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 순간에 다른생각에 잠기는건 겁나게 쉬운 일인 것 같았다. 방금까지만해도 첫눈에 반해서 기분좋아 들떠있을때는 언제고, 다시 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여기 카페 진짜 겁나 춥다. 추워도 너무 추운 것 같아서 오들오들 떨면서 겉옷 챙겨올걸하면서 되지도 않는 후회를 하고 있었다. 이 더운 여름에 겉옷 들고 다니면서 추울까봐 챙겨왔어요~ 하면서 다니면 모자른 사람이다. 하면서 뒤에서 열나도록 씹을게 분명할테니. 체념하며 다시 노트북을 두들기는데 조용한 카페안에 진동소리가 울렸다.
"엄마 깜짝이야.'
"..."
"...죄송합니다."
"음료 나왔습니다."
아, 망했어. 카운터에 서 있던 남자의 표정이 눈에 보일정도로 굳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내 안면근육도 굳어가는 듯 어색해진 입꼬리를 내렸다. 죄송하다며 카운터로 달려가 음료를 받고 진동벨을 올려두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무슨 놈의 요구사항이 이렇게 많은건지. 오늘 하루만 해도 3개가 넘는 요구사항을 어긴것 같은데 더 추가되었다. 쪽팔림도 그와 같이 추가되었다.
×××
손님이 없는 카페 안은 심심해서 불편할 정도였다. 2명정도 있는 손님들은 모두 조용히 음료만 마시고 돌아갔고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창고로 들어가서 창고정리나 할겸 둘러보고 있을 때 손님이 왔다는 의미의 종이 울렸고 그에 나가서 손님을 바라보니 꽤나 크게 울리는 종 소리에 무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메뉴, 정하셨어요?"
나의 말에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는 여자를 보니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왔다. 무슨 말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수수하게 예뻤고, 발그레한 볼이 귀여웠다. 딸기 프라프치노를 시키는 여자를 보며 자신과 어울리는 음료를 시키는구나 하며 생각했고, 곧 이어 손을 씻고 프라프치노를 만들기 시작했다. 딸기 프라프치노는 금방 만들어졌고, 여자는 과제을 하는 듯 노트북만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만든지 조금 된 프라프치노의 컵 주변으로 물방울이 맺혀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엄마 깜짝이야."
참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놀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뻔 했다. 표정관리가 불가능해서 그냥 입을 꾹 다물어버렸고 눈은 감아버렸다. 아, 망했다. 심술나 보이면 어쩌나. 내 표정에 겁먹었는지 어쨋는지 모를 여자는 울상을 지으며 죄송하다며 음료를 받으러 카운터로 다가왔다. 귀여워.
누군지 모르는 여자를,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으로 보았다.
어후 짧다... 미안해요ㅜㅜㅜㅜ 쓰차걸렸었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