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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우현은 교탁 앞에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초여름에 이르게 다가온 유월의 더위가 오늘 내린 비 덕분에 한풀 꺾이며 사그라들었다. 내일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던 일기 예보를 듣기는 했지만, 어쨌든 하루라도 더운 날이 줄어든 것은 유독 몸이 따뜻해 여름을 싫어하는 우현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루하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본심에 우현은 급히 숨을 들이키며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행스럽게도, 선생님은 칠판 쪽으로 몸을 돌려 문제를 풀고 있었기에 우현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듯했다. 우현의 옆에 앉아 있던 짝 역시 지루하고 어려운 수학 시간을 포기하고 아예 드러누워 자고 있었기에 우현은 순간적으로 붙잡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벌써부터 모범생이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과외와 타고난 머리 덕에 이미 다 아는 내용을 복습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학교라는 공간에 매여 재미없는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루하고, 무료했으며, 매일이 게을러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집에 앉아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일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우현은 이 어쩔 수 없는 과정에 정성을 다했다. 칭찬받고, 공부를 잘 하고, 많은 인기를 얻고, 선생님의 신임을 받고. 우현은 이미 자신을 숨기는 데 능했다.




"수학 시간이 무슨 여관방인줄 알아. 오늘 진도는 여기까지 나간다. 다음 시간까지 다음 페이지 문제 다 풀어 와."



반장, 인사. 선생님의 마지막 말에 우현은 소리 없이 의자를 끌며 일어났다. 이번 시간은 4교시였고, 다음은 학생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점심시간이었다. 덕분에 그들이 느지막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며 일어나는 것이 보이자 우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차렷. 우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가 맑게 울려나왔다. 선생님께 경례. 한순간에 교실이 시끄러워졌고, 또한 순식간에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그제야 우현은 깊은 한숨을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






한 손엔 단어장, 다른 한 손에는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들고 우현은 옥상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매점 근처의 나무등걸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지만, 오늘은 비가 온 덕에 자리가 잔뜩 젖어 있을 것이기에 지붕이 있는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급식을 먹을 때 혼자 도시락을 먹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으나 시끄러운 그 혼란 속에 있는 것은 딱 질색이었기에 차라리 이것이 더 편했다.

원래 옥상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봉쇄되어 있었지만 이럴 거면 도대체 왜 하늘공원 같은 걸 만들어 두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옛날에 학교 건물로 사용하다 지금은 버려진 폐교로 취급되는 별관이 본관의 옥상과 연결되어 있어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옥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현 역시 친한 친구를 통해 어렵게 구한 정보였기 때문에 이런 샛길을 아는 자는 매우 드물었다. 물론 북적거리는 걸 싫어하는 우현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우현이 옥상 문을 밀자 문은 끼익, 하는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 잊고 있던 빗소리가 세차게 들리며 훅 끼쳐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볍게 살랑거리는 선선함에 미소 지어지던 그 순간, 우현은 자신과 정반대편의 저 멀리 난간 위에 서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작은 몸집, 하복 아래 맨살에 드러난 붉은 생채기, 얼굴 이곳저곳에 붙은 반창고와, 그것과…… 자신을 바라보는 그 텅 빈 눈동자.



…….”



당황스러운 풍경에 순간적으로 경직했던 우현은 세찬 비에 섞인 거친 목소리를 들었다. 난간 위에 서 있던 소년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옥상 난간은 비를 가리는 지붕이 없었고, 소년은 그 많은 비를 초라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애달파 보여, 헛숨을 들이킨 우현의 손에서 도시락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 왜 하필 지금.”



힘들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년의 몸이 한순간 휘청거리고, 우현은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금방이라도 저편 하늘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우현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문이 부딪히고, 하늘공원을 지나, 비를 맞았다. 이런저런 생각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반응이었다. 소년은 우현이 난간에 닿기 전에 쓰러졌으나 방향은 다행스럽게도 하늘이 아닌 옥상 쪽이었다. 단단한 시멘트가 발린 바닥과 정통으로 부딪히기 직전에 우현은 소년을 받아낼 수 있었다.

가녀리고, 가벼운 몸이었다. 남자의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굴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당황할 정도로. 우현의 시선이 자연스레 명찰 쪽으로 향했다. 색깔은 하늘색으로 자신과 같은 2학년이었다. 이름은, 김성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온 몸이 불덩이잖아.”



대체 이 세찬 빗속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걸까. 게다가 몸 곳곳에 난 오래 되었거나 새로운 상처들은 이 소년이 한동안 폭력을 당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런 일에 휘말리는 건 딱 질색인데. 우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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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짱이에요ㅠㅠ
8년 전
독자3
느낌이 정말 좋네여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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