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 때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미련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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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기를 바라고 바라면서 기도하던 결혼식 날이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다가오는 현실을 막지 않으니, 눈물도 나질 않았다.
덤덤하게 화장대 앞에 앉아 푸석하게 일어나는 화장을 고치고, 고치면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나는 이제 너를 좋아할 수 조차 없다.
왜냐면 너는 이제 결혼을 할 것이고, 아름다운 아내가 옆에 자리할 것이고, 예쁜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릴테니.
눈가가 시큰하게 달아올랐지만 애써 참았다. 이제 막 화장을 마쳤는데, 물거품이 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누구보다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는데, 그간 너에게 마음을 쓴 것이 해가 되어 지금의 내 꼴은 처참하다.
너덜너덜 해진 마음은 아무리 화장으로 덮어도 가려지지 않겠지. 눈치가 빠른 너는 그것을 알아 차릴 것이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두껍게 덮어냈다.
택시를 잡아타고, 밤새 읽어내린 청첩장에 정갈하게 프린트 되어 있던 주소를 읊으면서, 아린 마음을 달랬다.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 망치고 싶었다. 너의 결혼식을.
하지만 내 마음은 또 누그러져, 새카만 옷을 꺼냈다. 죽어버린 우리의 추억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런가.
볼 일 없는 신부 대기실은 지나쳐서, 독특하게도 그 예식장에 존재하는 신랑 대기실로 들어갔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정말 다행이게도 너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소한 상황에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끔찍했다.
"너도 참, 존심 없다."
나같으면 콱 죽어버렸을텐데. 어때, 7년동안 연애한 사람이 돌연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접한 소감이?
모진 말에도 웃는다. 그게 내 자존심이야. 날카롭게 찌르는 말을 네가 아무리 뱉어낸다 해도, 웃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자존심.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가 유일하게 내보이는 마지막 발악.
집에 가서 나는 또 눈물로 하루를 지새울 것이다. 너무나도 구차하고 뻔한 이별 스토리지만 나는 그럴 것이다.
"민윤기, 오랜만에 셔츠 입으니까 더 멋있네."
"미친."
"그 때 기억 날려나. 수능 끝나고 길 돌아다니다가,"
"야."
울음을 참기 위해 열심히 떠들어대던 입이 순식간에 다물렸다. 넥타이를 바르게 매던 윤기가 매섭게 쳐다보았다.
잠시 숨 막힐 듯한 정적이 돌았다.
"옛날 추억 끄집어 낼거면 집에 가라."
"……."
"그딴 건 앨범 펼쳐놓고 혼자 질질 짜면서 하라고."
병X같이 지나간 일 붙잡아 본다고, 전처럼 돌아가는 건 아니잖아. 남 기분 좋은 날 망치지 말고 꺼져.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 몇 장을 내 쪽으로 집어 던진다. 이걸로 택시비나 해라. 여기까지 온 건 수고했다.
식장에 들어오면 죽여버린다, 진짜. 옛 정 생각하고 싶으면 내 부탁이니까 들어줘.
애써 웃으면서, 바닥에 떨어진 만원짜리들을 줍는다. 하, 낮은 실소가 머리 위로 터져 나온다.
주워 모은 만원 짜리들을 옆에 있는 작은 탁자에 올려 놓으며, 준비했던 축의금 봉투도 내려 놓는다.
울컥 차오르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말한다.
"여기.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정신이 나갔네."
축하해. 결혼.
축하해.
윤기야.
윤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