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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 10cm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 인스티즈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W. 뽀베








"아, 전정국 이 개새끼야!"




 오늘은 제발 일찍 나오기를 바랬건만, 전정국은 역시나 내 희망을 저버린 채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느릿느릿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는 저 때문에 지각을 할까봐 초조해 죽겠는데, 나와는 달리 여유롭기만한 전정국의 모습에 답답함이 솟구쳤다. 결국 욕을 내뱉으며 전정국을 부르자 그제야 조금 속도를 내서 걸어온다. 저, 저 크게 될 놈 같으니라고. 전정국이 오자마자 너 때문에 지각이라며 온갖 신경질을 다 부려대니 전정국은 제 가방에서 주섬주섬 초코우유를 꺼내 빨대와 함께 내밀었다. 그런 전정국이 황당해 전정국의 손에 들린 초코우유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전정국은 짧은 감탄사를 내뱉곤 친히 빨대까지 꽂아 내 손에 초코우유를 들려주었다.


 됐다, 내가 전정국을 어떻게 이겨. 반쯤 포기한 상태로 초코우유를 받아 빨대를 입에 물었다. 분명 화가 나긴 나는데, 전정국이 준 초코우유의 맛은 좋기만 했다.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초코우유를 챙겨 준 성의를 생각해 그러지도 못하겠고.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제일 나을 것 같다. 전정국과 함께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고 있자 저 멀리 버스 정류장을 향해 달리고 있는 버스가 보였다. 헐, 저거 놓치면 진짜 지각인데. 전정국, 뛰어!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전정국의 굵은 손목을 잡고 뛰자 처음에는 주저하더니 이내 뒤처지는 나를 끌며 빠르게 뛰는 전정국이다. 역시 체육하는 놈이라 그런지 스피드가 남달랐다. 그 덕에 버스정류장에서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간신히 올라탈 수 있었고 말이다. 근데 말이지,




"나 이것 좀 놔주면 안되냐."




 버스에 탄 후에도 내 손목을 으스러뜨릴 듯이 꽉 잡고 있는 전정국 탓에 잡혀있는 손목이 아려왔다. 내 말에 고개를 돌려 제가 잡고 있는 내 손목을 보고는 그제야 손목을 놔주는 놈이다. 진짜 손목 삘 뻔했네. 손목을 탈탈 털며 고개를 들자 어느새 2인용 좌석에 홀로 앉아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나름 교복 치마를 입은 나를 배려한답시고 바깥 쪽에 앉은 전정국 덕에 낑낑대며 안쪽 좌석으로 들어가 앉았다.




"캬, 전정구기 매너 쥑인다. 안 카나."

"사투리 쓰지마, 하나도 안 멋지니까."

"가시나야, 내같은 놈이 또 어딨노. 쌍판도 이래 쫌 까리하나."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전정국은 서울에 온 지 몇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투리를 툭툭 내뱉곤 했다. 말로는 하나도 안 멋있다며 튕기긴 했지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서울에서 태어난 여자들이 사투리 쓰는 남자에 대해 갖는 환상. 그런 콩깍지 때문인지 사투리를 쓰는 전정국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제 얼굴을 톡톡 치고는 지 자랑을 해대는데, 솔직히 할 말은 없었다. 전정국의 말처럼 전정국은 정말로 잘생겼기 때문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충 대답을 해주자 전정국은 토라진 모습으로 앞을 쳐다본다. 하여간, 정말 애도 아니고 피곤해 죽겠네.


 아이처럼 토라진 전정국의 모습을 빤히 보다가 나도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예 창가 쪽을 내다보고 있자 치마를 입어 휑하던 허벅지 위로 무언가가 덮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허벅지를 내려다보자 전정국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이 내 허벅지 위로 살포시 올라와 있었다. 짜식, 꼴에 남자라고 드러난 허벅지가 신경이 쓰이긴 했나보다. 기특해하며 전정국의 팔뚝을 툭툭 쳐대자 하지말라며 튕기는 전정국이다. 귀는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으면서. 전정국의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아아, 피곤해."

"벌써 피곤하냐."

"엉, 잠을 늦게 잤더니 졸려 죽겠다."

"그럼 학교 가서 자."

"너는 체육계라서 그런 말이 쉽게 나오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아요, 정국아."




 어렸을 적부터 유도를 해온 전정국은 이미 전국대회에서도 여러번 상을 탄 적이 있었고, 잘하면 국가대표의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자리였기에 앞길이 별처럼 창창했다. 난 그에 비해 그냥 공부에 찌들어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3이고. 새삼 미래가 포장도로처럼 반반히 닦여져 있는 전정국이 부러워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나는 아직 무슨 과를 갈 지도 못 정했는데. 어느샌가 삐죽 튀어나와버린 내 입술을 제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는 전정국에 멍을 때리다 정신이 팍 들었다.


 너 여기다 뭐 발랐냐. 아침에 립밤을 바르고 나온 탓에 손가락에 내 립밤이 묻은 것인지 전정국이 불쾌한 표정으로 제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립밤. 짧게 내뱉고 전정국의 입술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전정국의 입술이 좀 튼 것 같은데. 주머니에서 립밤을 주섬주섬 꺼냈다. 립밤 뚜껑을 열어 전정국에게 내밀자 전정국이 신기한 듯 립밤을 관찰한다. 이거 꿀 아니야? 꿀냄새 나는데. 바르라고 열어줬더니만, 킁킁대며 냄새만 맡고 있는 전정국에 동그란 머리를 밀어내고 직접 전정국의 입술에 립밤을 발라주었다. 그러자 멍하게 있던 전정국이 내 손을 낚아채고선 얼굴이 빨개진 채 소리를 지른다.




"뭐, 뭐하는거야!"

"립밤 발라주잖아."

"내가 바르면 되지!"

"지랄, 냄새나 맡고 있던 주제에."

"내, 내가 바를거야!"




 어린애처럼 떼를 박박 쓰더니 제 손에 립밤을 한가득 묻혀가 덕지덕지 바르는 전정국에 웃음이 터졌다. 뭐하는거야, 저게. 그냥 내가 바르게 놔두지. 기름을 바른 것 마냥 전정국의 입술이 반짝거렸다. 왜, 이상해? 불안함을 느꼈는지 전정국이 물어왔다.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는 내가 영 못미더웠는지 전정국은 내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직접 제 입술을 확인했다. 이게 뭐야. 전정국이 절규하듯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휴지 없어?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전정국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거 안 들고 다니는데. 내 말에 전정국은 무슨 기집애가 휴지도 안 들고 다니냐며 투덜거렸다.




"그거 좀 있으면 스며들어."

"아, 진짜. 사내새끼 가오 떨어지게."

"손으로 닦던가."

"찐득거리잖아."

"핑계도. 내 손으로 닦아줘?"

"허, 지랄."




 전정국이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손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왜이리 유난을 떠는건지. 누가 보면 개복치인 줄 알겠다. 그냥 싫다고 하면 될 것을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정국 탓에 입술을 닦아주려 들었던 손을 조용히 내렸다. 전정국은 새침하게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이어폰을 제 귀에 꽂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짖궂은 생각이 들어 전정국의 한 쪽 이어폰을 빼 내 귀에 꽂자 전정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같이 좀 듣자, 새끼야. 너스레를 떨며 말하자 전정국이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웃을 거면서, 튕기기는.


 방탄소년단 노래는 없나. 지루한 알앤비만 주구장창 흘러나오는 탓에 전정국의 핸드폰을 뺏어 음악 목록을 훑어보았다. 전정국이 뭐하는거냐며 앙칼지게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아티스트 목록에서 방탄소년단을 찾아보았다. 노래가 꽤 많이 있는 걸 보니 내가 방탄소년단이 좋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나보다. 힙합은 웬만해선 잘 안 듣는 전정국인데, 음악 목록에 싸이퍼가 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내뱉었다. 내가 부를 때마다 시끄럽다며 난리를 쳤었으면서, 사실은 몰래 듣고 있었고만. 싸이퍼를 틀자 전정국이 당황한 듯 제 핸드폰을 뺏으려 손을 휘휘 저어댔다.




"아, 뭔데. 딴 거 들어."

"싫은데? 싸이퍼 들을건데?"

"하, 진짜."

"네가 무엇을 하던 아위킬포!"

"내가 무엇을 하던 아비리얼포!"




 흥이 난 내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랩을 하자 같이 장단을 맞춰주는 전정국이다. 어어, 얘 좀 봐라. 전정국은 싸이퍼 가사까지 다 외우고 있었다. 둘이서 조그맣게 싸이퍼를 완창한 후 버스에서 내렸다. 조금 쪽팔리긴 했지만, 나름 재밌었다. 전정국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까지 걸어갔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나와 반이 다른 전정국을 배웅해 준 뒤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먼저 와 있었던 김태형과 인사를 하고, 시간표를 보며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자 중간에 낀 체육이 보였다. 헐, 설마. 나 체육복 안 가져왔는데.




"오늘 체육 밖에서 하냐?"

"응, 체육복 안 입고 오면 등짝 스매싱한대."

"돌았네. 나 안 가지고 왔는데."

"있다가 빌리셈."




 덤덤하게 말하는 김태형 덕에 당황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대체 난 고3인데 체육은 왜 하는 것일까. 다들 체육복을 입고다니면 입고 다녔지, 그냥 들고 다니기만 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기에 막막함이 앞섰다.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전정국의 생각이 났다. 전정국은 체육계라서 항상 체육복을 두 개씩 들고 다녔다. 여자 체육복은 아니지만 전정국은 나보다 훨씬 쳐말랐으니 입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른 거 하면 민윤기가 짱인데. 내 자리 뒤에서 자고 있는 민윤기를 흘끗 노려보았다.


 3교시가 끝나고, 바로 전정국의 반으로 달려가 전정국을 찾았다. 저번 교시가 무엇이었는지 책상 위로 전멸한 아이들 사이에서 전정국의 머리를 찾아 자비없이 후려쳤다. 이렇게 안 하면 안 일어나거든. 머리를 제대로 맞은 전정국이 제 큰 눈을 부라리며 일어났다. 뭐야, 씨발. 잠잘 때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전정국이긴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살아야 하는데.




"왜 깨웠냐. 별 거 아니면 죽여버린다."

"체육복 빌려줘."

"내꺼 너한테 클 텐데."

"너 말랐잖아."

"내 허벅지 안 보이냐."




 전정국의 말을 듣고서 허벅지를 내려다보자 생각보다 튼실한 허벅지에 당황했다. 헐, 이렇게 튼실할 줄은 몰랐는데. 상체는 말랐으면서 허벅지가 유독 굵직한 전정국에 어쩔 줄 몰라하자 전정국이 한숨을 폭 내쉬며 제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주었다. 접어서 입던가. 환히 웃으며 전정국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화장실로 재빨리 뛰어갔다. 전정국의 말대로 체육복의 기장이 무릎을 넘어설 것 같았다. 품도 넓어서, 정말로 아빠 바지를 훔쳐입은 것 같았다. 바지를 둥둥 걷자 그나마 볼만 하다. 어쩔 수 없지. 이거 입고 하는 수밖에. 나중에 전정국에게 매점에서 뭐라도 사줘야겠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클 거라고 했지, 내가."

"입고 잘만 했는데?"

"잘났다."




 4교시가 체육이었던 탓에 체육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자 오늘은 훈련이 없는지 우리반 교실 앞에 서 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제 체육복을 입은 내 다리를 슬쩍 내려다보더니 예상했다는 듯 말을 꺼낸다.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못말린다는 듯 웃은 전정국이 어서 식당이나 가자며 나를 보챘다. 옷은 좀 갈아입고 가자. 전정국에게 말했지만 아랑곳 않고 나를 끌고가는 전정국이다. 전정국에게 질질 끌려가 도착한 식당 문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거 봐, 사람 많다니까. 울상을 지으며 줄을 서자 전정국이 미안한 듯 제 손으로 내게 손부채질을 해준다. 그러면 내가 풀릴 줄 알고? 맞아, 존나 귀여우니까 특별히 용서해준다. 아이같은 전정국의 모습에 웃음보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웃었다."

"아, 아니거든."

"허, 지랄."

"그래, 웃었다! 뭐!"

"시끄러워, 조용히 해."




 전정국이 제 큰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으브브거리며 전정국에게 붙들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한 바람이 훅 끼쳐왔다. 역시, 우리 학교 식당은 좀 짱인 것 같아. 금방 기분이 좋아져 식판을 들고 흥이 난 걸음으로 급식을 받았다. 게다가 급식이 치즈 돈까스라니. 말 다 했네. 전정국과 마주보고 앉아 콧노래를 흥얼대며 돈까스를 젓가락으로 썰어먹자 전정국이 한심하게 나를 쳐다본다. 어쩌라고. 내가 맛있게 먹겠다는데. 전정국을 무시한 채 급식을 먹었다. 남자라 그런가, 전정국은 나보다 먹는 속도가 훨배는 빨랐다. 어느새 제 급식판을 비우고 나를 보고 있는 전정국에 마음이 급해져 밥을 빨리 먹기 시작하자 전정국이 물을 건네주며 천천히 먹으란다.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마지막 돈까스 조각을 입에 넣었다. 식판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전정국이 나를 따라 일어섰다. 아이스크림 콜? 전정국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다이어트는 언제 하냐.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오는 전정국의 말에 급식판을 내려놓은 후 전정국의 입을 찰싹 때렸다. 닥쳐, 그런 건 내일부터야. 내 말에 전정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는다. 식당을 나와 전정국과 함께 매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요맘때가 좋겠어. 큰 결정을 내리고 돈을 꺼내려하자 전정국이 잽싸게 자기 것과 함께 계산을 해버렸다.




"웬일이야. 사달라고 징징댈 땐 사주지도 않으면서."

"싫으면 내놓던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좀. 고맙다고."

"다이어트 방해 중인데, 뭘."

"그런 건 인생의 낭비야."

"아, 니예."




 얄밉게 대답하는 전정국을 노려보았다. 근데 너 내 바지 언제까지 입고 있을거야. 전정국의 말에 그제야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누가 나 끌고 오래. 투덜대며 전정국에게 쏘아붙였다. 교실로 올라가 치마를 들고 나오자 전정국이 나를 저지한다. 전정국을 올려다보자 전정국이 그냥 입고 있으라며 나를 다시 교실로 밀어넣었다. 새끼, 변덕은. 하여간 전정국은 츤데레의 정석임이 분명했다. 제 반으로 돌아가는 전정국을 배웅해주고는 다시 반으로 들어왔다. 이번 교시는 중국어니까 자야겠다.




"야, 일어나."

"으응..."

"일어나라고, 못생긴 멍청아."

"명치 쳐맞고 싶냐."

"존나 안 일어나, 하여튼."

"뭔데, 왜 깨웠어."

"집 가야지, 병신아."




 종례가 끝나고, 전정국의 반으로 찾아가자 세상 모르고 곤히 자는 전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자고 있으면 그냥 놔두고 갔을텐데, 명색이 고3이라 봐주는거다. 전정국이 부스스한 채로 가방을 매고는 일어났다. 미친놈, 학교에 와서 뭘 꺼내놓는 게 없어. 전정국의 가방은 무늬만 가방이지, 든 게 없다. 그럴거면 왜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몽롱한 상태로 걷는 전정국의 얼굴을 툭툭 치자 전정국이 투정을 부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학에서 배운 문장이 생각났다. 그 꼴이 퍽 쟁그러웠다,였나. 자기가 무슨 다섯살짜리 애인줄 아는건지. 몸은 또 징그럽게 큰 주제에. 전정국을 외면하고 앞서 걷자 전정국이 금방 나를 따라잡았다.


 하교를 할 때는 나름 버스비를 아끼겠답시고 집까지 걸어가는 전정국과 나였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익숙한 시내를 걷기 시작했다. 딱히 할 말도 없어 말없이 걷고만 있는데, 문득 전정국이 자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몇 걸음 더 걷다 오지 않는 전정국에 뒤돌아 전정국을 쳐다보자 왠지 경직된 모습의 전정국이 보인다. 굳은 결심이라도 했는지 입은 또 앙 다물고 있다. 왜 안 오냐. 전정국을 독촉하자 성큼 내 앞으로 와 말하는 전정국이다.




"나 결심했어."

"뭘."

"고백할거야."

"누구한테."

"좋아해."

"에?"

"좋아한다니까?"

"뭐래, 징그럽게."

"아, 좋아한다고!"

"닥쳐, 뭐래는거야!"




 시내 한가운데서 멈춰서는 갑자기 좋아한다며 떼를 쓰는 전정국에 당황했다. 처음엔 누구에게 고백이라도 하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만, 웬걸 나한테 좋아한다며 난리를 쳐댄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창피해 전정국을 끌고가려고 해도 힘을 주고 꿈쩍 않는 전정국에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시발, 그럼 나 혼자 갈거야! 먼저 가려고 하자 또 내 손목을 잡고선 못 가게 막는 전정국에 손목을 빼내려 팔을 휘적댔다. 뜬금없이 이게 뭔 개소리인지. 분명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하루였는데, 잘 맞춰가던 퍼즐에 이상한 조각을 끼워놓은 것 같았다. 이건 뭐, 받아주기도 모호한 상황에 그저 빨리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전정국은 창피하지도 않은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으며 나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전정국의 품 안에 가볍게 안착했다. 아니, 뭐요? 탄탄한 가슴팍에 얼굴이 아프지 않게 부딪혔다. 지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얼굴이 빨개져 전정국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쳐댔다. 아, 물론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이 내숭을 부리듯 치는 그런 건 아니다. 정말 죽일 듯한 기세로 전정국의 명치를 쳐대자 전정국이 앓는 소리를 내더니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꽉 껴안았다. 지금은 여름이니까 분명 전정국이 입고 있는 흰색 교복 셔츠에서는 땀냄새가 나야하는데, 오히려 뽀송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놔, 좋은 말로 할 때."

"싫어, 놔주면 도망갈 거잖아."

"누가 도망갈 짓 하래?"

"네가 좋은 걸 어떡해."

"미쳤구나."

"좋아해, 진짜. 장난 아니다."

"진짜 미쳤냐, 너?"

"눈치 없는 기집애, 내가 대체 얼마나 더 삽질을 해야되냐. 넌 아마 내가 말 안 했으면 평생 몰랐을 거다."




 푸념을 하듯 주저리 말을 늘어놓은 전정국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나도 내가 미친 건 아는데, 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자. 그리고 없었던 걸로 해. 어딘가 모르게 전정국의 말에 여운이 남았다. 전정국이 입을 다물었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많은 소리들이 존재했지만 이상하게도 전정국의 심장소리가 가장 크게 들려왔다. 사실 전정국의 심장소리인지, 나의 심장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빠르지만 규칙적으로 콩콩대며 나는 소리가 자장가라도 된 듯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온 세상에 전정국과 나, 이렇게 둘만이 남은 것 같은 낭만적인 기분이 들었다. 나도 미쳤구나. 전정국과 낭만적인 기분이라니.


 전정국의 마지막 말이 찝찝하게 입 속에 남았다. 없던 일로 해. 머리로는 그래야하는 게 맞다고 하는데, 또 마음은 그게 안되더라. 정말 이제껏 전정국을 남자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막상 이런 말을 들으니 없던 일로 하기엔 아쉬웠다. 설사 없는 일로 하더라도 전정국과 내가 전처럼 지내기도 힘들 것 같았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도 모르게 전정국의 허리를 팔로 끌어안았다. 전정국의 몸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에라, 모르겠다.




"있던 일로 해."

"뭐?"

"없던 일로 하지 말자고."

"... 그럼."

"이 새끼가 밥상을 차려줘도 못 처먹네."

"무슨,"

"아, 사귀자고! 그까짓 연애! 어?"




 내 말에 전정국이 당황한 듯 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거 참, 이게 무슨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소꿉친구와의 연애라는 진부한 소재에 나 스스로도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꿉친구의 클리셰인가. 불만 있냐며 전정국을 툭 치자 전정국이 어버버거리며 제 품에서 나를 놓아주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전정국을 쳐다보자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멍하니 서 있던 전정국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내 환히 웃는 얼굴로 변한 전정국이 와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저, 미친놈. 머리를 짚으며 천천히 전정국을 따라갔다. 흥이 넘치면 넘쳤지, 결코 덜하지 않은 전정국과의 연애를 생각하니 막막했다. 아, 내 인생. 전정국에게 봉사한다고 치자. 아니 근데, 전정국 이 새끼야.




"좀 천천히 가라고! 쓸데없이 빨라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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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여러분 뽀베입니다 하ㅏ하하핫

사실 저능 시험기간인데여.........

이 글을 거의 2주전쯤에 다 완성을 했으나 컴퓨터를 그간 못해서ㅠㅠㅠㅠㅠㅠㅠ 이제서야 올리네여!

멤버별로 쓰고 있는 중입니닷

정구기 말고도 센빠이랑 호비호비가 완성되어있구여! 찜니도 거의 완성되가고 낮누는...네....소재를 던져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낮누는 회사물인데 말이져 헤헷 제 똥손이 못 쓰네여 그걸...ㅋㅎ

마음 같아서는 그간 쓴 글들을 다 확 올려버리고 싶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

구러면 재미없잖아여! (?) 그래서 시험 끝나구 올려드릴 거예요! 14일? 15일? 그쯤에 또 봅시다 여러분!

모바일로도 잘하면 그 중간쯤에 센빠이 글을 올릴 거구요!

이 못난 자까는 물러갑ㄴㅣ다....됴륵

으음음 그리구 암호닉은여 받고싶은데 제가 워낙 글을 뭐같이 써서 여러분이 실망하실듯^^;

그래두 주시고 싶은 분들은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히 받을게여ㅠㅠㅠㅠㅠ저같은 닝겐한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여러분 시험 다들 잘 보시구! 덕질도 열심히!!! 하 징짜 쩔어 왜이러케 예쁜 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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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달달ㅠㅠㅠㅠㅠㅠㅠ왜때메 나는 학창시절에 저런 남사친이...없나...정구기같은 남사친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잘읽고가요ㅎㅎㅎ
8년 전
독자2
암호닉[침침]으로 신청할게요
헐...작가님 취저 정국이라니이이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학생들이연애하는것처럼 달달해요ㅠㅠㅠ 어쩐지 제목보고 진짜 들어오고 싶더라니푸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오...시험공부 열심히 하세요!!저는 오늘시험이 끝났쭙니닿ㅎㅎㅎㅎㅎㅎㅎㅎ이렇게 좋은글만큼 시험도 좋게나오시길 바랄게여 작가님 화이팅!!!

8년 전
뽀베
으앙 침침님 8ㅅ8 예쁜 말 써주셔서 감사해여! 시험이 끝나셨다니 부럽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희는 일주일 동안 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 봐주셔서 고마워욧!
8년 전
독자3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달달해여....하..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ㅠ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뽀베
헐 네번이상이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 글이 뭐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비루한데!!! 혹시 보고싶은 소재같은 거 있으면 던져주세요ㅠㅠㅠ와 진짜 너무 감사하네요ㅠㅠ 감사합니다 정말 8ㅅ8
8년 전
독자5
정구가ㅠㅠㅠㅠ너무 기엽다ㅠㅠㅠㅠ 청구가ㅠㅠㅠ흐허유ㅠㅠㅠ
8년 전
독자6
허르..취향저격...탕탕........잘보고가여....
8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와 ㅠㅠㅠㅠㅠㅠ전정국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에나라도장난인줄알겟다 ㅋㅋㅋㅋㅋ뜬금없이갑자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시험잘보세요♡
8년 전
독자9
풋풋하네여ㅠㅠㅠㅠㅠ이런거참좋아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은하수]로 신청할게요! 글 진짜 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는데 대리설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뽀베
은하수님! 아니에욥ㅠㅠ 저같은 닝겐이 무슨....그래도 대리설렘하셨다니 다행입니다 8ㅅ8
8년 전
비회원55.122
어ㅓ헝ㅎㅇㅎㅇ 세상에
민윤기를 고소합니다도 너무 잘 읽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글 겁귀 ㅠㅠㅠㅠㅠㅠ 그니까 암호닉 신청할거예요[카누]
진짜 작가니뮤ㅠㅠㅠ 열흘이나 기다려야된다니ㅠㅠㅠ빨리와주시면 안돼요?
사람 애간장 태우는데 뭐 있으신거죠? 미워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뽀베
카누님! 카와를 마셔야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르게써여 올 수 있으면 올 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빨리 오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미워하지말아요 그러니까 힝힝ㅠㅠ
8년 전
독자11
이제 레드카펫만 깔면 되는 겁니까? 어디 깔아드릴까요 작가님? (환호) 도대체 이런 귀여운 정국이는 어디서 데려오신 거에요 ,,,, 저 현기증 나려고 하잖아요 ,,,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게 흔한 클리셰이긴 한데 그럼 뭐 어때요, 상대가 방탄이잖아 8ㅅ8 전정국이잖아 ㅠㅠㅠㅠㅠ 멤버별로 나오신다니 이전에 나온 김태형이랑 민윤기 글도 지금 읽으러 갈게요! 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14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15
아ㅠㅠㅠ달달하네여ㅠㅠㅠㅠ정국이ㅠㅠㅠ
8년 전
독자16
설날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작가님ㅠㅠㅠㅠㅠ빔 맞으세요 제 사랑빔ㅠㅠㅠㅠㅠㅠ
8년 전
뽀베
아 설날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귀여우시기 있기 없기.. 사랑빔 잘 맞을게여큐ㅠㅠㅠㅠㅠㅠ 봐주셔서 고마워요!
8년 전
독자18
헙..제목과 다르게 어어엄청 달달하네요ㅠㅠ근데 취향저격... 진짜 여주된기분이었어요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9
와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잘 어울린다ㅋㅋㅋ여주 성격 진짜 취향저격... ㅋㅋㅋㅋㅋ사랑합니다 작가님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BGM도 재미있고 ㅋㅋㅋㅋ 작가님 더럽. 사랑합니다. 와 진짜 좋아요
8년 전
독자20
하...진짜 설렘사ㅠㅠㅜㅠㅜ저 오늘 여기 눕습니다ㅓㅠㅠㅠㅠㅠㅠㅠ3개 봤는데 3개 다 제 취향 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2
아 너무조차나여.....8ㅅ8끙끙...정꾸..끙...여고......나왜여고..ㅎㅎ 잘읽고가요~~~♡
8년 전
독자23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정구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진짜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4
와 대박 와 말도 안나와요 넘나 달달한것 넘 좋은것...ㅠㅠㅜㅠㅠㅜㅠㅠㅜ
8년 전
독자25
운동하는 남자에 소꿉친구까지...진짜 너무 좋다!!
7년 전
독자26
왉..... 저도 저런 소꿉친구... 심지어 운동도 하는데.잘생기기까지 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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