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Means War
(부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
-2015년 SBS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 수상자는…… 도경수 씨! 축하드립니다!
와아! 넓은 공개홀이 함성에 휩싸였고, 카메라에 잡힌 경수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서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해 감사를 표하며 무대로 향했다. 물론 그 몰랐다는 표정 역시 그를 연기대상 수상으로 이끈 싸이코패스급 연기력의 일환이었지만, 그를 지켜보는 객석의 수많은 소녀팬들은 '역시 우리 오빠…! 겸손하기까지 해…! 그 와중에 놀란 표정 씹귀!'를 속으로 연발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품에 안겨지는 꽃다발과 축하를 전하는 사람들에 감사의 인사만 연발하던 경수가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다.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깐 객석을 바라본 경수가 입을 열었다.
-아, 정말……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동의 눈물을 닦는 척 고개를 조금 숙인 경수가 피식,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데뷔 1년 차에 신인상 수상, 2년 차에 남우주연상 수상, 그리고 마침내 3년 차에 최연소 대상 수상까지. 혜성처럼 떠올라 자신보다 훨씬 높은 연차의 선배들을 줄줄이 꺾고 파죽지세로 올라가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배우, 그게 바로 도경수였다. 첫 작품에서 오직 한 소녀만을 사랑한 순정파 남학생 역을 맡아 그야말로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고, 2년차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꿰어 차더니, 루게릭병을 연기했던 최근의 영화에서는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그 자리의 스태프들에게 기립박수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니 오늘의 수상은 이미 정해져있는 영화의 결말과도 같았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도와주신 가족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 다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이 이끌어주신 선배님들, 또 동기들 감사하고…… 팬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경수가 금방이라도 울컥할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한 순간, 장내는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경수의 관심은 오로지 다음에 이어질 마지막 순간, 마지막 멘트에 쏟아지고 있었다. 경수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흘끗 봤다. 오전부터 매니저를 시켜 ㅇㅇ를 자신의 집에 데려오도록 했다. 어디 나가지도 말고, 누가 와도 문도 열어주지 말라고 백 번쯤 당부를 했고, 정 배가 고프면 뭐라도 시켜먹으라며 제 카드를 쥐어준 다음, 아홉시에는 꼭 TV 를 보라며 ㅇㅇ의 핸드폰으로 알람까지 맞추어 놓고… 떨어지기 싫어 한참을 밍기적 거리다가 빠듯하게 시상식을 위한 사전 인터뷰를 하러 온 경수였다. 지금쯤 실시간으로 보고 있을 텐데, 우리 애기를 실망시킬 수 없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도 집에서 예쁘게 기다리고 있을 제 애인한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애인? 방금 애인이라고 한 거야? 순간 경수의 말을 경청하느라 조용해져 있던 객석이 눈에 띄게술렁였다.
-오빠가 많이 좋아해.
-결혼하자.
뭐, 뭐야 이게. 이런 말 없었는데…!! 당황한 담당 PD가 얼른 음악을 틀라는 신호를 보냈고, 순간 엄숙해진 장내는 경수가 무대를 완전히 빠져나가고서야 시끄러워졌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각자 랩탑을 꺼내 빠르게 기사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톱스타 도경수, 열애 상대는 누구……" 다음 날 1면 기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와아! 넓은 공개홀이 함성에 휩싸였고, 카메라에 잡힌 경수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서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해 감사를 표하며 무대로 향했다. 물론 그 몰랐다는 표정 역시 그를 연기대상 수상으로 이끈 싸이코패스급 연기력의 일환이었지만, 그를 지켜보는 객석의 수많은 소녀팬들은 '역시 우리 오빠…! 겸손하기까지 해…! 그 와중에 놀란 표정 씹귀!'를 속으로 연발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품에 안겨지는 꽃다발과 축하를 전하는 사람들에 감사의 인사만 연발하던 경수가 드디어 마이크를 잡았다.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깐 객석을 바라본 경수가 입을 열었다.
-아, 정말……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동의 눈물을 닦는 척 고개를 조금 숙인 경수가 피식,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데뷔 1년 차에 신인상 수상, 2년 차에 남우주연상 수상, 그리고 마침내 3년 차에 최연소 대상 수상까지. 혜성처럼 떠올라 자신보다 훨씬 높은 연차의 선배들을 줄줄이 꺾고 파죽지세로 올라가고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배우, 그게 바로 도경수였다. 첫 작품에서 오직 한 소녀만을 사랑한 순정파 남학생 역을 맡아 그야말로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고, 2년차부터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꿰어 차더니, 루게릭병을 연기했던 최근의 영화에서는 소름돋는 연기력으로 그 자리의 스태프들에게 기립박수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니 오늘의 수상은 이미 정해져있는 영화의 결말과도 같았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도와주신 가족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 다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이 이끌어주신 선배님들, 또 동기들 감사하고…… 팬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경수가 금방이라도 울컥할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한 순간, 장내는 순식간에 눈물 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경수의 관심은 오로지 다음에 이어질 마지막 순간, 마지막 멘트에 쏟아지고 있었다. 경수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흘끗 봤다. 오전부터 매니저를 시켜 ㅇㅇ를 자신의 집에 데려오도록 했다. 어디 나가지도 말고, 누가 와도 문도 열어주지 말라고 백 번쯤 당부를 했고, 정 배가 고프면 뭐라도 시켜먹으라며 제 카드를 쥐어준 다음, 아홉시에는 꼭 TV 를 보라며 ㅇㅇ의 핸드폰으로 알람까지 맞추어 놓고… 떨어지기 싫어 한참을 밍기적 거리다가 빠듯하게 시상식을 위한 사전 인터뷰를 하러 온 경수였다. 지금쯤 실시간으로 보고 있을 텐데, 우리 애기를 실망시킬 수 없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도 집에서 예쁘게 기다리고 있을 제 애인한테 한 마디 하겠습니다.
애인? 방금 애인이라고 한 거야? 순간 경수의 말을 경청하느라 조용해져 있던 객석이 눈에 띄게술렁였다.
-오빠가 많이 좋아해.
-결혼하자.
뭐, 뭐야 이게. 이런 말 없었는데…!! 당황한 담당 PD가 얼른 음악을 틀라는 신호를 보냈고, 순간 엄숙해진 장내는 경수가 무대를 완전히 빠져나가고서야 시끄러워졌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각자 랩탑을 꺼내 빠르게 기사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톱스타 도경수, 열애 상대는 누구……" 다음 날 1면 기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작 집에서 경수의 예상대로 TV를 보고 있던 (사실은 경수의 협박 아닌 협박에 볼 수 밖에 없었던) ㅇㅇ는 경악에 빠졌다. 첫째로 경수의 충격적인 언행에 경악했고, 둘째로는……
벌컥!
갑자기 열린 현관문으로 걸어들어오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TV 스크린 안에 있던 경수의 얼굴에 경악했다. 급하게 온 건지 매끈하게 넘겨 세웠던 앞머리가 흐트러져 있었다. 아니 좀 전까지만 해도 분명이 저 안에 있었는데…… 텅 빈 TV 화면을 한 번, 방금 현관문으로 걸어들어온 경수를 멍하니 번갈아보고 있는데, 어느새 수트 자켓까지 벗어 들고 ㅇㅇ의 앞까지 걸어온 경수가 허리를 굽혀 ㅇㅇ의 입술에 두어번 짧게 입 맞췄다. 대충 소파 옆에 자켓을 벗어둔 경수가 쇼파 옆에 걸터 앉아 다정스런 눈으로 ㅇㅇ를 쳐다보았다.
"시상식 봤어?"
"어? 으, 응……"
"수상소감 때 한 말 네 얘기야. 알지?"
"어, 어……?"
"니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좀 떨리더라."
씨익, 웃으며 말한 경수가 ㅇㅇ를 당겨 품에 안았다. 왜, 왜 그랬어…… 천만 안티가 누적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ㅇㅇ는 이미 울상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도경수가 아니었다. 최근 연이어 있었던 시상식들과 인터뷰 때문에 무려 일 주일동안 ㅇㅇ를 제대로 안아보지를 못했다. 더 예뻐졌네. 혼잣말을 중얼거린 경수가 ㅇㅇ의 뒷목을 부드럽게 그러쥐고 입을 맞추려는 순간이었다. ㅇㅇ의 핸드폰이 가열차게 울리기 시작한 것은. 아까부터 넘쳐나는 문자와 카카오톡에 이미 달구어진 핸드폰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순간 받을까 말까 하고 눈을 굴리던 ㅇㅇ의 고민이 무색해질 만큼 빠른 속도로 경수가 핸드폰을 낚아챘다.
[변백현]
"ㅇㅇㅇ, 도경수 그 개새끼 와도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 오빠 지금 가니까 조금만 기다…"
"개새끼는 너고, 백현아."
"씨발… 도경수…??"
"알았으면 얼른 끊어. 지금 존나 역사적인 순간이니까."
"……?? 무슨 순간인데"
"우리 예쁜이가 나랑 만리장성 쌓는 순간이지, 뭐겠어."
"이, 이 씨발…!! 너 거기 딱 있어!! 저 좆만한 새끼, 진짜…!! 내가 연기 쪽으로 갔으면 너는 지금 그 쪽에서 머리도 못 들고 다녔어, 시발…!!"
어디서 개가 짖네. 분노에 찬 백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플립을 닫아버린 경수가 계속해서 뜨는 알림에 가볍게 밧데리를 분리한 핸드폰을 쇼파 너머로 던져버렸다.
"헉, 새 건데……"
"저거 박찬열이 사준거지?"
"으응……"
"버려. 새로 사줄게."
시상식에서 박력 넘치게 고백하고,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예쁜이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것이 자신이 세워 놓은 완벽한 플랜이었는데…… 왠 잡놈들이 자꾸 방해를 하네. 깨져버린 분위기에 잔뜩 짜증이 난 경수가 다소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 비장의 무기를 꺼낼 때가 된 건가.
"맞다, ㅇㅇ아. 나 좀 도와주라."
"응…? 뭐를?"
가방에서 두꺼운 종이 뭉치를 꺼낸 경수가 몇 번 뒤적이더니 그것을 ㅇㅇ에게 내밀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다음 달부터 들어가는 드라만데, 대본 연습을 하나도 못 해서 말야. 네가 파트너 좀 해줬으면 하는데."
"어…… 나 연기 진짜 못 하는데……"
"괜찮아. 어차피 대사도 별로 없어."
그렇게 말하는 경수가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우고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서부터 하자.
"가, 강우야……. 흐익……."
대사를 차마 다 치지도 못한 ㅇㅇ가 얇은 셔츠를 파고드는 손에 질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ㅇㅇ의 허리를 오히려 더 꽉 붙든 경수가 몸을 더 밀착해왔다.
"쉬잇. 연기잖아, 연기."
"그, 그치만 이거……"
베드신이잖아……!! ㅇㅇ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경수가 입을 맞췄다. ㅇㅇ의 목소리가 경수의 입 안으로 저절로 삼켜져 들어갔다. 으, 웁! 한참을 ㅇㅇ의 여린 입 안 살결을 유린하던 혀가 빠져나가고, 마침내 경수의 못된 손이 ㅇㅇ의 추리닝 바지를 반쯤 끌어 내리는 데 성공했을 때였다. 꼬르륵……. 분명 ㅇㅇ의 배에서 난 소리였다. 순간 민망해진 듯 화르륵, 얼굴을 붉힌 ㅇㅇ에 경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배고파?"
"응……"
하긴 하루 종일 집에 있느라 아무 것도 못 먹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 도경수. 참자, 참아……. 결국에는 인내하는 자가 미인을 가진다고 했다. 내 퍼펙트한 계획보다야, 우리 애기 밥 먹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아무렴. 밤은 길다, 경수야……. 경수의 눈에 이번에는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이 한 방울 맺혔다.
시상식에서 박력 넘치게 고백하고,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예쁜이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것이 자신이 세워 놓은 완벽한 플랜이었는데…… 왠 잡놈들이 자꾸 방해를 하네. 깨져버린 분위기에 잔뜩 짜증이 난 경수가 다소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아, 비장의 무기를 꺼낼 때가 된 건가.
"맞다, ㅇㅇ아. 나 좀 도와주라."
"응…? 뭐를?"
가방에서 두꺼운 종이 뭉치를 꺼낸 경수가 몇 번 뒤적이더니 그것을 ㅇㅇ에게 내밀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다음 달부터 들어가는 드라만데, 대본 연습을 하나도 못 해서 말야. 네가 파트너 좀 해줬으면 하는데."
"어…… 나 연기 진짜 못 하는데……"
"괜찮아. 어차피 대사도 별로 없어."
그렇게 말하는 경수가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우고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서부터 하자.
"가, 강우야……. 흐익……."
대사를 차마 다 치지도 못한 ㅇㅇ가 얇은 셔츠를 파고드는 손에 질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ㅇㅇ의 허리를 오히려 더 꽉 붙든 경수가 몸을 더 밀착해왔다.
"쉬잇. 연기잖아, 연기."
"그, 그치만 이거……"
베드신이잖아……!! ㅇㅇ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경수가 입을 맞췄다. ㅇㅇ의 목소리가 경수의 입 안으로 저절로 삼켜져 들어갔다. 으, 웁! 한참을 ㅇㅇ의 여린 입 안 살결을 유린하던 혀가 빠져나가고, 마침내 경수의 못된 손이 ㅇㅇ의 추리닝 바지를 반쯤 끌어 내리는 데 성공했을 때였다. 꼬르륵……. 분명 ㅇㅇ의 배에서 난 소리였다. 순간 민망해진 듯 화르륵, 얼굴을 붉힌 ㅇㅇ에 경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배고파?"
"응……"
하긴 하루 종일 집에 있느라 아무 것도 못 먹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 도경수. 참자, 참아……. 결국에는 인내하는 자가 미인을 가진다고 했다. 내 퍼펙트한 계획보다야, 우리 애기 밥 먹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아무렴. 밤은 길다, 경수야……. 경수의 눈에 이번에는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이 한 방울 맺혔다.
"어, 이게 누구야. 유명하신 배우님이 여긴 웬일일까?"
시발, 이건 또 무슨……. 다급하게 ㅇㅇ를 데려온 식당이 하필 김민석네 레스토랑이라니.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요즘 제일 핫하다며 이 곳을 추천해줬던 자신의 코디를 당장이라도 해고해버리고 싶었다. 얼마 전까지 5성급 호텔 주방장으로 있던 젊은 남자가 나와서 차린 곳이라더니, 그 남자가 설마 김민석일 줄이야.
"나도 옆에 앉아도 되지?"
"안 돼"
아니, 이게 웬일인가? 한참 바쁜 디너타임에 여직원들이 대기실에 옹기종기 모여 꺅꺅대고 있길래, 무슨 일인가 가봤더니 재수라고는 밥 말아 먹은 얼굴이 TV 에 나와 뻔뻔한 낯짝으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저 새끼 딱 봐도 연기하는 거구만. 그게 눈에 안 보이나? 얼른 서빙하라며 직원들을 한 번 다그친 민석이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제 애인에게 한 마디 하겠습니다……. 뭐라, 애인? ㅇㅇㅇ를 칭하는 것이 분명한 말에 민석의 말끔한 미간이 험하게 찌푸려졌다. 게다가 뒷말은 더 가관이었다. 오빠? 결혼? 저 새끼가 이 쯤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가 보구나. 민석의 눈빛이 맹수의 그것처럼 빛났다. 중요한 예약 손님이고 뭐고, 부주방장에게 맡기고 당장이라도 경수의 집을 찾아갈 테세를 갖추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자신의 사냥감이 제 발로 자신의 레스토랑에 걸어 들어온 것이었다. 민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반가워서 그러지, 반가워서"
차가운 경수의 대꾸에도 신경 안 쓴다는 듯 싱글벙글 웃은 민석이 옆의 의자를 빼 자연스럽게 앉았다.
"이리 줘. 썰어줄게."
ㅇㅇ의 접시를 가져가려던 경수의 손이 민석에 의해 제지되었다. 약은 약사한테, 칼질은 셰프한테. 아무래도 내가 너보단 낫지 않겠어? 잔뜩 차갑게 가라앉은 경수의 표정에 식당 안은 냉방 하나 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부는 듯 했다.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민석의 목소리에도 날이 서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너를 썰어버리겠어, 라고 말하는 것도 같았다. ㅇㅇ에게는 경수와 민석 둘 사이에 튀는 스파크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아까 먹은 샐러드가 아무래도 소화가 안 될 것 같았다……
"근데, 도경수"
"뭐"
"수상 소감이야, 뭐…… 너 미친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럴 수 있다 이거야. 근데 말이지…"
"…?"
"오빠도 아닌 게 왜 오빠병 걸려서 지랄이야?"
"……뭐, 이 씹새끼야?"
알듯 말듯한 민석의 말에 금새라도 물어뜯을 듯 민석을 노려보던 경수가 순간 풀썩, 하고 테이블 위로 고개를 박고 쓰러졌다.
"진짜 오빠는 여기 있는데"
어느새 다 먹은 건지 깨끗한 접시를 앞에 둔 민석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냅킨을 뽑아 입가를 닦았다.
"…????"
놀라 토끼눈이 된 ㅇㅇ를 쳐다 본 민석이 손을 뻗어 ㅇㅇ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엄지로 훑어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왜 이렇게 많이 남겼어. 아, ㅇㅇ이 고기 안 좋아하잖아. 경수가 시켰지? 이해해, 애기가. 얘가 원래 이런 쪽으로 안목이 좀 없잖아. 집에 가서 애기 좋아하는 로제 파스타 만들어줄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한 민석의 말투에 ㅇㅇ가 눈을 깜박이자, 민석이 아아, 하며 다정하게 ㅇㅇ와 눈을 맞추었다.
"아, 애기 놀랐겠다. 미안, 미안. 경수가 많이 피곤했나봐. 잠깐 잠든 거니까, 우리 먼저 일어나자."
"그, 그치만…… 경수 챙겨야……"
"스물 네 시간 안에는 일어날거야. 푹 자게 내버려둬."
ㅇㅇ의 손목을 그러쥔 민석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어렵게 공수해 온 수면제였다. 경수가 주문한 와인에 슬쩍 넣어놨는데, 그것도 모르고 잘도 벌컥 벌컥 마시더라. 쯧, 저렇게 미각이 둔해서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약의 지속시간은 최대 24 시간. 일어나면 도경수 성격에 또 지랄 발광하며 저를 쫓아올 테였다. 그 안에 어떻게든 ㅇㅇ와 끝장을 봐야했다. 조수석 문을 열고 ㅇㅇ를 태운 민석이 운전석에 자리 잡았다.
"헉……"
갑자기 제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바람에, 아주 가까이 다가온 민석에 놀란 ㅇㅇ이 숨을 들이켰다.
"안전벨트 매야지."
다정하게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채워주고는 ㅇㅇ의 보드라운 뺨에 입 맞춘 민석이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이리 줘. 썰어줄게."
ㅇㅇ의 접시를 가져가려던 경수의 손이 민석에 의해 제지되었다. 약은 약사한테, 칼질은 셰프한테. 아무래도 내가 너보단 낫지 않겠어? 잔뜩 차갑게 가라앉은 경수의 표정에 식당 안은 냉방 하나 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찬바람이 부는 듯 했다.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민석의 목소리에도 날이 서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너를 썰어버리겠어, 라고 말하는 것도 같았다. ㅇㅇ에게는 경수와 민석 둘 사이에 튀는 스파크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아까 먹은 샐러드가 아무래도 소화가 안 될 것 같았다……
"근데, 도경수"
"뭐"
"수상 소감이야, 뭐…… 너 미친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럴 수 있다 이거야. 근데 말이지…"
"…?"
"오빠도 아닌 게 왜 오빠병 걸려서 지랄이야?"
"……뭐, 이 씹새끼야?"
알듯 말듯한 민석의 말에 금새라도 물어뜯을 듯 민석을 노려보던 경수가 순간 풀썩, 하고 테이블 위로 고개를 박고 쓰러졌다.
"진짜 오빠는 여기 있는데"
어느새 다 먹은 건지 깨끗한 접시를 앞에 둔 민석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냅킨을 뽑아 입가를 닦았다.
"…????"
놀라 토끼눈이 된 ㅇㅇ를 쳐다 본 민석이 손을 뻗어 ㅇㅇ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엄지로 훑어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왜 이렇게 많이 남겼어. 아, ㅇㅇ이 고기 안 좋아하잖아. 경수가 시켰지? 이해해, 애기가. 얘가 원래 이런 쪽으로 안목이 좀 없잖아. 집에 가서 애기 좋아하는 로제 파스타 만들어줄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한 민석의 말투에 ㅇㅇ가 눈을 깜박이자, 민석이 아아, 하며 다정하게 ㅇㅇ와 눈을 맞추었다.
"아, 애기 놀랐겠다. 미안, 미안. 경수가 많이 피곤했나봐. 잠깐 잠든 거니까, 우리 먼저 일어나자."
"그, 그치만…… 경수 챙겨야……"
"스물 네 시간 안에는 일어날거야. 푹 자게 내버려둬."
ㅇㅇ의 손목을 그러쥔 민석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어렵게 공수해 온 수면제였다. 경수가 주문한 와인에 슬쩍 넣어놨는데, 그것도 모르고 잘도 벌컥 벌컥 마시더라. 쯧, 저렇게 미각이 둔해서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약의 지속시간은 최대 24 시간. 일어나면 도경수 성격에 또 지랄 발광하며 저를 쫓아올 테였다. 그 안에 어떻게든 ㅇㅇ와 끝장을 봐야했다. 조수석 문을 열고 ㅇㅇ를 태운 민석이 운전석에 자리 잡았다.
"헉……"
갑자기 제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바람에, 아주 가까이 다가온 민석에 놀란 ㅇㅇ이 숨을 들이켰다.
"안전벨트 매야지."
다정하게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채워주고는 ㅇㅇ의 보드라운 뺨에 입 맞춘 민석이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
* 영화 '디스 민즈 워' 내용을 베이스로 합니다.
** 도 배우와 김 셰프의 등장...!!!!! 여태 불마크 때문에 혹시나 문제될까 싶어서 포인트를 좀 높였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흐접한 글에 넘 과분한 포인트 같슴니다... 다 낮출거니까 이제 편하게 보세욥!! 늘 재밌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힘이납니당.. 싸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