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창문 열어도 돼?"
"에어컨 끄고 열까?"
창문을 열어도 되냐는 물음에 아빠는 에어컨을 끄고 아예 다 열자고 제안했다.
오빠는 자다가 일어나 바람이 너무 세다며 닫자고 했지만 아빠는 그 말을 씹고 생글생글 웃기만 하셨다.
엄마는 집에서 머리를 말리고 왔는데 날린다며 싫어하셨지만 시원한 바람이 마음에 드셨는지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셨다.
"아빠, 우리가 이사가는 곳 어디야?"
"예전에 우리가 살던 집이랑은 완전 달라."
"아싸!"
예전에 살던 집이라고 하면 매연이 가득한 도시였다.
부모님은 죽어라 일해 시골에 있는 작은 집을 구하셨다.
아니, 작은 집이라고 해도 예전에 살 던 우리 집보다는 컸다.
작은 집에 많은 돈이 들어가니 부모님은 몸이 안 좋아지시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해 부모님께 이사를 제안했다.
아빠와 엄마는 며칠간 망설이다가 갑자기 일을 열심히 하셨다.
안방에서 이야기 하는 걸 조금 들었는데, 이사를 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신 거라고 하셨다.
나도 부모님을 돕기 위해 열심히 절약했고 주말마다 오빠랑 엄마아빠 몰래 아르바이트도 하기도 했다.
알바비를 모조리 가져와 부모님께 드리니 엄마 아빠는 감동하시며 당장 이사를 가자며 집을 알아보셨다.
아빠가 집을 알아보시다가 가끔 엄마에게 말하기도 했다.
여기 이렇게 싸냐고, 집 크기가 작은 게 아니냐고 의심을 하시며 말씀하셨지만 정말 컸다.
아빠가 일을 바로 그만두고 집을 보러 가셨을 때 저렇게 큰 집이면 오빠와 내 방을 따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오빠랑 따로 잘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당장 그 집으로 하자니까 아빠와 엄마는 행복하게 웃으시며 바로 이삿짐을 쌌다.
"아빠 언제 도착해?"
"조금만 기다리면 다 올 거야."
"아아- 빨리 보고 싶다."
아빠와 엄마는 내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웃으셨고 웃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병신아, 거의 다 왔으니까 그만 좀 재촉해."
"니는 집 안 궁금하냐? 난 지금 궁금해 미칠 거 같은데."
오빠가 욕을 하며 그만 좀 하라며 머리를 때렸지만 기분이 좋아서 맞은 것도 아프지 않았다.
* * * *
오빠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을 때, 아빠가 거의 다 왔다며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오빠의 머리를 한 번 때리고 옆으로 도망가 바로 창문을 닫았다.
오빠는 화를 내며 차에서 내리면 두고보자고 하셨지만 나중에 까먹을 걸 안다. 우리 오빠는 붕어니까.
창문을 닫고 아빠가 들어간다? 라는 말을 하셨다. 들어가?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는 한 나무가 많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산은 아니었고 주변에는 밭이 보였다. 조수석으로 고개를 빼 앞을 보니 멀리 보이는 평야 위에 얹혀있는 기분의 집이 보였다.
그러니까 이걸 설명하면 너무 예뻤다.
배경은 초록색이 가득한 산속이었고 작게 울타리 쳐져있고 그 안에는 높고 큰 모양의 집이 보였다.
엄마와 나는 감탄을 하며 서로 웃었고 오빠도 어느샌가 내 뒤로 와 같이 감탄하고 있었다.
"와, 우리 아빠 짱!"
"딸 그렇게 좋아?"
"어! 오빠랑 같은 방 아니잖아. 그리고 집이 너무 예뻐.
집 주변 배경도 너무 예쁘고 진짜 마음에 들어."
나는 아빠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아빠는 웃으며 집 앞에 차를 주차하였다.
"자, 이제 이삿짐 차 기다리면서 집 문을 열어보자."
아빠는 집 열쇠를 꺼내며 나와 오빠, 엄마에게 보여주었고 우리 셋은 너무 신나 소리를 질렀다.
"시끄럽게 하면 이삿짐 차 올 때까지 안 열어준다?"
아빠의 말에 나와 오빠는 알겠어 알겠어, 조용히 할게. 라며 입을 막았고 그 모습을 본 엄마와 아빠는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엄마 아빠를 따라 나와 오빠도 안절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집이 보였다.
우선 주택이라는 것도 좋았고, 오빠랑 다른 방이라는 게 정말 좋았다.
아빠에게 달려가 빨리 열어보자며 열쇠를 달라고 하였지만 이런 건 늦게늦게 하는 거라며 천천히 걸어가셨다.
답답하기는 했지만 주변 풍경들을 보며 천천히 걸어가니 재촉하는 마음이 없어졌다.
집 문 앞으로 가 아빠가 열쇠를 꽂아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새로운 집 냄새가 풍겼다.
이 집은 만들고 팔려던 아무도 살지 않은 새집이라는 말을 듣고 더 행복했다. 이 집에서 평생 살고 싶었다.
아빠에게 집 구경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된다며 너희 방을 얼른 정하라고 하셨다.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계단을 타고 내 방을 정하기 위해 올라갔다.
뒤에서 오빠는 나도 정할 거라며 날 뒤따라 오고 있었고, 아빠는 넘어진다며 천천히 올라가라고 하셨다.
아빠의 말이 들릴 리가 없는 나는 계단에 정강이가 찧었지만 아픔도 모르고 2층까지 올라왔다.
"와, 미친 짱 예쁘다. 방이 완전 많아!"
"됐어, 그거 구경하기 전에 얼른 각자 방이나 정하자."
오빠가 뒤에서 내 머리를 한 대 때리고 방을 정하자고 하였다. 그 말에 오빠에게 맞은 머리를 긁적이며 방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오빠는 어느샌가 계단 바로 옆에 있는 방을 정하였고 나도 얼른 정해야겠다, 하는 마음에 구석에 있는 방에 들어갔다.
음, 그러니까 모든 여자들이라면 꼭 꿈꿔왔을 다락방과 같은 방이 있었다.
몇 개를 더 구경하니 그 방보다 예쁜 방은 없는 거 같아 계단을 내려가 아빠에게 2층 구석에 있는 다락방을 정하겠다고 하니, 아빠가 그러라고 하셨다.
엄마는 주방을 구경하고 계셨고 아빠는 거실을 구경하고 계셨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의 형태라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문뜩 이 근처를 구경하고 싶어 아빠에게 밖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했다.
아빠는 오빠도 함께 가라고 하였지만 오빠는 짐만 된다며 거절하고 나 혼자 신발을 신고 나왔다.
밖을 나와 아까 지나간 밭 옆을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머리가 휘날렸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큰 길가로 나올 때 쯤에 옆에 보이는 큰 주택이 보였다.
여기 사람은 다 넓은 집에서 사는 구나, 부럽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이제 넓은 집에서 산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어 이런 생각을 잊게 했다.
그리고 주택 있는 쪽을 슬쩍 구경하고 있을 때 멀리서 차를 씻고 계시던 한 아저씨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원래 사교성이 좋은 편인 나는 새차를 하시던 아저씨께 웃으며 인사를 드렸다.
아저씨는 당황하셨지만 다시 웃으시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래, 안녕. 저 옆집에 이사왔다는 얘기가 있는데 너희 가족인가보구나?"
"네! 저희 이사왔어요. 꽉막힌 도시에서 살다가 여기 오니까 완전 신나요!"
아저씨는 내 말에 호탕하게 웃으시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웃는 얼굴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아저씨 옆에 보이는 새끼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와, 완전 귀여워요. 이름이 뭐예요?"
"글쎄, 아저씨가 작명센스는 없어서 이름을 못지었네. 네가 지어줄래?"
나보고 지어달라는 아저씨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머릿속에 휴지가 생각나 휴지로 하라고 하였다.
아저씨는 알겠다며 이름은 휴지니까 휴지를 보러 자주 놀러오라고 하셨다.
웃으면서 내 말을 하나하나 다 받아주는 아저씨 덕에 적응하기 쉬웠던 거 같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저씨께서 나이를 물어보자 고등학교1학년이라고 말씀을 드리니
아저씨의 아들도 나이가 똑같다고 하였다.
나는 웃으며 나중에 보러 오겠다고 하니 아저씨께서도 얼른 들어가 짐을 나르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보이는 내 또래 애들이 보였다.
멀리서보니 대부분이 다 남자아이들이었고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멀리서 한 아이가 날 불렀다.
"야!"
아이는 손을 흔들며 내쪽으로 뛰어왔고 나는 당황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내쪽으로 와 나에게 물었다.
"야, 너가 여기 이사온 애야?"
"아, 응!"
친구가 생기나, 하는 생각에 웃으면서 대답해주니 그 아이들도 함께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 나는 김태형이야."
"아, 응."
"얘는 김남준 박지민 민윤기. 다 17살이야. 너는 몇 살이야?"
"아, 나도 17살이야. 내 이름은 김탄소"
내 소개를 간단하게 하니 김태형이라는 아이는 친하게 지내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 손을 어떻게 해야하나 악수를 받아줘야하나 갈등하고 있을 때 박지민과 김남준이 아저씨같다며 손을 내밀지 말라고 하였다.
김태형도 그 아이들에 말을 따라 뒷머리를 긁적이며 알겠다고 웃었다.
그리고 태형이는 나에게 이삿짐을 다 나르고 멀리 있는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로 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
그의 의도를 모르겠는 나는 어깨를 으쓱이자 태형이 폰 달라고, 번호 저장하게. 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 따라 김남준과 박지민도 번호를 주겠다고 달려들어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번호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에 조용히 있던 민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니까, 이렇게 말하기 조금 오글거리고 민망하지만
내가 민윤기를 보고 반한 것 같았다. 한 눈에 반했다고 해야하나.
"뭐야. 나한테 뭐 묻었냐?"
내가 뚫어져라 쳐다보니 윤기는 얼굴을 털어냈다.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드니 그가 내 앞에 와 나에게 말했다.
"너 어디에서 왔어?"
그의 물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서울이라고 말하니 그가 내 말에 대답을 했다.
"서울 애들을 원래 다 그렇게 예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