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왜 웃으세요."
내 말 한마디에 자신이 언제 내게 환한 강냉이를 자랑했냐는 듯이 표정을 굳힌 팀장님은 그냥 퇴근 안 하셨길래 물어본 것일 뿐이라며 집에 갈때 점검 확실히 마치고 가라며 시크 도도하게 요조숙녀처럼 뒤돌아 걸어 팀실밖으로 나가려던 팀장님은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보며 입모양으로 뭐라 말하였고 그 뜻을 뒤늦게서야 알아낸 나는 다시 얼굴이 멋쟁이 토마토가 배틀을 뜨자고 올 정도였다.
"립스틱, 다시 바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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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던지고 간 말에 자발적으로 남은 야근이지만서도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정말 난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신사임당 님이 지켜준 가방을 들고 가려다 팀장님의 말이 생각나 일개 코딱지인 나는 점검도 확실히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타자 다시 떠올라 얼굴이 멋쟁이 토마토가 져서 울고 갈 정도였지만 이내 버스에 몸을 실어 치느님을 생각하며 완전히 멋쟁이 토마토를 이겨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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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느님을 먹고 잠든 탓인지 알람을 듣지 않고도 굉장히 가뿐하게 일어났다. 난 앞으로 치킨집 방향으로 하루에 세 번 절을 할 것이라 마음먹으며 여유롭게 씻고 나와 준비를 하였다. 일찍 나오니 버스에 자리도 널널하고 변비처럼 막히는 출근길을 볼 일도 없어서 오늘의 기분은 정말 룰루 비데처럼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도 역시나 한산했다. 이 느낌은 정말 입사 초기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일찍 나와볼까 하다가 내 사랑 치느님이 귀싸대기를 갈겨주어서 헛된 생각을 버릴 수가 있었다. 직장인에게 잠 잘 시간을 스스로 버리는 것은 마치 홍석천이 마트에 갈 때마다 샴푸와 린스를 다섯 박스씩이나 산다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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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힘차게 인사를 하며 들어간 팀실에는 팀장실만이 환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에 나는 에프킬라를 맞은 바퀴벌레처럼 쭈구라들며 팀실 불을 켜고 내 자리를 찾아가 조용히 앉는 스킬을 선사하였다. 조용히 다시 한 번 엑셀과 진한 교감을 나누려 시작할 때쯤 팀원들이 출근해 내게 인사를 건네주어 아쉽게도 우리의 교감은 여기서 끝이 나야만 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일도 잘되고 집중도 잘 되어서 정말 치느님에게 절을 하려고 적당한 장소를 스캔하고 있을 때쯤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직접 찾으러 나온 팀장님과 눈이 마주쳐 나는 다시 한 번 에프킬라를 맞아야만 했다. 팀장님이 들어가자 옆자리에 앉은 내 자비로움을 선사해 스팸을 피해 간 영희 씨는 내게 다가와 물었다.
"별빛씨, 오늘 신입 들어오는거 알아요? 별빛씨 막내 탈출. 수습 과정 맞추느라 점심 시간에 온다던데."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점심시간도 아닌데 어제 강냉이를 빛나게 보여주던 팀장님보다도 더 밝은 LED를 장착한듯한 내 강냉이를 뽐내며 어마 무시한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내가 막내를 벗어난다니 커피 심부름도 회의 준비도 이외에 많은 스팸을 넣어주고 싶었던 잔심부름들을 조금은 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코에서 스팀이 나오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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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내 신입은 어떤 깜찍이가 될지 끔찍이가 될지 궁금해 미쳐버릴 때쯤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신입 사원을 데리러 나갔던 팀장님의 정수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워메 시방 나는 위험한 짐승 한 마리가 된 것처럼 들떠서 날아갈 지경이었다. 팀장님의 뒤를 따라 들어온 신입사원은 혼자 형광등이 나간 아래에 서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팀장님과 흑백 대비를 이루었고 나는 이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좌절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차학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건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차학연, 그는 나와 꽤 친했던 대학 선배였다. 남자들이라면 숙명인 군대에 말뚝을 박고 왔기에 나보다 입사가 늦었으리라 신입이라지만 대학 선배를 어찌 함부로 굴리겠는가. 짐승 한 마리는 다시 에프킬라에 맞아 쪼그라들고 있을 뿐이었다. 치느님에게 다시 한 번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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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네요. 오늘은 글을 두 개나 쓰는 바람에 팀장님 글이 살짝 짧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