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1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한참 동안 찬열오빠는 할 말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그 말에 계속 웃음만 지어보였고 결국 찬열오빠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아, 진짜 오빠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귀엽다.
내가 그런 오빠를 올려다보며 잡고있던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오빠는 내게 시선을 주지 않았고,
정말 삐진 것인지 걱정이 된 나는 조심스레 반대쪽 팔을 들어올려
오빠와 마주잡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팔을 흔들면서 상체도 앞쪽으로 옮겨
오빠를 올려다보았지만
오빠는 잠시 시선을 내려 나를 보고는 다시 앞만 쳐다보았다.
"아, 오빠...오빠아아아-"
"...."
"찬열오빠아아-"
"...."
"잘생긴 찬열오빠아- 뭘해도 멋진 찬열오빠아-"
"...."
"아, 진짜 화났어?? 응?? 나는 그냥 좋은소식 오빠들한테 동시에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건데..."
결국 나를 쳐다보지 않는 찬열오빠의 행동에 시무룩해하며 말하자
찬열오빠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피식,하고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우리 ㅇㅇ, 착한거 알아. 앞으로 우리 ㅇㅇ한테는 장난도 못치겠네."
그리고 장난스레 웃어보이며 내게 '그런데 앞에 똑바로 봐야지. 넘어진다.'하는
걱정이 가득 담긴 말을 건네었고, 나는 그런 오빠의 말에
상체를 원상복귀 시키고는 찬열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베시시 웃어보이자 찬열오빠도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진짜, 내가 널 어쩌면 좋을까.'하고 말하더니
붙잡은 손을 잠시 떼어내 머리를 한 번 헝크러트리고는 다시 꽉 마주잡았다.
그렇게 오빠와 얘기를 나누면서 걷다보니
어느 새, 오빠의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보였고
오빠와 두 손을 마주잡은 채 그 길을 올라 오빠네 집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빠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동안 스페어 키를 찾은 것인지
오빠는 자연스레 바지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고,
오빠가 천천히 문을 열어주며 '우리 ㅇㅇ 먼저.'하기에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를 해보이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야, 박찬! ㅇㅇ 잘 데려다주고 왔냐??"
똥강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아아- ㅇㅇㅇ 안본 지 너무 오래됐어.
얘 오늘부터 방학 시작이지? 앞으로 매일 봐야지."
나를 매일 보겠다는 오기집애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오기집애의 목소리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현관 문턱을 막 넘어선 순간,
시야에 구리빛 피부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거실에서 부엌으로 넘어가던 종인오빠와 시선이 마주쳤고,
나는 얼음이 된 것처럼 멍하니 종인오빠와 시선을 주고받다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곧 내가 '끄아악!!!!'하는 괴성을 내지름과 동시에
종인오빠도 '으아아악!!!!!'하며 소리를 내지르더니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ㅅ,세,세상에... 김종인의 상체라니... 세상에....
갑작스러운 두 비명소리에 부엌과 거실에서
오빠들이 무슨 일이냐고 소리치며
놀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고,
현관문턱에 서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2층 계단과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니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 왜 웃어..!! 사람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핫바디 봤네, 핫바디... 엑소 핫바디를 직접 두 눈으로 봤네...허허
똥강아지가 나를 향해 '우리 핫바디를 본 감상은??'하며
내게 다가와 주먹쥔 손으로 내 입 앞에 가져다대고, 오기집애는
'아, 그럼 쿨바디도 빠질 수 없는데..'하며 두 팔을 교차시켜 옷자락 끝을 잡았다.
이런 미친...!!! 내가 눈을 치켜뜨며 오기집애와 똥백현을 쳐다보자
둘은 낄낄거리며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한다.
하... 저것들 내 언젠가.. 처단하고 말리다...
경수오빠가 일단 들어오라고 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뒤늦게 따라 들어온
찬열오빠가 '뭔데. ㅇㅇ 왜 비명지른건데? 종인이 또 윗옷 안입고 있었어?'하고
태연히 민석이오빠에게 말을 건넸고, 민석이오빠는 가볍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어쩐지 전에 내가 왔을 때, 윗옷 거꾸로 입고 있더니....
멍한 상태로 걸음을 옮겨 거실 소파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또 한참을 멍하니 앉아만 있는데 양옆이 가라앉는 것 같더니
오기집애와 똥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오빠들은 자리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오빠들 사이에 언제 내려온 것인지 윗옷을 입고있는 김종인의 모습도 보였다.
똥백현이 먼저 입을 열어
'그런데 ㅇㅇ 오늘 왜 왔어?? 바로 집으로 가서 쉬는거 아니었어??'하고 말하니
찬열오빠가 'ㅇㅇ 오늘 우리한테 할 말 있대.'라 답했다.
"할 말?? 무슨 할 말?? 뭐, 막 우리 좋아한다는 말? 보고싶었다는 말??
아니면 핫바디를 봤으니까 쿨바디도 보고싶다는 말??"
오기집애가 깐족거리며 말하길래 오기집애 팔을 무의식적으로 때리니
오빠들 모두 두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물론, 때린 나도.
"어어어!! ㅇㅇ 이제 막 폭행도 행사하는거야?? 어?? 그런거야??"
똥백현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깐족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변백현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깹송..'하고 작게 말하며
시선을 내 반대편으로 돌리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하, 여기 오고 내 수명 갑자기 줄어든 것 같아...
민석오빠가 오세훈을 향해 '그러게 내가 그만 장난치랬지. 결국엔 맞았네, 맞았어.'하고
말하더니 내게 잘했다고, 앞으로도 쟤 계속 그러면 때려버리라고 그런다.
...오빠 그러다 저 진짜 쟤 계속 때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저 운동배웠는데....
"그런데 ㅇㅇ야, 할 말이라니?? 할 말이 뭔데??"
준면오빠가 그 소란 속에서 내게 질문을 했고,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꽂혔다.
"아, 그게..."
준면오빠의 말에 답하려는 순간,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어디서 타는 냄새 나지않아??'하고 작게 말하니 종대오빠가
'맞다!!!!'하더니 재빨리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 오빠도 은근히 허술하단 말이야....
"그럼 ㅇㅇ 아직 저녁 안 먹었겠네??"
경수오빠가 다정스레 물어오기에 가볍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자 경수오빠가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럼, 일단 밥 먼저 먹고 얘기하자.'하고 말했고
다른 오빠들도 동의하는 것인지 나를 일으켜 세워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 어째 이 집에만 오면 밥을 얻어먹는 것 같애...
어느 새 내 지정석이 되어버린 것인지 나는 상석에 앉게 되었고,
곧 오빠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받아내야만 했다.
하...진짜 여기 부담스러운 자리였구나... 전에 어떻게 밥을 먹었던걸까...
내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인지 찬열오빠가 먼저
2주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일들을 하나, 둘씩 꺼내었고
그제서야 오빠들도 눈에서 호기심을 거두고는 내게서 시선을 떼어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찬열오빠를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고마워.'하고 말하자
오빠가 씨익 웃더니 '맛있게 먹어.'하고 나처럼 소리없이 입만 벙긋거렸다.
그리고 그 날은 모두 내가 할 말이 무엇인가 많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저녁식사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또다시 나는 이전과 같이
설거지를 하려다 민석오빠와 경수오빠에게서 퇴짜를 맞았다.
뭐, 앞으로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을테니까..!!!
결국 전처럼 소파에 앉아 오빠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똥백현과 오기집애, 종대오빠가 낯익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접시에 간식을 한가득 담아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첫 날 본 준면오빠와 경수오빠, 오기집애의 모습이 겹쳐보여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오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찬열오빠는 내 바로 옆에 앉으며 내게 초코우유를 건네었고,
나는 찬열오빠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보이고는 초코우유를 한 입 먹었다.
그리고 가장 늦게 나타난 민석오빠가 전처럼 다른 오빠들에게
커피와 주스를 건네고는 내 발치의 카페트에 앉았다.
그리고 민석오빠가 자리에 앉자마자 모든 오빠들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그래서, 이렇게 긴 시간동안 우리를 호기심에 허우적거리게 한
'할 말'이라는게 도대체 뭐야??"
가장 먼저 백현오빠가 입을 열었고, 백현오빠의 말에 옆에서 오기집애가 맞장구를 친다.
진짜 궁금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었다며.
....네가 제일 잘 먹었거든, 오세훈??
오빠들이 하나, 둘씩 궁금증을 터트리기에 내가 씨익 웃으며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았다.
"뭐, 할 말이 두 가지라고?"
역시, 눈치하면 오기집애! 오세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니,
오빠들의 고개가 일제히 갸우뚱거렸고 변백현은 궁금해서 숨 넘어가겠다고 말한다.
"좋은 소식이 두 가지야."
"...???"
"하나는 내가 우리 전공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거고."
내 말에 오빠들이 벙쪄있다가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의 말을 건네었다.
찬열오빠는 내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잘했네, 우리 ㅇㅇ. 좋은 성적 얻을 줄 알았어.'하고
말했고, 다른 오빠들 또한 잘했다는 말을 계속해서 건네었다.
준면오빠는 샴페인 터트려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종인오빠랑 똥강아지, 오기집애에게 엄청난 갈굼을 받았다.
아...불쌍한 우리의 리더, 준면오빠... 실생활도 이랬던건가요...
뒤이어 내가 '두번째는!'하고 말하자 오빠들의 시선이 일제히 다시 내게로 꽂혔다.
"우리 놀러가자."
"놀러가자고??? 어딜??"
내 말에 오빠들이 일제히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에 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참을성 없는 똥강아지는
'어디?? 어디 놀러가자고? 중심가 가자고? 아니면, 옆마을??'하고 물어왔다.
순간 변백현의 말에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왔지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어딜 놀러가자고?"
결국 내 말을 조용히 듣고있던 종인오빠마저 궁금증을 터트렸다.
"오스트리아."
"...???????"
내 한 마디에 오빠들의 표정에 일순간 의문이 가득차더니 곧 당황함으로 변했다.
"그리고 스위스."
"헐."
내 한 마디에 변백현과 오세훈이 낮게 탄식소리를 냈다.
"마지막으로 독일 다른 도시."
내 마지막 말에 오빠들이 일순간 당황해하며
'ㅇㅇ야, 우리 사람들 피해서 여기까지 온건데?',
'그래, 여기도 간신히 준면이형 아는 분 차 얻어타고 온거야.' 등의 말을 터트렸다.
"누가 사람 많은 곳 간데?? 아, 한 곳은 좀 많을 수 있겠다.."
오빠들이 내 한 마디에 열정적으로 움직이던 입을 꾹 다문다.
"그리고 나 기차나 버스 이런거 탄다는 말도 안했는데??"
"....그럼?"
"내가 차 끌고 갈건데??"
"...뭐어어어어?!"
어후, 남자들이 동시에 소리치니 내 고막이 안녕하지 못하구나..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깜짝 놀라며 두 귀를 틀어막으니
오빠들이 연달아서 다다다 질문을 쏟아낸다.
"차? 차라니. 너 운전면허 있었어??"
똥강아지의 질문에 '응, 여기서 석사딸 때까지 있을텐데 그동안 운전한 일이 한 번도 안생기겠어?'하고 답하니,
"독일에서 딴거야?"
경수오빠가 질문했고, 그에 '아니, 한국에서. 한국에서 운전면허 발급받고,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고, 혹시 몰라 여기에 와서 독일운전면허로 교환했어.'하고 답하니
오빠들 입이 쩍,하고 벌어진다. ...왜 저런데....
그때 민석오빠가 '차는? 차 있어?'하고 물어보기에 내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보이고는
'당연히 지인한테 빌렸지!!'하고 당당히 말하니 오빠들이 이제는 헛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아주머니께는 말씀 드린거야? 오빠들이랑 놀러간다고?"
아, 역시 김준면 선생님 아니랄까봐...
"응. 아주머니는 그냥 잘 놀다오라고 그러던데?"
"그래, 형. 당일치기로 다녀오는건데 뭘 그렇게까지.."
"무슨 소리야?? 나 당일치기로 다녀온다고 안그랬는데??
당일치기로 어떻게 세 나라를 여행해.
차로 운전해가면 하루의 반을 길에서 보낼텐데."
준면오빠를 타박하던 종인오빠의 말에 태연하게 말하고, 초코우유를 마시자
오빠들의 표정이 경악에 가득차더니 곧 '뭐?!'하고 큰소리를 냈다.
아, 진짜.. 깜짝 놀라서 우유 엎을뻔했네...
"당일치기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몇일동안 여행할건데??"
"음, 적어도 한 달은 여행다녀야하지 않나??
방학이 두 달 조금 넘으니까."
종인오빠의 말에 태연하게 말하니 이젠 얼굴들이 사색이 되었다.
"그래 한 달 여행다닌다고 쳐. 그럼, 숙소는??
한 달동안 숙소는 어떻게 할건데??"
종대오빠가 걱정스레 말하기에 내가 초코우유를 한 입 더 마시며,
'그것도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빌렸지!'하니 오빠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도대체 언제?? 바빴으면서 도대체 언제 그런걸 빌린거야??"
오기집애의 말에 내가 '지인들이랑 지인의 지인분들 찾아뵈었을 때, 그때.'하고
여유롭게 말하니 오기집애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쟤 진짜 대박이다.'하고 말했다.
그래, 내가 좀 대박이지. 내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는데.
"아, 어쩐지.. 오늘 아침에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재밌게 놀다오라고 그러시더니..."
민석오빠의 작은 중얼거림에 다른 오빠들도 자기도 그런 말 들었다면서 난리를 친다.
....아, 그냥 데리고 가지마...? 너무 시끄러운데...?
"잠깐만. 그러면 한 숙소에서 너랑 우리랑 같이 지낸다고??"
준면오빠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자,
오빠들의 입이 동시에 꾹 다물어지며 나를 쳐다본다.
"응? 응. 거기 방 많아."
내 한 마디에 준면오빠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무슨 겁이 그렇게 없냐는 둥, 아무리 오빠들이라도 그러면 안된다는 둥.
아, 정말 우리 아주머니도 뭐라 안하는걸!!!!
"그럼. 오빤 안 갈거야?? 다른 오빠들도 안 가??"
내 말에 일순간 다른 오빠들이 일제히 준면오빠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준면오빠가 당황해하며 'ㅁ,무,뭐.'하고 말을 더듬었고
민석오빠가 먼저 시선을 내게로 돌려 '그런데도 아주머니가 허락하셨다고?'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여기가 좀 개방적인 편이긴한데 아주머니가 많이 개방적인
편이라서 뭘하고, 어디서 놀든 가끔 연락만 드리면 만사 오케이거든.
그리고 나 성인이야. 미성년자가 아니라.'하고 답했다.
"난 갈래!"
그렇게 한참 동안 거실에는 정적만이 감돌았고,
그 정적 속에서 똥백현이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말하니
오빠들의 시선이 일제히 백현오빠에게로 쏠렸다.
"왜. 우리 진짜 언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으면서 다들 심심해했잖아.
그럼, ㅇㅇ는 우리 축축 처지는 모습을 볼테고,
ㅇㅇ는 그 모습 보기싫다고 했는데?
그치, ㅇㅇ야~ 내 말이 맞지-??"
우리 똥강아지가 술술 막힘없이 말하며 나를 향해 웃어보이기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로 우리 똥강아지가 내 마음에 드는 말만 쏙쏙 골라한데?
옳지, 옳지 잘 한다 우리 똥강아지!! 그러니까 더 해, 더!!
"그래, 나도 갈래."
이번에는 우리 오기집애가 손을 들며 말한다.
"왜, 나도 백현이형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그리고 방 많다며. 그럼 무슨 문제야."
오기집애가 말을 끝내고 찬열오빠를 지그시 응시하며
'안 그래, 찬열이형?'하고 말했고
찬열오빠는 순간 옆에서 헛기침을 하더니
'ㄱ,그래. 나도 전적으로 ㅇㅇ 계획에 찬성.'하고 말하며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내리다
'이렇게 우리 생각해주는 ㅇㅇ, 실망시키면 안되지.'하고 말했다.
"백현이랑 찬열이도 찬성이야?? 그럼, 나도 찬성!!
관광지는 못다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종대오빠의 말에 그건 나도 궁금하긴 해,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오빠와
'스위스는 시원해?'하고 물어보는 종인오빠였다.
그런 종인오빠를 향해 엄지를 척,세워보이며
'짱짱! 우리 갈 곳은 더 시원해!'하고 답하니
그럼 나도 갈래,하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맏형라인만 남았다.
내가 간절한 눈빛으로 민석오빠를 쳐다보자
나를 올려다보고 있던 민석오빠가 피식,하고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 동생이 가고싶다면 어딘들 못갈까.'하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일곱 명의 시선이 준면오빠에게로 꽂혔고
준면오빠는 결국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그래.가자,가'하고 짧게 답했고
그 순간 똥강아지랑 오기집애, 김찡찡께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아, 저게 뭐야 진짜... 저 세 사람 진짜 콤비인가..?
그 와중에 경수오빠가 침착하게 언제 출발할 것이냐고 물어왔고,
나는 내일 아침 일찍,하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뭐?!"
그 순간 춤추던 세 사람이 동시에 내게 소리쳤고,
오빠들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가득찼다.
"왜, 이제 겨우 9시인데, 한 두 시간만에 짐 못싸??"
짓궃게 웃으며 오빠들에게 말하니 오빠들이 여행 전날 말해주는게 어딨냐며 원성을 터트렸고,
"그래서 싫어?? 그럼 가지 마. 나 혼자 갈테니까."
내 거침없는 말에 오빠들이 언제 원성을 터트렸냐는 듯 입을 꾹 다문다.
"그냥 옷이랑 속옷만 챙겨. 숙소에 세탁기 있어.
아, 혹시 새 옷 필요하거나 그러면 나한테 말하면 되고.
중간중간 내려서 사올게.
세면도구나 수건, 이런건 챙길 필요없고. 거기 다 있으니까.
아, 그런데 혹시 개인적으로 먹는 약이나
화장품 같은게 있으면 그런거는 챙겨."
그렇게 내 할 말만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뭐해, 짐싸러들 안가? 난 할 말 다했으니까 이제 간다-'하고
태연하게 말하고는 현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찬열오빠도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걸음을 옮겼고,
다른 오빠들도 그런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곧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 현관을 향해 우르르,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밖으로 나가 문을 잡은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찬열오빠에게 다가가다 잠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며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할거야. 빨리 짐싸고, 일찍일찍 자. 알았지?'하고
손을 흔들어 오빠들에게 인사하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뒤에서 한동안 침묵만 감돌다 'ㅇㅇ야, 잘가- 내일 봐-'하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문이 굳게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고,
찬열오빠는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손을 이제는 익숙하게 마주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빠, 나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가면 언제 짐싸고 자??"
한참 오빠와 마주잡은 손을 흔들며 걷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오빠를 올려다보며 걱정스레 물으니 오빠는 나를 내려다보며 짧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데려다주는데 시간 얼마나 걸린다고. 그리고 나는 짐 금방 싸.'하고 말했다.
"그런데 진짜 깜짝 놀랐어. 그런 서프라이즈라니."
찬열오빠의 말에 내가 장난스레 웃어보이니 '왜, 말 안해줬는지 알겠네.'하고
오빠도 장난스레 웃어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걸음을 옮기다 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찬열오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찬열오빠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이렇게까지 우리 신경 써줘서 정말 고마워."
"....."
"방학이라 다른 친구들이랑도 만나, 놀고 싶을텐데
그 시간을 온전히 우리에게 내어줘서,"
"...."
"또 우리 배려한다고 사람들 없는 곳으로 여행장소 정해줘서 고마워.
전부 다, 고마워."
"...."
"너 없었으면 우리들 여기서 어떻게 버텼으려나... 상상이 안가네..."
"...."
"그래서 네가 이렇게 신경써주는게 고마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한테 짐이 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해."
오빠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다, 오빠의 마지막 한 마디에 나도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나야말로 오빠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
"경수오빠를 처음 만난 날, 그 날,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외로움이 너무 강하게 다가와서 그 모든 것들 가라앉히러 나갔다가
경수오빠를 만났어. 그리고 오빠들을 만났지."
"...."
"아마 그때 오빠들 만나지 못했다면 나 지금 여기 없었을 수도 있어.
아니, 없었을거야. 확신해."
"...."
"해야할 공부는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는 장난 아니고, 한국인들 마저 거의 보이지 않고.
거기다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자꾸만 보고싶어져서 외로움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데...
아마 오빠들 없었으면 오래지 않아서 한국으로 돌아갔을거야."
"...."
"그래서 오빠들이 이렇게 나 동생처럼, 친구처럼 대해줘서,
이렇게 내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
"그러니까 오빠,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
짐이라는 그런 생각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
그렇게따지면 나도 오빠들한테 미안한거 엄청 많아.
거짓말 쳤지,
평일내내, 그리고 연구평가 기간내내 오빠들을
아는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 이 마을에 혼자 남겨두었지."
"...."
"그래서 오빠는 내가 그걸로 오빠들한테 미안함 표했으면 좋겠어??
어느새 오빠와 나의 발걸음이 대문 앞에 멈춰 세워졌고,
오빠는 몸을 돌려 나를향해 작게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러니까. 오빠들도 내가 미안해하는거 싫잖아.
그래서 나도 오빠가 미안해하는거 싫어.
당연한거잖아. 누가 가족에게서, 친구에게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겠어.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
"그리고 또, 어느 누가 자기 가족들이랑 친구들을 짐이라 생각해.
그런 나쁜 생각은 앞으로 절대 하지마.
오빠들은 나한테 선물이야.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행운과도 같은 그런 선물."
"...."
"그러니까 앞으로 미안해하지도 말고,
짐이라고도 생각하지 말고. 알았지??"
내 말에 오빠가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늦었으니까 이제 집에 들어가보라 말하며
맞잡은 손을 풀려하기에 내가 다시 꽉, 잡았다.
지난 날의 그가 했던 것처럼.
그러자 찬열오빠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내가 그런 그에게 반대쪽 손을 들어 아래로 까딱까딱,움직여보이니
오빠가 내게로 살짝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 순간 붙잡은 손을 떼어내며
뒷꿈치를 살짝 들어올려 두 팔로 오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한 손으로는 오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오빠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미안해하는 표정 짓지마-"
"..."
"또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말고. 고마운 일에만 고맙다고 말하면서
친구들에게 그러듯, 가족들에게 그러듯
앞으로 내가 하는 행동들도 그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
"..."
"그리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라는 그런 좋은 생각만하구-
오빠들이 이곳에 와서 나랑 만난 이후로 난, 단 한번도 짐이라 생각한 적 없으니까.."
"..."
"그러니까 우리오빠도,"
"..."
"오늘부터, 하늘이 내려준 이 시간동안만큼은 좋은 꿈만 꿔.
지금 내가 이렇게 좋은 꿈만 꾸고 있는 것처럼...
그 어떤 것도 신경쓰지말고, 그 어떤 것도 걱정하지말고,"
"...."
"지금에만 집중하며 항상 좋은 꿈만 꿔."
그렇게 오빠에게 작게 속삭이고는 팔을 풀고, 발뒷꿈치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오빠를 올려다보며 '잘 가, 좋은 꿈 꾸고.'하고 말한 뒤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내 어깨를 잡아돌리는 손길에
몸이 다시 오빠쪽으로 돌아갔고,
그 순간 이마에서 낯선 촉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촉감이 무엇인지 인식하기도 전에 서서히 낯선 촉감이 멀어지더니,
오빠가 별이 가득 담겨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내 선물. 앞으로 나도 너처럼 좋은 꿈만 꿀게."
"..."
"잘 자."
그 말을 끝으로 오빠는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지않은 채 발걸음을 먼저 돌렸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이마를 만지작거리면서
멀어져 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
짜란!! 짠!!
저 왔어요, 우리 독자님들!!! 제 예상보다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너무 많이 계셔서 일어나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답니다...ㅠㅠ 그래서 이렇게 재빨리 찾아왔어요!!
글을 쓰다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오후더군요.. 책상에서 잠들어서 그런지 삭신이...ㅎㅎㅎ
오늘 드디어 우리 독자님들에게도 시크릿이었던 '할 말'이 밝혀졌어요!!
서프라이즈에요?? 그래요?? 깜짝 놀란만큼 저 이뻐해줘요!!!
....안놀라셨으면....어쩔 수 없네요...네...
그리고 뒷부분의 우리 찬열아빠와 ㅇㅇ엄마의 대사를 적는데
몇번이나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는지 몰라요...
제 동생이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와 제 몰입에 혼선을 가져오는바람에...ㅎ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뒷부분을 완성했네요!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찬열아빠의 제대로 된 스킨십이!!!! 뙇!!!!!!
저만 좋아요?? 네?? 그런거에요???ㅎㅎㅎㅎㅎ
무튼 전 이제 이 뒷얘기를 쓰러 사라져야겠어요...ㅎㅎㅎㅎ
우리 사랑둥이들 암호닉 나가요!!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댜니/AB판다/뚀륵/
썬더/잇치/유레베/구구/바람개비/됴도르/내남편/굥슈/봄바람/큥/백큥/코끼리/말미잘/니니랑/
모히또/나니꺼/종이니/후니/오미자/뭉이/동동쓰]님,
그리고 새로 추가된 사랑둥이들 [마지심슨]/[래백]님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지금 시험기간인 우리 독자님들 성적이나 학점 대박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