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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gonna 전체글ll조회 467l

 

 

분명 5편을 썼으면 진전이 있어야 할 텐데 별 거 없네요.

네 앞으로도 이럴걸여... ㅠㅠ

댓글 감사해요 ㅠㅠㅠ... 아마 쓰실 분도 별로 할 말이 없어서 고민하다 쓰실 걸요. 그 마음 다 알아요. 굴곡 없는 스토리 전개에 무슨 소감이 생기겠나요 ㅋㅋㅋ

오늘도 기냥... 제 만족으로 씁니다 ㅋㅋ

 

 

 

05.

 

 

 

 

 

백현이 유독 선배들에게 귀여움을 받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도 그랬으니까. 문제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엔 그렇게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던 백현이 선배들의 부름에 꼬박꼬박 응하는 데에 있었다.

 

“나가지 마. 나도 못 간다고 했어.”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MT 얘기 때문에 겸사겸사 술도 사준다는데.”

 

찬열은 딱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모두가 시험이 끝나고 비교적 여유가 있을 다음 주에 출발하기로 한 MT였다. 이미 어지간한 문제는 다들 회의 때 얘기를 마쳤고 지시사항이야 카톡으로 돌리면 그만인데. 그 얘기를 믿는 거냐고 말하려다가도 알면서 끌려가는 백현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그럼 같이 가자.”
“너 바쁘다고 안 했어? 동아리는. 거기도 지금 바쁘다며.”

“됐어. 그냥 가.”

 

내심 반가운 표정의 백현을 보니 차라리 처음부터 백현의 몫까지 대답해줄 걸, 자신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한테는 또 함부로 말 못하는 게 변백현인데.

 

“어, 왔네. 앉아.”

 

호프집에 들어서자마자 2학년 과대 선배가 둘을 반겼다. 하고 많은 1학년들 중 자신들을 부른 이유야 찬열이 1학년 과대니 그렇다 해도, 자신이 거절한 마당에 또 백현은 굳이 불러낸 이유도 뻔했다.

 

“백현아, 여기 앉아!”

 

대놓고 백현을 챙기고 드니 과대 선배와 CC로 유명한 남자선배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물론 눈치가 빠른 백현이 슬금슬금 찬열의 뒤로 몸을 피했지만.

 

“괜찮아요. 저희는 여기 앉을게요.”

 

찬열이 슬쩍 백현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게 모르고 온 것도 아니고. 푹,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선배들 몰래 낑낑거리는 백현을 지켜보는 것도 답답했고.

 

“백현아, 너 곱창 먹어?”

“.. 네, 저야 다 잘 먹죠.”

 

하하, 어색한 웃음을 끝으로 물만 들이키는걸 보고 찬열이 얼른 술병을 집어 들었다. 선배, 잔 비었는데 제가 한잔 드릴게요. 서글서글한 미소와 함께 냉큼 한잔씩 채우고 건배를 마쳤다. 본격적인 술판의 시작이었다.

 

“흡, ... 읍, 흡!”

 

잠깐 대작을 하느라 신경을 못 썼더니 어느새 술병을 부여잡고 딸꾹질을 하는 백현이 보였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도 술을 받아 마시는 꼴이 우습지도 않았다. 야, 변백현. 너 술 그만 마셔. 술도 못 마시는 게. 찬열이 백현이 꾹 쥔 술잔을 뺏어들었다. 멍하니 한 박자씩 늦게 시선이 따라오는 꼴이 아주 취했구나 싶었다.

 

“왜, 백현이 아직 잘 마시는데?”

 

하필이면 잡혀도 이런 선배한테. 주당으로 소문난 선배가 멀쩡한 얼굴로 술병을 흔들었다. 어, 비었네. 소주 세 병만 더 시킬까?

 

“얘 벌써 정신없을 거예요. 취하면 이래요. 저 백현이랑 먼저 일어날게요, 죄송합니다.”

“백현이 잠깐만 놔두면 깨지 않아?”

 

영 아쉬운 모양인지 자꾸만 잡는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마친 찬열이 호프를 빠져나오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내쉬었다. 읍, ... 흥. 흐... 끅! 흐아.. 옆에 붙어서 계속 딸꾹질을 해대는 혹도 한번 내려다 봐주고.

 

“... 속 괜찮아?”

“아~니.”

 

철썩 들러붙어서 아, 나 속이 안 좋아, 중얼거리는 백현을 끌어당긴 찬열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래도 업고 가야하나. 고민하던 찬열이 백현을 툭툭 치며 말했다.

 

“백현아, 정신 차려 봐.”

“아, 좀... 나 졸려.....”

 

말꼬리가 늘어지는걸 보니 편하게 가기엔 글렀다 싶었다. 애초에 제 자취방에서 재워야 할 걸 각오한 참이라지만. 어, 춥다. 덜덜 떨며 품에 파고든 백현을 억지로 떼어내 업기까지도 한참이 걸려야만 했다.

 

“백현아, 씻고 자자. 양치는 하고 자.”

“후~.”

 

아, 술 냄새. 뭐가 또 좋은지 침대에 드러누워 찬열을 향해 장난을 치던 백현이 웅얼웅얼 말했다. 야, 찬열아.


“나 라면 먹고 갈래.”

“라면 먹을 수는 있겠어, 그렇게 취해서. 자고가. 내일 아침에 끓여줄게.”

“나 초코우유... 나 초코우유 사줘.”

 

술만 취하면 초코우유를 찾는 버릇은 오늘도 여전했다. 찬열이 후, 한숨 끝에 지갑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씻고 정신 좀 차려. 편의점 다녀올게. 찬열의 말에 응, 고개를 끄덕이며 백현이 대답했다. 아무리 취해서 기운이 없는 탓이라고 하지만 오늘따라 더 고분고분한 백현을 보니 어쩐지 기분이 나아진 찬열이 픽 웃으며 백현의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았다.

 

“백현아, 형아 다녀올게. 기다리고 있어? 또 일어나서 동네 돌아다니지 말고.”

“응... 빨리 다녀와. 돈 남으면 바나나우유도 사와.”

“알았어, 알았어. 다 사줄게.”

 

처음엔 별로라고 했던 금발도 이렇게 보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백구도 좋지만 병아리도 나쁘지 않았다. 찬열이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몸을 일으켰다.

 

 

 

*

 

 

 

“야, 나 요즘 썸타.”

 

백현은 가끔 이렇게 뜬금없는 구석이 있었다. 예상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찬열은 오늘도 갑자기 하교하던 중, 백현이 쏟아낸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새, 누가 소개라도 시켜줬나? 고민을 하는 사이 백현이 덧붙였다.

 

“사실 어제 2학년 선배가.”

“고백?”

“음, 비슷한 거. 번호 따였어. 청소시간에.”

 

백현이 인기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찬열은 잠깐 백현의 동그란 뒤통수나 아직 애티가 많이 남아있는 얼굴 따위를 훑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얘가 남자로 보이나?

 

“예뻐?”

“엉. 진짜 예뻐.”

 

백현이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잠깐만, 찬열이 핸드폰을 잡고 빤히 그 안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아, 이 선배. 찬열의 혼잣말에 백현이 경계태세를 보이며 물었다. 아는 선배야?

 

“어. 뭐...”

 

찬열이 말끝을 흐렸다. 아, 또 불안해. 기분 나빠졌어. 백현이 입을 다물었다. 핸드폰을 낚아채온 백현이 고민 끝에 찬열 몰래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은, 친구들에게 먼저. 씁쓸한 사실은 이러나저러나 자신은 박찬열 인맥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순간에 기분이 다운된 백현을 보며 찬열도 괜한 오지랖이었음을 시인했다.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왜 이렇게 이어졌는지. 찬열은 답답한 마음에 입술만 물어뜯었다. 백현아, 떡볶이 먹고 가자. 이대로 가면 또 서먹해질 것 같아 찬열이 먼저 제안했다. 거의 매일 군것질을 하다시피 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 너, 이 선배랑 사귀었다며.”

“어, 어... 그거, 예전에. 중학교 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아, 흠.”

 

백현이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앞서 걸었다. 괜히 설레던 마음이 식고나자 기분만 더 가라앉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거절을 할 걸. 분식집으로 먼저 들어간 백현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찬열을 불렀다. 야, 빨리 와. 자리 없어.

 

“사겨.”

“... 뭘.”
“맘에 들면, 그 누나랑 사귀라고.”

 

떡볶이를 먹다말고 백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얜 또 뭐래. 뚱한 표정으로 찬열을 보던 백현이 묵묵히 떡볶이를 입에 밀어 넣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찬열의 표정에 더 기분 나빴다. 대꾸도 않고 무시를 해버리니 찬열이 덧붙였다.

 

“2년은 더 됐을 걸? 기억도 안 나. 그리고, 네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야, 그만 해라.”

“예뻐. 그리고 착하니까 괜찮,”

 

딱딱한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하던 백현이 탁, 젓가락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아, 씨발 그만 하라고. 그럼에도 쉽사리 화가 가라앉질 않아 백현이 짜증스레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굳은 표정의 찬열이 눈앞에 있었다. 그럼에도 백현은 찬열이 미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니,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찬열을.

 

“너 미쳤냐? 나보고 너 전 여친을 사귀라고?”

“하루 종일 들떠 있었잖아. 게다가 너 매일 얘기했어, 여자 친구 사귀고 싶다고.”

“그렇다고 친구 여친이랑 사귀냐?”

“헤어졌는데 뭐 어때.”

 

아, 그제야 백현은 깨달았다. 왜 가끔 찬열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곤 했는지. 하, 기가 찬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트리던 백현이 잔뜩 굳어버린 얼굴로 짐을 챙겼다. 어디 가.

 

“미친 새끼.”

 

백현이 말을 꾹 씹듯 내뱉고서 자리를 떴다.

 

찬열로서는 나름, 그것이 배려였다. 마땅히 소개를 시켜주려 찾아봐도 백현과 어울리거나, 백현이 좋아할 만한 여자애가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았고, 백현이 늘 상 달고 사는 말도 정말 그냥 하는 소리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 백현이 먼저 마음이 있다고 하니,

 

“... 난 진짜 괜찮아서 그런 건데.”

 

벌써 어디로 간 건지 사라져버린 백현과의 카톡창에서 머뭇거리며 찬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

 

 

 

백현이 허겁지겁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망했어. 읊조린 백현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거울을 확인했다. 까치집을 지어놓은 머리도 창피하고, 얼굴도 아주 흙빛이다. 배터리가 없어 죽어버린 폰을 노려보다 얼른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 제발..! 제발...!!”

 

백현이 애타는 표정으로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허겁지겁 가방을 챙기고. 화장실로 달려가 칫솔을 입에 물었다. 긴 로딩을 마친 핸드폰 액정이 반짝거렸다.

 

‘17%’

 

입에 문 양칫물을 풉, 뱉어낸 백현이 비명을 내질렀다. 뭐? 17?!? 입술을 질근질근 씹던 백현이 낮게 욕을 읊조렸다. 이런.. 씨.. 바알. 그리고 그 순간 쿵쿵, 울리는 현관문으로 백현이 달려갔다.

 

“늦잠 잤어? 전화는 왜 꺼져있어.”

“배터리가 없었어... 알람도 안 울렸어, 그래서.”

 

하,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던 백현이 구원을 청하는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으뜨카지, 차녀라.

 

“뭘 어떻게 해. 다리라도 부러뜨려야지. 선배들한테는 우리 따로 가겠다고 했어. 너 사고났다고.”

“뭐?!? 변명을 해도 좀 적당히 하지, 깁스를 어떻게,”

“뻥이야. 핸드폰 수리 받고 오느라 늦는댔어. 그래서 폰 꺼져있다고, 너 나랑 같이 있다고 했지.”

“.. 박찬,”

“왜, 고마워? 그럼 여기 뽀뽀.”
“하씨, 나 너 사랑한다고 한 적 있냐?”

 

사랑해, 찬열아! 격하게 찬열의 목에 매달린 백현이 크게 외쳤다. 그까짓 뽀뽀가 소원이면 지금 기분으론 백번도 더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그럼 나 먼저 뭘 해야 하더라. 바쁘게 머리를 굴리는 백현을 지나쳐 소파에 앉은 찬열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대기자 많아서 좀 걸린다고 말했어. 천천히 가도 돼. 어차피 우린 후발대에도 합류 못해, 지금 시간이면.”

 

그 말에 흐흐, 웃어 보인 백현이 그럼 나 씻고 와도 되겠지? 찬열을 향해 물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찬열의 옆에서 이런 꼴로 수모를 당할 수는 없었다.

 

“선크림 챙겼어?”

“어. 줄까?”
“아니, 지금 말고. 난 그럼 안 챙겨야지.”

 

백현이 머리를 탈탈 털며 말했다. 야, 물 다 튀어. 찬열의 잔소리에 두다다 달려간 백현이 마구 머리를 털어댔다. 백현의 목에 걸린 수건을 뺏어든 찬열이 백현을 당겨 앉혔다. 야, 앉아.

 

“아, 아파!”

“가만히 못 있으니까 그렇지. 아, 좀.”

 

대충 머리를 말려준 찬열이 백현의 등을 떠밀었다. 야, 빨리 준비해. 여유 있다고 하니까 아주 밤에 출발하려고 하네, 이게.

 

“헐, 이거 뭐야?”

“아버지 차 빌려왔어. 타. 그러니까 시간 괜찮다고 한 거지.”

 

아파트 앞에 주차된 차를 발견한 백현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직 면허도 따지 못한 백현으로선 찬열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밥 먹고 갈까? 찬열의 말에 백현이 시간을 확인하고 빠르게 대답했다. 야, 우리 안 늦어?

 

“안 막히면 금방 갈 걸? 어차피 다 버스타고 출발해서. 그리고 가면 바빠서 밥 못 먹어.”

“그럼 김밥천국이라도 가자.”

“가다가 괜찮은 집 보이면 말해. 근데 주차가능한 곳으로 가야하는데.”

 

콜. 밥은 내가 산다! 신나서 외친 백현이 고개를 돌려 찬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하, 멋진 자식. 셀카까지 같이 찍어댈 정도로 신난 백현을 보며 찬열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차를 가져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은? 고쳤어?”

 

도착하니 마침 게임이 한창이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챙겨 나온 여자 선배가 반갑게 둘을 맞이했다. 저 주세요. 이런 일은 놓치지 않는 찬열이 먼저 다가가 물을 받아들었다. 어쩌다 그랬어? 아, 떨어트려서. 백현이 너스레를 떨며 덧붙였다. 수리비 엄청 나왔어요.

 

“거짓말도 잘 하지, 아주.”

“믿고 한 배를 타준 거 아니냐?”

“너 때문에 난 타락했어.”

 

과장스럽게 절망스런 표정을 짓는 찬열의 등짝에 매달린 백현이 외쳤다. 야, 아주 타락시켜줄게. 여기서 뽀뽀나 한번 하자.

 

“진짜로 하자고 달려들면 길길 날뛸 거면서, 허풍은.”

 

아, 무거워. 생수까지 든 탓에 찬열이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끝까지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올 생각을 않는 백현 덕에 찬열이 미간을 찡긋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 변백현-!

 

“빨리 와. 커플게임 할 거야.”

 

그리고 그 때, 멀리서 달려온 동기 여자애 하나가 찬열을 향해 말했다. 백현보다는 찬열과 같이 듣는 수업이 많아 찬열과 더 친한 여자애였다. 가자. 찬열의 말에 백현이 멈칫거리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야, 잠깐.

 

“나 배 아파. 화장실 다녀올게.”

“어쩐지, 아까 허겁지겁 먹더라.”

“야, 나 화장실 갔다고 말하지 마. 한번만 더 부탁한다, 박찬.”

 

백현이 힐끔힐끔, 뒤편의 눈치를 보며 팬션 안으로 사라졌다. 노란 머리칼이 백현이 뛸 때마다 찰랑찰랑 흔들렸다. 머리를 쓸어 올린 찬열이 성큼성큼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쪽으로 걸어갔다.

 

“일단 커플선정부터 해야지. 제비뽑기 하려다가 재미없을 것 같아서 지금부터 커플선정 게임!”

 

힘차게 선배가 외치기 무섭게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장기자랑 시간처럼, 각자 어필을 하기 위해 애쓸 무렵, 찬열 역시도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기타를 꺼내들었다.

 

“아, 이거... 그냥 이따 술 마실 때 하려고 했는데.”

 

박찬열 멋있다! 선배의 호응에 다들 박수를 치며 찬열의 이름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음, 난감한 표정으로 웃던 찬열이 적당히 로맨틱한 발라드 곡을 선택했다. 슬며시 눈을 떠 주변 분위기를 살핀 찬열은 마지막 소절에서 뚝, 연주를 마치고선 전혀 다른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요의 클라이맥스가 느닷없이 튀어나오자 지루한 표정으로 버티던 남자들까지도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이야, 박찬열!

 

“자, 그럼 남자들은 돌아서있고. 변백현은 아직도 안 오네. 어차피 남남 커플 생기니까 선택 못 받은 애는 백현이랑 팀이다. 알겠지?”

 

또 못마땅한 표정으로 게임을 하게 될 백현이 떠올라 찬열이 꾹 웃음을 삼켰다. 눈을 감고 찬열이 돌아선 그 무렵이었다. 하나, 둘 주저하던 여자들이 각자 원하는 상대의 뒤에 설 때 백현이 슬며시 무리로 들어왔다. 백현아, 너도 그냥 저기 서. 여선배의 배려로 옆에 서려던 백현은 그제야 유난히 사람이 몰린 줄이 바로 찬열의 줄임을 깨달았다. 아, 뭔가 분한데. 백현이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씩 웃으며 뻔뻔히 그 긴 줄을 거슬러 찬열의 뒤에 바짝 다가섰다. 풉,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질 때, 백현은 뻔뻔스럽게 브이 포즈까지 취해보였다.

 

“자, 이제 하나, 둘, 셋! 하면 뒤돌아서 확인한다. 하나, 둘~ 셋!”

 

찬열이 슬쩍 고개를 돌려 확인한 순간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당한 표정의 찬열이 마지못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진짜. 변백현.

 

“야, 야. 그래도 선택은 해야지. 그럼 박찬열부터 가자. 여자들, 아니, 여자들하고 백현이 뒤돌아서.”

 

서있는 여자애들조차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옷매무새를 정리한 백현이 짐짓 긴장되는 척, 손바닥을 비비며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하나, 둘, 셋! 한껏 실망스런 표정으로 찬열을 무정하다고 타박할 생각으로 몸을 돌린 백현이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자, 그럼 고민할 필요 없겠네. 남남커플은 이걸로 확정됐고. 자, 나머지 다시 투표하자.”

“잠깐, 잠깐만요!”

 

가자, 변백. 백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찬열이 말하자 백현이 버둥거리며 외쳤다. 아, 장난이지~!

 

“야, 그걸 넌... 아, 장난이었지!”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게임하자, 백현아.”

 

선배! 저 좀 도와주세요! 아, 저 여자 완전 좋아해요! 느닷없는 백현의 외침에 다들 웃어넘기기 바빴다. 와락, 한 팔로 목을 끌어안은 찬열이 백현을 질질 끌고서 뒤편으로 향했다. 가자, 현아.

 

“존나 억울해.”
“씁,”

“아, 박찬열 너 때문이잖아, 이게.”

 

우울한 표정으로 쭈구려 앉아 투덜거리는 백현에게 생수를 따서 건네준 찬열이 씩 웃어보였다. 덕분에 덜 시달려도 되잖아. 찬열의 말에 백현이 이죽거렸다. 너나 그렇지.

 

“야, 아까 정아 표정 못 봤냐.”

“왜, 정아가 뭐래?”

“내 얼굴 뚫릴 뻔. 겁나 노려봤어. 걔가 전부터, 아... 됐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고서 백현이 웅얼거렸다. 반강제적으로 이어달라는 부탁을 수락한 참이었는데, 오히려 훼방을 놓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따가 적당히 정아 좀 받아줘. 백현의 부탁에 찬열이 되물었다. 왜? 전엔 그만 받아주라며.

 

“... 일단 나부터 좀 살고.”

 

미안하지만, 난 내가 더 소중해. 속으로 중얼거린 백현이 찬열을 향해 팔을 뻗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열심히 해야지, 뭐.

 

 

 

*

 

 

 

자그마치 한 달이었다. 그간 동아리도 출입도 뜸해진 백현을 보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찬열과 마주쳐도 눈을 마주하지 않았고, 마치기 무섭게 백현의 반으로 달려 가봐야 이미 사라진 후였다. 좀처럼 차분하게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질 않자, 찬열은 찬열대로 답답한 심정이었다. 이런 일로 싸워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난감하기만 했다.

 

“오늘도 백현이 못 온대?”

“어... 그런 것 같던데.”


텅 빈, 백현의 자리를 보고 찬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찬열이 머리를 쓸어 넘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합주 시작하자. 그리고 두 번, 세 번, 자꾸만 끊어지는 연주에 찬열이 아예 손을 멈춰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기타 소리에 다들 시선을 들어 찬열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 됐어. 그냥 오늘 여기까지만 하자.”

 

얼굴을 쓸어내린 찬열이 지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탁, 나가버린 찬열의 뒤로 모두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쟤, 왜 저래?

 

“백현아, 얘기 좀 하자.”

 

결국 청소 중이던 백현을 끌다시피 데려와 찬열이 말했다. 또다시 도망치려는 백현의 팔을 붙든 채, 쏟아지는 이상한 시선도 무시한 채로 찬열이 음악실로 향했다. 처음엔 계속 짜증스런 표정으로 내치던 백현도 한풀 꺾여 자리에 앉았다. 좀 옆으로 앉아봐. 찬열의 말에 어이없는 듯 빤히 쳐다보던 백현이 이내 한숨을 쉬며 찬열이 앉을 만큼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잠깐 고개를 숙였던 찬열이 후,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 미안.”

“그 얘기 존나, ... 지겹거든?”

“그냥, 그게 너 편할 줄 알았어. 난, 나름대로...”

“알아. 니 방식대로 배려한 거지. 근데 그게 나랑 안 맞아. 그래서 너랑 친구해먹기가 힘들다고.”

“미안. 여자 문제로 너랑 싸우기 싫어서 그랬어. 고작 그런 걸로 너랑 나랑 사이 나빠지는 게 싫어서.”

 

울컥 화를 쏟아내던 백현도 그 말에는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안해, 백현아. 착한 박찬열의 다정함이 그득그득 묻어나는 목소리가 오그라들기보다는 반가울 지경이라 백현이 한숨을 몰아쉬었다. 저런 찬열의 앞에서면 자신이 굉장히, 엄청, 옹졸해지는 기분이었다. 야, 백현의 말에 찬열이 고개를 돌렸다.

 

“... 나도, 미안.”

 

마주보며 찬열을 향해 쿨하게 웃어지려는 순간 찬열이 덥썩, 백현의 얼굴을 움켜쥐며 물었다. 잔뜩 당황한 표정을 담고서. 변백,

 

“울어?!?”

 

안 우는데. 백현이 멀뚱멀뚱 찬열을 바라보는 순간 덥석 끌어안고 달래주기 시작했다. 울지마, 진짜 미안. 나 오늘 하루 종일 너한테 어떻게 사과해야하나 고민했어. 연습도 안 되고, 공부도 못하겠고. 미안해, 백현아. 너 진짜 나한테 제일 소중한 친구야.

 

“.. 안, 운.. 다고.”

“백현아, 미안해.”

 

이건 안 운다고 했더니, 자기가 더 울 것 같이 지랄이다. 백현이 킁, 코를 훌쩍거렸다. 음악실은 외져서 추웠다. 어쩔 줄 모르는 찬열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 중에 하나이니, 뭐, 착각하게 내버려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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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6.18
비회원이에여!!! 제가 비번을 까먹어서ㅜㅜ 얼른 생각해서 로그인 하구 신알신 해야지이 ㅜㅜ 꺅!!!!!!!!!!! ㅠㅠㅠㅠㅠㅠ 남남커플 해쏘 울 찬배기들ㅠㅠㅠㅠㅠㅠ 고딩은 풋풋하고 대학생은 더 찐한 기분 ㅠㅠㅠㅠㅠㅠㅠ 흐엥 좋아여 좋아 자까님 진짜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당 ㅣㅜㅜㅜ 글 바로 읽으려구 햇는데 설거지를 하느라 흑흑 그래도 글 읽고 싶은 마음에 덩실덩실 하면서 햇다는 ㅎㅎㅎ 아..주저리 ㅠㅅㅠ..
9년 전
gonna
댓글만으로도 감사해요 ㅠㅠㅠ 고딩때는 그나마 수줍수줍이 남아있어도 대학생때는 거침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성인 됐자나요! ㅋㅋㅋ 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ㅠㅠ 전 자급자족을 위해 글을 쓴 거라 ㅠㅠ
9년 전
독자1
우는 찬열이 왜 이렇게 귀여울까요. 이번 편도 재밌게 보고 가요! ♥️
9년 전
gonna
찬열이는 더럽... ㅠㅠ 어쩔 줄 몰라 우는 찬열이 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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