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Baby
#.prologue
그날은 비가 왔고, 어두웠으며, 사람은 소년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차라리 세차게 몰아쳤다면 속이라도 후련했으련만, 추적추적 기분 나쁘게 온몸을 적셔오는 비를 맞으며 볼품없는 검은 후드티와 다 찢어진 회색 잠옷바지를 입고 서 있는 소년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선명하여 또렷하게 귀를 강타했다. 찐득하게 온몸에 감겨오는 빗소리를 뚫고 한숨을 다시 한번 머금은 소년이 자조했다. 손에 들고 있는 자그만 종이상자를 꽉 쥐어 구겨버린 소년이 그 종이 상자에서 아직 피지 않은 담배들을 꺼내었다. 그 담배들에 전부 라이터로 불을 붙인 소년이 다 헐어져 낡아떨어진 자그만 판잣집 앞에 담배들을 놓아두었다. 진한 박하향을 내며 담배들이 타올랐다.
“이 정도면 됐지?”
소년이 자그맣게 타들어가는 담배들을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매일 둘이서 피던 거잖아. 죽어서도 둘이 같이 펴.”
한참을 물끄러미 타들어가는 담배들을 바라보던 소년이 자그만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년은 반쯤 타버린 담배들을 지긋이 한번 짓밟았다. 판잣집에 담뱃불이 옮겨붙었다. 삽시간에 커진 불을 바라보며 소년은 미련 없이 뒤돌았다.
AM. 07:26.
서울에 위치한 달동네.
50대 초반의 부부 동반자살. 이유 불명.
자식은 없는 것으로 추정됨.
AM.08:04
서울에 위치한 달동네.
화재 발생.
큰 불은 아니었으며, 정확한 이유 불명.
현장에서 발견된 담뱃재로 보아 무심코 떨어뜨린 담배에 의한 화재로 추정.
판잣집 한 채가 탐. 다른 피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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