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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아닌밤중홍두깨 전체글ll조회 600l

 

 

 

 

BGM :: If i die young

 

 

 

수녀님께

 

 

모니카 수녀님, 안녕하세요.

혹시 기억을 하실런지요.

언젠가 수녀님께서 찾아오신 수감소에 죄수번호 0114라고..

아니, 사실 기억하지 못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게 얼마만인지 사실 감조차 잡히지 않네요.

게다가 펜을 쥐는게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한참 펜을 쥐었다놧다 반복했네요.

수녀님.

몸은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직 이 주소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랜만에 생긴 편지지에 그냥 몇자 끄적여봤습니다.

 

 

0114 올림.

 

 

 

 

 

 

 

친애하는 0114.

 

 

0114, 당연히 기억하지요.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저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함께 하는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하고, 성당 이곳저곳을 청소하기도 하면서요.

아, 얼마전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유채꽃도 성당 뒤뜰에 심었네요. 

곧 올 봄에 피면 참 예쁠것같아요.

당신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추위에 바람이 찬데 감기는 걸리시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따뜻하게 몸조리하시길 빌게요.

 

 

모니카 수녀 올림.

 

 

 

 

 

 

 

수녀님께

 

 

수녀님,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게 사실 아직 익숙치는 않네요.

이곳에 오기전에도 해보지 않은 경험이거든요.

사실, 오늘은 조금 고해성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그 애가 찾아왔거든요.

하지만 면회신청을 거부해버렸습니다.

왜 그러냐며, 얼굴만 보여달라며, 밖에서 들리는 그 애의 울음소리에 가슴이 찢어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애가 저를 보는게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걸 아니까

그 애가 제게 웃음지어 보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아니까

그 애가 더이상 저를 찾아오지 못하도록.

그 날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제발.

수녀님 기도해주세요.

그 애가 저를 보면서 아파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0114올림.

 

 

 

 

 

 

 

친애하는 0114.

 

0114. 당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 아이를 위한 선택이겠죠.

그 아이도 알고 있을거에요. 당신의 선택의 이유를.

너무 애쓰지마세요.

당신 역시 아프잖아요.

제 아픔을 뒤로 해가며 그 아이를 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압니다.

아니, 어찌 제가 그런 애달픈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단지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0114. 당신도 조금은 편해질 자격이 있어요.

 

 

모니카 수녀 드림.

 

 

 

 

 

 

 

수녀님께.

 

수녀님, 제 왼쪽가슴에는 붉은 색으로 0114 라는 네가지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당신이 더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저는 살인마지요.

누군가의 형이고, 누군가에게 동생이고, 누군가에겐 귀한 아들일 그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간.

언제나 눈을 감으면 그 날의 하루가 반복됩니다.

조금은 늦었던 등교, 그 애의 부재, 불안함.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던 그 일마저.

새빨갛게 타오르는 그 곳에서 저는 문을 잠그고, 수없이 살려달라는 악마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막았습니다.

우스운 일일테죠.

그 애의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은 일절 무시했을 그들이 되려 제게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그 애의 손을 잡고 그 애를 씻겨주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저의 악몽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이래도, 제가 편해질 자격이 있는 건가요.

아니요. 수녀님.

저는 살인마입니다. 제가 목숨을 앗아간 그들이 설령 악마일지라도.

 

 

0114 드림.

 

 

 

 

 

 

친애하는 0114.

 

일전의 저의 발언은 사죄드립니다.

당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죄송해요. 0114.

사실 오늘은 당신이 그리 좋아하시던 유채꽃이 꽃을 펴냈습니다.

어느새 봄이네요.

이곳은 벌써 색색의 꽃들로 물들었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사진도 몇장 보냅니다.)

날이 좋아 활동하기는 좋네요. 꽃가루가 심하게 날려오는 걸 제외하면요. 하하.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라 물만난듯 축구경기를 하러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하하, 웃어버렸습니다.

그곳은 어떤가요.

그곳에도 봄이왔나요.

 

 

모니카 수녀 드림.

 

 

 

 

 

 

 

수녀님께.

 

 

수녀님,

특활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민들레 한송이를 발견했습니다.

새삼 느껴지더군요. 봄의 존재가.

수녀님..

드디어 제가 지은 죄악의 처벌을 받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이라니, 저는 그걸로 만족하고있습니다.

다만.. 제가 걸리는 것은 그 아이입니다.

언젠가 수녀님께서 말씀하셨죠. 하느님은 그의 아들들을 보살피신다고.

저는 요즘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제가 없는 이 세상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저의 기도를 들어주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녀님 혹여 하느님께서 제 죄악에 의해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으신다면

당신께서 저 대신 기도를 해주실수 있으십니까.

그 아이를 잘부탁드린다고. 이 세상에 혼자서도 살아나가게 해달라고.

 

 

0114 드림.

 

 

 

 

 

 

 

 

 

 

 

 

 

 

 

친애하는 0114.

 

 

이 편지가 도착할때 쯤 당신은 이세상에 없겠지요.

 오늘은 차마 당신께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야 해볼까합니다.

 죄송해요. 나는 수녀님이 아닙니다.

 평생 기도는 커녕 주 그리스도의 이름조차 입에 담아본 적이 없습니다.

속이고, 감히 신성한 이름을 더럽혀 죄송합니다. 

당신의 생전에 차마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았네요.

그 흔한 데이트조차. 우리에게는 참 힘든 일정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않아요.

당신과 만나고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을 사랑한 것을.

 

 

그냥,

당신에게 닿지 못할거란 걸 알지만 이말을 꼭 하고싶었습니다.

 

 

 친애하는 나의 연인, 부디 그곳에선 행복하세요.

 

사랑해요.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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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뭐야..... ㅠㅠㅠㅠㅠㅠ이럴수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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