을 보냈길래 오늘도 지각을 하셨대?"
"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으니 제발 닥쳐"
"너 아까 콧구멍 겁나 커진 거 앎? 진짜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컸음"
"닥치라고 오세훈; 오늘 묻히는 게 님 꿈?"
"선생님! ㅇㅇ가 협박해요!"
"ㅇㅇㅇ, 지각도 하고... 벌 서라니까 벌은 안 서고 떠드는 거야?"
"아니요... 죄송합니다아..."
아 진짜 얄미운 새끼... 오세훈 때문에 선생님께 또 욕을 먹었다. 저 새낀 정말 내 인생에서 사라져야 할 닝겐 1순위다.
아직 벌 선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다리엔 쥐가 났고 팔은 벌벌 떨렸다. 선생님이 다른 곳을 보시는 사이에 잠깐 팔을 내렸는데
오세훈이 꼰질러서 또! 또! 혼났다. 그리고 벌 서는 시간 10분이 추가됐다. 정말 오늘 오세훈을 학교 뒷산에 묻어버릴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다.
정말 얄밉고 얄미운 새끼.
"맞다. 저번 주에 말해줬던 전학생 내일이 아닌 오늘 온다고 하더라 잘 챙겨주고 괴롭히지 말고 알았냐?"
"네!"
"선생님 전학생 남자예요, 여자예요?"
"자습시간 끝나고 들어와서 자기소개 할 거니까 그때 봐"
전학생이 온다 해도 여자애들은 별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엔 이상하게도 여자애들만 전학 오기 때문이다.
남자가 전학 온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도 기대되지 않았고, 그 전학생이 나보다 예쁘면 어쩌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벌을 선지 1시간째. 다른 애들은 자습을 하고 오세훈은 날 놀리다 지쳤는지 잠들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손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10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쥐가 난 다리나 주물러 줄까 하고 다리를 앞으로 쭉 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려서 급하게 다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하마터면 선생님께 걸려서 벌 서는 시간이 더 추가될 뻔했다. 아오 심장 떨려라
"오세훈! 공부하라고 준 시간에 잠을 자? 한 두 번도 아니고 말이야. 이따가 교무실로 와라"
"헐 쌤 저 진짜 공부하다 잠깐 졸았어요!"
"쌤 아니에요. 얘 쌤 나가고 십 분 뒤부터 계에속 잤어요"
쌤통이다 오세훈. 오세훈은 날 보고 씩씩거렸고 난 그런 오세훈에게 메롱 스킬을 시전했다.
선생님은 나보고 이제 그만 자리에 가 앉으라고 하셨다. 다음부턴 지각하면 벌금도 내고 벌도 서야 할 거라고 지각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셨다.
네! 하고 크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아 생각해보니 옆자리 오세훈이네; 오세훈은 내가 앉자마자 속사포로 내 욕을 했다.
"다 조용히 해 지금 전학생 들어올 거야 자기소개할 때 민망할 테니까 박수 크게 쳐주고"
"네~"
"이번엔 좀 예쁜 여자애가 전학 왔으면 좋겠다."
"그런 애가 전학 와도 너한테는 관심 없어"
오세훈이랑 티격태격 거리며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여자애들이 갑자기 꺄하고 소리를 질렀다.
응?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하고 앞을 보는데
수줍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나으리!!!!!"
아니 시발 전학생 온다며 왜 제 나으리가 저기 있죠? 아니 진짜 아? 어?...
나도 모르게 전학생을 보자마자 책상을 쾅 치고 일어나 나으리라고 소리 질러버렸다. 내 행동에 선생님, 아이들은 물론 전학생까지 날 쳐다봤다.
아 씨 창피해... 근데 진짜 나으리다. 나으리랑 똑 닮았다. 어떻게 저리 닮을 수가 있지? 앉으라는 선생님의 말도 안 들렸고, 보다 못한 오세훈이 날 억지로 앉혔다.
"야 너 미쳤어? 왜 그래?"
"야 나으리... 나으리 있잖아... 나으리..."
나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전학생이... 나으린데... 나으리가... 아니 전학생... 나으리...
"내 이름은 변백현이고, 다른 지역 남고에서 전학 왔어. 잘 지내보자"
"백현이는 저기 빈자리 앉으면 되고, 너희들 백현이 많이 도와줘라. 그리고 수업 잘 들어"
나으리랑 똑 닮은 전학생이 내 앞자리다. 걷는 폼하며 얼굴, 키 전부 나으리인데 내가 좋아하는 그 낮고 달달한 목소리는 닮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운명이다. 운명이라 생각된다. 꿈속에서 맨날 보던 남자가 갑자기 우리 학교로 전학 오고 거기다 우리 반이라니
정말 이건 운명인 것 같다.
"야 오세훈"
나는 다시 자려고 엎드리는 오세훈에게 귓속말을 걸었다. 오세훈은 갑자기 웬 귓속말이냐며 그냥 말하라고 크게 얘기를 했다.
나는 그런 오세훈의 등짝을 때리며 그냥 닥치고 내 말에 따르라고 했다.
"왜 왜왜"
"있잖아. 내가 말한 그 꿈속에"
"아 그래 네 나으리가 왜"
"쟤야"
"뭐? 전학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세훈은 오마이갓! 거리며 무슨 개소리냐고 전학생한테 반해서 막 갖다 붙이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난 진짜라고 나으리랑 똑 닮았다고, 그래서 아까 보자마자 그런 미친 짓을 한 거라고 말했다. 아까 미친 짓 덕분인지 오세훈은 내 말에 금방 수긍했다.
"야 근데 말이 안 되는 게 어떻게 꿈에서 본 사람이랑 똑 닮은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
"그니까 운명이라는 거지"
"야 운명은 상대방도 널 기억해야 운명이지."
"날 알아볼... 수도 있지!"
알아볼 수도 있을 거란 내 말에 오세훈은 전학생에게 다시 한번 나으리라고 불러보라 했다.
전학생이 날 알아보면 진짜 운명일 거라나 뭐라나... 처음엔 안 할 거라고 했는데 계속해보라고 재촉하는 오세훈 때문에
용기를 내서 백현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저기... 나으리?"
"?... 왜 아까부터 자꾸 나으리 나으리 거려?"
"아.. 아니..! 내가 나으리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네가 그 책을 잘 읽게 생겼길래 혹시 읽어봤나 하고! 하하!"
"아 그래"
백현이는 시크하게 다시 앞을 봤다. 난 민망해졌다. 매우 매우... 아니 왜 날 모르는 걸까 진짜 나으리랑 싱크 100인데?
오세훈은 날 퍽퍽 치며 끅끅거렸다. 그렇게 웃기냐? 남은 민망해 죽겠는데
"웃지 마"
"웃기잖아"
"그래도 웃지 마"
내가 정색을 하니 오세훈은 손으로 입을 막고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려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개쓰끼....
나으리가 날 알아보지 못한 건 슬프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만나다니 너무 설레고 좋다. 나으리랑 친해질 때까지 노력해야겠다.
첫인상이 또라이로 보인 것 같아서 걱정되긴 하지만...
자까말 |
이 소재 좋은 거 같다고 생각하며 썼는데 제 필력이 엄청나게 큰 똥이라 글이 이 모양이네요 뭔가 다음 이야기가 예상되는 거 같은데 스포는 자제해 주세요T.T 글과 신알신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