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왜 키 작은 여자만 좋아해요?
뭐? 누가 그래?
전교생이 다 알 걸요! 오빠가 키 작은 여자만 좋아하는 거!
Q.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A . 여자요.
Q. 그게 끝이에요? 더 자세하게 알려 주시면 안 돼요?
A . 에... 딱히 없는데요.
Q.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은요?
A. 뭐... 저보다 작은 여자요.
찬열의 학교 축제 날 꼭 하는 행사라면 행사인 신문부 동아리에서 개최하는 '인터뷰의 현장' 이 있었다. 찬열은 2년 내내 그 인터뷰의 현장 1면 표지를 장식했었다. 아마 이번에도 1면엔 찬열을 실을 모양인지 여러 명이 찬열 주위에서 찬열이 하는 말을 적고 녹음하고 찍고 있었다. 얼핏 보면 연예인인 줄 알 만큼 뜨거운 취재의 현장이었지... 새로 들어온 신문부 1학년이 찬열에게 영양가 없는 질문 몇 개를 던졌었는데 위에 저 내용이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저게 이상하게 퍼질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암, 몰랐을 거다. 왜냐하면 그 신문부 1학년이 조작해서 신문을 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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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학우와 하는 특급 인터뷰!
오늘의 주인공은 이번 해에도 역시 박찬열 군이 차지했습니다.
공부도 특급, 마음도 특급인 박찬열 군이 최초공개하는 이상형! 제가 비밀 입수 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Q. 안녕하세요~ 역시 교내 신문 1면을 매년 장식한 분 답게 정말 멋있으시네요!
A. 아, 예... 감사합니다. (웃음)
Q. 많은 여학생들이 찬열 군을 보기 위해 더위도 무릅쓰고 항상 운동장에서 축구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데요!
그많은 여학생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던 적, 있으시죠?
A. 네? 아직까지는 없네요...
Q. 눈이 굉장히 높으신가 봐요! 혹시 이상형 알 수 있을까요?
A . 딱히 없는데 굳이 꼽자면 작고 아담한 여자? 키 큰 여자는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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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은 알아봤어야 한다. 그 질문을 왜 했는지, 물어보던 신문부 여자애의 눈빛을, 그리고 그 애의 키가 작았다는 것도... 그 아이도 찬열을 흠모하던 여학우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찬열의 이상형이 나였으면 했겠지. 그리고 찬열은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했을 테고... 그러다 보니 인터뷰 조작까지 이르른 것이겠지. 신문이 발행되던 날, 찬열은 자기 반에 찾아오는 여자애들의 키 평균이 현저히 낮아진 걸 알아챘다. 사물함에 몰래 넣어둔 선물에는 자신의 키가 얼마나 작은지 어필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도 가득했다. 만약 인터뷰 말대로 찬열이 여자애 관심이 없었다면 오보된 신문에 항의할 마음도 없이 예전과 똑같은 날을 보냈겠지만 그게 아니거든.
찬열은 요근래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다. 그것도 키가 큰! 인터뷰 내용과는 전혀 다른 그런 여자애였다.
그리고 그 여자애는 오늘 방과후에 찬열을 불렀다. 신문을 돌돌 말아서 손에 꽉 쥔 채로. 그리고 물었다.
오빠는 왜 키 작은 여자만 좋아해요? 키 큰 여자는 싫어요?
찬열은 예상했던 그 질문을 호감 있던 여자에게 들으니 왜인지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싫은 게 아닌데, 나는 그런 인터뷰를 안 했는데!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오빠가 키 큰 여자 싫대서 오늘부터 컨버스 신을 거예요.
어깨도 구부리고 다닐 거고 키 작아지는 방법도 매일 검색할 거예요.
오빠... 진짜 키 큰 여자는 싫어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컨버스 앞코만 땅에 찍어대는 모습을 보자 찬열은 느꼈다. 아, 귀엽다. 귀여워...
오빠가 키 작은 여자 좋아하는 데에 불만 있어?
네! 당연하죠! 제가 키가 크니까요...
찬열이 이름이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키가 커서 싫느니 어쩌니 하던 애가 얼굴이 터지기 일보 직전에 눈은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라서 땅만 보고 있는데 찬열이 대충 눈대중으로 키를 대본 후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숙이고 있는 빨간 얼굴의 양 볼을 붙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한테는, 너도 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