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장 박찬열이랑 연락하는 썰 00
어, 일단 우리반에 체육부장이 있는데 이름이 박찬열이야.
교복은 어디다 버렸는지 매일 아디다스 옷만 입고 다님ㅎ
반에 그런 애들 꼭 있잖아. 체육시간하고 점심시간을 위해 학교 다니는 애들. 그게 바로 박찬열이야.
얼굴은 얄쌍하게 생겨서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더라고 난 몰랐지ㅋㅋㅋㅋㅋ
내가 박찬열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사실 얼마 안 됐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부반장인데 반장이 학급일을 잘 안 해.. 그래서 거의 다 내가 하거든.
우리학교가 체육대회를 한대!!! 축제도 안 하고 수학여행도 안 가는 입장에서는 체육대회라도 감사히 여겨야 됨..ㅠㅠ 내년이면 고삼이라 내 인생 마지막 체육대회..☆
체육대회 종목이 여러 개가 있는데 출전선수를 정해야 하잖아.
학교에서 박찬열이 주위에 이상한 애들 잔뜩 달고 내 자리로 와서 하는 말이,
"부반장, 계주 뛸 거야?"
이러는 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달리기 개느림 진짜 느림 초등학교 때 달리기하면 꼴등은 물론이고 다음 파트? 1등이 날 제칠 정도ㅎ..
내가 말했지.
"아니. 여자애들 모자라면 내가 애들 명단 짜올게."
아 우리반 설명을 안 해줬나.
우리반 이과라서 여자가 9명^^ 남자가 23명^^
근데 계주는 4명이 뛰어야 한대.
솔직히 나보다 빠른 4명 정도는 있을 줄 알았거든?
나가서 다 뛰어봤는데 아쉽게도 내가 4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학교에서 말을 트고 계속 계속 연락이 왔어.
내가 부반장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애들 번호는 다 있어서 박찬열 카톡에도 내가 있나봐.
매일 매일
'부반장, 계주 할 거지?'
'나랑 같이 뛰자.'
'부반장, 단체줄넘기 여자 명단 언제 줘?'
이런 식의 카톡?..
솔직히 맨날 연락 오는 거 보면 나한테 관심이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학교에서 좀 친한 척 해볼려고 말도 걸어보고 그랬지.
그런데 내가 말 걸면
"응. 그래."
"거기 둬."
"아, 귀찮아. 나중에 하면 안 돼?"
이러고.. 마상...
원래 이런 캐릭턴가? 다른 여자애들한테도 막 쉽게 연락하나? 싶었지
막상 애들한테 물어보면 자기네들한테 아주 찬바람 쌩쌩 불어서 말도 못 걸겠대.
얼굴은 반반해서 얼굴값 한다고..
그런 애들한테 박찬열한테 연락 온다고 얘기하면 이미 사귀는 줄 소문 날 것 같아서 그냥 조용히 닥치고 있었어.
애가 진짜 이상해..
연락은 맨날 하는데 썸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제목을 '연락하는' 이라고 했잖아.
일단 내가 썰을 풀게 된 계기가 오늘!
그냥 어느샌가부터 박찬열의 카톡이 귀찮아졌어.
나한테 관심 있는 것도 아닌데 연락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이젠 관심도 안 가더라고.
그래서 한 5시간 동안 일부러 안 읽고 페북하고 있었는데 카톡이 오더라.
'부반장, 페북해?'
소오름..
미안해서 바로 답장했어.
'아니? 야 그거 페북 믿지마라ㅋㅋ 그거 안 맞을 때가 더 많대.'
뭐야 이 상황.
되게 답장 안 하는 여친 갈구는 남친에게 변명하는 여친 같은 상황이잖아.
그렇게 나는 또 망상병을 키워가고..
혼자 헤헤 거리고 있을 때 답장이 오더라.
'너희집 학교 앞 세탁소 윗집 맞지?'
미친 소름!!!! 개소름!!!!! 이 새끼 어떻게 알았지?
'응응. 근데 어떻게 알았냐.'
라고 엄청 담담한 척 보냈어.
'나 셀프세탁하러 왔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내려와봐.'
이러는 겈ㅋㅋㅋㅋㅋㅋㅋㅋ 나니고레ㅇㅅaㅇ?
다행히 아직 화장은 안 지웠고(10시가 넘었는데 화장도 안 지우는 클라스ㅎ)대충 이상한 가디건 하나 걸치고 일단 내려갔어.
진짜 한바구니 잔뜩 빨랫감을 안고 있더라고.
"부반장.. 나 이거 해줘. 해봤는데 얘가 그냥 뱉어내.."
아 귀여워 미치는 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뱉어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세탁기 보고 한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겼는데 애 표정이 심각해서 고개만 끄덕이고 세탁해줬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박찬열이 고맙다고 초코에몽 사주고.. 둘이 어색하게 편의점 의자에 앉아서 초코에몽이나 빨다 집에 왔어ㅎ,,,
그리고 집에 와서는 카톡이 안 오더라.
조금 서운했어.
다음에 또 썰 풀 일 생기면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