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1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오빠들이 이곳에 온 지 벌써 이주일이 되었다.
나와 만난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되었지만
그 일주일 동안 평일에는 학교를 다녀 바쁜 나로인해 오빠들과는 카톡이나 메세지,
찬열오빠같은 경우에는 저녁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전화를 하는 것으로
서로의 하루를 물을뿐 얼굴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아, 가끔 운동하러 나온 민석오빠나 종대오빠,찬열오빠,
혹은 이른 아침 공원에서 조금씩 춤 연습을 하는 종인오빠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오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마을 구경을 시켜주다,
마을 주민분들과 여러 차례 마주쳤고, 그럴때마다 한국에서 온 내 친구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로인해 오빠들은 그 날 이후로 마을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녔고,
종종 길도 잃어가면서, 마을의 지리를 익혀나갔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마을 주민분들과 만나면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무작정 사람을 피하던 그 전과는 달리.
물론, 인사말 정도는 내가 가르쳐 주었다. 그게 인사를 건네는 상대에 대한 예의니까.
그러다 오빠들이 이곳에 온 지 3주가 되어가는 주의 수요일날,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았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찬열오빠와 통화를 하며 집으로 향하는데
공원에서 희미한 노래소리가 두 귀에 들려왔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찬열오빠와 통화를 이어가면서 발걸음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옮겼다.
그렇게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다 공원 한 가운데에 서있는 남자의 형상이 어렴풋이 보였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자 남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는 되게 낯익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남자의 노래소리를 듣고 있는데,
불현듯 남자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끊기더니,
곧 기침을 크게 연달아하면서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허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곧 기침이 멎음과 동시에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그 신음소리가 점점 커져가더니, 거의 절규에 가깝게 울부짖는 소리로 변했다.
그리고 그 때, 구름에 가려져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달빛이 울부짖는 남자의 모습을 비추었다.
변백현이었다.
휴대폰 너머의 찬열오빠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지 않았고,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서서 백현오빠의 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로 'ㅇㅇ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내가 '....응.'하고 눈물을 꾹 눌러담으며 말하니,
'울지말고. 지금 본 거.. 잊어버려. 오늘 밤 본 거 전부 잊어버려.. 알았지?'하는
찬열오빠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하지만 울지말라는
오빠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백현오빠를 따라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물론, 백현오빠에게 들리지않도록 입을 틀어막으며.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찬열오빠의 다독거림을 받았다.
찬열오빠는 그날 밤 있었던 일들을 잊으라고 하였지만,
그날 밤의 일들은 잊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선명해져만 갔고,
결국 그 주 주말에 오빠들에게 당분간 주말에도 학교일때문에 학교에 나가봐야한다는 거짓을 전했다.
그리고 연이어 들려오는 오빠들의 서운해하는 목소리에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져왔지만,
백현오빠의 울부짖는 모습과, 종인오빠의 주저앉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여
마음을 굳게 먹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빠들과의 전화를 끝내자마자
나는 주말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만 했다.
다행히 내 전화를 받은 우리 마을을 비롯해 옆마을에 계시는 지인분들께서
흔쾌히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라는 답을 주셨고,
월요일부터 주말까지 일주일 풀로 지인들을 찾아뵈었다.
찾아뵈어서 그간의 안부를 묻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부탁을 드렸다.
다행히 일주일 동안 뵈었던 분들 중 과반수가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셨고,
자신들의 주변 지인분들까지도 소개시켜주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의 평일에는 지인의 지인분들을 만나 부탁을 드리고,
그들의 대답을 듣고, 한국어를 할 줄 알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는 분을 걸러내고
그 분들께 다시 한 번 연락을 들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부탁을 철회하게 된 분들에게도 전화를 드려 사죄의 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내가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오빠들이 이 곳에 온 지 한 달이 되었다.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덕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토요일날 가벼운 마음으로, 오빠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오빠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벨을 눌렀고 곧 현관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면서 오빠들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나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금방 일어난 것인지 까치집을 만들어놓은 오기집애와 똥강아지에
윗옷을 거꾸로 입은 김종인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여덟 남자 모두 내 모습에 얼떨떨해하다 'ㅇㅇ다!!!!'하고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똥강아지와 오기집애, 김종인은 자신들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재빨리 집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곧바로 오빠들의 들어오라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지만,
들어가지 않고 현관 앞에 가만히 서있다
똥강아지와 오기집애, 김종인이 멀쩡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오빠들을 향해 나랑 잠시 밖에 나가자고 말했다.
그에 오빠들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보이더니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우리들은 지난 날의 안부를 얼굴을 마주하며 묻고,
가벼운 장난을 치면서 마을의 중심가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 카페 앞에 멈춰서서 오빠들을 향해 들어오라는 말만 남기고,
먼저 걸음을 옮겨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청아한 도어벨 소리와 함께 창가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계시는
지인들과 그들의 지인분들이 보였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것인지 도어벨이 한 번 더 청아하게 울렸고,
내가 먼저 걸음을 옮겨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오빠들도 얼떨떨한 상태로 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때마침 지인들 중 한 분이 나와 오빠들의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해
자리에서 몸을일으켜 세웠고,
다른 분들도 뒤따라 우리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분들께 한 분, 한 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가볍게 안부를 물은 뒤
먼저 오빠들에게 그분들을 한 분씩 소개해주었고,
그분들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얼떨떨해하는 오빠들을 한 사람씩 가리켜가며
지인들과 다른 분들께 소개했다. 지인들과 다른 분들은
오빠들의 이름을 들으면서 작게 이름을 되뇌더니 곧 먼저 악수를 건네며
'반가워요.'하고 한국말로 인사했고,
얼떨결에 그 분들과 인사한 오빠들의 표정이 얼마안있어 당혹감에 가득차
두 눈을 크게 뜨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결국 내가 먼저 오빠들에게 내 지인들이랑 그 지인들의 지인분들이라고 설명을 하고,
여기 계시는 분들 모두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독어도 할 줄 안다고 부연설명을 하니
그제서야 오빠들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뒤이어 오빠들에게 이 분들이 왜 여기에 계신건지,
왜 지난 주 주말에 만나지 못했던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는
조심스레 내 진심을 꺼내보였다.
"거짓말친건 정말 미안해.. 그건 진짜 내가 잘못했어.."
"...."
"그런데 오빠들이 이 곳에 있으면서 평일에는 너무 무료해하는 것 같아서..
이제 진짜로 다음 주부터 2주간 연구평가 기간이라
주말에 오빠들 만나지 못하는데.. 그럼 오빠들은
2주일 내내 무료해할거잖아... 오빠들이 여기 얼마동안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
"그 기간동안 무료해하고 축축 처지는 오빠들 모습 보기 싫어서,
그래서 내가 내 마음대로 지인분들 찾아뵈어서 부탁드렸어..
오빠들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활기차고, 재밌게 보냈으면 해서..
진짜 오빠들 의사 물어보지도 않고 이런 일 벌여서 미안해.."
"...."
"그런데 지인분들이랑 다른 분들께서 오빠들이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찾아와도 된다고 그러셨거든? 그러니까 혹시나 이 일에 대한
마음이 풀리고, 배우고 싶은게 있으면 이 분들한테 바로 연락하면 되..."
"..."
"진짜.. 제멋대로 행동해서 미안..."
결국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불안함에 두 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만지작거리면서
한참동안 두 손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아랫입술을 이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손길이 느껴져
천천히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니,
'입술,물어뜯지마. 피나잖아..'라 말하며 걱정스레 나를 내려다보는
찬열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오빠가 옅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옆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착하네, 우리 ㅇㅇ. 오빠들 생각을 그렇게까지 해주고."
"...."
"오빠들은 모르는 사람들을 갑자기 한 번에 많이 만나 당황스러움이 가라앉지않아서
멍하니 있었던거지, 너한테 화나거나 지금 상황이 불편해서 조용히 있었던거 아냐."
"...."
"착한 일 해놓고 왜 오빠들 눈치를 봐. 너무 착한 일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빠들 생각해주는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마."
"..."
"그런데 거짓말을 한 건 조금 마음 아프다..
ㅇㅇ가 이런 자리를 오빠들 몰래 마련했다는 것보다
오빠들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조금 충격받았는데.."
찬열오빠가 장난스레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다,
"이제 앞으로 그런 거짓말 안 할거지??
그럼 조금 아프던 오빠 마음, 하나도 안 아파질 것 같은데."
씨익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내가 찬열오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보이니
'착하네. 그럼 됐어. 이제 오빠 마음 안 아파.'하며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리고 곧이어 하나,둘 다른 오빠들도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고,
그렇게 내가 계획한 자리는 분위기 좋게 흘러갔다.
아.. 정말 '죽겠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2주 전, 내가 마련한 자리를 끝으로 오빠들과는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 전처럼, 멀리서 볼 수 있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새벽녘에 집을 나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2주간 반복되었는데,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는 말이 그 때의 내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인 것 같다.
그 2주 동안은 연락도 사치였기에, 오빠들과 카톡이나 메세지는 일체 주고받지 못하고
오직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찬열오빠와의 통화만이
유일한 오빠들과 나의 소식전달 수단이었다.
왜 다른 오빠들은 내 번호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화를 안 하고,
찬열오빠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인지... 오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진짜.
그래도 그 시간동안 항상 찬열오빠에게서 좋은 소식만이 전해져 왔고,
학교에서 시간 날때마다 틈틈히 오빠들 몰래 취한 지인들을 비롯한
다른 분들과의 연락에서도 항상 오빠들에 대한 좋은 내용만이
전해져 왔기에 마음만은 편한 상태로 연구평가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2주간 몸은 점점 더 피곤해져 갔지만, 마음은 점점 더 힘차게 변해갔다.
제일 큰 걱정이었던, 우리 똥강아지랑 종인오빠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니.
그것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연구평가 기간을 보냈는데
연구평가 기간 마지막 날이자 한 학기를 끝마침과 동시에 방학이 시작되는 오늘,
연구평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소식을 지도교수님께
직접 전해 들었고, 그 순간 여러 얼굴이 떠올랐지만,
오빠들의 얼굴이 가장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당장 오빠들 집으로 달려가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어
발바닥이 간질간질거렸는데, 다행히 지도교수님께서
짧게 면담을 끝마쳐주셨고,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님께 인사드리고는
짐을 챙겨 학교를 빠져나왔다. 아, 그런데 왜 하필 세미정장을 입어서는...
불편한 정장치마때문에 마음껏 뛰지는 못하고 뛰다싶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학교 근처에서 마주치는 같은 전공 친구들에게도 방학 잘보내라고 짧게 인사하고는
어깨에 걸친 가방과 품안에 안은 종이뭉텅이를 추어올리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 진짜 자료는 또 왜이리 많은건데.. 책은 또 왜이리 무겁고...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쉬지 않고 발걸음을 빨리 옮긴 덕에
분수대가 있는 작은 광장의 모습이 금방 시야에 들어왔고,
발걸음을 마을로 향하는 길로 돌리려는 찰나
분수대에 한 남자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남자가 쓰고 있는 플로피햇이 낯익어 혹시나,하는 마음에
천천히 걸음을 남자가 앉아있는 분수대쪽으로 옮겼고,
그 남자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잔잔한 허밍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남자에게 조금 더 다가가려는 순간,
남자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는 돌이 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멍하니 그 자리에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No games not like before (예전같이 날 시험할 일도)
Not up here on this cloud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구름길을 걷는 일도)
No time for yesterday (어제와 같은 아픔도 더는 없어.)
Let me explain (나에게 무슨일이 생겼냐고)
I got a new woman (나 새로운 여자를 만났어)
Lovin' me in every way that she can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그런 여자를)
All she wanna be is part of my plan
(그녀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내 삶의 일부지)
Safe to say that I`m in a better way, better way
(난 훨씬 나아졌다고 안심하고 말할 수 있어, 훨씬 나아졌다고.)"
그러다 남자의 노래가 내 몸에 걸린 마법을 푼것인지 나는 다시 천천히
그를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천천히 걷던 걸음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You got a new woman loves to walk around just holding my hand
(그저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잘 만났어)
cupid must have found us loving like that
(큐피트가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도록 했나봐)
Loving this woman
(이 여자를 사랑하는 걸)
Does anybody understand That I`m in love
(내가 사랑에 빠졌단 걸 다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And i think about the real thing kind of love that makes your heart say
(그리고 난 마음이 말하게 만드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봐.)
You got me singing, la la la la
(너로 인해 나는 노래 부르고 싶어져)"
결국 남자의 노래가 후렴구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그 남자의 바로 앞에 서있었고,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던 남자는 내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천천히 두 눈을 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생각보다 빨리 왔네?'하고
다정스레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에 나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빨리 보고싶어서.'하고 답했다.
"누가? 누가 빨리 보고싶었는데??"
남자는 내 말에 장난스레 질문을 던졌고, 나는 조금 전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남자."
내 말에 남자는 장난스레 웃음을 터트렸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내 품에 안겨있던 종이뭉텅이와
어깨에 걸쳐진 가방을 자연스레 가져가더니 내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내 손 꼭 잡고 함께 걸어 줘."
그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남자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자 남자는 나보다 조금 더 힘을 줬지만 아프지 않게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언제나 이 손을 꼭 붙잡고 싶다, 찬열오빠.
그렇게 말없이 찬열오빠와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걸음을 옮기다,
찬열오빠를 살짝 올려다보며 '가방이랑 안 무거워?'하고 물으니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엄청 무거워.'라 말한다.
그에 내가 걱정이 되어 '그럼 줘, 내가 들게. 그러게 왜 그걸 가져가..'하니
장난이라고, 걱정되면 걱정되는만큼 자기 손 더 꽉 잡아달라고 한다.
기운 안 빠지게, 에너지 계속 불어넣어달라고.
그게 뭐야,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리니 오빠도 울상을 풀고는 곧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그럼 아까 낮에 몇 시에 끝나냐고 물어본 이유가 마중나오려고해서 그랬던거야??"
"응. 우리 ㅇㅇ 빨리 보고싶어서."
아까 학교에 있을 때 찬열오빠에게서 온 문자가 생각나 물어보니,
부끄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아, 진짜... 얼굴에 열이 훅 오르네...
그러고보니 날씨도 많이 더워졌다.. 오빠들이 처음 왔을 때만해도
밤에는 가디건이나 얇은 후드집업을 걸치고 있어도 되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여름이 되어 밤에 그렇게 입고있으면 찜질방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니...
"와...이제 진짜 여름이다..."
감탄사처럼 터져나온 내 말에 옆에서 '그러게.. 여름 방학 때 뭐할거야?'하고 질문을 했고,
그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을 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여름은 오빠들이랑 보내야지! 오빠들이랑 맞이하는 첫 계절이잖아."
"....한국에는 안가봐도 되?"
안 그래도 왜 그 질문 안나오나 했다.
"안가봐도 되. 방학이라도 가끔씩 학교에 나가봐야하는데
한국 들어가게되면 이것저것 복잡해지고 며칠 지내지도 못하거든."
"...."
"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석사따기 전까지는 한국 들어올 생각하지말라 그랬어.
안그래도 어젯밤에 엄마한테 전화왔다니까?? 독일에 그냥 있으라고.
와..그때 진짜 얼마나 서운하던지.. 빈말이라도 오라고 그러지. 흥."
내 말에 찬열오빠가 굳은 표정을 풀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웃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웃는거 진짜 예쁘다..
그러다 갑자기 오빠가 상체를 내쪽으로 살짝 틀어 허리를 숙이더니,
곧 고개를 내 얼굴쪽으로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에 놀란 내가 얼굴을 뒤로 슬금슬금 물렸지만,
그럴수록 오빠의 얼굴은 더 가까워져 왔다.
"ㅇ..오..왜..."
"이번에도 오빠들 위한다고 거짓말하는거 아니지?"
찬열오빠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거짓말 아냐. 오빠랑 약속했잖아. 거짓말 안한다고.'하니 오빠가 빤히 내 두 눈을 쳐다본다.
그리고 나도 별이 담긴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오빠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자
곧 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거짓말 아닌거 맞네.'라 말하고는
허리를 펴며 고개를 내 얼굴에서 멀리했다.
아...진짜 십년감수했네.. 무슨 남자 얼굴이 저렇게 잘생겼어... 심장에 무리오게.
....그리고 다른거 하려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그렇게 얼굴에 퍼진 여름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얼굴에 손부채질을 했다.
아, 진짜.. 열기가 왜이렇게 안내려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지 옆에서 작은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찬열오빠가 예쁘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뭐... 나로인해 웃게 되었으면 됐지. 뭘 더 바래.
그렇게 한참 동안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금세 집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찬열오빠가 '편히 쉬어.'하고 말하며 내게 자료들과 가방을 건네었고,
나는 그 자료들과 가방을 건네받자마자 오빠를 향해'잠시만 여기서 기다려!'라는 말만 남기고는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두 칸씩 계단을 뛰어올라가 2층의 내 방으로 향했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료들은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가방은 의자에 내려놓은 뒤,
정장치마를 벗고, 편한 면바지로 갈아입으면서 동시에 구두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스니커즈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휴대폰과 지갑만 챙겨들고 다시 방을 나가
계단을 두 칸씩 뛰어내려가 현관문으로 직행하다 방에서 나오시던 아주머니와 마주쳤고,
아주머니에게 '엄마, 저 친구들이랑 놀고올게요!!'하고 말하니
'어머, 그래 알았어. 몇 시즈음 올건데?'하고 물어보시기에
한동안 곰곰히 생각하다 씨익 웃으며,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 기다리지말고 먼저 주무세요!'하고 말했다.
그에 아주머니 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래, 조심해서 놀고. 집에 올 때는 항상 조심하고!'라 말하고는
나와 가볍게 포옹을 한 뒤, 저녁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셨고
나 또한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대문 너머로 찬열오빠의 모습이 보였고,
오빠를 향해 뛰어가니 오빠가 '어어어, 조심조심! 넘어져!'라 말했다.
오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돌에 걸려 잠시 몸이 앞으로 휘청했지만
다행히 금방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사히 대문을 열고 오빠 앞에 서자
오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이마에 약한 꿀밤을 먹이더니
'진짜 놀랬잖아. 그러게 조심하라니까. 오빠 갑자기 십 년은 늙은 것 같다.'하고 말했고,
나는 그런 오빠를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어보이고는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라 말했다.
그리고 오빠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곧 내게 '그런데 왜 기다리라고 했어?'하고 물어왔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않고 오빠의 손을 꽉,잡았다.
오빠가 손을 내밀기 전에 내가 먼저 자진해서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오빠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았고,
나는 보란듯이 더욱 힘주어 잡으며 '가자!'하고 말한 뒤, 오빠의 손을 끌어당겨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는건데..??"
어리둥절한 상태로 나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옮기던 찬열오빠가
내게 어딜가는 것이냐고 물어왔고,
그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빠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당당하게 '오빠집!'이라 말하자 오빠가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곧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무슨 생각하냐, 박찬열.'하고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곧 다시 '우리집? 우리집에는 왜??'하고 물어왔다.
그에 내가 오빠를 올려다보며 '오빠들한테 할 말이 있어서.'라 말했고,
오빠는 '할 말?? 무슨 할 말??'이라고 끊임없이 물어봤지만
나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어보일 뿐, 다른 오빠들을 만나기 전까지
찬열오빠에게 그 질문에 대한 그 어떤 대답도 주지 않았다.
왜냐면, 그 말이 엄청난 서프라이즈거든.
**
짠!! 우리 독자님들!! 저왔어요!!!!
세상에..제가 하루에 한 편만 올리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다니...!!!
혹시 우리 독자님들 저 기다리셨어요?? 여기 기다리셨던 분 계셨으면 손 좀 들어주세요!!
제가 제 사랑 마구마구 나눠드릴게요!!!!
사실 어제 찬열아빠의 시점에 몰입해서 글을 쓰다가
오늘 소식이 엄마, ㅇㅇ의 입장에서 글을 쓰려니 갑자기 글이 안써지는거에요...!!
그래서 오늘 쓴 분량정도의 글을 삭제하고 싹 갈아엎어서 다시 썼어요..
그나마 마음에 드네요... 아, 전 남들 놀 때 같이 놀면 이렇게 되나봐요..ㅠㅠ
그래서 혹시나 오늘 글을 읽으시는데 감정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면...
정말 죄송해요, 그건 전적으로 제 잘못이에요...ㅠㅠㅠ
글을 읽어보고 조금조금씩 수정을 하기는 하지만,
혹시나 많은 부분을 수정하게 된다면 수정 알림을 할게요!!
정말 죄송해요 독자님...ㅠㅠㅠ 그런데 이 와중에 우리 독자님 저한테 감동주기 있기, 없기??
글쓰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알림이 떠서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
지금은 내려갔지만...ㅎㅎㅎ 그런데 우리 독자님들 10편이 마구마구 설레셨었나봐요!!
첫 작품에서 두 편이나 초록글에 올라가다니... 이런 영광이 또 어디있어요...ㅠㅠㅠ
무튼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사랑둥이들 암호닉 나갑니다!!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댜니/AB판다/뚀륵/
썬더/잇치/유레베/구구/바람개비/됴도르/내남편/굥슈/봄바람/큥/백큥/코끼리/말미잘/
니니랑/모히또/나니꺼/종이니]님,
새로 추가된 사랑둥이들 [후니]/[오미자]/[뭉이]/[동동쓰]님 감사합니다!!
저는.. 반성의 의미로 당장 새 글을 쓰러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