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에게,
찬열아. 잘 지내고 있어? 나는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어. 행복하고 많이 웃으면서 찬열이가 바랬던 대로 열심히 살고 있어.
어제는 종대랑 같이 명동에 갔어. 눈이 많이 내렸는데 커플도 엄청 많더라. 그래서 종대랑 서로 손 잡고 다녔어. 혼자 다니면 너무 솔로 같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예전에 찬열이랑 같이 명동 갔던 생각 나더라. 그날 명동에 사람 엄청 많았었잖아. 그 때랑 지금이랑 바뀐 게 많더라. 나도 그 이후에는 처음 가봐서 몰랐어. 사실 너와 함께 했던 곳이라 좀 꺼려진 것 같아. 우리 같이 호떡도 먹고, 붕어빵도 먹고, 음.. 또 뭐 했지? 찬열이 기억력 왕창 좋았잖아. 맞지? 그러니까 기억 나면.. 뭐했는지 알려줘. 알았지? 참! 맞다 우리 그날 회오리 감자 처음 먹은 거 기억 나? 서로 감자가 되게 웃기게 생겼다면서 엄청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찬열이랑 영화관 간 적이 많이 없더라고. 너는 영화를 참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내가 영화관을 싫어해서... 우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카트' 였던가? 나 그때 태어나서 영화 처음 본 거였는데 엄청 울었다?
오늘은 너무 더웠어. 밖에 나갔는데 너랑 나 같은 커플이 있더라. 어떤 애는 짜증만 내고 어떤 애는 웃고만 있고. 다시 생각 해보니까 내가 너한테 너무 못된 짓을 했던 것 같아. 한 번쯤은 너의 짜증을 받아줄 수 있었을텐데, 하고 항상 후회를 해. ... 가끔은, 아니 한 번은 나를 향해 화를 내도 됐는데.
벌써 12시야. 찬열이가 늦어도 12시 전에는 자라고 했잖아, 키 안 큰다고. 물론 지금은 키가 멈췄지만 12시 전에 자고 있어. 12시가 넘으면 자꾸 니가 내 앞에 보이고 아른거리고 눈물이 나. 이제는 네 얼굴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러다가 너를 다 까먹을까 겁이 나.
찬열아, 나는 아직도 무섭고 어두운 세상에서 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너를 위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찬열아, 너무 보고 싶어. 나는 네가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여전히 있는데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나를, 기억 하고 있어?
늘 너와 함께 할게,
백현이가
2023년 6월 1일. 너와 함께한 그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