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20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해가 서서히 뜨고 있는 것인지 바깥이 남색빛이었다.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곤히 자고 있는 찬열오빠의 얼굴이 보였고,
한참동안 그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볼에 살짝 입을 맞춘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오빠들도 곤히 잠들어있었다.
잘 자네, 어젯밤 늦게까지 그렇게 장난치고 놀더니...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발소리를 죽여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어젯밤 나도 미리 짐을 싸놓아서인지 방안이 휑하게 느껴졌고,
앞으로 내가 매일 겪을 허전함을 미리 느낀 것같아 짧게 웃어보이고는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잠옷을 전날 밤 침대 위에 고이 올려놓은 하얀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화장대에 앉아 젖은 머리를 말린 뒤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참, 발표수업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않던 화장인데...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조금 낯설게 느껴져 어색하게 쳐다보고 있다
다시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캐리어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내려가니 중간중간 자리가 비어있었고, 나는 하나, 둘씩 곤히 자고있던 오빠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오빠들은 작게 칭얼거리며 더 자려고했지만 내가 '오늘 일찍 출발해야한다고 그랬잖아. 갈 곳 있다고.'하고
말하며 더이상 자지 못하게 했고, 결국 오빠들은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 자신들의 방으로 향했다.
찬열오빠도 비몽사몽한 상태로 내 입술에 살짝 입술을 눌렀다 떼어내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입술에 립스틱 묻었을 것 같은데....
오빠들이 씻고, 준비해 나오는 동안, 나는 부엌으로 걸음을 옮겨 토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토스트가 모두 완성되고 민석오빠의 커피도 내렸을 때, 오빠들이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로
부엌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었고, 오빠들에게 토스트를 하나씩 건네자 그제서야 두 눈을
천천히 뜨며 내가 건넨 토스트를 받아들려다 내 모습을 보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우리 ㅇㅇ 오늘 진짜 예쁘다!!"
종대오빠의 밝은 목소리에 다른 오빠들도 일제히 내게 예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오빠들의 칭찬과 찬열오빠의 환한 미소에 나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렇게 아침식사 시간이 끝이나고, 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한 뒤
문단속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오빠들이 첫날과 같이 트렁크에 짐을 실고
차에 먼저 올라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차에 올라타 천천히 차를 차고에서 빼낸 뒤, 언덕길을 달려 마을을 빠져나갔다.
오빠들은 이전과는 달리 마을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잠들지않고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렇게 차는 슈타인암라인을 완전히 벗어나 뮌헨으로 향했다.
뮌헨으로 향하는 3시간 동안 오빠들은 단 한번도 잠들지않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장난치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찬열오빠는 그 3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놓지 않았다.
그렇게 3시간 동안 달린 끝에 마지막 여행 장소가 될 뮌헨의 축구경기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휴대폰을 꺼내 같은 전공 친구에게 전화를 한 뒤 차에서 내리자
뒤따라 내린 오빠들이 일제히 알리안츠 아레나의 외관을 올려다보며 감탄사를 자아내었고,
나는 그런 오빠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우와, ㅇㅇ야 여기 뭐야??"
구경을 하던 오빠들 중 가장 먼저 종대오빠가 알리안츠 아레나의 외관에서 시선을 떼어내며 내게
물었고, 나는 오빠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알리안츠 아레나라고 축구경기장이야.'하고 답했다.
그러자 오빠들이 일제히 흥분한 목소리로 '축구?!'하고 소리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들어가자, 곧 있으면 경기 시작해.'하고 말한 뒤, 오빠들을 이끌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가기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안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 보였고, 나는 문옆에 서있던 스태프에게 친구와 통화하면서
나눴던 대화를 전한 뒤, 오빠들을 이끌고 축구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로 향했다.
오빠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앞자리에 앉으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오빠들을 향해
'친구 아빠가 감독이거든. 그래서 인맥 힘 좀 빌렸어.'하고 말한 뒤,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자 오빠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으며 '우리 ㅇㅇ 인맥의 끝은 어디인가요.'하고 장난스레 말했고,
나는 그 말에 맞받아치며 오빠들과 장난을 치다, 곧 경기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경기장을 쳐다보았고, 오빠들도 나를 따라 장난치던 것을 멈추고 경기장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경기를 보는 것처럼 경기장만 쳐다보고있다 곧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가지각색의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있는 오빠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축구경기를 보고 다시 차에 올라타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오빠들은
쉴 새 없이 방금 전 보았던 축구경기에 대해 잔뜩 목소리를 높여 얘기를 나눴고,
나는 백미러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간간이 웃음을 터트렸다. 완전 십대 소년들이네.
그렇게 차는 교통체증없이 뻥,뚫린 도로를 달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오빠들이 묘하게 뒤틀린 표정으로 공항을 쳐다보고있는 것이 백미러를 통해 보였다.
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오빠들이 차에서 먼저 내려 트렁크를 열고는 알아서
자신들의 짐을 하나, 둘씩 꺼내었고, 곧 내 짐만 트렁크에 남겨놓은 채 문을 닫았다.
"빠진 것없이 다 챙겼지?"
내 말에 오빠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오빠들을 이끌고 공항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없이 자신들의 캐리어를 끌며 내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오빠들을 잠시
티켓 매표소 근처에 세워둔 뒤, 나는 직원과 미리 예약해 놓은 티켓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직원에게서 티켓을 건네받고, 오빠들의 짐까지 모두 붙인 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매표소 근처에 서있던 오빠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곧 손에 쥐고있던 티켓들을 한 장씩 건네었다.
"4시 출발 비행기니까 바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돼."
내 말에 티켓을 건네받은 오빠들이 하나,둘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고,
나는 그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오빠들을 한 명씩 차례대로 꼭,끌어안았다.
"우리 종대오빠, 울지말고! 한국에서 잘 지내고있어~ 지금처럼 밝게 지내야 돼!"
가장 먼저 종대오빠를 끌어안고 말하자, 종대오빠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꽉 끌어안았고, 나는 그런 종대오빠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고는 멀어졌다.
"우리 경수오빠, 항상 맛있는 밥 만들어줘서 고마워. 한국 들어가면 또 만들어줘-"
경수오빠를 품에 끌어안고 말하자, 경수오빠가 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알았어, 또 해줄게.'하고 말했고, 나는 그런 경수오빠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고는 멀어졌다.
그리고 옆에 서있던 준면오빠에게 두 팔을 벌리자 준면오빠가 나를 품에 안았다.
"우리 준면오빠, 여기 있으면서 다른 오빠들뿐만 아니라 나까지 신경써줘서 고마워.
한국 돌아가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오빠들 잘 이끌고, 힘들면 다른 오빠들한테 기대고."
내 말에 준면오빠가 '응, 알았어.'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기에 오빠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고는 멀어졌다.
옆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던 종인오빠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자
종인오빠가 눈가를 붉히며 허리를 천천히 숙여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우리 종인오빠, 한국 가면 다친 다리 조심해야 돼. 알았지? 허리도 조심하구.
교수님이 오빠 춤 정말 잘춘다고, 제자로 키우고 싶을 정도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오빠 춤에 자신감 가지고, 예쁜 춤들 많이 보여줘."
내 말에 종인오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품에 한번 꽉 안은 뒤 멀어졌고,
민석오빠를 향해 두 팔을 벌리자 민석오빠가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를 끌어안았다.
"우리 민석오빠, 진짜 친오빠 같아서 너무너무 좋았어. 다음번에도 오빠표 치즈라볶이 만들어줘.
그리고 맏형이라고 힘든 일 생기면 혼자 속으로 끙끙 앓지말고,
바로바로 다른 오빠들에게 기대고. 알았지?"
내 말에 민석오빠가 '응.'하고 작게 답한 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작게 토닥이고는 멀어졌다.
"백현오빠, 안겨."
두 팔을 벌리고 백현오빠를 향해 말하자, 백현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우리 백현오빠, 한국 돌아가서 목관리 잘해야해. 알았지? 그거 백만불짜리 목소린거 알지?"
내 말에 백현오빠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당연하지. 너도 잘지내.'하고 말하며 내게서 멀어졌고,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세훈오빠를 올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은 뒤 두 팔을 벌리자
오빠가 입술을 삐죽내밀다 곧 꾹, 말아물더니 나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오구오구, 우리 세훈오빠. 울지마! 명불허전 우리 오세훈표 쿨바디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한국 돌아가서도 그 쿨바디 잘 지켜?"
내 말에 세훈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이 쿨바디가 어디 가겠냐.'하고 말한 뒤,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고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찬열오빠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자 찬열오빠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고,
나도 두 팔을 벌려 오빠의 등을 감싸안으며 품에 안기자 찬열오빠가 나를 자신의 품으로 조금 더 끌어당겼다..
"가서 밥 잘먹구."
"응."
"잠 잘자구."
"응."
"다른 오빠들 적당히 괴롭히구."
내 말에 찬열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응.'하고 답했다.
"나 잊지말고."
"응, 안 잊을게."
"그럼 됐어. 다른 짐들은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테니까 꼭 찾으러 와."
내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오빠 품에서 멀어지려하자 오빠가 다시 한번 나를 자신의 품에 꽉, 안은 뒤
내 입술에 살짝 입술을 맞추고 멀어졌다.
"가볼게."
찬열오빠의 말을 마지막으로 오빠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돌려 티켓을 확인하기 위해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고, 티켓 확인을 하던 오빠들이 잠시 뒤로 돌아서서
내게 손을 흔들어보이기에 나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준 뒤,
그 뒷모습들을 끝까지 지켜보고있을 자신이 없어 결국 천천히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떨리는 발걸음을 한 걸음 내딛으려는 순간, 뒤에서 낯익은 체온이 느껴졌고,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오빠는 귓가에 작게 속삭이고는 멀어졌다.
"데리러올게. 사랑해."
그렇게 멀어져가는 체온에 몸을 뒤로 돌리자 찬열오빠의 뒷모습이 보였고,
다른 오빠들이 게이트 안에 서서 찬열오빠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결국 찬열오빠와 다른 오빠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나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아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고, 내 두 귀에는
내 울음소리보다 목에서 두 반지가 만들어내는 '찰그랑,'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오빠들없이 6번의 계절을 흘러보내고, 7번째 계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ㅇㅇ, 졸업 축하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축하인사에 나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ㅇㅇ, 난 네가 졸업하게 될 줄 알았다.
=교수님!!
지도 교수님이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내게 한쪽 손을 내미셨고,
나는 그 손을 마주잡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는건가?
=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지내는 것은 생각해봤나?
2년 동안 함께 해주신 지도교수님의 말에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역시 한국에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쉽군, 간만에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좋았는데.
=대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교수님.
내 말에 교수님이 환하게 웃어보이시더니 곧 내 어깨를 몇 차례 두드려주시곤 멀어지셨다.
=ㅇㅇ야!!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계신 아주머니가 보였다.
그에 내가 걸음을 빨리해 아주머니의 품에 폭, 안기자 아주머니가 나를 꼭, 끌어안아주셨다.
=난 우리 딸이 2년 만에 졸업할 줄 알았어!!
=고마워요, 엄마. 이게 다 엄마,아빠 덕분이란거 아시죠??
내 말에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눈물을 글썽이시며 다시 한번 나를 꼭, 끌어안았다.
=가족은, 안왔니?
아저씨의 말에 '네, 제가 오지 말라고 그랬어요.'하니 아저씨가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지나가던 다른 학부모님께 부탁드려 아주머니에게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석사학위 수여식이 끝나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공항에 갈 준비를 하기위해 먼저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석사학위증을 품에 안은 채, 천천히 학교를 둘러보았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은 이곳이 지옥같이 느껴졌었지만
언젠가는 이곳이 그리워질 때가 찾아오겠지.
내가 수업을 듣던 강의실을 둘러보고나와 사물함을 열어보았다.
사물함 안에는 오빠들과 2년 전 여름에 찍었던 사진이 붙어져있었고, 나는 조심스레
그 사진을 떼어내 석사학위증에 끼우고 다시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래, 오빠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악착같이 2년을 버텨내지 못했겠지.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하고 맑은 날씨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지난 일들이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간다.
2년 전 여름, 그렇게 오빠들을 떠나보내고 오빠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 잘 도착했다고. 그리고 그 연락을 시작으로 틈틈히 오빠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만, 오빠들이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하고
내가 석사졸업논문과 학술논물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전처럼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다.
그런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sns를 하지않던 오빠들도 일제히 sns를 시작해 틈틈히 자신들의
일상생활 사진을 올렸고, 나는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사진들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직접적인 연락을 주고받으며 위로를 얻지는 못했어도, 오빠들의 사진에 항상 함께하고 있는 반지와
내 손에 끼워져있는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위로가 되어 불안함 없이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해 졸업률 30%라는 독일 대학원을 2년 만에 졸업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천천히 두 눈을 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고있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어깨에 닿을듯 말듯한
머리카락을 흔들었고,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귀 뒤로 쓸어넘겼다.
오빠들이 떠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거치적거려
망설임없이 단발로 잘랐고, 그 이후로 계속해서 단발머리를 유지해오고 있었는데
최근에 졸업준비때문에 바빠 미용실에 가지 못했더니 어느새 어깨에 닿을듯 말듯한 길이가 되었다.
...한번 더 자를까, 아니면 이대로 기를까...
그렇게 머리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하며 학교를 빠져나와 길을 걸었다.
'아, 여기도 이제 정말 마지막이겠구나.'하는 마음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음 속에 꼭꼭 담아두기 위해.
그렇게 걸음을 옮기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졸업 축하해!','고마워!'나 '잘 가!','응,기회되면 보자!'하는 그런 식의 인사들을.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발걸음의 속도가 금방이라도 자리에 멈춰설 것처럼 느려졌고
나는 그 자리에 한동안 멈춰서서 눈앞에 펼쳐진 작은 광장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을로 향하는 길을 걷기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기타 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분수대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낯익은 남자의 모습에 남자가 앉아있는 분수대쪽으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남자는 검정색 플로피햇을 눌러쓰고, 한쪽 다리를 꼬은 상태로 기타를 치고있었다.
남자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남자의 입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I don't know you
(전 당신을 모르지만)
But I want you
(그러기에 당신을)
All the more for that
(더 원해요)
Words fall through me
(수많은 노래가사들이 제 머릿속으로 쏟아지고)
And always fool me
(절 바보로 만들어요)
And I can't react
(그럴때마다 전 어쩔줄 모르겠어요)"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시선을 마주했고,
나는 그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남자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남자에게 다가가 남자와 나 사이에 세 걸음
남짓한 거리가 남게되었을 때, 그 자리에 멈춰섰다.
"We've still got time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요)
Raise your hopeful voice you have a choice
(희망의 목소릴 높여요. 모든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있어요)
You've made it now
(당신은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천천히 흐르는 눈물,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I'll sing it loud
(저도 같이 따라부를게요)"
남자의 연주가 끝이나고 나는 천천히 두 손을 움직여 박수를 쳤다.
그러자 남자가 기타를 정리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만에 남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노래 들으셨으니까 비용을 지불하셔야 하는데요."
남자가 모자 아래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제가 돈이 없는데.. 어떻게 지불하면 될까요?"
내가 남자를 올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남자가 천천히
내 두 뺨을 감싸쥐고 허리를 숙이더니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가볍게 시작한 입맞춤은 그 어느 날의 입맞춤처럼 격렬하고 깊게 변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으려하자 남자가 재빠르게 내 허리를 한 팔로
감싸안으며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낯익은 체온, 낯익은 향.
남자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자 나도 천천히 감았던 두 눈을 뜨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입술에 짧게 자신의 입술을 눌렀다 떼어내었고,
남자의 행동에 나는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졸업 축하해."
"응."
"소중한 반지 찾으러 온 김에,"
"응."
"소중한 너도 찾으러 왔어."
남자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남자의 입술 위에서 남자만이 들을 수 있도록
작게 입술을 움직여 속삭인 뒤, 다시 입을 맞추었다.
"잘 왔어, 찬열오빠."
찬열오빠의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반지 두 개가 만들어내는 '찰그랑,'하는 소리가
두 귀로 흘러들어왔다.
**
짠!! 우리 독자님들!!! 저 시골집 가기 전에 이렇게 글올렸어요!!
저 잘했어요??? 불금이라서 이렇게 올렸습니다!!! 뙇!!!!
사실 이번 편이 ㅇㅇ의 시점의 마지막 편이에요!!
아, 에필로그 한 편이 더있긴하네요....ㅎ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과, ㅇㅇ가 한국에 돌아가면서 생기는 일들은
우리 ㅇㅇ의 오빠들이자 소식이의 삼촌들 시점에서 진행될거랍니다!!!
그러니 완벽한 완결이라고 보기에는 그렇죠.
우리 얘기에 완결이라는게 있나요? 육아일기가 기다리고 있는데??ㅋㅋㅋㅋㅋ
이 이야기... 네버엔딩 스토리가 될까봐... 약간 겁이나는 것 같네요...
막 육아일기 끝났더니 시즌2가 나오고, 시즌2도 후편이 나오면...우와....ㅋㅋㅋㅋㅋㅋ
'뭐라고? 이게 ㅇㅇ 시점 마지막 글이라고??
아니, 작가양반 이 무슨 개똥같이 어정쩡하게 끊는 것이오!!!' 하고
외치시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정말 진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해명할게요!!
제 글의 제목에도 나와있지만 이번 글의 주 목적은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입니다!!!
육아일기 쓰다가도 제가 막 신혼생활 얘기 뙇뙇!! 연애때 얘기 뙇뙇!! 터트려드릴테니까!!!
노여움 가라앉혀주세요... 제가 노력 많이하겠습니다....ㅎㅎ
할 말이 많았는데... 잊어버렸어요... 죄송해요....ㅠㅠㅠ
오늘도 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이번주면 학생이신 독자님들의 시험기간이 거의 끝나죠??
실컷 놀고, 실컷 먹고, 실컷 자요!! 알았죠??
그럼, 이제 사랑둥이들 암호닉 나갑니다!!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댜니/AB판다/뚀륵/
썬더/잇치/유레베/구구/바람개비/됴도르/내남편/굥슈/봄바람/큥/백큥/코끼리/말미잘/
니니랑/모히또/나니꺼/종이니/후니/오미자/뭉이/동동쓰/마지심슨/래백/꾸르렁/민트초코/
박듀/문썬/루별/홍홍/랄라/난장이/티슈/luci]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