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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gonna 전체글ll조회 548l

 

 

쓰다보니 3년 전 일이 기억이 안나서 요즘에 맞춰 쓰다보니 얘네 고딩때가 2015년이고 대학때는 2018년이 되게 생겼네요.

공상과학 소설도 아닌데 미래 배경이라니 참신하죠?

3년 후에 생각나서 다시 메모장 봤다가 이불에 하이킥 날릴 각오로 씁니다.

 

 

 

02.

 

 


말문이 트이고 나니 그 다음은 쉬웠다. 어색함이 가시기 무섭게 찬열과 백현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다른 남자애들과 다름없이 급격히 친해졌다. 반은 달라도 복도에서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인사를 건넸고, 장난스럽게 툭 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방학에도 이어질 보충수업 탓에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인 방학식 날, 찬열은 백현을 다급하게 불러댔다. 백현아, 백현아! 따라와 봐!

 

"어디 가는데. 나 중앙 계단 청손데,"
"깨끗해, 깨끗해. 내가 아까 확인했어. 그냥 물걸레질만 대충 해놓으면 티 안 나."
"너희 반은 그러냐? 다 일러야지. 학주가 아침에 걸레 쉰내난다고 그 구역 청소담당 잡는 댔음."
"괜찮아, 난 음악실 담당이니까."

 

히죽 웃어 보인 찬열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늘 마침 2학년 선배들 수련회 가서 없어. 찬열이 덧붙였다.

 

"... 여기 너네 동방 아니야?"
"어. 백현아, 여기 앉아봐."
"와... 쩐다."
"그렇지? 이거 원래 다 진짜 후진 거 썼는데 올해 낙원상가까지 가서 다 새 거로 바꿨어."
"학교에서 지원금 다 대줘? 아니면 상금?"
"후원금 들어왔거든. 흐흐."

 

기타는 내 꺼. 찬열이 덧붙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 비싸 보이기는 했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쳐?"
"뭐 쳐줄까?"
"뮤즈 plug in baby 기타 솔로 10배속으로."
"손가락 끊어져."

 

백현이 말한 곡을 치기 위해 자세를 잡던 그대로 멈춰선 찬열이 웃음을 터트렸다. 원래 속도로 치면 안 돼? 응, 안 돼.

 

"진짜?"
"쳐 줄 거면 얼른 해주든가."
"알았어."

 

씨익, 장난스럽게 웃던 찬열이 진지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백현 역시 저도 모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주머니에서 피크를 꺼내든 찬열이 손을 풀기 무섭게 연주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안 불러줘?"
"난 보컬은 아니라서."
"안타깝네. AOA 초아는 노래도 잘하는데."
"기타는 내가 더 잘 쳐."
"지민은 랩도 해주는데."
"랩도 내가 더 잘 해."
"그건 내가 더. 암더마더퐉킹탑매덤,"

 

백현의 드립에 찬열이 허릴 굽혀가며 웃어댔다. 새침한 표정으로 랩을 하던 백현도 풉,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야, 그럼 노래는 니가 해줘. 웃음을 그친 찬열의 요청에 백현이 고갤 저었다.

 

"나랑 장르 안 맞음."
"R&B랑 발라드만 불러?"
"아니, AOA 노래도 함."
"아, 미치겠다."

 

아, 너랑 노래방 가고 싶어! 찬열의 외침에 백현이 대꾸했다. 내 노래 비싸, 한 곡에 여소 한 번염.

 

"피아노 칠 줄 알아?"

 

이미 일렉기타를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통기타를 퉁기던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리다 신디사이저 앞에서 멈춰선 백현을 향해 물었다. 응. 가벼운 대꾸와 함께 건반을 톡톡 건드리자 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아무거나 연주해봐. 앰프에 신디를 연결한 찬열이 백현을 향해 말했다.

 

"아무거나?"
"응, 너 맘에 드는 걸로."

 

잠자코 고민을 하던 백현이 연주를 시작하자 찬열도 백현의 곁에서 진지한 얼굴로 귀를 기울였다.

 

"Kiss the rain?"
"어."

 

편하게 치려다 보니 고른 곡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굉장히 오글거렸다. 같은 남자애 앞에서 이렇게 간질거리는 곡이라니. 백현이 큼, 목을 가다듬고는 일부러 익살을 떨기 시작했다.

 

"... 네, 다음 사연은 서울에 사시는 17살 남자 고등학생 박찬열 씨의 사연입니다."
"풉,"
"안녕하세요, 저는 17살 박찬열이라고 합니다. 사실 요즘에 청소가 너무 귀찮아서, 저도 모르게 대충 하고 말았어요. 그래서일까요, 요즘 교실에 쉰내가 진동을 하네요. 다음부턴 제대로 하려고 맘을 다잡고 있었는데 오늘 그만! 친구에게 그 사실을 들키고 말았어요. 안 그래도 학생 주임 선생님께서 걸리면 열흘간 전교 화장실 청소를 다 시킬 거라고 말하셨는데 어떡하죠. 네, 사연 잘 들었습니다. 음,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꼭 자기도 모르게 나태해지는, 그런 순간 말이에요. 어쩌면 그 결심을 지키게 해주려 친구가 도와주는 것일지도 몰라요. 찬열 군,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오늘, 케로로 빵과 코코팜을 사주는 건 어떨까요?"

 

감성에 취한 표정으로 말하는 백현을 향해 손뼉을 치며 웃어대던 찬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사줄게, 사줄게.

 

"근데 여긴 왜 데려왔어? 원래 외부인 출입금지라며. 밴드부 규율 쩐다고 하던데."
"2학년 없어서 괜찮아."
"패기의 박찬열, 오~."

 

못내 아쉬운 듯 건반을 눌러대는 백현을 향해 찬열이 뜸을 들이다 말을 꺼냈다. 근데, 백현아.

 

"왜, 무슨 말인데 그렇게 오그라들게 불러?"
"너 우리 동아리 들어올래?"
"갑자기 뭐래."
"다다음주에 보컬 전학 가."

 

가만 보면 이 얘기를 꺼내려고 친하게 지내자고 군건가, 싶어 백현은 눈을 굴려댔다. 뭐, 이미 친해진 마당에 배신감이니 뭐니 할 것도 없지만. 싫다고 하면 또 데면데면 하게 굴려나.

 

"말했잖아, 나 락이랑은-,"
"서로 맞춰보자. 우리도 메탈 쪽은 잘 안 해."
"축제 때는 했잖아."
"들었어?"
"대기하면서 어떻게 안 듣냐. 다 들었지."
"그거 지금 보컬 취향. 근데 애들 다 달라."
"나까지 들어가면 더 맞추기 힘들어."

 

단호한 백현의 대답에 찬열이 축 늘어진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그건 좀 안쓰럽고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백현이 슬그머니 신디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야, 가자. 종 치겠다.

 

"난 너한테 무조건 맞춰줄 수 있는데."
"음악 하는 애가 무조건이 어디 있어, 무조건이."
"근데 당장 보컬이 없어, 우리."
"구하면 하겠다는 애는 많을 걸, 보컬이잖아."
"오디션 봤던 애들 다 별로였어."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던 처음과는 달리 완강하게 구는 찬열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백현이 아랫입술을 핥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찬열과 노는 것은 재밌었다. 딱히 지금 하고 있는 부활동이 재밌는 것도 아니고. 고전시가부. 사실은 전학 온 날 국어 담당인 담임의 반강요로 그냥 무작정 들어간 부라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도, 좀.

 

"애들은 벌써 좋아하던데."
"뭐, 나랑은 말도 안 했었잖아."
"아니, 너 축제 때 노래했을 때. 그 때 애들이 그냥 그러더라고, 너 노래 잘한다고. 오디션 보러오는 애들이 쟤 정도만 돼도 좋을 텐데, 그랬어."
"생각은 해볼게. 근데 아마 안 될 듯."

 

이도저도 아닌 백현의 말에 찬열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았다.

 

"그럼 일단 여름방학 동안만 보컬 대신에 좀 도와줘. 우리도 계속 오디션 볼게. 보컬 구할 때까지만."

 

*

 

데려다 줄게, 라는 말과 함께 따라 나온 찬열이 골목을 벗어나기 무섭게 백현을 멈춰 세웠다. 잠시만, 백현아!

 

"야, 그냥 돌아가자."
"뭔 소리야, 지금 안 가면 막차 끊겨. 할증 붙은 택시비는 네가 내줌?"
"아, 그냥 집에서 자고 가."
"정아 올 거라며."
"그냥 집에 가라고 하지, 뭐."

 

팔을 잡아끈 찬열이 백현의 등 뒤로 돌아서서 어깨를 떠밀었다. 얼른 출발!

 

"정아도 이 시간에 갈 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걔 수경이 자취방 비번 알아."
"... 그런 애가 잘도, .. 겁도 없어. 남자 자취방에 올 생각을 다 하고."

 

궁시렁대는 백현의 등에 철썩 들러붙은 찬열이 춥다는 소리만 연발해댔다. 빨리 가자, 빨리.

 

"맨날 지 맘대로야, 이건."
"오늘은 날 네 맘대로 해도 좋아, 백현아."
"그래? 그럼 오늘 다음 주에 제출해야할 레포트를,"
"아하하, 내가 과제는 제외라는 조건을 빼먹었네."

 

박찬열, 가로등만 드문드문 켜진 골목을 지나며 백현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선 가끔 진지한 소릴 해도 찬열이 받아주지 않을까, 싶어진 탓이었다.

 

"정아가 저럴 땐, .. 받아줄 거 아니면 적당히 거절 좀 해라."
"지금도 10번에 한 번 꼴이야."
"그것도 많아. 야, 과에서 진짜 너 진지하게 다른 여자 사귀면 소문 엄청 더럽게 날 거,"
"그만 하자."

 

바스락. 멈춘 걸음 아래 밟힌 모래알 으스러지는 소리가 골목을 에워쌌다. 욱, 치미는 화에 백현이 숨을 골랐다. 뒤돌아보자마자 찬열을 향해 쏘아댈 것만 같아 백현은 공연히 가로등 언저리에만 시선을 박은 채 입을 열었다. 야, 박찬열.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잖아."
"알아, 아니까 그만 하자고."
"야, 난-."

 

담담하게 걸음을 옮긴 찬열이 모자를 고쳐 쓰고 왼손으로 백현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야, 춥다. 가자.

 

"너 혼자 가라. 나 그냥 집에 갈게."
"백현아,"
"뭐."

 

난감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던 찬열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찬열이다. 화를 낼 줄 모르는 그 성격 때문에 백현은 혼자서만 더 열이 오른다. 입술을 꾹 깨물고 전투적인 표정으로 찬열을 쳐다본다.

 

"나, 너랑 싸우기 싫어. 그러려고 한 말도 아니고. 그냥 이런 얘기 안 하면 안 돼?"
"야, 난..."
"미안.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너도 후드 하나 달랑 입었잖아."

 

문을 벌컥 열고 백현을 밀어 넣은 찬열이 보일러를 켜며 말했다. 오늘따라 갑자기 춥네.

 

"... 야, 난 네가 존나 어려운 거 아냐?"

 

현관에 우뚝 선 채로 고민하던 백현이 입을 열었다. 괜히 더 부산스럽게 굴던 찬열의 움직임이 일순간에 멈췄다.

 

"지금 서울에선 친구라곤 너 하난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쭉 붙어 다니는 친구라곤 너 하난데, 난 누가 너 얘기만 하면 왜 하나도 대답을 못해주겠냐."

 

나 간다. 정아한테 다시 얘기 하든지, 오라고. 다시 몸을 돌려 문을 여는 백현을 멍하니 쳐다보던 찬열이 다급하게 따라나섰다. 쿵, 도로 문을 닫은 찬열이 푹,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고 가. 어차피 정아 오늘 과방에서 잔댔어.

 

"야, 놔. 놓으라고."
"막차도 끊겼을 시간인데 어떻게 간다고 그래. 백현아, 내가 잘못했어. 아, 진짜 미안."

 

차가운 맥주를 앞에 두고도 한참을 정적 속에 머물러야만 했다.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는 찬열을 보니까 애초에 괜한 얘기를 꺼냈나 싶기도 한 백현이다. 그냥, 평소처럼 네 인생 네가 살지, 나랑 뭔 상관? 하고 넘길걸. 오지랖 쩐다고 생각하겠지. 주먹질하고 싸운 것보다 더 짜증나고 어색하다. 박찬열 여자관계 복잡한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미안."
"... 나도, 뭐."
"짠, 할까..?"

 

어색함이 감돈다. 큭, 찬열이 입을 닦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캔을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서로 침묵을 지키던 중, 찬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 정아는..."
"..."
"걔가 어떻게 여자로 보이겠냐? 걔 토하는 것도 다 봤는데, 윽."

 

찬열이 장난스럽게 표정을 찡그렸다. 피식, 백현이 웃음을 흘리자 찬열이 슬쩍 덧붙였다.

 

"차라리 우리 현이가 더 신비감 쩔 듯."
"너는 그 드립만 아니면 쩔 듯."
"치킨 데워줄까?"
"아니. 피자 줘. 냉동실에서 봄."
"언제 또 그건 봤냐."
"우연히~ 봄~."

 

백현의 흥얼거림에 피식 웃은 찬열이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등학교에서 같이 나란히 대학까지 진학한 친구 중에 가장 친한 것은 백현이었다. 찬열로서도 고작 이런 일로 다투고 냉랭한 관계로 돌아서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백현이 빨리 풀려서 다행이다. 후, 한숨을 내쉰 찬열이 냉장고에 얼굴을 박은 채로 물었다. 현아, 소주는?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이 냉큼 대답했다.

 

"한 병만!"

 

*

 

학교 보충수업에 학원 여름방학 특강에, 그리고 밴드부 연습에. 백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열정적인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 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싶다. 무더운 여름 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등교하느라 벌써 지친 백현이 서늘한 책상에 뺨을 대고 엎드려 눈을 감았다.

 

"변백, 이따 여고 애들이랑 미팅 너도 낄래?"
"밴드부 연습하고 가야 됨."
"하루만 짼다고 해. 너 어차피 부원도 아니잖아."
"박찬열이 하루 종일 전화해댈걸."
"폰 꺼둬."

 

지친 표정으로 백현이 절레절레 손을 내저었다. 박찬열한테 하루 종일 시달리느니 그냥 묵묵히 합주나 나갈래.

 

"백현아, 아이스크림 사놨어."

 

빨리 가자며 자습이 마치기 무섭게 들이닥친 찬열이 백현의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섰다. 쭈쭈바를 물고 의자에서 찬열이 기타 조율을 마치길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니 하나 둘 동방 안으로 들어온다. 제법 친해진 녀석들이 백현을 향해서도 인사를 건넨다. 십분 정도 늦게 도착한 혜인이 도착하자마자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에어컨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아 바람 안 온다고 정혜인!"
"선풍기도 아닌데, 뭐 어때."
"에어컨이 천장에 달려있었어야 했는데, 어휴."
"어, 아이스크림이네? 누가 샀어?"
"내가. 녹았겠다. 얼른 먹어."

 

봉지를 뒤적이는 혜인을 힐끔 쳐다본 찬열이 고개를 박고 통기타에 다시 온 신경을 쏟았다. 더위 탓인지, 아침부터 계속 이어진 수업에 지친 탓인지 다들 좀처럼 연습을 시작할 기색이 없어보였다. 혼자서 멀뚱히 모두를 쳐다보며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던 백현을 향해 찬열이 손짓을 했다. 백현아, 여기 와봐.

 

"기타 알려줄까?"
"여자 꼬실때 도움 됨?"
"음, 좀?"
"콜."
"근데 얼굴은 기본임. 넌 예선 탈락."

 

퍽, 소리 나게 찬열의 어깨를 내려치자 찬열이 과장되게 엄살을 부려댔다. 아, 아파. 그 와중에도 찬열은 옆의 빈 의자를 끌어당겨 툭툭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앉아봐."
"진짜 알려주려고?"
"엉."

 

백현에게 통기타를 넘긴 찬열이 어설프게 기타를 떠안은 백현에게 코드를 알려주다 말고 답답한 모양인지 결국 의자 뒤로 돌아가 손을 뻗었다. 이렇게, 이 손은 여기에. 어, 그렇게. 그게 C고, 어, 그렇게.

 

"이거, 이렇게?"
"응, 그리고- 이게, G..."

 

백현의 손을 붙잡고 코드를 잡아주던 찬열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자 의아한 표정으로 백현이 고개를 돌렸다. 왜? 설마 너도 코드 까먹음? 장난을 걸려던 백현이 입을 멈춘 것은 순전히 갑작스레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는 찬열 탓이었다.

 

"넌 기타 배우면 안 되겠다."
"왜? 위기감 느낌? 나 좀 음악 쪽으론 재능있단 소리 많이 들음."

 

백현의 허풍에 찬열이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야, 코드 두 개 따라 해놓고, 무슨.

 

"너 손 예뻐서. 기타 치면 굳은 살 박혀."

 

자, 연습하자. 몸을 일으킨 찬열이 엠프 쪽으로 다가가며 외쳤다.

 

*

 

백현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휙휙 돌려댔다. 어, 잠 좀 깨라. 아니, 아니. 취기 좀 깨라고. 철썩철썩, 감각이 둔해진 두 뺨을 내려치고 있으려니 찬열의 서늘한 손이 뺨에 닿았다.

 

"완전 빨개. 홍시 같아."
"... 그러니까 나 한 잔 마실 때, 너 두 잔 마시라니까."
"나도 오늘은 취했어."

 

말과는 달리 멀쩡하기만 한 찬열의 얼굴을 보며 백현이 픽, 비웃음을 날렸다. 놀고 있네.

 

"야, 갑자기 그거 생각나."
"뭐가?"
"우리 고딩때 처음으로 술 마신 거, 기억나냐?"

 

고3 때, 백일주랍시고 집 앞 놀이터에서 술판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때 너 너무 취해서 우리집에서 재웠잖아."
"야, 그건..."

 

훅, 숨을 몰아쉬느라 백현의 말끝이 흐려졌다. 숨 차? 찬열이 백현의 등을 쓸어주며 물었다.

 

"... 존, 나.. 정 많은 시키."
"말 곱게 해라. 이제 애도 아닌데."
"싫은데. 욕 계속 해야지."

 

입을 오물거리더니 또 김수미처럼 욕에 발동을 거는 백현을 보고 찬열이 대뜸 입을 꼬집었다. 야, 너 말할 때마다 술 냄새 나.

 

"읍, 읍.“
“토할 것 같으면 말해야 돼.”

 

찬열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나 토는 잘 안 해. 한마디도 안 지려고 느릿느릿 덧붙인 말에 찬열이 테이블을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아, 나도.

 

“나 아직 덜 마셨어.”
“완전 취했는데, 무슨. 너 지금 얼굴 진짜 빨개. 물 줘?”
“아니, 술 줘.”

변고집, 또 발동 걸렸네. 난감한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보던 찬열이 또 몸도 못 가누고 픽픽 쓰러지는 백현을 추슬러주었다. 야, 백현아.

 

“술도 약한 게, 뭘 계속 마신다고.”“... 지는 미팅이나 쳐 가니까 주량이 존나 세지지. 갈 거면, 나한테도 예의상 좀 물어나 보든가.”

습, 침을 삼키면서도 중얼중얼 쏟아져 나오는 백현의 주정에 찬열이 픽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야, 너 첫 미팅 때 기억 안 나냐?

 

“......”

“자냐? 변백, 자?”
“......”
“백현아,”

 

어느새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백현을 보고 찬열이 백현의 손에 쥐어진 맥주 캔을 조심스레 빼냈다. 제 품에 쓰러져 얼굴을 묻고 있는 백현을 보자 어쩔 수 없이 웃음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얘를 진짜 어쩌면 좋아.

 

“끙차, 변백 열심히 먹더니 살 쪘나.”

 

내려다 본 시선의 끝엔 갈색 머리칼과 둥그런 뺨이 있었다. 진짜 살 쪘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찬열이 백현의 볼을 쿡쿡 찔러댔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방에서 잠이 든 백현의 뺨을 종종 이렇게 찔러보곤 했는데, 얘는 모르겠지.

 

“동생 하나 키우는 것 같네. 어이구, 내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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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15.92
와 진짜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간지렁 기분 으앙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넘 좋아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계속 써주실꺼죠???? 와ㅠㅠㅠㅠ 찬백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귀요오
9년 전
gonna
댓글 감사합니다! ㅠㅠㅠ 저도 좋아해주시니 너무 기분 좋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럼요 ㅠㅠ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니 계속 써야죠! 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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