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탄탄남자대학교
난 지금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이자 유일한 남자대학에 와있다.
그냥 온 것도 아니다. 헐렁헐렁하고 존나 큰 티셔츠에, 골반에는 존나 휘황찬란한 무늬의 와이셔츠를 동여매고는 패션피플 코스프레를 하고있다. 심지어 스냅백도 썼다.
이로써 남자로써의 내 자존심이 약 +40 증가했다. 시발 나 여잔데;;
분명 고1때까지만해도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 원피스입고 화장 예쁘게해서 다닐거라고 다짐했는데.. 우리 아빠 때문에 다 무너졌다. 우리 아빠 진짜 멋있다.
여자인 나를 남자로 만들어버렸다.
이렇듯 나에게는 굉장엄청난 비밀이 하나 있다.
아 뭐 굉장엄청난 것 까지는 아닌데 여튼 굉장엄청나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아빠가 아주 쿨하고 멋있는 기업의 사장이라는 것.
더 웃긴 건 회장님은 우리 할아버지다.
하지만 난 꽤 평범하게 자랐다. 그냥 존나 평범 그자체였다. 너무 평범해서 당황스러울 정도; 남들 다 겪는 고3시절도 겪었고 그냥 평인이다 평인. 아마 어려서부터 내가 돈의 맛에 빠지길 원하지 않았던 우리 엄마때문임이 분명했다.
물론 그런 엄마의 마인드 때문에 아빠가 좀 많이 탐탁치않아하긴 했는데.. 그게 이런 존나 큰 문제를 일으킬줄은 전생의 나도 예상치 못했을거다.
여튼,
그런 나한테 유일하게 평범하지 않았던게 있다면 사랑하던 남자애한테 공개적으로 차였던일이다.
존나 세상에서 가장 평범해도 될 일을 굳이 난 쪽팔림까지 당하고 농락도 당했다. 씨발!
평범한 난 꿈도 평범했다. 그저 학교 영양사가 되는게 꿈이였다. 왜냐면 우리 고등학교 급식 맛이 좆같았기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영양사를 하기엔 내 비상한 머리가 아깝다는 것을 깨닫고선 다 때려치고 패션디자이너로 꿈을 바꿨다.
그러다가 내가 옷입는 센스가 우리 고등학교 급식보다 더 좆같다는걸 깨닫고나서 다시 패션디자이너라는 꿈을 존나 거칠게 접어야했고 난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게 교사였다.
우리아빤 당연히 내 꿈을 지지해주겠지!하는 어린 생각에 내 장래희망을 파워 당당하게 주둥이 밖으로 지껄였을땐,
'안돼.'
아빠가 존나 단호했다.
태어나서 아빠가 이렇게 단호한적은 처음이였다. 심지어 내가 어렸을때 샤워거품을 먹겠다고했을때도 이렇게 단호하진 않았던것같은데...
그리고 아빠는 내게 더 충격적인 말을 선사했다.
'탄탄대학교 경영학과.'
'.....?'
'너가 다녀야 할 대학이야.'
뭔소리냐고 말하며 몇 번이고 아빠에게 거긴 남자대학이고 남자만 갈수있는 곳이고 심지어 교수중에서도 여자가 없다는 개소리가 있다고 친절히 아빠한테 말해봤지만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빠.. 나 아빠 딸이야..'
'고등학생때부터 배워야하는걸 엄마가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안된다길래 미루고 미뤘어.
늦었어.'
'.......'
'탄탄대학이 경영학에서 가장 알아주는 대학이고 다른곳보다 경영을 가르치는 수준이 더 월등히 높아.'
'...아빠. 그럼 나 뭔.. 아니.. 아빠..?'
'탄탄대학과 이미 말은 다 끝났다.'
'......'
'나머지는 아빠가 다 알아서 할거니까 일단 다녀.'
'......'
'딱 3년만 다녀. 그럼 기초는 잡히겠지. 그리고나면 미국가.'
'......'
'6개월이야. 6개월동안 넌 미국에서 모든걸 다 해야해.'
'...아빠..'
'한국어로도 힘든걸 외국어로 배울 수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것도 아는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그니까 한국에서 3년동안 배우다가 미국 가라고.'
존나 밉다구... 아주 존나...
그렇게해서 난 울며 겨자 먹기가 아닌 울며 와사비 존나 쳐먹기로 탄탄남자대학에 갔다. 엄마한테 아빠 좀 말려보라며 말했지만 엄마는 포기하신 것 같았다. 아마 밤마다 엄마 아빠의 언성이 좀 하이톤이 되었던게 바로 이문제였지 않을까싶다.
설마 지금 그나이에 사랑싸움은 아닐거고..
여튼 그렇게 말도안돼고 이상한 일이 나에게 일어난지 1년.
난 지금 웬 시커먼 남자성인들 사이에 껴서 마치 나도 남자인냥 남자코스프레를 하는 짓을한지 어언 1년이 지났다. 1년.
어디 할게없어서 남자코스프레를...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