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멜로디 - Zion. T
7살차이 나는 군인 남자친구랑 연애하는 썰
그렇게 아저씨가 내 번호 물어보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였어.
연락은 진짜 단 하나도 안 왔고 카톡에 친구 추천 뜨는 거 있지? 그것도 안 왔어. 그래서 사실 내심 설렜던 내 자신을 생각하니까 조금 부끄럽더라고.. 나한테 마음은 전혀 없는데 나 혼자 설레발 친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민망하더라. 근데 또 화나는 건 과제때문에 힘들어할 때 있잖아, 그럴 때 아저씨 생각 나더라.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는데 계속 생각났어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언제 대학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있었을 때 였어.
대학 친구가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우리끼리 노는 애들 다 불러내서 술 마시고 있었어. 나는 내일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정말 가기 싫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친구가 슬퍼서 혼자 술 퍼마시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호프집 조명이 조금 어두컴컴한 거 생각하고 얼굴에 아무것도 안 하고 져지 하나 걸쳐 입고 신발도 슬리퍼 신고 밖으로 나왔어.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술집 이름도 물어봐서 거기로 택시타고 갔지.
도착하니까 친구년이 책상 팡팡 치면서 오열을 하고 있더라고. 친구들은 어쩔 줄 몰라하면서 '이년아 시끄러..!!' 그러고 있고. 완전 총체적 난국.. ㅋㅋㅋㅋ 우리 테이블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다 우리 쳐다보고 있고 그래서 사실 부끄러운 마음에 저길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내적갈등..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주춤하다가 친구 한 명이 다 발견해서 오라고 손짓하더라고. 어쩔 수 없이 갔는데 앉자 마자 남자친구랑 헤어진 그 친구가 다 와락 껴안으면서 왜 지금 왔냐고 나쁜 년이라고 하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애들 쳐다보니까 술 마셔서 그렇다고 받아주라고 그러길래 내가 그래 미안하다, 하고 껴안은 년 떼어냈어.
"야, 진짜.. 언니가 지짜 그새끼 엄청 조아해꺼든..?"
"그래그래."
"지짜.. 내가, 응..? 지짜.. 으아아아어.."
이런 식으로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애 말 다 받아주고 울고 웃고 하는 애 받아주니까 진짜 힘들더라고. 술을 마시러 온 게 아니라 그냥 친구 하소연 들어주는 거라 더 힘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술 자체를 싫어해서 술 냄새도 정말 싫어하거든. 그래서 친구한테 나는 술냄새때문에 떨어지라고 하고 밖으로 바람쐬러 나왔어.
한 시간에 한 번씩 교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술 과하게 취한 애 받아주기는 진짜 힘들더라.
여름이라고 해도 저녁에 바람 불면 조금 서늘하더라고. 팔뚝 비비면서 휴대폰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군인 아저씨 생각나는 거야. 생각하면 안 되는데 오늘은 진짜 되게 보고 싶어서 휴대폰 들어가서 카톡 켰어. 역시나 친구 추천은 안 떴고 나 혼자서 일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겠지 했지. 그러면서도 한달동안이나 기다리는 나 자신이 되게 한심해보여서 나 혼자 속으로 진짜 잊자 하는 마음으로 휴대폰 데이터 끄고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어.
술집으로 들어가는데 문 열자마자 바로 옆자리에 남자분들이 엄청 시끄럽게 떠들고 있더라고. 분위기는 되게 좋아보였는데 남자들끼리니까 과한 욕이 오고가고 할 거 아니야.
ㅈ같은 새끼, 여친이랑은 했냐, 고ㅈ새끼. 이런 말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알아듣는 내가 더 민망..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남자들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인상 찌푸리고 지바로 옆자리 지나가는데 그 남자분들이 오? 하면서 야야, 쟤 그러는 거야. 나 말하는 거 같아서 되게 기분 나빴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는데 계속 어떤 친구 막 때리면서 야 쟤!! 이러는데 아예 나한테 하는 말이잖아 기분 나빠서 뒤 돌아보니까 그 남자들이 나랑 어떤 아저씨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더라. 남자들 옷 입은 게 딱 봐도 나 휴가나온 군인이다, 하는 느낌이 들더라. 누구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아저씨였어.
"아저씨?"
"미친, 아저씨래.. 아저씨..!!! 야 새끼야 너 부르잖아."
"와 이새끼 완전 도둑놈이잖아."
"으으으으, 나도 이런 애기같은 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니까 거기 앉아있던 남자분들 다 나랑 아저씨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다가 말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의외라서 벙찐마음에 그냥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어. 그랬더니 아저씨 친구들이 손짓해서 이리 오라고 하더라고.
"학생, 열로 와봐요."
"아, ㄴ.."
"아, 부르지 마!!!!!!!!!"
"닥쳐, 개새끼야. 이리와봐. 우리 나쁜 사람 아니야."
"안돼, 안돼 탄소야 오지마."
아저씨가 오지 말라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오더라고. 아저씨 얼굴 보니까 조금 술취한 거 같아서 숨 크게 들이쉬어서 숨 참고 있었어.
그랬더니 아저씨가 나한테 어깨동무하더니 밖으로 보내려고 하더라고. 근데 진짜 숨 참고 있는데도 술냄새가 코를 찔러서 인상 찌푸리게 되더라고.
"야야 김태형, 얘 표정 안 좋아."
"김태형 여친아, 혹시 술 냄새 싫어해?"
술 안 마시고 되게 멀쩡해보이는 친구분 둘이 나한테 물어오더라고. 그래서 나는 고개 끄덕이니까 바로 일어나서 아저씨 나한테 떼어냈어. ㅋㅋㅋㅋㅋㅋ
"아, 고맙습니다."
"아니야 얼른 가던 길 가. 얘 술 조금 깨면 그때 보러 와. 몇 시에 갈 생각이야?"
"잘 모르겠어요. 친구 하소연 들어주는 거라."
"아.., 그럼 조금 있다가 우리가 부를ㄱ,"
"아뇨, 아저씨보고 저한테 전화 하라고 해주세요."
내가 아마 정신이 나갔을 거야 나도 모르게 그 연락 안 한다는 그 생각에 화가 나서 전화하라고 해주세요, 하고 바로 애들 있는 자리로 뛰어갔어.
애들 몇 명은 술 마시다가 쓰러져서 자고 있고 남은 애들은 어디갔다 왔냐면서 자기 이제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하면서 일어나더라고.
자리에 앉았는데 진짜 심장이 벌렁벌렁 하더라. 좀 막 전남친 만난 기분이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되게 기분이 좋았어. 의외에 장소에서 만나서 얼떨떨하지만 그래도 되게 기분 좋더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마지막에 한 말도 되게 마음에 들더라고. 기분 좋은 마음에 애들이 시킨 안주 마구 먹었어. 치킨 먹고 싶었는데 애들이 다 먹어서 없고 고기 종류 남아있길래 젓가락 들고 엄청 먹었다.
조금 먹다보니까 술 마시다 뻗은 애들 휴대폰에서 엄마나 아빠, 아님 남자친구 번호가 휴대폰으로 울렸고 술 안 취한 나랑 다른 친구들은 그 전화 받느라 엄청 애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0분 후에 바로 보내겠다고, 택시 태워서 보내겠다고, 지금 보내겠다고 그런 말 하는데 진짜 힘들었어. 그래도 나름 힘 쓰는 친구가 택시 잡고 다 보내서 다행이지.. 계산은 당연히 우리 불러낸 울던 친구 카드로 긁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은 거 먹다가 가야겠다 하고 애들이랑 안주 몇 개 먹으면서 수다 떨고 있었는데 내 져지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으로 모르는 전화로 진동 울리고 있더라고.
그때 감이 딱 왔어, 아저씨구나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한테 전화 좀 받겠다고 하고 고기 입에 넣고 전화 받았는데 휴대폰 너머로 아저씨 목소리 들리더라고. 오랜만에 보는 기분에 엄청 들떠서 엄청 웃으면서 받았어.
"여보세..,"
-어디야.
"친구들이랑 남은 거 먹고 있어요."
-아저씨 이제 갈 거야.
"... 네. 조심히 가세요."
-...
"..."
이렇게 서로 정적이 흐르는데 뭐라고 말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나는 여자친구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데 그렇게 막 하나하나 신경 쓰는 건 오바인 거 같았거든. 근데 앞에 앉아 있던 친구들이 입모양으로 누구야? 그러더라고. 그랬더니 눈치 빠른 친구가 야 그 얘가 좋아하는 군이 아저씨 아님? 그러면서 서로 얘기 하더라고.
눈치 빠른 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다고 고개 끄덕이니까 친구가 들떠서 다리 떨고 젓가락으로 책상 치고 그러더라고.
휴대폰에서는 정적이 흐르고 친구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 쳐다보는데 엄청 난처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 여기로 부르라고 그러고 내가 미쳤냐고 조용히 얘기 하는데 아저씨가 그거 들었나봐.
-나 너 있는 곳으로 갈래.
"네?"
-갈게.
이 말 하고 바로 끊더라고. 그리고 밖에서는 남자들이 엄청 말리는 소리 들렸어. 가면 안된다, 너랑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다, 쟤 좀 말려라 이런 말 하는데 딱 봐도 아저씨랑 아저씨 친구들이 하는 얘기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서 내가 먼저 친구들한테 먼저 간다고 하고 일어났어.
친구들은 데이트 잘 하고 오라면서 보냈고 나는 미쳤냐고 대답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니까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아저씨랑 그 아저씨 말리는 친구들이 보였어. 아저씨가 고개 위로 올려서 나 쳐다보고 아저씨 친구들도 다 나 쳐다보더라.
밖에 술집들 조명 때문에 조금 밝았는데 오늘 예쁘게 꾸미고 안 온 내가 너무 밉더라.
"탄소야."
"탄소? 이름이 탄소야?"
아저씨 친구들이 아저씨 바닥에 앉혀놓고 내쪽으로 걸어오더라고. 몇 명은 술 취해서 비틀비틀 걸어오고. ㅋㅋㅋㅋ 술 안 취한 아저씨들이 나한테 왔어.
"형수님 안녕하세요."
"네?"
"내 이름은 민윤기입니다."
"형수님, 저는 김태형 동기 정호석이에요."
"난 남주니~"
다들 이렇게 자기 이름 말하는데 형수님이라는 말이 얼마나 오글거리던지 내가 얼굴 엄청 빨갛게 익어서 왜 그러냐고, 그러지 말라고 하니까 내 말 다 무시하고 자기들 할 말만 하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어디 앉아서 김태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김태형 씨발놈이 너 얘기 엄청 했어."
"남주니 물.."
"야 우리 언제까지 휴가냐?"
"우리 수요일에 들어가야해."
"아, 그럼 시간 많네. 태형이 집 알려줄까요?"
이러면서 다들 자기들 할 말만 하고 대화 주제가 없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는 바닥에 앉아서 고개 숙이고 자고 있었고 아저씨들이 내 휴대폰 달라길래 주니까 자기들 번호 찍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태형이 무슨 짓 하면 오빠한테 카톡해."
"더러운 새끼, 나도 번호 줄게요."
"연락 꼭 해."
"김남준 번호도 줄게."
이렇게 반강제로 휴대폰 번호 받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분들이 아저씨한테 가더니 아저씨 머리 확 때리더라고. 개새끼야 너 술 다 깬 거 안다고 그러더라.
무슨 소리지 했는데 아저씨 귀 엄청 빨개져서 고개 숙이고 있었어. 몸에 힘은 없는데 잠 다 깬 거 같았어. 그러더니 아저씨 친구들이 한숨 쉬더니 아저씨 번쩍 들어서 옆에 있는 벤치에 앉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는 저리 가라.. 그러면서 중얼중얼 말하고 어떤 친구분이 나한테 와서 말하더라고.
"쟤 술 마시면 두 시간? 있으면 바로 술 깨는 편이야. 그러니까 제 지금 제정신인데 너한테 부끄러워서 그런 걸 거야."
"아..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얘기 하는데 정호석이라는 친구분이 민윤기라는 친구분 데리고 자기는 이만 가보겠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김남준이라는 분 들어서 어디로 뛰어갔어. ㅋㅋㅋㅋ... 그니까 나랑 아저씨 둘만 남았다는 거야.. ㅋㅋㅋㅋㅋㅋ 민망함에 온 몸이 오글거려서 그냥 자리에 계속 서 있었어.
가만히 서있으니까 아저씨도 민망한 게 보였는지 이리 오라고 손짓 하더라. 그래서 그냥 쭈뼛쭈뼛 걸어갔어.
걸어가니까 자기 옆 벤치 팡팡 치면서 앉으라고 하고. ㅋㅋㅋㅋㅋ 고개는 계속 숙인 상태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친구들은 다 갔어?"
".. 아, 아뇨. 두 명 남아있어요."
"..., 그렇구나."
".. 네.."
딱 봐도 우리 엄청 어색해요, 하는 게 보이지 않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렇고 아저씨도 어쩔 줄 몰라하면서 바닥 쳐다보고 있었어.
근데 하늘은 내 편이라는 말이 있잖아? 안주 다 먹고 나온 친구 두 명이 내 이름 막 부르더니 어머어머 하면서 내쪽으로 뛰어오더라.
"어머, 혹시 너가 말한 군인분이 혹시 이 부.., 읍!"
애가 이상한 소리하는 거 같아서 내가 일어나서 친구 입 틀어막으니까 아저씨가 고개 들더니 샐샐 웃더라고. 아직도 귀는 빨개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친구들한테 눈 커져서 말하더라.
"뭐라고 얘기 했어요?"
"아, 별 말은 안 하고 연락 안 해서 기다려진다고 그러더.., 읍.."
내가 이 친구한테 아저씨가 전화 안 해서 엄청 기다리고 있다고 막 하소연 했었거든.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걸 그대로 말하는데 너무 민망해서 또 입 틀어막았어. 입 틀어막고 아저씨 쳐다보니까 허리 굽히고 끅끅 거리면서 웃고 있고 친구들도 깔깔거리면서 웃고 자기는 이만 가겠다면서 친구년들 둘이 손 잡고 뛰어가더라.. ㅋㅋㅋㅋㅋ
도움 안 되는 것들 하면서 아저씨 옆에 의자에 앉았어. 조금 민망한 것도 아직 있었는데 그래도 아까보다는 어색한 게 풀렸더라고. 그래서 내가 웃지마요, 하고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말하니까 아저씨가 벌떡 일어났어.
"집 가자."
이 말 하면서 손 내밀길래 손 잡고 일어났어. 그리고 일어나는 동시에 우리 둘은 손 바로 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되게 답답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 ㅋㅋ 어쨌든 그렇게 우리 둘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술 마신 곳이 대학 주변이라 놀 곳도 많고 사는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거든
내가 먹을 거랑 옷 같은 거 막 쳐다보면서 가니까 아저씨가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로 데리고 가더라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라서 눈 크게 떠서 쳐다보니까 아저씨가 웃으면서 뭐 먹을래, 그러더라고.
먹을 거 앞에서는 절대 내숭을 부르지 않는다, 라는 게 내 철칙이라 체리바닐라 먹는다고 그러니까 체리바닐라 두 개요, 하고 돈 내더라고.
"아저씨도 같은 거 먹어요?"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너 따라서 먹는 거야."
이 말 하고 아이스크림이 바로 나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이런 거 가지고 뭘 고맙냐고 그러면서 해실해실 웃더라고.
웃는 거 보고 나도 따라서 웃으니까 여기 근처 둘러보자고 그랬어. 어색할 거 같았는데 막 뭘 물어봐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더라고.
말도 걸어주고 편하게 잘 대해줘서 나도 편하게 잘 놀았던 거 같아. 조금 편했어. ㅋㅋㅋㅋㅋ 아저씨도 그렇게 불편해하는 거 같지 않아서 나름 안심했어.
근데 진짜 재밌게 놀았어. 여자들이랑 노는 거랑은 뭔가 더 다른 기분이더라고. 남자친구가 살면서 한 번도 없어서 그런지 더 그런 거 같더라. ㅋㅋㅋㅋㅋ (눈물)
아저씨랑 악세사리 가게 같은 곳 가서 팔찌나 내 머리끈같은 것도 사주시고 옷도 같이 돈 나눠서 가디고 하고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게 논 거 같아. 그래서 맨 처음에 느꼈던 그 어색한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것도 별로 못 느꼈고 집 가는 길에 나 혼자 들떠서 쫑알쫑알 얘기 막 하고 있었어.
아저씨는 대충 그랬어, 응응, 이러면서 다 대답해주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시간 개념이 없어서 아저씨한테 몇 시예요? 하고 물어봤는데 아저씨도 놀랐나봐 새벽 2시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싸돌아다녔는데 피곤하지도 않았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부모님이 걱정 안 하셔?"
"저 자취해요~"
"아 그럼 위험하겠네. 문단속 잘 하고."
집 앞에 와서 이런 얘기 하는데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야하는지 궁금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물어봤어.
"아저씨 집 어디예요?"
"15분만 걸어가면 바로야. 늦었으니까 들어가자마자 바로 씻고 자."
이러면서 아저씨가 가려고 하길래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말했어. 아무 의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걱정돼서 말한 거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깜짝 놀라더라.
"늦었는데 주무시고 가요."
말이 좀 이상했니..? 아무 생각 안 한 건데 아저씨가 놀라니까 나도 정신차리고 깜짝 놀라더라.
"헐,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진짜 아무 생각 안 하고, 아니 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혼자 손톱 깨물면서 말하니까 아저씨 표정 풀어지더니 웃으면서 내 머리 쓰다듬으시더라고.
"여자애가 못 하는 말이 없네.
진짜 바로 앞이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 카톡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