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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진실은 언제나 하나 <여탐정 : 셜록의 귀환> | 인스티즈





진실은 언제나 하나

<여탐정 : 셜록의 귀환>




#1





"그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부탁합니다."

"노력해보죠."



탁, 소리가 나게 수첩을 덮자마자 깔끔한 수트 차림의 남자는 더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켓의 단추를 잠근다. 그가 인사치레로 먼저 손을 내밀기에, 며칠 째 감지 않아 간지러운 두피를 벅벅 긁어댄 손을 나름 신경써서 바지에 슥슥 문지르고 잡아줬더니, 손을 떼자마자 안쪽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낸다.

허, 저럴 거였으면 먼저 손을 내밀지나 말든가.

기분이 나쁜건 아니지만, 무안함에 올려다보면 나를 보는 남자의 날카로운 눈매에 의심이 가득하다. 단 몇마디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씬 느껴지는 최적의 싸가지. 딱 봐도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가늠이 간다. 마치 나를 한낱 쓰레기처럼 대하고 있는 태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나는 사람 좋게 웃어야만 한다.
이런 사람이라도 일단 중요한 고객이니까.



"노력으로 끝나선 안됩니다. 반드시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

"안 되는겁니까?"

"물론, 되죠. 맡겨주세요. 반드시, 해결해 보일테니까요."

"세간에 알려진 명성도 있고 하니, 그럼 한번 믿어보도록 하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멀리 나가진 않겠습니다."



쾅-

여태 내 앞에서 한껏 가진 자, 배운 자의 모습을 뽐낸 주제에 돌아갈 땐 그에 맞지않게 큰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 사라진 남자가 남기고 간 여운이 사무소를 찾아온 정적 위로 물씬 떠오른다. 남자에게서 받은 명함을 껴둔 수첩을 들고 거칠게 의자에 몸을 실었다. 남자 앞에서는 꽉 동여매고 있던 머리카락을 풀어제끼며 한차례 쓸어넘기고 작은 한숨을 뱉었다.



"후..."



수첩을 다시 펼쳐 남자의 얘기를 들으며 적어두었던 메모를 빤히 바라보았다. 톡- 톡- 내가 책상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것은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이유가 아니라, 단순한 짜증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잠깐 못마땅하게 메모를 쳐다보고 있었을까, 문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리며 나타난 내 하나뿐인 조수, 박찬열이 안으로 들어선다. 장이라도 보고 왔는지, 품에 한아름 짐을 들고선 낑낑거리며 문을 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그에게서 별 볼일 없이 고개를 돌리자 나를 향해 아는 체도 안해주냐면서 툴툴거린다. 안그래도 구겨져 있던 얼굴을 더욱 찡그리며 종로에서 맞은 뺨, 한강에서 화풀이 해본다.



"혼자 다니는 주제에, 넌 뭐 그리 말이 많아?"

"어? 탐정님, 계셨어요? 이 건물에서 누가 나오길래 혹시나 했는데..."

"그래, 의뢰다."

"역시! 이게 얼마만에 의뢰예요?"

"아픈 곳 찌르지 마. 썩 반가울 일도 아니야."

"왜요? 모처럼 의뢰가 들어왔잖아요! 요새 세상이 부쩍 아름다워진건지 사건도 없이 조용했는데.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

"네? 어떤 사건이냐니까요? 유괴? 도난? 살인? 뭔데요?"



너무 반짝거리는 눈이다. 아무리 우리가 하는 일이라 해도 저런 단어를 해맑게 웃으며 물어오는 탓에 사이코같다는 말이 턱까지 차오른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직은 내 하나뿐인 조수, 박찬열이 사이코가 아니길 바라며 턱을 괸 채 수첩을 가리키자 그는 테이블 위에 봉투를 내려놓고 직접 책상 앞으로 와 수첩을 집어들어 내가 써둔 메모를 하나씩 읽어내린다.



"실종."

"..."

"어젯밤 11시경... 딸... 1살... 흰털, 순혈 페르시안... 씨발...?"

"..."

"이게 뭐예요? 페르시안이라면, 무지 비싸다는 고양이 종 아니에요? 고양이랑 관련된 사건인가... 고양이가 현장에 있었대요? 뭘 봤대요?"



메모 위에 가장 크게 적어둔 실종이라는 단어를 당차게 읽어내더니, 의식의 흐름대로 써놓은 메모들을 순서대로 읽다가 가장 밑에 적어두었던 욕설까지 그대로 읽어내린 그는 수첩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본다. 지 나름대로 단어들을 조합하여 추리를 하며 이것저것 물어오는 그였지만 나는 처참하게 그의 추리를 박살내어야 했다.



"고양이 실종사건."

"... 고양이 실종사건...?"

"어머님이 아끼시는 고양이가 집 나갔대. 딸처럼 아끼시던 고양이라서 꼭 좀 찾아달란다."

"... 그런 의뢰를, 받았어요?"




불과 1시간 전에 삐까번쩍한 명품들을 두르고 등장한 남자를 떠올리며 그가 했던 말들을 곱씹어보았다.

"어젯밤 11시 쯤,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저의 어머님의 딸이 말이죠."

저절로 입꼬리가 비틀어진다. 실종사건! 이 얼마나 두근두근한 사건이란 말인가. 마냥 좋아해서는 안 될 일이었지만, 내 직업은 탐정. 오랜만에 들어온 게 큰 사건임을 예감하고 허리를 곧게 편 채 온 몸의 세포를 귀에 집중시켰다.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실종된 이를 여동생이 아니라 굳이 '어머님의 딸'이라고 칭한 것이었는데, 뭔가 그들만의 가족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았다.

"11시경에 사라져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고작 1살짜리 아이입니다. 어머님이 많이 걱정하세요.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야하는 이가 고작 1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라는 얘기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니라 악질적인 유괴사건이라는 소리가 돼버렸다. 아직 걸을 수도 없는 아이가 혼자 어떻게 나가겠냐는 거다. 필시 누군가가 데리고 나갔다는 얘기다.

그런데 단번에 그 생각을 깨뜨리는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흰털을 가진 순혈의 페르시안 종입니다.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겠다고 해봐도 어머님은 그 고양이만 찾으며 결국엔 쓰러지셨습니다. 그러니까, 꼭 그 고양이를 찾아주십시오."

"... 고.. 양이요?"

나는 그대로 할 말을 잃었고, 힘이 들어간 손은 펜을 꼭 쥔 채 수첩에 꾹 눌러 단 한 단어만을 더 추가했다.

[씨발]




방금 전의 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박찬열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고, 나 역시 아까 그러지 않았을까, 걱정하던 찰나 설명이 끝나자 곧 어떻게 이런 사건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표정으로 바뀐 그의 얼굴에 나는 손가락 한개를 펴보였다. 



"한 장 준대."

"탐정님... 고작 10만원 벌자고 이런 걸 받으셨어요?"

"아니야."

"응? 그럼 100만원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탐정님 명성이 있는데 고작 고양이 실종사건이라니..."

"천."

"네?"

"천만원짜리라고."



박찬열의 눈에서 눈알이 당장이라도 또르르 굴러나올 기세로, 커져버렸다.





#2




[EXO] 진실은 언제나 하나 &lt;여탐정 : 셜록의 귀환&gt; | 인스티즈





"아씨... 탐정님 저 다리 저려요..."

"시끄러워."

"저는 탐정님이랑 달라서 이런 매복은 무지 힘들다고요."

"너랑 나랑 뭐가 다르다고 난리야?"

"탐정님은 쪼끄매서 조금만 낮추시면 되지만, 저는..."

"닥쳐."

"..."



또 자신의 긴 다리를 자랑하며 내 키를 공격하려는 박찬열의 입을 바로 차단해 버리고는 의뢰자의 집 담 뒤에 몸을 숨긴 채 매복을 계속한다.

그나저나 집 한 번 존나 크네. 일단 우리가 사무소에서 나와 들린 곳은 의뢰인의 집이었다. 도착하고 정원까지 낀 거대한 저택을 보자마자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른 나와 박찬열이었다. 이런 곳에서 살던 집고양이라면 산책도 집 안에서 끝낼 수 있으니 야외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딸처럼 귀하게 아끼던 고양이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밖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고양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본래 똑똑했던 고양이라고 하니 어슬렁거리다 길을 발견해 우연히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


사실 사람도 아니고 고양이를 찾는 것에는 완벽하게 무지했던 나였기에 헛고생 하지말고 대충 의뢰인의 집 근처에서 기다려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것 나름대로 고생스럽더라. 아으, 나도 이제 다리에서 쥐나...

같이 매복하고 있던 박찬열이 찡찡거리기 시작하자, 나도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천만원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탐정님?"

"요새 생활비 빠듯하다고 쪼아댄 게 누구더라."

"... 그건,"

-야옹

"!!!"

"탐정님. 이, 이거... 그 고양이..."

"쉿."



박찬열과 얘기를 나눌 때 근처에서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바로 입을 틀어막고선 다시 한 번 울음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렸다.



-야옹



헉.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울음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역시 난 천재적이야."



울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흰털의 페르시안 고양이.

내 예상?대로 집으로 돌아온 고양이였다.



문제는, 저 고양이를 어떻게 잡느냐였다. 여기서 고양이가 바로 집으로 들어가버리면 그것은 내가 의뢰를 해결한 게 아니다. 천만원이 그대로 날아가버린다는 소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내가 저 고양이를 직접 안고 문을 두드리거나 의뢰인에게 연락을 해야한다는 말이지.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는 털을 바짝 세우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다가가면 바로 도망쳐버릴 것만 같은데, 어떡하지? 어떻게든 고양이를 잡을 방법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박찬열이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야야-"



계속 쪼그려 앉아있어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엄살을 떨다 코에 침을 바르며 일어나는 모습에 고양이가 사납게 울어대자 다시 얼른 앉히려고 했지만 박찬열은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근처 수풀에 다가간다. 졸지에 나와 고양이만 남아 서로 대치하며 눈싸움을 하게 됐고, 다행히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돌아온 박찬열의 손에는 강아지 풀이 들려있었다.



"그런건 어디서 찾았냐?"

"저기 많던데요?"

"그럼 그걸로 뭐 어쩌려고?"

"유인해야죠. 제가 이걸로 저 고양이를 유인하면 탐정님이 뒤에서 조용히 다가와서 잡으세요."

"어, 어... 그래..."



간만에 머리를 굴린 박찬열이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자리를 잡았고, 고양이의 시선은 이미 박찬열의 손에 들린 풀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몰래 고양이 뒤로 걸어갔고, 박찬열은 살살 풀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움찔움찔, 들썩거리는 몸에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오오, 우쭈쭈- 혀에서 현란한 소리까지 내가며 능숙하게 유인하자 고양이는 곧 엉덩이를 들고 사뿐히 걷기 시작한다. 고양이와의 거리를 좀 더 좁혔다.



"착하지, 이리온. 우쭈쭈-"

-야~옹

"..."



극도의 긴장감이 몰려온다. 기회는 단 한 번 뿐. 이번에 놓치면 또 다시 쭈그려 앉아 매복을 해야한다. 더군다나 천만원짜리를 이렇게 놓칠 수야 없지. 침을 꿀꺽 삼키며 박찬열과 눈을 마주치자, 박찬열이 타이밍을 재다가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 순간 내 몸은 자리에서 붕 떠서 날아올랐다.



"잡았다!"

-야옹!



윽, 한번에 고양이를 잡는 것은 성공하였으나 발버둥치는 고양이에게 손을 할퀴였다. 신음 소리에 바로 달려온 박찬열이 깜짝 놀라 괜찮냐고 물길래 이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의뢰인 집 근처였으니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바로 의뢰인 집의 초인종을 눌렀고, 놀란 표정으로 고양이를 받아들고는 펑펑 울어대는 사모님과 여간 나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인지 당장 하루만에 고양이를 찾아온 나를 다시 봤다는 듯한 의뢰인에게 당당히 계좌번호를 넘겼다. 그리고 돌아서 나온게 아마 오후 8시 쯤이었을 거다.





#3




"으아, 생각보다 빨리 끝났는데요?"

"그러게. 이틀은 밤 샐 각오였는데."

"그런데요, 탐정님. 아까 그 남자 되게 사납게 생기지 않았어요? 키는 작은데 눈빛이 어찌나 매섭던지."

"의뢰인?"

"네.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니까요? 마치 나를 죄다 꿰뚫어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꼭 벌거벗은 기분이었어요."

"그 정돈가? 나도 날카로운 눈매라고 생각은 했지만..."

"눈매만 조금 부드러웠으면 완전 귀여웠을 상인데."

"그래도 남자야. 귀엽다는 말 듣기 좋겠냐? 그런 소리 들으니까 일부러 더 눈을 치켜 뜨는거 아니야."

"그런가..."



탐정의 말에 토 달지마. 머리를 긁적이는 박찬열을 뒤로 하고 먼저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벌써 어둑어둑해져 깜깜한 거리엔 사람이 생각보다 없었다. 어디 거리는 완전 난리라는데,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해? 수명이 다 됐건지 깜빡깜빡 거리는 가로등 불빛이 겨우 8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같이 좀 가자면서 쫄래쫄래 따라오는 박찬열의 외침을 무시하려고 했으나 어차피 금세 따라잡힐 것을 알기에 가로등 아래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그 빛으로 무심코 손을 훑었을 땐 내 인상이 마구 찌푸려졌다.



"어? 피네."

"..."

"아까 고양이한테 긁힌 거예요?"



금세 따라 붙은 박찬열이 뒤에서 내 손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내 피가 아니야.

어디서 묻은걸까 고민을 해봐도 답은 역시, 아까 그 고양이 뿐이었다.
사무소에서 나오기 직전에 화장실에 들려 손을 씻었던 나고, 그 이후에는 바로 의뢰인의 집으로 향했으니까.
혹시 고양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묻었다고 해도... 그건 의뢰인의 집 근처에서였다.



"찬열아."

"네?"

"사건이다."



굳은 표정으로 다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뛰어서 되돌아가자, 박찬열이 헐레벌떡 따라붙었고 멀리 걸어오지 않은 터라 금방 도착한 의뢰인의 집 앞에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대로 초인종을 누르고 고양이 상태부터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아까 매복했던 장소로 향했다. 그 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 탐정님?"

"역시 그 고양이밖에 없어."

"...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 피, 아까 그 고양이한테서 묻은 피야. 찬열아, 이 주변에 누가 쓰러져 있지 않은지 확인해 봐. 나는 의뢰인의 집에 가서 확인할 게 있어."

"네?!"

"얼른! 죽지 않았다면 한시라도 빨리 찾아서 살려야지!"

"... ㄴ, 네!"



내 외침에 정신이 들었는지 큰 소리로 대답하고 뛰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선 나도 곧 몸을 틀어 의뢰인 집 문 앞에 섰다. 아까처럼 초인종을 누르자 들려오는 목소리.



-네, 누구시죠?

"저 아까 왔던 탐정입니다. 잠시 여쭤볼게 있어서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집에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십니까?

"몇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 들어오시죠.



고양이를 찾아줘서일까, 사무소에서 보다 많이 누그러진 목소리였지만 집에 들여달라는 부탁에 잠시 말이 없던 남자는 문이 열리는 버튼을 눌렀는지 달칵이는 소리와 함께 철컥, 대문이 열렸다. 아까처럼 나와보지 않고 나 혼자 알아서 들어오라는 마냥 쥐죽은 듯이 조용한 현관 쪽에 나는 숨을 크게 몰아쉬고는 끼익- 천천히 대문을 열고 그 넘어로 발을 들였다. 내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아주 재미있는 게임을 발견한 꼬마아이와 같은.





#4




[EXO] 진실은 언제나 하나 &lt;여탐정 : 셜록의 귀환&gt; | 인스티즈




"자, 그래서 다시 어쩐 일이시죠? 의뢰비는 내일 넣어드리기로 말씀 드린 것 같은데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현관 앞에서 날 맞이해 준 남자는 소파에 앉히고 직접 음료까지 내다주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고양이를 찾기 바빴다. 부엌에서 음료 한 잔을 따라 가져와 내 앞에 내려놓은 남자는 맞은 편에 앉아 내게 다시 찾아온 이유를 묻는다. 의뢰비는 내일 주기로 하지 않았냐는 눈매처럼 날이 선 말과 함께.




"... 고양이는 어디 있죠?"


"방금 샤워를 시키려던 참입니다만."


"안 됩니다! 당장 그만둬요!"


"..."




아차, 너무 흥분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치자 놀란건지, 안놀란건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다.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얼른 고양이의 샤워를 중지시켜야만 했다. 사실 눈 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의중을 떠볼 생각이었지만 일단 본론을 꺼내놓아 샤워를 멈추는게 급한 것 같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는 어두워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사실, 그 고양이에게서 피가 묻었습니다."


"저희 고양이가 다쳤습니까?"


"아니요. 고양이는 멀쩡했습니다. 그렇다고 제 피도 아니니, 이건 분명 다른 사람의 피라는 말인데."


"..."


"제 조수가 근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고양이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어서요. 샤워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져 급한 마음에 소리치게 되었습니다. 무례했다면 용서하시고... 고양이를 좀 볼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피, 라. 그것 참 꺼림칙하군요. 당장 씻겨주고 싶을만큼."


"..."


"하지만 도움을 드려야겠죠. 다행히 온수를 받는데 시간이 걸려 아직 샤워는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데려올테니."


"... 감사합니다."




이상한 남자다. 아까 박찬열이 했던 말이 이해가 간다. 의뢰에 관한 얘기를 들을 때는 사건에 집중해서 못 느꼈고, 고양이를 건네 줄 때엔 사건 해결에 들떠서 못 느꼈었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정말 모든 걸 꿰뚫어보는 사륜안에 노출된 기분이다. 그가 피, 라는 단어를 강조했을 때 몸이 섬찟해짐을 느꼈다. 범인을 마주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 참으로 오묘한 기분이었다.




"어머, 탐정님?"


"아, 사모님이시군요."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아까 고양이를 받고선 눈물을 훔치던 사모님께서 방에서 나와 나를 보고 반갑게 다가온다. 슬쩍 일어나 고개를 숙이니 남자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으시고 나를 향해 활짝 웃어보이신다. 고양이를 찾으셔서 정말 기쁘신가 보네. 뿌듯함에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남자를 기다리면 사모님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오셨다. 고양이를 어떻게 찾기 시작했는지, 어떻게 찾았는지, 왜 또 찾아왔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마지막 질문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포인트만 뽑아 대답을 해드리고 있을 때, 야옹-거리는 소리에 반응하며 고개를 돌리자 고양이를 안고 돌아오는 남자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저건 안았다기 보다... 최대한 팔을 뻗어 떨어뜨린 모습이...




"고양이, 싫어하세요?"


"...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아..."




남자의 대답에 사모님에게로 눈이 돌아갔다. 아들이 알레르기가 있는 데도 고양이를 기르는 엄마라니... 의뢰할 때 '어머니의 딸' 이라고 표현한 게 단순한 표현은 아니었군. 나름 어머니의 행동을 비꼬는 거였어. 남자는 고양이를 나에게 넘겨주었고 고양이를 받아들자마자 나는 고양이의 발부터 확인했다. 역시. 흙탕물과 섞여있지만 분명 핏자국이 있다. 털 끝에도 아주 살짝이지만 검붉은 색의 피가 묻어있는 걸로 보아, 이 고양이는 분명 상처를 입은 자의 옆을 지났음이 분명하다. 으음...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신음에 남자가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이젠 어떻게 해주면 좋겠습니까?"


"네?"


"부탁하신 고양이는 보여드렸고,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하시죠."


"아..."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남자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내 주머니에서 명랑한 만화주제가가 울려퍼졌다. 남자와 사모님이 동시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폰을 꺼내 들었다.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비틀어졌다. 비웃었어... 박찬열, 넌 나중에 뒤졌어. 도대체 언제 바꿔놓은건지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탐정을 주제로 한 만화주제가를 한시라도 빨리 꺼버리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어."


-탐정님!!!


"그래, 말해 봐. 찾았어?"


-네, 아까 그 집 뒷산길 입구 옆에 풀숲에서 쓰러진 성인남자를 발견했어요!!!


"숨은?"


-... 이미 끊어진 상태였어요. 112에 바로 신고했고요...


"잘했어. 넌 기다렸다가 반장님과 같이 아까 그 집으로 오도록 해."


-네!!!




"..."


"죄송하지만, 질문이 좀 늘어날 것 같군요."




전화를 하는 동안 나를 주시하고 있던 두사람의 표정 역시 좋지만은 않다. 박찬열의 목소리가 워낙 컸기에 그들도 다 들었으리라. 자신들의 집 뒤에서 발견된 사체. 그 사실만으로도 끔찍하겠지. 그리고 아직 자살인지, 사고인지... 아니면 살인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살인이라면


이 두사람, 아니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고작 이 집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담이지요


이거슨 탐정물이네요 ㅎ

진실은 언제나 하나!

네, 제가 바로 코난덕후이라죠

사실 트릭같은거 생각해낼 머리가 없기에 흥미진진하게 끌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듭니다만,

이 머리로 최선을 해보일터니.


여러분도 읽으면서 차차 조각들을 맞춰보시기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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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 진짜 오랜만에 댓글 써보는데 이 글진짜 짱이에요!!!긴장감 대박!!!완전 기대되요~
9년 전
여탐정
첫댓!!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비회원51.75
세상에ㅠㅠ 저고 코난 덕후인데ㅠㅠㅠ 진짜 재밌어요!!! 암호닉 받으시나요???[남도일]로 암호닉 신청 할게요ㅠㅠㅠㅠㅠ
9년 전
여탐정
헐... 글 올리고 왔는데 암호닉이라뇨... 다음화부터 꼭 써드릴게요!!
9년 전
독자2
우와 ㅠㅠ진짜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흔하지 않은 탐정 얘기라서 너무 좋아여 ㅠㅠㅠㅠㅠ다음화 기다리고 있을께요!!
혹시 암호닉 지금 신청해도 되나여?[탐정덕후]로 신청해여!!!!

9년 전
여탐정
으잉 당연히 되죠ㅠ 근데 글을 이미 올렸는데.. 다음화부터 꼭 올려드릴게요!!!
9년 전
독자3
브금이랑 내용이랑 겁나 잘어울려요 ㅇ우와..
저도 완전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쩐당...

9년 전
여탐정
브금선정너무어려브요...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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