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벽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어. 너는 누워, 나는 앉아. 무언의 서운함. 아쉬움. 섭섭함 같은 것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린 티내지 않았지. 난 좀 살갑게 굴어볼까 했어.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내가 좋은 노래 하나 들려줄까?' 적막한 공기를 뚫고 들리는 멜로디에 너는 조금은 과장되게 소리를 질렀지. 우와! 이 노래 제목이 뭐야? 따위의. 너는 여리고 걱정이 많고 감정이 또렸했어. 나는 차갑고 무심하고 흐렸지. 전 여친에게 생긴 남자친구를 보고 밤새 오열하던 너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너에게 못할짓을 한 동아리 선배에게 어떻게 화를 내야 할지, 새로 생긴 여자친구를 어떻게 축하해줘야 할지. 괜찮아. 그 새끼 데려와. 축하해. 대신 더 멋진 말을 고민하다 결국은 잊어버려, 잘됐다 같은 말 의 반복. 같이 살고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우린 연락을 하지 않았지. 오히려 같이 살기 전보다도. '태형아 나 오늘 늦어' '태형아 나 오늘 저녁 먹고 가' '태형아 나 밤 샐 것 같아. 먼저 자.' 너는 항상 너의 행방을 나에게 보고했지. 나는 읽고선 답장하지 않았고. 어쩌면 고의적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같은. 하루는 작정하고 친구들과 술을 마셨지. 언제나처럼 너에겐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새벽 세시 쯤이었나, '태형아 어디야? 늦게 들어와? 무슨 일 있는건 아니지?' 걱정하고 있었어. 니가 나를. '정말 가는거야? 정말로? 나 너 없으면 이제 어떡하지?' 너는 니 감정을 왜곡없이 얘기하는 특징이 있어. 가끔 그게 사람을 흔들어 놓는 줄도 모르고.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날도. 그 날도 그랬어. '태형아 나 여자친구 생겼어. 엄청 착해. 잘해줘. 나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하는거다? 나 말하고 싶은거 꾹 꾹 참고 집까지 왔어! 잘했지?' 그런데 걔는 너처럼 쿨한 구석이 없어. 이것 봐. 너랑 같이 사니까 자꾸 너랑 비교하게 되잖아. 이럼 안되는데! 아 어떡하지... 귀여워서 풋- 웃어버렸어. 내가 그래도 너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구나. 밖에서도 내 생각을 하는구나. 너는 또 자기를 비웃는다며 화를 냈지만. 내 짐을 정리한 방을 둘러보더니 한마디 했어. '너무 텅 비었잖아.' 안그래도 처진 눈꼬리가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더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닦아주고 싶었어. 내일이면 정말 니가 없겠구나. 내 등 뒤에 엎드려 웅얼거리는 너의 목소리가 먹먹해서, 돌아볼 수 없었어. 나는 애써 더 무심한척. 방이 더 넓어지잖아, 같은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고. 그 뒤론 둘 다 아무 말이 없었어. 내일 아침이면 다시 부산스럽게 각자 준비를 하고 나가기 전 '갔다올게' 라는 말을 할 또 다른 하루가 올 것만 같은, 밤이었지. [태형아 내일이면 니가 진짜로 가는구나,] 말을 할 걸 그랬어. 미안해. 고마워. 하다못해 즐거웠어 라도. [무심한 니가 좋았어. 걱정이 없는 너도, 모든 걸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너도. 반겨주진 않았지만 항상 밤에 들어오면 니가 불을 켜놓고 앉아있는 것만으로 좋았어. 같이 산다는게 이런거구나. 정말 좋았어-] 지민아. 너는 니 감정을 왜곡없이 얘기하는 특징이 있어. "태형아! 너 비행기 탔어야 하잖아! 왜 전화-" "이제 가야하는데," 그게 사람을 흔들어 놓는 줄도 모르고. "보고싶어" 보고싶어 지민아. - 비오는 날이라. 그냥 머리에 흐르는 대로 써봤어요. 냉정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첫번째라면 첫번째 작품이네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