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VIXX), 하니(EXID)-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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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그 동안 민윤기를 만난건 다행인지 아닌지 한번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인문대였고 민윤기는 사회대였으니 일부러 건물을 건너 간다거나 교양을 듣지 않는 한 마주칠 일이 없었다. 여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항상 내가 민윤기 옆에 있었으니 말이다. 민윤기와 함께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조차도 민윤기는 보이지 않았다. 워낙 많은 수강인원이 많아 중강당에서 강의를 들었으니, 출석을 부르는 조교 다음으로 대답하는 목소리는 들렸지만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처음 몇 번은 그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그 때가 다였다. 더 이상 나는 민윤기를 애써 보려고 들지 않았다.
시간이 그만큼 훌쩍 지났고, 날이 슬슬 더워지고 있었다. 벚꽃은 고사하고 제대로 봄 분위기를 만끽할 시간도 없었는데 벌써 여름의 문턱에 다가와가는지 대낮에는 반팔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더운 날씨 따라 민윤기와 함께 했던 애증의 감정이 사라진 모양이다. 매일같이 어딘가 답답했던 마음 한켠도 슬슬 괜찮아지고 있었다.
제일 괜찮아진 것은 내 생활이었다. 하루라도 민윤기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보고싶고 우울했던 나날들을 어떻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과 사람들과 잘 지냈다.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사람들은 근 2주 만에 솔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내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어줍잖은 위로나 안타까운 시선을 받기는 싫었으니깐 말이다. 더불어 편입때문에 적응은 어떻게 할까, 했던 걱정도 쓸데없는 것이라는걸 알았다. 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다르게 군기를 잡는 선배도 딱히 없었고 과 분위기도 생각보다 널널했다. 선배라는 말보다는 언니나 오빠가 편한 과였으니 말 다했다고 본다. 물론 아예 진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것마저 캠퍼스의 낭만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바른 사람들만 모여놓고 살겠는가? 나같은 병신도 있고 진상부리는 년놈들도 하나씩 있어야 살아갈 맛이 나지.(라고 술또 정수정이 말했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들이 많아졌고 나는 보란듯이 잘 지냈다. 민윤기가 그토록 좋아했던 뱃살을 빼겠다며 정수정과 요가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고 과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봐 신중하게 결정한 끝에 스터디도 몇 군데 들었다. 기왕이면 민윤기 생각을 아예 지워버릴 수 있게 더 좋은 남자를 만나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런 내 다짐에 정수정은 당장 소개팅을 해주겠다며 카카오톡 프로필을 들이밀고 목록을 뽑아보라고 했지만 그건 거절했다. 일단 나를 위한 시간을 더 갖고 싶었기때문이다. 민윤기를 만나는 3년 동안은 오롯이 민윤기와 함께하는 시간으로만 보냈으니, 3년만에 찾아온 자유는 생각보다 즐거웠고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까칠한 영감탱이같은 민윤기때문에 쉽게 친해지지 못했던 남자 선후배, 동기들과의 자리가 많아진 것부터 시작이었다. 민윤기가 없는 캠퍼스는 더욱 더 사랑과 활기가 넘쳐났다. 봄은 지났지만 내 생활엔 비로소 봄이왔다고 할 수 있을만큼 말이다.
응답하라 2015 : 본격 남친 찾기 프로젝트
Ep.2
정신을 차리고 나를 위한 생활을 만끽하기 위해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집청소였다. 민윤기 발톱 때만큼 남아있던 미련때문에 버리지 못했던 모든 용품과 추억을 버렸다. 처음엔 혹시라도 누가 볼세라 드라마처럼 불에 태워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괜히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혼나는 것보다는 쓰레기차가 오기 전 새벽에 내다버리는 편이 마음 편했다. 함께한 세월이 있었으니 그만큼 양도 만만치 않았다. 어쩐지 쓰레기를 버리고 오니 유난히도 집이 휑하게 느껴졌다. 당장 새벽 1시에 어딜 나가 무엇을 살 수도 없으니 인터넷으로 디자인 가구라도 몇개 봐둬야 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집을 나섰다. 그냥 있기엔 너무 허전한 마음이 커서 괜히 또 울까봐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 조금 더 싼 값에 고르겠다는 마음으로 살짝 외진 곳을 택했더니 편의점을 가는 것도 영 귀찮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골목을 돌아 작은 언덕을 하나 내려가야지만 편의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윤기가 있을 땐 무서운 척이라도 하며 시시덕거리던 시간이었는데, 요 근래 혼자 이 길을 걸으니 꽤 으슥하기도 했고 멀게도 느껴졌다. 그럴 땐 길거리에 있는 가로등 갯수를 세며 걸었다. 이상하게도 나란히 서있는 가로등은 모두 똑같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몇 십번이고 들락날락 거렸던 편의점도 요즘은 괜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몇일 전에 처음으로 혼자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편의점 물건들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민윤기는 항상 살 것만 딱 정해놓고 사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구경을 한다거나 혹은 아이쇼핑을 한다거나 또는 그냥 돌아다니걸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그게 꼭 습관처럼 길들여져 있는 것만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나보다. 그 날, 간단한 요깃거리를 다 고른 채 편의점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어린 알바생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 한가지 좀 마음에 걸렸던 것이 있다. 사실 저 알바생은 이 편의점에서 꽤나 오랫동안 일을 했고, 나 역시 자취방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이곳이었기에 꽤나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몇일 간 혼자 편의점을 올 때 자꾸 주위를 둘러본다거나 밖을 쳐다보는 알바생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민윤기를 찾는 모양인 듯 싶어 이야기를 해볼까도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붙임성이 좋지는 못해 관두고 말았다. 계속 이렇게 오면 알아서 눈치채겠지 뭐.
"7천500원 입니다. 포인트 카드나 멤버십 카드 있으세요?"
"잠시만요ㅡ."
성격이 나같은 모양인지 매번 오는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알바생의 멘트는 똑같았다. 다만 요즘은 나를 좀 뚫어지게 보는 일이 많아지긴했다. 1주년 때 민윤기에게 받았던 반지갑을 뒤지고 뒤져 겨우 카드 두장과 현금을 꺼냈다. 아, 빌어먹을. 조만간 지갑도 바꾸던가 해야겠다.
알바생은 익숙하게 계산을 하고 별 말 없이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곤 어딘가 뻣뻣한 모양새로 손을 척, 하고 내밀며 봉지를 건넸다.
"저기요, 누나"
"…네? 저요?"
"그럼 여기 사람이 누나랑 나말고 더 있어요?"
"아. 맞네."
"뭐야, 이상한 누나네."
"근데 왜 부르셨어요?"
"누나 혹시 그 형이랑 헤어졌어요?"
"…왜요?"
"그냥요. 요새 계속 혼자오길래요."
봉지를 받긴 받았는데 어린 알바생이 놓지를 않아 이상한 꼴로 엉뚱한 질문을 받아버렸다. 표정 변화 하나없이 대뜸 돌직구로 물어보는 알바생때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꽤나 예리하게 말을 하는 탓에 김빠진 웃음을 지어버리고 말았다. 알바생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난 그 짧은 순간에 내가 여기서 그렇다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무슨 상관이냐고 해야하는지 엄청난 고민에 빠져버렸다. 맞다고 하자니 내가 왜 얘한테 그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자니 괜히 재수없는 년이 될까봐 그것도 싫었다. 자고로 알바생에겐 무조건 친절하자는 주의였기 때문에 더 큰 고민이었다. 차마 명쾌한 대답을 주지 못하고 어버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알바생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됐어요, 안녕히가세요. 라며 봉지를 내게 건네주곤 자기 핸드폰을 챙겨 카운터 안 쪽에 앉아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 멍때리는 표정으로 알바생을 바라보았다. 한참 핸드폰을 두드리던 알바생이 집에 안가냐는 질문에 또 멍청하게 어버거리며 그제야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방금 뭔가 엄청나게 어이없고 황당한 사건이 훅, 지나간 것 같은데 뭐지? 싶은 생각이었다. 저런 이야기를 나눌 만큼의 사이가 아닌데 도대체 왜 그 알바생은 내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컸다. 돌아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진짜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다 그냥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그 어린 알바생은 편의점 앞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저 어린노무새끼가, 어디서 저렇게 당당하게 담배를 피나싶어 헛웃음을 졌지만 되려 알바생은 내게 손까지 흔들어보여줬다. 나는 그 인사를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저 새끼도 이상한 놈일세, 라고 생각하며ㅡ.
* *
집에 돌아와 맥주를 홀짝이며 과제를 시작했다. 급한 과제는 아니었지만 잠도 오지 않는 새벽인데다가 내일은 하나있던 수업마저 교수의 사정으로 휴강한 탓에 의도치 않은 공강이었기 때문에 늘어지게 늦잠을 잘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혼자 영화나 볼까도 했지만 괜히 로맨스쪽으로 끌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괜히 질질 짜버리면 지금까지의 내 의지가 약해지는 거니깐. 어느 걸그룹이 말했지만 난 의지 부족이 아닌걸 뭐.
과제를 하면서 나는 스스로 할 일이 참 드럽게 없는 재미없는 년이구나 싶었다. 꿀같은 공강 전날 새벽에 과제라니. 그나마 하던 과제도 내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괜히 실증이나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웹 서핑을 하며 '연하남의 정석'이라는 글을 보곤 아까 전의 어린 알바생이 생각났지만 그 마저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 습관처럼 페이스북을 켰다. 그런데 하필 키자마자 보이는 것이 민윤기의 게시물이었다. 딱 봐도 여자처럼 보이는 두 손을 맞잡은 사진이 떡하니 올라와있었다. 민윤기님이 그 사진을 커버사진으로 지정하셨댄다. 지랄 염병도 시발. 민윤기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름 석자 뒤에 님까지 붙여주는지 원. 괜스레 열이 받아 친구를 끊으려 했지만 여자의 새벽감성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자연스럽게 민윤기의 타임라인으로 들어가 그의 게시물들을 훑기 시작했다. 민윤기나 나나 SNS를 별로 좋아하는 성격들이 아니라 늘 눈팅만 했었기에 헤어진 이후에도 민윤기의 SNS는 별 다를 바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나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프로필로 지정했던 민윤기가 자신의 셀카로 바꿨다는 것과 방금 전 커버사진을 그 년과 꼭 맞잡은 손으로 바꾼 것이 다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두 가지가 제일 크게 달라진 사실아저 개같은 현실이고 전부라는 사실에 짜증이나 홀드버튼을 눌러버리곤 눈을 감았다.
밖에선 그새 비가 내리는지 비 비린내가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나는 비오는 날을 꽤나 좋아한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빗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일은 민윤기 때문에 잡친 이 기분을 떨치고 나름 좋은 휴일을 보낼 수 있을 것같은 예감에 잠을 자려고 했을 때,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자가 내 잠을 앗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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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야. 혹시 자?
AM 01 : 17 국문 김석진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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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사랑이 끝나면 END
사담 |
오늘도 드럽게 노잼이라 뎨숑; 이제 슬슬 우리의 남자들이 나올거에요 기다려주세여 그럼 2만 총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