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멜론에서 연심 - 김준석, 정세린 을 찾아 들어주세요! 비지엠 저장소에서 찾을 수 없네요 ㅠㅅㅠ..
집을 나서자마자 햇살이 내 얼굴을 덮는다. 눈이 감기고, 숨을 들이마시니 이윽고 상쾌한 아침공기가 내 안으로 퍼진다.
날씨, 진짜 좋다.
상쾌했다. 오늘 아침은.
발걸음이 가벼웠고, 모든것을 내려놓은 사람의 마음은 구름위를 둥둥 떠다닌다.
오늘은 내가 암에 걸린지 208일이 되는 날, 왜 하필 나야, 청춘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왜 하필 지금이야, 왜 하필 암이야. 이런 생각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했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된건 모두 부질없다는 사실 뿐, 나는 모든것을 내려놓고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는중이다.
치료하느라 빠져버린 머리도, 절망 끝에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내 마음도. 그리고 질질끌려 닳아버린 나같은 컨버스를 신은 발걸음도 모두 가볍다.
"어떤 사진 찍으러 오셨어요? 젊은 아가씨가 참 곱네, 옷 입은걸 보니 면접사진은 아닌 것 같고 증명사진 찍으러 오셨나? 아니면 뭐 여권사진?"
그래, 으레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나 면접시진 안찍어봤네.. 단정하게 머리올리고 검은 정장에 구두을 신은 후 찍는 사진, 면접은 중학교때 학생부 면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아니요, 영정사진 찍으러 왔어요"
순간 사진관에는 뭐라도 지나간 듯 정적이 흐른다. 사진사 아저씨가 멋쩍게 웃으신다. 이런 모습 보려고 한 말 아닌데, 괜찮아요 아저씨.
"참 예쁜 처자가.. 거기 의자에 앉아봐요 내가 아가씨 인생에서 최고로 예쁜 사진으로 남겨줄게요."
그래, 나 가면 내 마지막 모습은 결국 이 사진 한 장으로 남겨질텐데 예쁘게 나와야지. 그래야 사람들이 날 기억하고, 잊지 않겠지. 카메라 렌즈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아니, 김태형은 내가 활짝 웃는게 좋다고했는데.. 함박웃음을 지으며 카메라 렌즈를 바라본다. 몇번의 연사소리가 들리고 난 후, 내 영정사진을 받게됐다. 살 빠지니까 웃어도 턱살 안보이고 좋네. 물론 좀 많이 빠진게 흠이지만.. 김태형 너 나한테 고마워해야된다? 니가 제일 좋아하는 내 함박웃음이잖아.
사진관을 나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온다. 축축하던 여름 장마비의 긴 장대처럼, 굵고 세게 온다. 뛰기는 싫어 사진이 담긴 봉투를 들고 처량하게 컨버스를 끌며 집에 걸어간다. 빗방울도 방울방울, 우리 추억도 방울방울. 생각해보면 나랑 김태형도 비 오는 날에 처음 만났다. 학교 앞 정류장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곤 아까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우산을 씌워주던 김태형. 얘 남겨두고 나 어떻게 가지? 집에 다 왔다. 현관 비밀번호 네자리를 겨우 치고 들어와 젖은 옷도 벗지 않고 그대로 철퍽 소리를 내며 소파에 쓰러지듯 눕는다. 난 너무 지쳐버렸어. 조금 만 눈감고 있다가 일어나서 씻고 김태형 온댔으니까 김태형이랑 같이 먹을 스파게티 만들어야지. 오늘은 로제로 해야겠어. 그 전에, 딱 삼십분만 자자. 오늘따라 피곤하기만 하던 다른날과 달리 눈이 알아서 감긴다.
"띡띡띡띡"
네 자리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가 들어온다. 그가 쇼파를 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이내 여자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남자는 자신의 소매로 여자의 젖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어루어만진다.
"너탄.."
김태형, 나 너 스파게티 못해줬다. 맨날 크림 아니면 토마토만 먹길래 로제도 해주려고 재료도 다사다놨는데. 나 없으면 어차피 너혼자 다 해야하잖아. 이번 기회에 자립심좀 키워봐. 나 갔다고 하루종일 울지말고 소나기 내리는 날이면 미친애처럼 나 찾아다니면 안된다? 난 니 마음속에 있는거야. 영원히. 그리고 나 영정사진 니가 좋아하는 함박웃음 짓고 찍었어. 매일 보면서 나 잊지말기.
너누구야 왜 갑자기 이런글써? |
안녕하세요 태형이 빙의글 쓰던 아미야 입니다! 갑자기 왠 번외글이 아닌 감정 무겁게 잡은 빙의글을 가져오시냐 물어보신다면 머리를 식힐 겸 쓴 글을 번외편 기다리시는 동안 읽어보시라고 올렸습니다 ! 분량도 적고 완성도도 한참 모자란 그저 불마크만 달아놓고 댓글받고싶다고 포인트만 띡 올려놓은 글로 초록글 맨 위에 오르게 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말에 호석이 지민이 외전이 올 계획이에요! 독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쓸게요! 그리고 다른 소재로 윤기 불맠글 소재도 생각해 놨으니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