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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힐링'이 필요해 01 (부제: 수 많은 별들 중 하나가 나의 달이 되던 날) | 인스티즈 

 

 

 

 

 

 

 

 

 

다들 그런 경험 한 번 쯤은 있지 않아?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주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처럼 상쾌한 기분. 오늘따라 화장도 잘 먹고 옷발도 왠지 잘 받는 것 같고, 토스트조차 노릇노릇 맛있게 잘 굽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 

 

여자라면 하나씩 꼭 환상을 가지고 살아가잖아. 그 중에서도 가장 무의미하고 부질이 없는 상상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연애해보기, 정도랄까.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나름 가져볼만한 기대야. 걔네도 모두 실존하는 인물이자 같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이고, 우리와 같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니까. 또 죽음이라는 것도 찾아온단 말이지. 

 

어쨌든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이었어.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아주 특별한 너를 만난. 

 

 

 

 

 

01-1 

 

 

 

 

하늘은 유독 새파랗고 구름은 유독 예뻤다. 햇살이 살짝 들어오는 기분 좋은 날씨에 장마철이 끝났나 고개를 갸웃하며 한 구석에 박혀있던 원피스를 꺼내들었다. 산 이후로 비가 와서 한 번도 입지 못했던. 오늘에야 개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입고 돌아다니면 같은 과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게 될 것만 같은 원피스였다. 그 동안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 했던 것이 빛을 발하는 듯 옷 핏은 딱 맞게 떨어졌다. 

 

신호등의 빨간불조차 기분 좋게 기다려지고, 얼마 안되어 바뀐 초록불에 발걸음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어깨에 무게감이 실렸다. 딱히 좋지만은 않은 느낌에 조금 느린 템포로 옆을 쳐다보니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저기요, 죄송한데. 그 이후의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다만, 몇 번의 중얼거림을 뒤로 앞으로 고꾸라진 남자에 놀라 얼떨결에 부축했을 때 흥건하게 묻어나오는 땀에 본능적으로 119를 불렀던 것이다. 

 

이 환자 분이랑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그 물음에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지나가던 행인이요, 라고 대답하기에는 남자의 상태가 꽤나 위급해보였음에 인생에 한 번쯤은 착한 일을 하고 살아야겠다하는 마음으로 친군데요, 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어요. 환자분 몸 상태, 심각한건 알고 계시죠? 그 말에는 딱히 오지랖을 표하진 않았다. 그냥 왠지 내가 알아서는 안될 것인것만 같았다. 네, 압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싱긋 웃어보이며 남자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01-2 

 

 

 

 

환자복을 입고 크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너와 마주했을 때 말그대로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모자를 벗은 너는, TV속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그 얼굴이었다. 한 아이돌 그룹의 유명한 멤버, 그 자체의 타이틀이 내게 꽤나 큰 흥분감을 남겨주었다. 네가 날 보며 씨익 웃었을 때는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면서 가슴이 한 번 일렁였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보다도 너는 눈부셨겠지. 

 

 

 

"저, 도와주신 분 맞죠?" 

 

 

 

물어오는 너를 보며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앞으로는 착하게만 살겠노라고. 만약에 정말 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동안 그 분들을 믿지 못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모든 종교를 믿어보겠다 그런 생각까지 했다. 그 정도로 너는 내게 큰 존재로 다가왔으니깐. 강아지같은 외모로 헤헤 웃어보이는 너는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딱히 팬 이라고 하기에는 나는 너를 열정적으로 응원한 적이 없었으나 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네가 속한 그룹을 좋아하지 않는 여고생은 없었다. 

 

 

 

"진짜 감사한데, 오늘 저 본건 비밀로 해주실래요?" 

"..." 

"아... 제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요. 팬분들이 걱정할지도 모르고. 정말 별 일 아닌데 괜히 일이 커질까봐서요. 부탁, 들어주실 수 있죠?" 

 

 

 

멍하니 서있는 내게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하는 너를 보다가 뭐에 홀린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보이자 너는 다시 한번 청량하게 웃어보이며 나중에 꼭 사례해드릴게요 라는 말과 함께 명함을 건넸다. 마치 너의 마음도 같이 건너온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다. 기분 좋은 울렁거림. 아, 네가 내게 명함을 건넸을 때 내 코 끝을 스쳤던 그 향은 아주 익숙한 라벤더 향이었다. 성인이 되던 날 엄마에게 선물로 받았던 향수의 향,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향수를 받았을 때도 느꼈던 기분. 라벤더 향에는 그 밖에도 뭔가 더 이렇다 할 만한 추억이 있었다. 훨씬 소중한 추억이. 

 

 

 

 

01-3 

 

 

 

 

예쁜 원피스를 입음으로써 내게 쏠리는 듯한 시선을 나는 마냥 즐길 수 없었다.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저 즐거웠을 일이었지만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네 명함 속 김태형 이름 세 글자 뿐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네 번호를 저장하고 혹여나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싶어 갈기갈기 찢은 후에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카카오톡에 새로운 친구라는 명목으로 떠있는 너의 이름은 나를 들뜨게했다. 

 

 

 

'저 아까 그... 병원에서' 

'아아, 이름이 여주세요? 이름 예쁘시다.' 

 

 

 

너의 별 거 아닌 칭찬에도 귀까지 새빨게졌다. 옆에 있던 친구가 놀래 내 귀에 손을 갖다댈 때 까지 나는 꿈 속을 헤매는 기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금 친구와 와있는 이 카페도 너와 같은 멤버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사실은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앨리스 테이블' 카페 이름마저 설레게 다가왔다. 

 

 

 

 

01-4 

 

 

 

 

너를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2일 후였다. 너는 나를 네가 일하는 촬영장으로 초대했고, 네가 미리 스탭분들께 말해둔 덕에 나는 어렵지 않게 그 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 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하고 열정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지고 코디분들과 매니저분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너는 그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여주씨, 언제 왔어요?" 

"아, 얼마 안됬어요." 

"왔으면 부르지. 심심했죠?" 

"아니에요, 바빠 보이셔서요.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여주씨, 근데 저 혹시 말 놔도 되요? 높이는 게 어색해서요. 동갑이라면서요 우리." 

 

 

 

이틀 동안 나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그 별 거 아닌 것들이 모두 너였기에 특별한 것이 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쉽게 누리지 못하는 어쩌면 특권이라는 것을 누리고 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내게 너의 부탁을 거절할 권리따위는 이미 없다는 것을 알았다. 

 

 

 

"네, 그러세요." 

"그럼 너도 말 놔. 우리 친구잖아 이제, 그치?" 

"..." 

"아, 지금 나 무례해?" 

"어? 아, 아니야. 그냥... 신기해서." 

"뭐가?" 

"전부 다. 너랑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귀여워. 나를 한참동안 빤히 내려다보던 너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귀여워, 였다. 그 말은 귀를 타고 흘러들어가 내 하얀 피부를 벌겋게 물들였다. 마치 내게 너에게 의미있는 존재라도 되는 듯이. 

 

 

 

 

 

 

 

 

 

----------------- 

 

 

으아아아 글잡에서 항상 글 써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올리네요 ㅎㅎㅎ 

아직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잡히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계속 읽다보면 아실거에요!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읽으셨으면 댓글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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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ㅎㅅㅎ 어서 더 쪄줘 ㅜㅇㅜ
8년 전
독자2
와...... (심쿵) 저런일이 진짜 일어나면 아마 저는 그자리에서 야 ....야.....김....너....야.....이러고 무릎꿇을지도 모르겠네요ㅠㅠㅠ
8년 전
비회원9.187
진짜 실제 이야긴줄알았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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