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의 로망을 한껏 벗겨준 피폐한 공대생들 사이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는 오랜만에 꽃돌이들을 볼 생각에 무척이나 들떴어!
ㅎㅎㅎ으흐흫흐흐흫 눈정화하러간닿ㅎㅎㅎㅎㅎ
사실 나는 잘 못 꾸며....ㅠㅠ
고등학생 때도 남들 다 바르는 틴트하나 못 바르고ㅠㅠ
그래도 나름 여자가 되겠다고 맨날 사놓기만 하고 입을 일이 없었던 옷들을 꺼내입었어
잘 못하지만 화장도 나름 정성스럽게 하고 머리도 빗었어! 좀 이뻐졌을라나?ㅎㅎ
(우리 주먹은 풀고 얘기하자;;)
혹시 실수할까봐 친구가 보내준 엑소의 사진들을 보며 이름을 다시 외우고 팬싸인회장으로 출발했지
으어........사람 왜 이렇게 많아.......ㅜㅠㅠㅠㅠ
팬싸인회를 처음 와본 나는 한참을 헤매다가 경호원분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심장아.....그만나대.............................쿨럭
아니 그러니까 지금 저게 사람의 얼굴이란 말입니까?(진지)
나는 처음으로 친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
존1나 잘생겼잖아!!!!!!!!!!!
꾸미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너는 마음을 가라앉혔어
"백현오빠ㅠㅜㅠㅜㅠㅜㅠㅜ너무 잘생겼어요ㅠㅜㅠㅜㅠㅜㅠㅠㅜ"
"경수야 누나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잠자코 앞 사람들이 싸인 받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순간 멘붕이 왔어
헐....그러고보니 뭐라고 부르지???
오빠? 아냐 그건 너무 오글거려... 그렇다고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이름을 부를 수는 없잖아....
어떡하지ㅠㅜㅠㅜㅠ
수능 때 3번으로 찍을까 4번으로 찍을까 고민하던 것보다 더 심오한 고민을 하다가 내 차례가 되었어
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어..음....변백현씨...?"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어
"푸흡"
내 말을 들은 변백현은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어
아...아니...그렇게 대놓고....면전에서 웃으면....ㅠㅜ
"풉..푸흐....변백현씨랰ㅋㅋㅋㅋㅋㅋ저 지금 무슨 회의하는줄 알았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성함이 어떻게 되세요?ㅋㅋ"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생각하던 나는 갑작스럽게 묻는 이름에 당황했어
"아,저는 오징어.....아, 아니 이하나에요!"
씨바ㅠㅠㅜ망했어ㅠㅜㅠㅜ망했다구ㅠㅜㅠㅜ
내가 이름을 버벅대는걸 못들었기를 바랬지만
"왜 이름을 버벅대요. 자기 이름을 헷갈렸을리는 없고 친구 대신에 왔어요?"
"아니ㅠㅜㅠㅜ그게 아니라ㅠㅜㅠㅜㅜ아니 그니까 친구 대신에 온건 맞는데ㅠㅜㅠㅜ그렇다고 제가 안 좋아하는 건 아니구ㅠㅜㅠㅜ아 죄송해요ㅠㅜㅠㅜ"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너무 당황한 나는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놨어
어떡해ㅠㅜ자기 팬이 아니라고 화나시면 어떡하지?ㅠㅠ
"에이 괜찮아요ㅎㅎ 오징어씨도 저희 팬이라면서요, 그쵸?"
나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어
낫닝겐인 모습들을 보고나니 며칠이내로 입덕을 할 것 같았기에 뭐 거짓말도 아니지ㅎㅎ
나는 변백현씨의 싸인을 받고 옆으로 이동했어
"만나서 반가워요, 도경수씨! 정말 팬이에요!!"
"네ㅋㅋ오징어씨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싸인은 이하나로 해드려요?"
옆에서 하는 얘기를 다 들었나봐..ㅎㅎ
나는 그렇게 한명한명 싸인을 받고 '내가 친구대신에 온건 맞지만 나도 엑소의 팬이다!!' 라는 걸 열심히 표현했어!
그렇게 마지막 차례가 왔어
"안녕하세요, 김민석씨! 정말 팬이에요!!"
그랬더니 장난스럽게 웃으시면서
"너무 대사가 다 똑같은 거 아니에요? 영혼이 없는데..."
그러시는거야........진짜 괘당황.....;;
(그래 사실 수능영어만 망친게 아니라 국어도 망쳤....(말잇못))
"...아닌데....팬 맞는데...."
내가 우물우물 대답했어
"그럼 저는 이하나말고 오징어씨로 싸인해드리면 안되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시는데..........누가 관 좀 짜주실분??
그렇게 쳐다보면서 말하지마ㅠㅜㅠ겁나 흔들린다구ㅠㅜㅠ
마지막 하나쯤은 내 이름으로 받아도 되지 않을까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내 친구 최애가 시우민씨야....
이 싸인을 내 이름으로 받으면 내 머리털이 안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저도 지인짜 받고 싶은데ㅜㅠㅜㅠ안될 것 같아요ㅠㅜㅠ"
근데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까 표정이 약간 시무룩하게 변했어
".....자, 여기요."
아무말 없이 싸인만 건네주시는데 혹시 화나신건 아니겠지?
저도 진짜 싸인 받고싶다고여ㅠㅜㅠㅜㅠㅜㅠㅜ
나는 눈치만 보다가 경호원이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그냥 내려왔어
우씨 인사도 못하고 내려왔네...ㅠ
한껏 긴장하느라 잔뜩 굳어있던 어깨를 주무르면서 터덜터덜 걸었어
근데 긴장이 확 풀려서 그랬는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더라구....ㅎㅎㅎ
음...화장실이 어딨을라나?
제발 내가 길치가 아니라고 해줘ㅠㅜㅠㅜㅠㅜㅠㅜ
무슨 건물이 화장실 하나 못찾게 되어있냐고!!!
건물 안을 정처없이 돌아다닌지 30분이 다 되어가는데 화장실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그 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
"오늘 이하나인 척 하신 오징어씨!!"
지...지금 나 부르는 거 맞지....?
설마 이대로 경호원한테 붙쟙혀서 싸인도 다 뺏기고 끌려나가는건 아니겠지??ㅠㅜ
그냥 돌아보지 말고 도망갈까?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서있는데 누가 갑자기 내 어깨를 톡톡 치더라구
난 그냥 무작정 빌기로 했어
"잘못했어요ㅠㅜㅠㅜㅠ다시는 친구 대신에 팬싸인회 안올게요ㅠㅜㅠㅜ그러니 제발 싸인은 뺏어가지 말아주세요ㅠㅜㅠㅜㅜ"
눈 꼭 감고 비는데 반응이 없더라
뭐지...? 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보이는건 우락부락한 경호원이 아니라
당황한 웃음을 지으며 서있는 시우민씨였어
"......어.....? 시우민씨?"
"음....저 이거 주려고 왔는데...."
그러더니 종이 한장을 내밀더라
"...............음.....안녕히가세요!"
뒷목을 만지면서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황급히 인사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나는 그냥 멍하니 쳐다봤어
뭐지? 왜저러지? 오늘 먹은게 뭔가 잘못됬나? 요정도 배탈이 날수가 있나?
나는 시우민씨가 복도 저쪽으로 사라진 뒤에 종이를 펼쳐봤어
.............아니......그니까.....지금 이게.......
누가 나 좀 꼬집어줄 사람?
나는 그저 멍청하게 종이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To. 오징어씨
오늘 꼭 징어씨 이름으로 싸인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 정말 이런거 처음 해보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010-1234-5678로 연락주세요.
+) 사담글
오늘 딱 올리려고 한 시간에 하필 무슨 검사중이라고......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ㅜ
드디어!! 우리 밍소쿠가!!
쭈뼛쭈뼛하는 밍소쿠라니ㅠㅜㅠㅜㅠㅜㅠㅜㅜ(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