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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l조회 268l 1

[샤이니] Evil

w. 추워

 

 

1.

 

 

           추운지 몸을 떤 태민이 연신 콜록댔다. 아무리 웅크리고 있어도 몸은 전혀 따뜻해지지 않았다. 옛날부터 더위도 많이 타는데다 추위까지 많이 타던 태민이었다. 그런 태민에게 눈길을 한 번 던져준 민호는 미간을 찡그리고 이내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공책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태민도 고개를 들어 민호를훔쳐 보았다가 다시 다리에 고개를 묻었다. 멋을 부리느라 간단하게 반팔에 반바지 차림의 태민에 반해민호는 긴 바지에다 긴 팔의 후드 티를 입고 카디건까지 걸치고 있었다.

계절상 가을이긴 했지만 얇게 입은 태민은 이곳의밖에서는 늦게 오는 가을 때문에 따뜻한 날씨에 알맞게 차려 입은 멋쟁이가 되겠지만 지금 야외보다 추운 이곳에서는 밖에서라면 왜 이렇게 덥게 입었냐고 몇 마디는 들었을 민호의 차림이 더 유용했다. 옛 정을 생각해 카디건이라도 벗어줄 만 했지만 모른 척 고개를 돌린 민호였다.

 

아무것도 없는 종현의 방에 비해 태민과 민호, 둘의 방에는 필기구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습기가 차 있고 어두운 것이 종현의 방에 필기구만 가져다 놓으면 정확히 이 방의 구조와 똑같아 보였다.

태민이 먼저 깨어났을 때, 난생 처음 보는 방의 구조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더랬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하는 생각도 잠시,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태민의 가치관 때문인지, 그의단순한 성격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금방 이곳은 왜이렇게 추울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두리번거리던 태민은 같이 쓰러져 있던 민호를 발견하고는 그를 깨우려손을 뻗는 순간,

 

손치워.”

 

거절당했다. 저 새끼 아직도 자존심 센 거 봐라. 하나도안 변했네. 울컥할 뻔했지만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최민호인데 어쩌랴.내가 참아야지. 하하. 어색하게 웃고는 뻗은손이 머쓱해 자연스럽게 머리를 만지는 척 했던 태민은 상체를 세워 일어나는 민호에게 주위를 둘러볼 틈을 준 후 말을 걸었다.

 

, 오랜만이다?”

“……”

오랜만이라고.”

 

혼수상태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연필 한 자루와 공책 한 권을 집어 드는 민호를 보고는 태민은 질린다는 듯 머리를흔들었다. 항상 민호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그때 마지막으로 보고 지금 처음 보는 건가? 넌 뭐하고 지냈냐? 아 너 작가가 꿈이라고 했었나? 소설? ? 책은 하나 냈냐? 어우좀 춥지 않냐? 난 좀 춥다. 이번에는 민호가 질린다는 듯고개를 저었다. 옛날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태민은 쓸데없이말이 많았다. 태민이 하는 말 중에 쓸모 있었던 말이 얼마나 있을지는,아니 있긴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말은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 귀를 닫았다.

문도, 창문도 없는 이곳에서 탈출이란 자신들을 가둬놓은 이가 풀어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 같아 떠오르는 소재로 소설이나 쓰고자 했다. 지독한 현실 직시였다. 학창시절에도 현실 직시가 유독 빠른 아이라는 말이 선생님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어렸을 때는 현실적이란 것이 나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어른스럽다고들 칭찬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만 여겨지고, 게다가 그 덕에 자신만의 문체도 발견했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지금은, 지금은 왠지 쓸쓸해지는 기분이었다.

계속 자신을 무시하고 벌써 구상을 다 했는지 열심히 적어나가는 민호를 턱받침을 괴고 흥미롭게 응시하는 태민이 혀로 입술을 가볍게적시고, 그의 입술이 벌려졌다. 그를 조금 골려 주고 싶었다. 태민은 눈을 휘었다.

너 근데 걔 아직도 좋아하-…

 

닥쳐. 그 얘기 꺼내지마.”

 

예상대로 살벌한 민호의 반응에 태민이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민호는 어느새 공책만향하던 눈길의 방향을 돌려 태민을 노려봤다. 그래, 이렇게나와야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무시만 당할 순 없잖아. 안그래, 최민호? 민호의 눈에는 아까의 무심함과 덤덤함은 사라지고냉기만 가득 차 있었다. 이태민 니가 그렇게 말할 사람 아니야. 냉기와어우러진 물기가 민호의 눈에 서리자 태민이 뿌듯한 미소를 짓고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어떡하냐,”

 

니가 걔 인생 망쳐놔서. 걔는 너 되게 싫어하겠다. 말을마치고 또다시 까르륵 웃는 태민에 민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사실이다. 사실이기 때문에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 얘기라면 할 얘기가 있었다.

 

그럼너는, 이태민 너는 어떡하냐, 그렇게 뺏겨서?”

 

이번에는 태민이 당황한 듯 올라간 입 꼬리를 내렸다. 다시 떠오르는 그 사람의 생각에 태민은 촐싹거리며 민호를 조롱하던 것을 멈추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정적이 어두운 방안과 어울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 생생하게 다시 형상이 잡히는 그 사람이 이제는 무서웠다.

 

태민아! 태민아! 오늘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아아,그 사람은 진정으로 이중적인 존재였다. 그렇게 순수한 얼굴로 꾀어놓고는, 끝에는 항상 죄책감을 주었다고 태민은 생각했다. 그날 밤의 일만해도 그랬다. 먼저 꾄 것은 분명 그 사람인데 그 밤 태민만 받은 죄책감을 매우 힘들어했던 그 당시보다는 크기가 작고 약해도 가슴 한 켠에 가지고 있지않은가. 잊을 때마다 운동화 속의 작은 돌멩이처럼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거슬리고 신경 쓰이게 해 빼버리고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더 소름 끼쳤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그것은 강한 척을하는 태민의 오기였지, 절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깝치는 이미지라고는 하나, 그런 일을 당했는데 괜찮을 리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의 생각을 하느라 멍한 태민을확인하고 민호는 자신의 눈에도, 태민의 눈에도 고여있는 눈물을 닦았다.그리고 다시 쓰던 소설을 이어갔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태민은 항상 민호의 심기에거슬리는 행동만 골라 했다. 학창 시절 때 어느 분식점에 갈까 하는 사소한 것부터, ‘그 사람에 관한 일도. 태민과같이 다니다 보면 태민이 신이 자신을 시험하려 태어나게 한 아이가 아닐까 의심이 될 만큼 자신을 건드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태민은 민호를 놀리고 괴롭히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민호는 태민이 항상 거슬렸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민호는 자신의눈치를 보며 콜록거리는 태민에게 자신의 카디건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다시 공책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         *         *

 

 

이 방에 갇힌 지 삼 주일쯤 된 건가, 태민은 생각했다. 치료덕인 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 아주 어린 유치원생이었을 때 가지고 있었던 폐쇄공포증의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괜찮았다.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출구도 없어보이는 이 방에 첫날 빼고는 매일 아침 2사람 분의 하루치 식사가 바구니에 담겨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 음식은 대부분 간단한 빵이나 샌드위치, 토스트 종류와 우유, 그리고 물이었는데 경험해 본 바로는 매주 어떤 특정한 날만(이 일상이시작된 날부터 항상 어두워서 하루가 지났는지, 5시간이 지났는지 시간 개념이 없기도 하고, 정신을 잃은 지 며칠 만에 일어났는지도 몰라 몇 월, 몇 일, 심지어는 무슨 요일인지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 할 수 밖에 없었다. 태민은 하루 종일 빈둥대다 피곤할 때 잔 후 깨어났을 때 하루가 지났다고 표현했다), 태민의 말을 빌리자면, 제대로 된 식사를 주었다. 하루는 비빔밥과 떡볶이, 그리고 순대를 보온 도시락에 넣어 준 적도있었고, 그 다음주는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자주 시켜 먹었던 피자와 치킨을 제공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는 웬일인지 태민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와 상추를 넣어 준 적도 있었다. 민호는 입맛이 별로 없다며 잘 먹지 않아 남은 음식은 전부 태민의 독차지였다.

 

양심은 있는 건지 그들을 가둔 사람도소변과 대변을 담을 요강과 매일 들어오는 생수를 넣어 세수나 양치질을 할 수 있는 대야, 칫솔, 치약, 비누까지도 신경 써주었다.몸 전체는 씻을 수 없어도 가끔은 비누로 머리를 감기까지 했다. 미치도록 심심하긴 해도나름 사람이 살 수 있는 생활에 태민은 안도했다.

 

,미치도록 심심하다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태민은 정말 미치도록 심심했다. 민호는 계속 소설만 쓰고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 약 하루간 토라진 척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민호가 아무런 신경도쓰지 않아 오히려 태민 쪽에서 애가 타 그만뒀다. 자신이 그림을 사랑해서 그림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그 사람때문에 전공할 수 밖에 없어 애착이 없던 태민은날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없지 않냐며 툴툴댔다. 그때마다 민호는 묵묵히 글만 썼지만. 얼마나 심심했는지 태민은 이곳에 있는 동안 그림은 절대 그리지 않겠다던 굳은 다짐을 깨고 글을 쓰고 있는 민호를공책에 담았다. 민호는 글 전공, 자신은 그림 전공. 그리고 방안에 있는 공책과 필기구들. 샤프, 연필, 지우개만 있는 게 아니라 사인펜, 크레파스까지 있는 것을 보면 자신들을 납치한 사람이 자신들의 전공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태민과 민호를 옛날에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 자신들을 아는것이 아니라면 학창시절 때 자주 읽었던 추리소설의 한 장면처럼 조금 더 철저하게 감금했어야 한다. 아마 자신을 감금한 자는 생각보다 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들을 배려해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 태민은 기억을 되돌려 보았지만 그간 그가읽었던 수많은 추리소설의 그 어떤 책에서도 수용자에게 고기를 준다는 것은 읽어보지 못했다.

 

 

 

 

아 아무렴 어떠랴, 내가 이렇게 편안한데. 차라리 잘 됐다. 간만에 쉴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았다. 불안한 가슴 깊숙이 꽁꽁감춰놓은 두려움을 모른 척 더 깊숙한 곳에 방치해둔 채, 태민이 연필을 잡았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풀어주겠지. 이 순간을 즐기자, 태민아.

 

 

 

 

 

 

 

 

 

 

 

 

 

 

 

 

... 뭐 기다린 사람은 없으셨겠지만, 저 왔어영!

왜 그간 못 왔냐구여? 헿 헤헤헤 저 이사해서 인터넷이 끊김.... 응 그래쪄영. 한국으로 다시 들어가요! 지금은 호텔에 있구요♥ 돌아오는 목요일에 한국행 비행기 탐.. 아마 그 다음날이나 토요일에 도착할 듯... 뀽뀽

그간 썼던거 들고 왔어여! 봐줘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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