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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김도영 전체글ll조회 672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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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같은 과 알오티씨 선배 김도영. 

내가 새내기일 때, 김도영은 매번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김도영이 하계훈련을 떠났을 때 고마운 마음에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달 내내 편지가 오고갔고, 하계훈련이 끝난 날 집 앞으로 달려온 김도영의 고백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과씨씨. 그리고 둘 다 학교 앞에 자취를 하는 탓에 우리는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였다.  

 

 

우린 정말 잘 맞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김도영이 싫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김도영이 좋아했다. 어쩌다 안 맞는 부분이 생긴다면 김도영이 무조건 다 맞췄다. 항상 ‘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남자친구였다. 

 

 

 

 

 

 

 

 

하루는 내가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거하게 취하고 김도영에게 업혀갔는데, 그 다음날 일어나보니 얼굴에 피딱지가 앉아있어서 펑펑 울다가 전화로, 내 얼굴에 흉지면 어쩔거냐며 진상을 부렸다.  

 

 

 

 

 

“ 내가 진짜 미안해... “ 

“ 지금 약국에 약 사러 왔어! ” 

“ 얼른 연고 발라줄게 “
 

 

 

 

 

그리고 그렇게 약을 사온 김도영의 얼굴에는, 내 얼굴에 있는 그것보다 세 배는 더 큰 상처가 있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김도영은 뒤로 넘어지면 내가 크게 다칠 것 같아서 그냥 자기 얼굴로 아스팔트를 받아버렸다며 씨익 웃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 내가 김도영한테 너무 큰 존재인 것 같아서.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에 나는 알게모르게 ‘ 김도영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다보면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게되는데, 김도영은 그런 게 없었다.  

 

 

 

 

 

 

점점 김도영에게 상처를 줬다. 과연 어디까지 나를 봐줄 수 있는지 궁금했고 아무리 푹푹 찔러도 반응없는 김도영이 질렸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 

 

“ .............. 그래, 알겠어. “ 

 

 

 

 

처음으로 그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였다. 사실 나는 헤어지고싶지 않았고, 화를 내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고싶었던 건데, 김도영은 꽤 단호하게 말했다.  

 

항상 ‘ 미안해 ‘ 라는 말은 김도영이 했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오기가 생겨서 핸드폰에 있는 사진 전부 지금 눈앞에서 다 지우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김도영은 잠깐 놀라는 듯 하다가 내 눈 앞에서 사진첩 전체삭제를 누르고 눈에 눈물이 고인채로 말했다. 

 

 

 

“ 그.... 사실, 있잖아.... “ 

 

“ 나 귀에 간지럼 안탄다? “
 

 

 

 

 

 

귀에 간지럼을 태우는 건 우리만의 신호였다. 간지럼을 잘 타는 나와 달리 간지럼을 안타는 김도영은 귀를 만질 때만 간지럼을 탔는데, 간지러워하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의 귀를 만지며 입을 맞추곤 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김도영은 자다가도 내가 귀를 만지면 눈을 뜨고 입을 맞춰주던 사람이었다.  

 

 

 

“ 너 혼자 간지럼 많이 타는 게 억울해보여서 나도 하나 만들어준 거야 “ 

 

“ 계속 연기했는데, 또... 거기에 계속 속는 너가 귀여워서 나중에 말해야지 하다가.... “ 

“ 이렇게 말하네! 하하... 진짜 몰랐지? “
 

 

 

 

 

내가 졌다.  

 

결국 내가 잘못했다고, 헤어지고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고.  

펑펑 울면서 김도영을 붙잡았다. 

 

 

 

 

 

 

[엔시티/김도영] 아쉬움에 대하여 01 | 인스티즈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매일같이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나는 받는 사랑이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졌고 또다시 김도영에게 상처주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 실수 하나하나에 소리를 질렀고 나와 24시간 같이 있어주기를 바랬다. 

 

 

 

 

우리가 정말로 헤어진 건 김도영이 졸업여행을 간, 나의 2학년 2학기였다. 김도영은 태국으로 졸업여행을 갔고 숙소에서도 꼬박꼬박 전화를 했다. 

 

 

 

 

“ 어, 준희야 나 이제 숙소 왔어~” 

 

‘ 김도영! 너 안오고 뭐해!! ‘ 

 

“ 나 준희랑 잠깐 전화 좀 할게! “ 

 

‘ 아, 여친? 누가 사랑꾼 아니랄까봐 유난 떤다 유난 떨어~ ‘
 

 

 

 

 

오빠, 그냥 전화 끊어. “ 

 

“ 응? 왜그래~ 진짜 전화해도 괜찮아! 애들한테 좀 늦게 간다고 얘기해놨어 “ 

 

아 됐다고. 전화할 기분 아니야. ” 

전화, 오늘 이제 한 번 하는데 내가 왜 유난이라는 말을 들어야돼? “ 

 

“ 아니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 

 

그리고 방금 그거 이지윤언니 맞지? “ 

내가 그 언니는 싫다고 했잖아. “ 

다른 사람 다 괜찮은데 그 언니는 그냥 싫다고!! “ 

 

“ 준희야 내가 진짜 잘못했어... “ 

“ 그냥 졸업여행 안오고 준희랑 데이트하러 갈걸 그랬다. 그치~ “
 

 

됐어, 안갔으면 또 나때문에 졸업여행 빠진다고 욕먹었겠지. 넌 내가 너때문에 과에서 얼마나 불편한지 알기는 해? “ 

 

“ 아니야아~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해! 그런 사람 있으면 내가 벌써 혼내줬지이 “ 

 

오빠 진짜 짜증나는 거 알아? “ 

우리 그냥 헤어질래? 헤어지자. “ 

 

“ 또 왜그래 준희야... “ 

“ 여행 이틀이나 더 남아서 너 보러 못가는 거 알잖아 “
 

 

됐다고, 그냥 헤어지자. 끊어. “ 

 

 

 

 

 

나는 무서웠다. 20살에 시작한 첫 연애였고 김도영에게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받은 만큼 돌려줄 자신이 없고 지금이라도 벗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김도영한테 갇혀서 살게될 것 같았다.  

 

김도영을 좋아하지만 사랑보다는 우정같은 마음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수십통이 왔지만 그냥 핸드폰을 꺼버리고 눈을 감았다.  

 

 

나를 얽메이던 목줄을 끊은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홀가분했다. 

 

 

 

 

 

 

 

 

김도영과 헤어진 후, 김도영과 보냈던 나의 오후시간이 텅 비어버렸다. 이렇게 심심하다가는 김도영이 그리워질 것 같아서 친구가 알바하는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화목토는 친구가, 월금일은 내가 알바를 했다. 학교 앞 작은 카페여서 손님 중 절반 정도는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김도영과 겹치는 수많은 지인들이 손님으로 찾아오며 한두마디씩 덧붙이고 갔다. 

 

 

‘ 준희 여기서 알바하는구나~ ‘ 

‘ 음...어.. 동영이랑은 어색해도 나랑은 어색하게 지내면 안된다? ‘ 

 

‘ 이번에는 진짜야? 너네 저번에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지 않았나? ‘
 

 

 

 

매번 애써 웃으면서 대충 괜찮다며 얘기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카페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주말 오전이었다. 학생들이 다들 본가로 갔는지 손님은 한 명밖에 없었고 나는 심심했다. 그러다, 손님이 한 명 들어와서 평소보다 더 밝게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던 것 같다. 

 

 

 

 

어서오세요~ “ 

 

“ 어머, 학생 새로 온 알바생이야? “ 

“ 오늘 사장님 안오시나? “
 

 

아, 네! 오늘은 저 혼자 일해요 “ 

 

“ 아~ 그렇구나. 그러고보니까말이야 “ 

 

 

“ 학생 인상이 엄청 좋네~ 우리가 하느님을 잘 섬기면 선택받은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는데 학생은 하느님이 아주 예뻐하실 거 같아~ “
 

 

 

 

 

 

하필이면 그 손님은 사이비 전도를 하는 사람이었고, 주문도 하지 않은 채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쫓지도 못하겠고 딱 한명 있는 손님도 있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하며 손님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러다 고개를 든 그 손님과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다.  

 

 

 

 

그런 짜릿함은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내 앞의 사이비 아주머니는 태블릿까지 꺼내고 영상을 보여주면서 열정적으로 구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모르게 한숨을 푹 쉬니, 저 멀리 손님이 피식 웃고는 카운터로 걸어왔다. 

 

 

 

 

 

“ 플레인 와플 하나 주문할게요 “ 

 

아... 아...! 네! 진동벨로 알려드리겠습니다 “ 

 

 

 

 

 

카페 안이 소란스러워서 신경이 쓰인 건지, 나를 도와주려는 건지, 그 손님이 또 주문을 했다.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오븐에 넣고 꺼내기만 하면 됐지만, 계속 떠들어대는 아주머니를 무시하기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아주머니는 곧 자리를 떠났다. 

 

 

“ 그래서 하느님이~ ...어우, 학생 바쁜가보네! 다음에 또 올게~ “ 

 

 

 

 

 

 

 

 

띵- 

 

 

 

손님이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나는 고마운 마음에 휘핑크림 추가, 시럽 추가, 딸기 추가, 온갖 것을 추가하고 진동벨을 울렸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 

 

“ 왜 거절을 못하고 그걸 다 들어주고 있어요. “ 

“ 다음부터는 그냥 내보내도 돼요 “
 

 

 

 

환하게 웃어주는 그 얼굴이 너무 황홀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카페에 있을 때마다 혹시 그가 올까 기다리고, 오늘은 먼저 말을 걸어야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어서오세요~ 어, 또 오셨네요? “ 

 

“ 하하. 네. 여기 올 때마다 계시네요 “ 

 

아, 매일은 아니구 그냥 알바예요! “ 

 

“ 언제언제 일하세요? ” 

“ 요일 맞춰서 오려구요 “
 

 

 

 

 

 

 

 

그는 카페에 올 때마다 나에대해 하나씩 질문을 던졌다. 

 

언제 일하는지, 학생인지, 오늘 추천메뉴가 있는지.  

 

그러나 절대 이름이나 번호같은 건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알바하는 시간에 찾아와, 항상 같은 음료를 마시고, 누가 봐도 관심이 있는데 막상 다가오지는 않는, 그 모습이 오히려 가벼워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김도영과 만났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떨림이 생겼다. 

 

 

 

 

 

“ 복숭아, 좋아하세요? “ 

 

네? 복숭아요? “ 

 

“ 네. 복숭아요 “ 

 

복숭아 좋아긴하는데.... 그건 왜요? “ 

 

아, 다행이다! 오늘 본가 다녀오면서 이거. 사왔거든요. “ 

“ 이거 주고싶어서요 “
 

 

 

 

 

그는 나에게 잘 포장된, 복숭아 모찌가 잔뜩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넸고, 평소와는 달리 테이크아웃을 했다.  

 

 

 

그 때 카페에 놀러왔던 친구는 그 이후로 그 손님을 ‘ 모찌남 ’이라고 부르며 나를 놀리곤했다. 

 

 

 

 

 

 

 

일명 ‘ 모찌남 ‘ 사건 이후로, 묘하게 들떠서 김도영을 잠시 잊고있었다. 친구와 그 남자에 대해 얘기하면서 걷다가, 김도영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헤어진 후 처음으로 보는 얼굴이었다.  

 

표정이 어두운 것을 제외하고는 멀쩡해보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린 서로 얼굴을 굳히고 말없이 스쳐 지나갔다.  

 

 

 

 

 

 

 

 

 

김도영과 헤어지고 알바를 시작하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나는 과하게 조용한 도서관보다는 어느정도 소음이 있는 공부환경을 좋아해서, 일하는 날은 아니지만 카페로 향했다.  

 

어차피 친구가 일하는 시간이라 커피를 직접 내리고 태이블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 어? “ 

 

 

 

 

이어폰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바로 그 남자가 놀란듯, 눈을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뜬 채로 멈춰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 

 

“ 제가 맨날 앉는 자리에 누가 앉아있나 했더니~ ” 

“ 그쪽이였네요 “
 

 

 

 

 

내가 매일같이 기다리는 이 남자의 지정석이 여기가 아닌 것 쯤은 당연히 알고있었다.  

 

그냥 맞장구를 쳐줄까, 생각했지만 나도 당신을 신경쓰고있다는 티를 내고싶었다. 

 

 

 

 

어? 여기 말고 저 자리에 맨날 앉으시지않아요? “ 

 

“ 아...어... 여기도 자주 앉아요! “ 

 

아~ 그런가요? 잘 몰랐네요 “ 

 

 

 

“ 저... 옆 테이블에 앉아도 되나요? “ 

 

 

 

 

오늘은 나도 그냥 손님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대답한 뒤, 다시 고개를 숙여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옆에 앉아있는 남자가 신경이 쓰이지만 애써 정신을 차리고 프린트물에 집중했다. 

 

 

 

 

 

 

 

한참을 집중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는 없었고, 조금 아쉽지만 그대로 쭉 공부를 계속하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같이 집에 걸어갔다. 

 

 

 

“ 아 진짜 시준희~ 아까 내가 다 설레서 카운터에서 사진 찍음ㅎㅎ “ 

“ 너 공부하는 거 꿀 떨어지게 쳐다보던데? “
 

 

 

뭐? ” 

 

 

“ 너무 붙어앉아서 일행인줄 알았잖아~ “ 

 

 

 

 

 

친구가 찍은 사진 속에서, 남자는 의자를 내 테이블 근처로 바짝 붙이고 나를 보고있었다.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축제가 시작됐다.  

 

 

 

친구들과 공강시간에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부스들을 구경하고 푸드트럭에서 음식도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웃다가. 

김도영을 만났다.  

 

 

 

 

나, 김도영, 내 친구들, 김도영의 친구들 모두 3초 정도 얼어붙었고 친구들은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며 고민하다가 과선배들에게 인사하기를 택했고, 거기에 묻어서 나도 작은 목소리로 ‘ 안녕하세요... ’ 정도의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이 강의실로 갔다. 

 

 

 

 

 

 

 

 

기분이 푹 가라앉아 강의실에서 핸드폰을 툭-툭- 치는데,  

 

 

 

김도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준희야’ 

‘우리가 얼굴도 안보고 너무 급하게 헤어졌잖아’ 

‘그래서 사실 나 아직도 헤어진 게 잘 실감이 안나’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 번만 만나서 얘기하면 안돼?’ 

‘얼굴 보고 얘기해야 나도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아’ 

 

 

 

 

 

 

400일 정도 만난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이별통보 후, 계속 잠수를 탔다는 게 이제서야 미안해졌다. 적어도 나는 김도영에게 그러면 안됐다. 

 

 

 

 

‘알겠어’ 

‘나 오늘 알바해서’ 

‘11시 넘어서 봐야될 거 같은데’
 

 

 

 

 

‘내가 카페로 데리러 갈게’ 

 

 

 

 

 

 

 

 

 

축제날 전남친을 기다리며 알바를 하게됐다.  

심지어 비까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해서 마음이 축 가라앉았다. 

 

 

 

 

 

.......... ” 

 

 

 

똑똑- 

 

 

 

“ 주문, 안받아주나요? “ 

 

 

 

 

이런 최악의 날에 보는 이 남자의 얼굴은 나를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었다. 

 

 

 

 

아...! 네! 잠깐 딴 생각을 해서... “ 

 

 

 

“ 얼그레이 따뜻하게 테이크아웃이요 “ 

 

 

“ 근데.... ” 

“ 혹시 어제 마지막 공연 때 맨 뒤에 서있지 않았어요? “
 

 

네?? 어, 맞아요! “ 

 

“ 맞구나~ “ 

“ 어제 봤는데 카페 밖에서 인사하기 쑥쓰러워서 말 못걸었어요 “
 

 

아 진짜요? 인사해줬으면 엄청 반가웠을 거 같은데! “ 

다음에는 인사해줘요 “ 

 

“ 다음에는 꼭. 인사할게요 “ 

 

 

 

 

 

 

 

 

 

카페는 평소보다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아서 많이 바쁘고 정신없었다. 그 손님이 카페가 아닌 장소에서 나를 봤다는 것과 이제 조금 있으면 김도영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두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평소보다 5분정도 늦게 마감을 하고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정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그 남자가 우산을 쓰고 서서 나를 바라보고있고,  

 

문 바로 옆 오른쪽에는 울먹이는 김도영이 서있었다.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하필이면 왜 오늘일까 원망스럽고 나를 찾아온 김도영이 더 미워졌다.  

 

 

 

 

이 자리를 빠른 시간 내에 벗어나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몸을 급하게 오른쪽으로 틀어, 김도영의 팔을 잡고 끌고갔다. 

 

 

 

가면서 얘기하자” 

 

“그래... 내가 너 집까지 데려다줄게” 

 

 

그렇게 김도영과 급하게 걸어가기 시작했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탓에 그 남자의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고싶었던 말이 뭔데 ” 

 

“준희야... 나는 ....아직도 안믿겨, 우리가 헤어진 게 “ 

“ 사실 헤어질 일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머릿속에 온통 그 남자 생각뿐이었다. 남자친구인줄 알고 내일부터 안오면 어떡하지? 평소에는 커피만 마시다 그냥 가면서 왜 오늘은 기다린거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김도영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늘 얘기하고 정리하기로 했잖아. ” 

다 들어줄게. 얘기만 해 ” 

 

 

“너는 정말 다 정리했구나.” 

“내가 붙잡아도 안잡힐 거 아니까 더 붙잡지는 않을게 “ 

“ 그냥 내가 너를 만나서 너무 좋았고, 평생 못잊을 거 같아.” 

“나한테는 너무 좋은 기억들이야”
 

 

 

 

대답없이 들으며 김도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는데  

 

얼굴에 남은 흉터가 보였다.  

 

 

 

 

흉터 남은지도 몰랐는데..... ” 

 

“ 아, 준희 너는 흉터 안남아서 진짜 다행이야” 

“너 그때 울면서 내 얼굴 어쩔거냐고~ 하하.. 그랬었잖아 “
 

 

 

 

본인 얼굴에 흉터가 남은 것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지, 김도영은 웃었다.  

 

그 웃음에 나도 긴장이 풀려 살짝 웃었다.  

 

 

 

나도 그 날은 못잊을 거 같아. 정말로. “ 

이제 집 다 왔네? “ 

 

 

“ 응 준희야....” 

 

“ 근데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될까? “
 

 

 

나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활짝 웃으면서 김도영을 꼭 안았다. 

 

이제 잘 정리하고. 잘 살아. ” 

 

 

 

......뭐야.... 이제 놔줘 “ 

 

 

“ ..... 준희야.... 나는.... 아..... “ 

 

 

 

김도영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 너가 방금 웃는게... “ 

“ 우리 만날 때 짓던 표정이랑 똑같아서.... “ 

“ 그래서..... “ 

 

 

“ 화해하고 다시 만나자고 말해주는 줄 알았어 “
 

 

 

 

....... 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어. ” 

얘기하고 잘 정리하기로 했으니까, 잘 정리하고. ” 

이제 그만 가 “ 

 

 

“ 준희야 “  

“ 나 진짜 다시 생각해도 너 못보낼 것 같아 “
 

 

 

 

잘 가고. 집 데려다 줘서 고마워. ” 

 

 

 

 

 

 

[엔시티/김도영] 아쉬움에 대하여 01 | 인스티즈 

 

 

 

 

 

 

 

 

 

우는 김도영의 얼굴을 더 보고있으면 홧김에 다시 만나버릴 것 같아서 도망치듯이 집으로 들어갔다. 머릿속에 온톤 김동영과의 추억만 떠올라서 이게 정말 잘 하는 게 맞나 의심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사가 빠진 채로 살았다.  

 

 

 

 

 

 

 

그 남자손님도 한동안 카페에 찾아오지 않았고, 허전함을 달랠 수 없어 돌아다닌던 술자리에서 복학생 문태일을 만났다. 태일오빠도 나랑 똑같은 시기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각자 헤어진 이야기를 하면서 급격하게 친해졌다. 우리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매일같이 서로의 연애상담을 했다.  

 

 

 

 

 

 

대학이 다 그렇듯이, 우리 과는 남녀 한 쌍이 같이 밥만 먹어도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도는, 그런 뒷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김도영이랑 만났던 그 시준희가 문태일을 꼬셨다. 라는 소문이 났다. 심지어 문태일이 여자친구랑 헤어진 게 시준희 때문이다 라는 말도 돌았다.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우리는 그저, 넉살좋게 서로의 취향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알바 없는 날 태일오빠랑 카페에서 마주앉아 공부를 하고있는데 

 

카페 문이 열리고 그 남자가 들어오더니,  

 

이내 얼굴을 굳히고 다시 나갔다. 

 

 

 

사랑은 타이밍이란 말이 있는데 이 남자의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지난번엔 김도영, 이번에는 문태일.  

 

 

 

 

그냥 다 짜증나고 귀찮아졌다. 

 

 

 

 

 

 

“ 준희야! 나 도영이가 만나자고 연락왔는데? “ 

 

뭐.... 다른 일이 있겠죠 “ 

 

“ 어, 그럼 나 잠깐 얘기 좀 하고올게! “ 

“ 나 신경쓰지 말고 공부 계속해 “
 

 

 

 

그냥 당분간은 손님이든, 김도영이든, 아무 생각 없이 살고싶었다. 

 

 

 

 

 

 

“ 어... 준희야, 그.... 도영이가 내 앞에서 울더라고 “ 

“ 소문 사실 아닌 거 아는데도 들을 때마다 힘든데 “ 

“ 그래도 너 안외롭게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 

“ 나 진짜 당황해서 위로해주고왔잖아 ”
 

 

하.... 김도영 진짜 지긋지긋해요 “ 

헤어진지 벌써 두 달은 지났는데 왜 아직까지 그러는지 모르겠어 진짜 “ 

 

“ 나는 도영이 이해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 

 

오빠! 지금 누구편이야 진짜~ “ 

 

“ 당연히! 더 친한 니 편이긴 한데~ “ 

“ 김동영도 막 나쁜 마음에 그런 게 아니다~ 이거지 “ 

 

으유, 공부나 해요! 공부나! “ 

이제 김도영 언급 금지 “ 

 

 

 

 

 

 

[엔시티/김도영] 아쉬움에 대하여 01 | 인스티즈 

 

 

 

 

 

 

 

 

머릿속에 들어온 두 남자는 하루종일 선명한 모습으로 내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살다보면 인생에 침체기가 몇번 온다고 하는데 바로 그 시기였던 것 같다.  

 

뭘해도 잘 안풀리고 재미가 없는, 인생 노잼시기. 

 

 

 

 

 

 

 

과 사람들의 입방아에 여러번 오르내리면서 나는 많이 움츠러들었고, 김도영의 보호 아래에서 편안했던 예전이 자꾸 생각이 났다. 작은 소문 하나라도 돌면 직접 나서서 일일이 정정해주던 김도영.  

 

김도영이 빠진 나의 사회생활은 너무 힘들었다. 누구를 만나도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한테 나는 시준희가 아니라 ‘김도영 전여친’ 이겠지? 라는 피해망상이 점점 더 심해져서 ‘김도영 여자친구’로써 만났던 사람이 아닌 태일오빠에게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다.  

 

 

 

 

김도영을 만나기 이전의 나는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김도영을 지나친 이후에는 의존할 사람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어렸을 때 봤던 동화내용이 생각이 난다.  

 

신발장수 원숭이가 토끼에게 꽃신을 선물했는데, 꽃신을 신게된 토끼의 발에 굳은 살이 사라져서 매번 원숭이가 만드는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발이 아파 걸을 수 없게되었다는 이야기.  

 

 

 

토끼를 닮은 건 내가 아니라 넌데, 우습게도 내가 토끼였다. 

 

 

 

 

카페 손님은 누구?

 

 

카페 그 남자. 

정재현. 

 

[엔시티/김도영] 아쉬움에 대하여 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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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 작가님 다음편도 있는 건가요..?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 ㅠㅠㅠ 맘이 좀 많이 아프긴 하네요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년 전
ROTC김도영
단편이라서 금방금방 쓰고 끝내려구요!
잘 봐주셔서 고마워요❤️

4년 전
독자2
으어ㅠㅠㅠㅠㅠ도영이,,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4년 전
독자3
억 카페남자가 정재현 ... 악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 다음편이 너무 기대돼요 !!!!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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