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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찬백] 열애백과 .01 (부제 : 조금 모자란 반도의 게이들 이야기) | 인스티즈

 

[카디찬백] 열애백과

부제 : 조금 모자란 반도의 게이들 이야기

 

 


※병맛주의

 

 

 

 

 

w.현블리

 

 

 

 

 

 

 

“어떡하지... 아.... 어떡해.. 정말...”

“어떡하지... 경수가 지랄한다......”

“어떡하지.... 박찬열이 또 맞아 죽으려고 환장한다.."

 

 

 

 

 

 

마지막인 백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수에게 정강이를 맞아 무릎을 꿇고 있는 찬열이다. 와 존나 빨라. 찬열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정강이를 붙잡았고 경수는 그런 찬열은 자신과 관련 없다는 듯이 아웃 오브 관심 모드로 다른 어딘가를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웬일로 박찬열이 안나대나 했더니 드디어 오늘 도경수한테 정강이를 354번째로 차였다. 결론은 오늘은 도경수한테 한 대도 맞지 않겠다고 내기했던 박찬열은 나한테 하교 후에 떡볶이를 산다."

 

 

 

백현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시바신을 기리고 있는 찬열의 옆에서 깐죽거렸다. 돈 넉넉하게 가져왔지?

 

 

 

 

“.... 좋은 말로 할 때 닥쳐라 변백현”

“싫어싫어, 나 떡볶이도 먹을 거고, 순대랑 튀김이랑... 또...."

“그 자유분방한 주둥이 쳐 안 닫으면 너부터 먹힐 줄 알아”

 

 

 

 

백현이 충격적이라는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고 조용히 입지퍼를 닫았다. 박찬열이라면 충분히 저 말을 실현하고도 남을 인물이다. 그건 고등학교 1학년 봄부터, 그러니까 거의 2년을 박찬열과 함께 하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백현의 비글 본성은 입을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가만히 놔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도 아픈지 정강이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찬열의 옆에서 벗어난 백현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수의 옆에서 말을 했다.

 

 

 

 

 

 

“박찬열 저거 완전 싸이코 아니냐?"

“.....”

“지가 나대서 아픈 걸 왜 나한테 화풀이하고 지랄이ㅇ...."

“야”

“어, 왜?”

“그 싸이코 애인이 너야, 그러니까 제발 좀 닥쳐.”

 

 


지져스. 백현이 제2차로 충격을 받고서는 19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소름 돋은 팔을 꼭 부여잡은 백현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더 중요한 건 경수가 한 말이 또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 말 시키지 마... 오빠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말 시켜달라고 해도 안 시킬 거야”

 

 

 

가볍게 백현을 처리한 경수가 벽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다가 다시 숨기를 반복하며 백현에게 말했다. 경수가 지금 이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모자라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너.. 이... 배신자.. 내가 김종인 운동장에 있는 것도 알려줬는데.. 아오.... 너 나한테 잘보여야 돼!! 나랑 종인이가 얼마나 친한ㄷ....”

 

 

 

 

찬열의 입에서 나온 김종인이라는 이름에 경수가 화들짝 놀라며 찬열 쪽으로 달려가더니 찬열의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찬열이 갑자기 달려든 경수에 놀랐는지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키우며 다급하게 경수의 손을 때리다가 이내 역부족이었는지 온몸으로 경수를 밀어냈다. 코까지 완벽하게 감싸버린 경수의 손에서 벗어나자 그제야 숨을 쉰 찬열이 경수를 보고 빽 소리를 질렀다. 푸하! 이젠 나 질식사 시키려고 작정했냐?

 

 

 

“... 제발 목소리 좀 낮춰 싸이코새끼야”

“뭐, 너 지금 남자 좋아하는 게 부끄러워? 어? 그래서 그러는 거야? ”

“즈블 그 입 드믈으...."

 

 

 

난 너처럼 그렇게 생각 없는 게이가 아니란말야. 찬열이 답답하다는 듯이 자세를 고쳐잡아 아빠 다리를 한 채 경수를 바라보았다. 너 이건 내가 정말 선배로서 해주는 말인데, 뭐든 빠를수록 좋은 거야. 고백도 빨리하고, 진도도 빨리 나ㄱ....

 

 

 

 

“미친 새끼야, 내 사랑을 그렇게 박찬열화 시키지 마”

“.... 이거 듣고 보니 어이없네, 야 박찬열화 되면 뭐 잘못 되는 거냐?”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찬열이 단호한 경수의 대답에 하, 하고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어디 한번 말이라도 해보던가 잘난 도경수의 풜스트 러브.

 

 

 


“나와 종인이는... 운명이야....”

“...싸이코는 내가 아니라 너인 듯...”

 

 


존나 인소 작가인 줄. 왜, 사랑의 신 에로스가 와서 너의 그 작은 가슴 가슴마다 화살이라도 쐈다고 하지그러세요. 찬열이 말을 마치자 언제 또 원상태로 돌아왔는지 불쑥 끼어드는 백현이다.

 

 


“그 에로스가 바로 접니다만.”

 

 

 


*

 

 

 

 

사건의 발단은 불과 한 달 전. 바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3월이었다. 기나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고쓰리가 됐다는 오묘한 감정에 개학식 하루 전날 떨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 경수다. 그것은 새 나라의 바른 청소년으로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내일 고3으로서의 첫 아침을 상큼하게 보내기 위한 경수 나름의 전략이었다.

 

 

 


[져나받아 경수야~ 전화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이거 계속 나올걸~ 빨리 받는 게 좋을 거야~ 꺄르르 10초 안에 안 받으면 변백현이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거 인정하는 걸ㄹ..]

 

 


물론 변백현 덕분에 망했지만. 언제 또 이런 걸 저장해놨는지, 하여튼 하는 짓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깨물어 죽여버리고 싶다니까 정말. 경수가 참을 인을 여러 번 새기며 도저히 못들 어주겠는 백현의 멘트에 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고3 생활을 앞두고 걱정이 되신다구요? 걱정 마세요!]

"... 무슨.."

[촉이 와 단번에 느껴! 여러분의 미래를 알려드려요!]

"..변백현, 심심하면 잠이나 처 자. 내일 또 지각하지 말고"

[운세를 보시려면 1번, 본인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시면 그 이외의 다른 행위를 취하세요]

 

 

 


이거 완전 사기 아냐. 확 끊어버릴까 생각하다가 또 내일 하루 종일 저를 못생겼다고 놀릴 백현의 모습이 눈이 선해 할 수 없이 일번을 누르는 경수다. 모자란 변백현 이렇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지금부터 제가 묻는 질문에 사실대로 답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아 빨리해 나 잘 거야."

[이름이 무엇입니까]

"도경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너랑 똑같잖아"

[질문에 성의 있게 답해주십시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얄미운 목소리게 경수가 이를 악물었다. 아오 이걸 진짜...

 

 

 


"19"

[생일이 언제입니까]

"1월 12일"

[키가 몇입니까]

"17... 4"

[삐삐삐 정보에 오류가 있습니다.]

 

 

 

 

미친 새끼. 아 진짜 이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날까. 이 고민은 경수가 백현과 친해진 고 1 이후부터 무려 2년간을 해온 고민이었다. 언제나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올바른 대답을 해주십시오.]

".... 그게 올바른 답이라고"

[올바른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 진ㅉ.... 그래, 내가 올바른 대답 안 했어. 됐지? 이제 쳐 자라? 응?"

[도경수 님]

"아 뭐!!"

[한 번의 기회를 더 드리겠습니다. 다시 시작하시려면 1번, 본인이 호빗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외 다른 행위를 취하세요.]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이불까지 덮고 있던 경수가 결국엔 참지 못하고 이불킥을 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변백현이랑 나랑 키 차이 3센티미터도 안 나는데 왜 나만 이렇게 농락당해야 하는 거지?

 

 

 


[5초 안에 대답하지 않으시면 도, 경, 수 님께서는 호빗으로 인ㅈ...]

"일일일일!!!됐냐?"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빨리하라고"

[이번엔 질문이 하나입니다.]

"헐? 진짜지 빨리해"

[도경수님의 친구 중 가장 잘생긴 사람의 이름ㅇ...]

"도경수"

 

 

 

생각보다 빠른 대답에 백현이 잠시 정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백현의 당황한 모습이 너무나도 고소하기만 한 경수다. 이런 답정너새끼. 이번엔 너에게 말려들지 않아. 누가 봐도 백현이 듣고 싶은 대답은 변백현 자신이겠지만 순순히 그 말을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경수다.

 

 

 


[.. 도경수님의 대답에 따라 운세가 결정되오니 보다 신중한 대ㄷ...]

"그래 도경수"

[... 본인을 제외하ㄱ..]

"싫음 도경수"

[개새끼야 질문 다 듣고 대답하라고]

 

 

 


축 변백현 빡치게 하기 성공. 경수가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은 흡사 양의 탈을 쓴 늑대와도 같았다. 같잖은 기계음을 내다가 본래 백현의 목소리를 들으니 평소엔 그렇게도 깝싸대던 목소리가 마냥 반가운 경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쪼개지마, 너는 이제 평생 불행할 거니까]

"누가 요즘 그런 거 믿음ㅋㅋㅋㅋ게다가 뭐? 촉이와 단번에 느껴? ㅋㅋㅋㅋㅋ느끼긴 뭘 느껴 변태 백현 새끼얔ㅋㅋㅋ"

[닥쳐 아직 안 끝났으니까]

 

 


공부할 때나 이렇게 근성 있게 하지, 뭘 더 하려는 건지. 어떻게든 운세를 봐주겠다는 백현의 고집에 그래 어디 한 번 해보려무나 하는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경수다.

 

 


[도, 경, 수 님]

"뭐"

[운세를 알고 싶으시면 1번, 본인이 고자라고 생각하시면 그 외의 다른 행ㅇ..]

"아 1번, 빨리 말해 나 잘 거야"

[도경수님의 운세는....]

 

 

 

 


갑자기 진지해진 백현의 말투에 못 이기는 척 기대를 해보는 경수다. 백현이 말하는 운세라고 하면 자고로 신뢰도가 0.001%나 존재할까 말까지만 오묘하게 들어맞을 것만 같은 느낌이 경수의 무의식 속을 스쳤다. 존나 이상하게 말하기만 해봐.

 

 

 

 

[정말 씨발스러운 운세군요! 살다 살다 이런 운세는 또 처음이네요]

"....."

[행운의 숫자는 18이구요. 내일은 되도록이면 행동을 주의하세요. 뭐 특히 폭력적인 행동이라던가, 심한 언행, 주의해주시고...]

"..... 야"

[네? 어떻게 하면 이 십팔스러운 운세를 바꿀 수 있냐고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단돈 마넌!! 배춧잎 한 장으로 고객님의 인생을 바꿔드ㄹ..]

"야, 이 사기꾼아. 기회는 한 번이야. 골라. 1번 명치, 2번 인중, 3번 정강이 4번 종합세트."

 

 

 

 

개인적으로 4번 추천한다. 나름 백현과 함께 한 근 2년 동안 참을성 하나는 그 누구보다도 확실히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경수다.

 

 

 

 

 

[진정하세요, 아직 마지막 운세가 남아있습니다.]

“됐고, 넌 내일 처맞을 준비나 하고 와”

[마지막은 연애 운세입니다.]

“게이 주제에 내 연애 운세 망쳐놓지 마시죠?”

[닥치세요. 게이는 누가 게이야]

“ㅋㅋㅋ 웃기고 있네”

[난 너 웃기려고 한적 없거든, 앞으로 내 앞에서 박찬열의 박이라도 꺼내는 순간 넌 평생 모쏠이다.]

 

 

 


지가 먼저 박찬열 이름 말해놓고 나한텐 말하지 말라고 하는 건 무슨 심보야 대체... 분명 또 싸운거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하는 백현에 그럼 그렇지 하는 말투로 대응을 해주는 경수다. 뭐 너네 싸우는 일이야 이젠 말하기도 입 아프지. 백현이 갑자기 억울한 듯이 경수에게 방금 전 있었던 일들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 개 썅놈이, 내가 점 봐준다고 하니까 필요 없고 내 엉덩이에 있는 점이나 보여달라고 하는 거야!]

“... 너 엉덩이에 점도 있니”

[아 나도 몰라! 내가 그걸 볼일이 있어야지!]

 

 

 


그래, 뭐 찬열이는 많이 봤을 거니까.... 백현 자신조차도 모르는 신체의 비밀을 터득한 찬열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경수다.

 

 

 


[암튼 그 새끼는 내 성의도 무시하고 성희롱도 했어... 내가 내일 그 새끼랑 말 한마디라도 하나 봐라]

 

 

 

매일 저런 식이었다. 저렇게 비장하게 말해놓고 내일 만나자마자 큰소리치면서 싸우겠지. 진절머리 나는 두 사람의 싸움을 내일도 구경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픈 경수다. 이런 한 쌍의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그래.. 찬열이가 잘못 했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한 백현을 달래는 게 가장 직빵이었다. 대충 장단만 맞춰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백현이었기에 그런 경수의 말을 듣자 역시 너는 내 맘을 잘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라며 금방 또 웃어 보이는 백현이다.

 

 


[야 너는 내일 운명을 만나게 될 거야]

“뭔 개소리야...”

[날 믿어 인마, 너라면 충분히 좋은 사람 만날 거야!]

“... 그래, 참 고맙다...”

 

 

 

 


그 뒤로 백현이 뭐라고 더 말을 했던 것 같지만 잠이 들어버린 탓에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경수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 하나는 자기 전 그토록 난리 법석을 떨던 백현 때문인지 평소엔 일찍 잘도 일어나더니 그날은 무슨 일로 늦게 일어나버렸다는 것 정도. 그것도 엄청 늦게.

 

 

 

 

 

“씨벌탱 내가 진짜 변백현 이 개새끼랑 친구를 먹은 건 인생 최대의 실수야”

 

 

 

 

 

일어나자마자 눈에 들어온 8시에 가까워져가는 시계를 보고 빠르게 준비를 하면서도 백현을 신랄하게 까대는 경수다. 머리를 대충 감고 말릴 틈도 없이 교복을 입고 나오자 시간은 8시 10분에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버스만 잘 잡으면, 그렇게 혼나지는 않을 거야. 침착하자 경수야.

 


신발을 구겨 신은 채 전력질주를 한 탓에 숨이 너무 차서 호흡이 곤란할 정도가 되어서야 정류장에 도착을 한 경수다. 겨우 숨을 고르며 덜 마른 머리를 터는 경수가 버스가 올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 아 맞다 나 데이터 다 썼지. 진짜 운도 더럽게 없어요.

 

 


씨발스러운 운세라는 백현의 말이 머리에 울릴 때쯤,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뭔가 생각난 듯이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내 지갑. 설마 안 챙긴 건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위급한 상황에서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분명 주머니 안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바지 주머니를 뒤지고 가방을 열어 확인해봐도 보이지를 않는 지갑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후 지갑을 그대로 손에 들고 와 책상에 고이 놓아둔 기억이 떠올라 할 수 없이 가방을 열어 굴러다니는 돈이라도 찾아볼까 하는 마음에 가방 안으로 머리가 들어갈 기세로 밑을 뒤지는 경수다.

 

 

 

 

 

 

“.... 변백현.... 이게 다 변백현 저주 때문이야..."

 

 

 

 

 

경수가 가방을 탈탈 털어서 찾아낸 것은 100원짜리 하나, 50원짜리 하나 그리고 10원짜리 3개 정확하게 말하자면 180원이었다. 행운의 숫자가 18이라는 백현의 목소리가 음성지원되는 소름돋는 느낌에 머리를 쥐어잡는 경수다. 아 진짜 살기 싫다.

 

 

다시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엔 그렇게 기다려도 몇 분 후에야 오던 버스가 매정하리만큼 빠르게 도착하는 걸 보고 경수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한 번쯤은 공짜로 태워줄 수도 있지.

 


희망을 갖고 일단 버스에 발을 들이고 본 경수가 자리에 앉기는커녕 버스 안쪽으로 들어서지도 못한 채 그대로 쭈뼛쭈뼛하게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학생 뭐야, 얼른 돈 내고 타요 뒤에 사람 못 타잖아.”

 

 

 

 


아 뒤에 사람 있었구나, 문쪽에서 조금 벗어난 경수가 아저씨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저씨 제가요 오늘 지갑을 안 가져와서 그러는데 한 번만 봐주시ㅁ...

 

 

안돼. 생각보다도 훨씬 단호한 아저씨의 태도에 경수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말을 해보지만 요지부동인 채 돈이 없으면 어서 내리라고 하는 기사 아저씨다. 아니, 그거 버스비가 몇백 원 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우리나라 사회 진짜 정 없다.

 

 

한창 사회를 한탄하던 경수의 표정을 읽은 건지 이렇게 학생처럼 태워달라는 사람들 하나 태워주다가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태워달라고 할 때 거절을 못해 일이 커진다고 말하는 아저씨다.  반박하고 싶지만 또 마냥 틀리지는 않은 말에 울상을 지은 경수가 차마 내리지는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제가 같이 낼게요.”

 

 

 

그것은 흡사 천사의 멜로디가 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진실은 다름 아닌 자신과 아저씨의 대화 덕분에 한참을 버스 계단에 서있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경수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으로 자신을 구제해준 천사 같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조금 더 큰 키에 본의 아니게 올려다 본 남자의 얼굴은 생각보다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1학년 신입생인지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고있지만 낯선 얼굴이었다.  남주가 존나 잘생긴 순정만화의 한장면과 같은 자신의 상황에 내적웃음을 참으며 인사를 한 경수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음에 꼭 갚을게요"

 

 

 

 

 


예의 바르게 남자에게 인사를 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버스기사 아저씨는 저와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물론 종인과 인연이 될 계기를 제공해준 건 감사하지만 뻔히 서있는 경수와 종인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급출발을 해버리는 기사 아저씨에 중심을 잃고 휘청한 경수다.

 

 

 

아주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남자가 뒤로 밀린 것보다 더 빠르게 남자에게 쏠려버린 경수의 중심에 남자는 물론이고 외간 여자조차와도 접촉해져 본 적이 없는 입술이 남자의 것과 살짝 맞닿은 것을.

 

 

 

자고로 경수는 지금껏 자신이 순결을 지켜왔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는 이 시대의 성인군자의 표본과도 같은 학생이었다. 비록 제 친구들은 변태 기질이 다분했으나 지금까지 야동조차 제대로 시청해본 적도 없었는데...


경수에게 첫 키스라는 것은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기 위해 지금껏 지켜온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게 뽀뽀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접촉에 불과했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순수하고 고결한 경수에게 그것은 인생에 있어서 top 5 안에 들 정도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 어.. 버버.... 어버...”

 

 

 

 

이렇게 쉽게 첫 키스의 기회를 날려버리다니, 예전부터 줄곧 상상해오던 첫 키스를 할 때의 종소리는 바로 옆 택시의 경적소리 때문인지 들릴 기미조차도 보이지를 않았고 사탕처럼 달콤하다던 첫 키스의 맛은 감미할 겨를조차 없이 끝나버렸다.

 

 

 

 

*

 

 

 

“.... 그래서.. 뭐 설마 그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건 아니겠지?”

“존나 정답.”

 

 

 


백현의 말에 찬열이 뭐 이런 게 다 있느냐는 눈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경수 자신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엔 그저 첫 키스를 날려먹었다는 생각에 우울했다가 그날 이후로 어쩔 수 없이 계속 눈에 밟힌 종인을 봐오면서 자신이 종인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게 확신이 되었을 땐 이미 앓고도 남을 정도로 종인이 마음에 든 후였다.

 

 


이야기를 제대로 나눠본 적도, 그 날 이후 만난 적도 없었지만 경수가 본 종인은 참 인성도 바르고 좋은 사람이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고.... 오죽하면 자신이 금사빠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확실히 그건 아니었다. 아마 그건 상대가 김종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먹을 쥐면서까지 열렬하게 토로하는 경수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근데 왜 이렇게 스토커처럼 숨어서 보냐고...”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내가 친하지도 않은데 그때 그... 입술 조금 닿았다고 대뜸 찾아가서 좋다고 하면 종인이가 얼마나 당황하겠어, 날 이상한 변태 새끼라고 생각할 거야...”

“알긴 아는구나, 너 존나 이상한 거.”

“니가 나한테 할 소리는 아닌 듯.”

 

 

 


그럼 이제 어쩔 거냐는 찬열의 말에 경수가 잠시 종인을 향한 시선을 찬열에게 옮겼다. 몰라. 아무런 계획도 없는데.

 

 

 

 


“그럼 평생 이렇게 보고만 있게?”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어쩔 건데"

“모른다고...”

 

 

 


대책 없는 경수에 찬열이 벌떡 일어나서는 말릴 틈도 없이 종인에게로 다가갔다. 설마 저 용감 무식한 박찬열이 종인이 앞에서 헛소리를 뱉어내는 건 아니겠지, 차마 찬열을 잡지 못한 경수가 불안한 듯 계속 그쪽을 주시했고, 백현 또한 그런 경수의 뒤통수에 딱 붙어 찬열이 어떤 병신 같은 짓을 할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찬열을 발견한 종인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대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뭐라고 말을 한 후 마치 전장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처럼 되돌아오는 찬열이다. 이상하지, 나는 저 새끼가 웃으면 괜히 불안하단 말야....

 

 

 

 


“야 오늘 학교 끝나고 만나서 놀자고 했어!!”

 

 

 

 

그건 찬열과 친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찬열이 잘생겨 보이고 심지어 있지도 않은 후광마저도  보이는 듯한 순간이었다.

 

 

 

 

 

 

--

 

 


오타같은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바로 고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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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워어어ㅓ 이런 청춘 께이들!!!!!!11!! 학원물이라니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이런 장르랑 분위기 짱좋아요ㅠㅠㅠ조심스럽게 신알신을 뙇....!
9년 전
현블리
헐 ㅠㅠ 감사해요ㅠㅠㅠ
9년 전
독자2
와 오랜만입니다 청게 ㅋㅋㅋ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9년 전
현블리
와ㅠㅠ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청게물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디!!!!!!!!!!! 찬백!!!!!!!!!!!!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현블리
사랑한다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4
ㅋㅋㅋㅋㅋ 백현이 거~의 비글급 ㅋㅋㅋㅋㅋㅋ 제가 경수얐으면 애정을 담아 때리고도 남았네요... 뱉홈청게 갠적으로 좋아하ㅂ니당... ㅎㅎㅎ 잘 보고 가요!
9년 전
현블리
와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5
아대박 ㅠㅠ 완전 취저 진짜 ㅠㅠ 계속 연재해주셔야대요 ㅠㅠ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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