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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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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정국은 눈을 떴다. 눈을 감아도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지만, 정국은 그곳이 자신이 아는 장소가 아님을 알아챘다. 궁은 조용하지만 항상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리고 정국은 작은 새의 기척조차 놓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진 무인이었다. 그런 정국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행동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런 인물이 궁에서 종 노릇을 하고 있을리가 없다. 궁녀나 은군이 정국보다 뛰어난 무인일리는 없으니 아무런 기척이 없는 이 장소는 정말 아무런 이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궁에는 아무도 없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곳은 궁이 아니다.

  정국은 이런 곳을 잘 알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병풍을 바라보던 정국은 손을 뻗어 병풍을 걷어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 자신의 처소라면 존재하지 않을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국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낯설고, 익숙한.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 정국은 한발짝 내밀었다. 맨발에 감겨오는 풀의 감각이 싫지 않다. 분명 현실이라면 맨발로 걷는 일 따위는 질색이었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단지 코 끝을 간질이는 꽃내음과 따스한 햇빛 때문만은 아니다.

 

 

 

  "아."

 

 

 

  옆에서 작은 탄성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 정국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방향을 틀어 커다란 벚나무 밑으로 향했다. 바람이 불었다. 벚꽃이 흩어지며 그 아래에 앉은 소녀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았다. 꽃잎 뿐만 아니라 꽃 자체가 머리에 내려앉았음에도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국이 다가가 손을 뻗어 꽃잎을 떼어내줄 때까지 소녀는 넋을 놓고 정국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이번엔 꽃잎이 소녀에 입술에 내려앉았다. 벌어진 입 안으로 들어갈 듯 파르르 떨리는 꽃잎을 걷어낸 정국은 바람을 후, 불어 그 꽃잎을 다시 날려보냈다. 소녀는 여전히 멍한 눈에 정국만을 담고 있었다. 정국은 픽 웃고 말았다.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아무 말도 않는구나."

  "ㅡ!"

  "인사도 해주지 않을 거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녀는 가까워진 정국의 얼굴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곤 벌어진 제 입을 손으로 막았다. 붉어진 뺨을 내려다보던 정국이 몸을 살짝 물리자 눈을 굴리던 소녀가 손을 떼어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 오랜만…."

  "그래, 오랜만이구나."

 

 

 

  더듬더듬 말하는 소녀에게 정국이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소녀는 몸을 조금 뒤로 물리고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정국을 한번 올려다보곤 다시 눈을 돌렸다. 손을 쥐락펴락 하면서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는 것이 불안정해보여 정국은 소녀가 보지 못하는 동안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표정은 사나우면서도, 목소리는 여전히 달았다. 소녀의 앞에선 꼭 그렇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니?"

  "그동안 오시지 않아서,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지, 몸이 안 좋으셨던 건지, 아니면 제가 싫어지신 건지.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국은 모든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가장 마지막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정국은 웃으며 소녀의 팔 사이에 손을 끼워넣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갑자기 들어올려진 소녀가 화들짝 놀라 정국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정국은 매달려오는 소녀의 몸을 단단하게 지탱해주었다. 마냥 어리기만 한 몸도 아니건만, 소녀는 정국에게 자연스럽게 안겨왔다. 정국의 품에 익숙해진 탓이다.

 

 

 

  "바빴단다. 북에 다녀왔거든."

  "네에? 하지만 북쪽은…!"

  "전쟁터이지. 하지만 다친 곳 없이 돌아왔단다."

 

 

 

  이렇게 멀쩡하지 않느냐. 정국의 말에 하얗게 질렸던 소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국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또 자신이 싫어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 아님에 소녀는 기뻐했다. 힘껏 정국을 끌어안는 힘은 정국에게는 아주 미미했지만, 그녀에게는 사력을 다한 것임을 알기에 정국 또한 기뻤다.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았니."

  "무엇을요?"

  "내 비가 되어달라고. 너만이 내 비가 될 것이라고."

 

 

 

  소녀는 말없이 정국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지만 정국은 그녀의 얼굴이 아까보다 훨씬 더 붉어졌을 거란 것을 알았다. 안겨온 체온이 조금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국은 소녀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꿈 속에서 흩어질 약조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귀하게 여겨주고 싶었다.

 

 

 

  "내 유일한 비가 될 사람을, 어떻게 싫다하겠느냐."

  "……."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걱정 하지 말거라."

  "…네."

 

 

 

  수줍게 대답하는 소녀를 보며 정국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태어남과 동시였다. 정국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꿈을 꾸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 그 문 너머는 항상 암흑이었다. 본래 정국이 어둠을 겁내지 않기도 했지만 그 암흑은 따스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저갱 같기도 한 끝없는 어둠이었지만 정국은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정국이 평소와 같이 꿈 속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은 더이상 어둡지 않았다. 정국은 의아함을 느끼며 커다란 보료를 깔아놓은 듯 온통 새하얀 바닥에 발을 디뎠다. 토끼털 같이 보송보송한 감각이 발을 간질였다. 그것은 어둠 속에 발을 디뎠을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그 때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 꿈에서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국은 울음소리를 따라 갔다. 아주 작은 갓난아기가 곧 숨이 끊어질 듯 울고 있었다. 정국은 가만히 그 아기를 안아올렸다. 얼굴이 새빨개져 온통 눈물로 젖은 아기는 정국과 눈을 마주치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가만히 정국을 보았다. 정국도 가만히 아기를 보았다.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었다. 만약 아기가 다시 운다면 버려두고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아니면, 죽이던가.

  그런 정국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멍하니 정국을 보다가 방긋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정국의 뺨을 만졌다. 고사리 같은 손에 뺨에 닿는 순간 불쾌함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따스함이 느껴져 정국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아기도 정국을 따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 까르르 웃었다. 정국은 말도 못하는 아기의 무례함을 참고 넘겨주기로 했다.

 

 

  아기가 있는 장소는 때때로 달라졌다. 분홍칠을 한 방이기도 했고, 말랑한 공으로 가득차있기도 했다. 때로는 구름 위이기도 했다. 언제나 기상천외한 장소에서 아기는 정국을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기어다니던 아기는 정국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해 정국이 안아들고 나서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손이 닿기 전까진 알지도 못하면서 정국이 안아들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안겨왔다. 아기가 말을 할 줄 몰라, 정국은 아기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정국도 딱히 아기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정국과 아기는 같이 커갔다. 아기가 첫 걸음마를 떼던 순간을, 정국은 함께했다. 평소와 같이 앉아서 정국을 기다리던 아기는 평소와 달리 정국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챘는지 느긋하게 아기에게 다가가던 정국에게 기어왔다. 정국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기가 귀여워 걸음을 늦추다가 이내 뒷걸음질까지 쳤다. 가까워지던 정국이 다시 멀어지자 아기는 놀라 더 빨리 기었다. 정국은 쿡쿡거리며 더 멀어졌다. 아기가 울어버리면 곤란하겠지만, 그래도 귀여울 것 같다 생각하며 어떻게 달래줄까 생각하던 정국의 예상과는 달리 아기는 울지 않았다. 그대로 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짚더니 일어나려고 끙끙댔다.

  정국은 제가 걸음마를 언제쯤 뗐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기와 만난 지 2년이 되어가니 슬슬 걸을 때도 되었다 싶었다. 가서 손을 잡아줄까 하던 차에 아기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자신도 놀란 듯 우아, 우아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옹알이를 했다. 팔을 마구 휘젓던 아기는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정국을 보고 있었다. 정국이 웃어주자 아기는 다시 한참을 낑낑대다가 일어섰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던 아기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정국을 향해 한발자국 내디뎠다.

 

  그 순간, 정국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기의 생애 첫 걸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란 게 갑자기 벅차오를 정도로 기뻤다. 그래서 도와주려던 마음을 접고, 한참 동안이나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지며 겨우겨우 걸어 저에게 다다른 아기를 힘껏 안아주었다.

 

 

  걸음마를 뗀 아기는 곧 지나지 않아 말도 텄다. 그 전까지는 엄마, 아빠 정도만 겨우 하던 아기는 그 둘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정국의 앞에선 한마디도 하지 못했는데 이젠 말을 제법 배운 듯 했다. 풀밭에서 아장거리며 나비를 좇던 아기는 정국의 모습이 보이자 아장거리며 다가왔다. 걸음을 뗀 후론 항상 아기가 정국에게 다가왔다. 정국은 아기를 안아올렸다. 아기는 정국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안녕."

  "ㅡ말을, 할 수 있느냐?"

  "응."

 

 

 

  정국이 놀란 눈으로 묻자 아기는 말갛게 웃었다. 아직 존대어를 배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국은 아기를 탓하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이니?"

 

 

 

  그렇게 묻고 나서야 정국은 자신이 아기의 이름을 꽤 궁금해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아기가 대답을 하기까지의 잠깐의 시간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이름. 성이름."

  "그래, 이름이구나. 내 이름은 정국이다. 전정국."

  "정국…."

 

 

 

  이름이는 웅얼거리는 듯 정국의 이름을 발음했다. 그러더니 활짝 웃었다.

 

 

 

  "정국, 예뻐."

 

 

 

  그 순간 정국은 이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안아들고 있음에도, 안고 싶었다. 꿈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아이가 있었으면 했다. 이름이는 꽤 총명한 편이었다. 금방 말을 배우고, 금방 자랐다. 더이상 아이가 아닌, 소녀였다.

 

  꿈은 달콤했다. 풍경은 아름다웠고, 항상 그곳에서 정국을 기다리는 이는 더 아름다웠다. 정국은 이름이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생처음 품은 연정이 제가 만들어 낸 허상의 인물이라는 것이 우스웠지만, 자신이 만들어냈기에 가장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울 터이니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우스울 것이다. 정국은 이름이에게 곧잘 사랑을 속삭였다. 네가 크면 나와 혼인하자. 너만이 내 여인이 될 것이다. 그때마다 꽃다운 미소를 짓는 이름이 예뻐서, 반쯤은 진심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정국은 이름과 항상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는 제국의 태자였다. 꿈 속의 존재에게 정신이 팔려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할 순 없었다. 때때로 잠을 거르기도 했다. 며칠씩 잠을 거르고 난 뒤의 꿈에서 이름이는 정국에게 오랜만이라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가 정말 실존하는 사람 같아서 정국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 * *

 


 

 

  정국은 또다시 북에 다녀왔다. 그곳은 즐거웠다. 착하고 얌전한 태자 연기를 할 필요도 없었고, 자신의 잔인한 성정을 감추려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미친 것처럼 날뛰는 동안 정국은 잠을 자지 않았다. 이렇게 흥분한 채로 이름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궁으로 돌아오고 목욕을 마친 후에 정국은 숨을 골랐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이름을 만나려 잠든 꿈 속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언제나 정국을 기다리던 이름이는 없었다. 정국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참을 헤맸지만 이름이는 볼 수 없었다. 처음으로 타인의 손길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났다.

 

  그 날 내내 정국은 불쾌했다. 차마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평소와는 달랐다. 그저 환상에 불과한 이름이에게 휘둘리지 않겠노라 결심했지만 생각보다 이름이의 존재는 컸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와중에 다시 정국은 침상에 누웠다. 눈을 떴을 때에는 다시 꿈 속이었다. 짜증을 감추지 못하며 문을 열었을 때 저 멀리 이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던 이름이는 성큼거리며 다가오는 정국을 보고 활짝 웃었다.

 

 

 

  "아, 전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녀와 처녀, 그 중간에 놓인 이름이는 이제 존대어를 쓸 줄 알았다. 언젠가 태자라는 신분을 밝힌 뒤로는 꼬박꼬박 말을 높였다. 이름이는 눈썹을 늘어트리며 웃었다. 새삼스럽게 낯이라도 가리는 것인지 볼이 발갰다.

 

 

 

  "혹시 어제 오셨었나요? 저 어제는 일이 있어서 못 잤는데…."

  "꼭, 네가 실존하는 인물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정국의 말에 이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더니 이내 웃었다.

 

 

 

  "저는 실제로 존재하는 걸요. 전하께서는 이게 단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이건 꿈이니까."

 

 

 

  이름을 보자 피로와 짜증이 순식간에 가셨다. 꿈 속의 존재에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받는 자신이 싫었다. 이름이는 정국의 말에 살짝 웃었다. 아직 모르시는 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웃음기와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러니 그런 약조를 하셨겠지요. 덧붙이는 말은 더 썼다. 정국은 영문을 몰라 쓴웃음을 짓는 이름을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우울함을 떨쳐내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 이름이 밝게 웃었다.

 

 

 

  "이건 꿈이지만, 꿈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뜻이지?"

  "저희는 꿈 속에서 만나고 있지만, 둘 다 실존한다는 거예요."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달콤한 말이구나. 네가 실제로 존재한다니. 정국은 자신이 상상해낸 아이는 상냥한 말도 곧잘 한다고 생각했다. 정국이 믿지 않는 듯 보이자 이름이는 난처한 것처럼 눈을 굴렸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작게 손뼉을 쳤다. 털썩 주저앉은 이름이는 토끼풀꽃을 뜯곤 정국의 손목을 잡아올렸다. 잘 엮은 풀꽃팔찌를 정국의 손목에 감은 이름이는 헤헤 웃었다.

 

 

 

  "꿈에서 깨셨을 때 그것이 있다면 믿어주시겠습니까?"

  "꿈이지만 꿈이 아니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전하께서 계시지 않을 때, 전하를 찾다가 넘어져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손바닥이 까졌었는데, 잠에서 깨니 상처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전하께 방금 해드린 것처럼 팔찌를 만들어 찬 적이 있었는데…."

  "꿈에서 깨니 정말로 있었다?"

 

 

 

  정국의 말에 이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과거의 언젠가 유난히 이름이 기뻐하던 때가 있었다. 정말 정국이 진짜 있는 거냐며 흥분해 묻는 이름이에게 태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더랬다. 정국은 이제 꽤 긴 아이의 머리카락을 들어올려 입을 맞췄다. 이름이 놀란 눈으로 정국을 보았다.

 

 

 

 

  "만약 내가 잠에서 깼을 때 이 팔찌가 있다면."

  "……."

  "내가 너를 찾아도 되겠느냐?"

  "……예?"

 

 

 

  이름이 멍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국은 이름이의 손을 잡아 손가락 끝에 입을 맞췄다. 이 감촉을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다면. 이 온기를 곁에 둘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국을 바라보는 이름이에게 다시 물었다.

 

 

 

  "너를 찾아서, 비로 삼아도 되겠느냐?"

  "저, 저기. 지금 무슨……."

  "나와 혼인을 하겠느냐고 묻는 거란다."

 

 

 

  이름이는 붉어진 얼굴로 웅얼거렸다. 혹시 거절하는 것일까, 매일밤 정국을 기다리면서 혼인은 싫다 하는 것일까. 비록 정국은 꿈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말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비가 되어주겠다고 해왔으면서 거절하는 것일까. 그녀도 과거의 정국과 마찬가지로, 꿈 속의 인물의 청혼이라 거절하지 않았던 것일까. 정국은 초조해져서 이름을 힘껏 끌어안았다.

 

 

 

  "나와 가족이 되는 거란다."

  “……진심이십니까? 저와 혼인, 한다는 거요."

  "그래. …네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정국은 이름이 싫다고 하면 팔찌를 뜯어내버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영원히 꿈 속에만 가둬둘 것이다. 꿈 속의 그녀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실존하는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 괴로울 터였다. 이름이 정국에게서 몸을 떼어내려 했다. 정국은 그녀가 멀어지지 못하게 팔에 더 힘을 주었다. 이름이 몸을 뒤틀었다. 숨 막혀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정국은 자기도 모르게 팔에 힘을 풀었다. 항상 정국은 그녀에게 약했다. 이름이는 몸을 살짝 뒤로 젖혀 정국과 얼굴을 마주했다.

 

 

  “내가, 싫으니?”

 

 

  정국이 쓴 미소를 짓자 이름이 소리를 질렀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놀란 정국이 이름을 보자 아이는 붉어진 얼굴로 손까지 내저었다.

 

 

  "정국 님이 싫을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저는 평민이고…….”

 

 

 

  이름이는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분명 평민인 그녀를 태자비로 받아들이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나오기 전부터 맺어진 연이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무엇이 걸림돌이 되든, 헤쳐갈 수 있을 것이다.

 

 

  “쉬울 것이란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말했잖느냐. 너만, 오직 너만 내 여인이 될 것이라고.”

  “…….”

  “네가 내 비가 되어주겠다고 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약조하마. 꼭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 너는 한 마디만 하면 된다.

  이름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울상이 되어 일그러진 얼굴마저도, 예뻤다.

 

 

  “저는……, 할래요. 전하의 비가 되고 싶어요.”

 

 

  물기가 잔뜩 밴 말을 뱉어낸 이름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제가 정말 전하와 꿈 속에서 만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전하의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설렜는지, 전하께서는 저를 꿈 속의 인물으로만 생각한다는 걸 알았을 땐 얼마나 슬펐는지 아시냐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정국은 이름을 끌어안았다. 곧 현실에서 만나게 될 온기가 포근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정국은 손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웃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킨 정국은 손목에 감긴 풀꽃팔찌를 만지작거렸다. 동그랗고 하얀 꽃은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꿈이, 아니구나. 너는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


아주 오래전부터 꿈에서 만난 인연으로 서로를 꿈 속의 사람으로 알면서도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이 둘이 실존인물임을 알게되는 내용입니다!

그냥 사극물을 쓰고 싶었는데 어려울 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편으로 썼어요 헤헤

정국이는 태자입니다 무예가 뛰어나고 본래 성격이 좀 잔인하고 냉정해서 전쟁을 좋아하는! 하지만 여주 앞에서는 항상 달달한 남자예요ㅋㅋㅋ

제목은 유치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늘이 정해준 사랑이닉가!!!!!!!!!!! 천생연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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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2.15
이..이건..솔직히..연재....시리즈..해주셔야하는거아닌가요ㅠㅠㅠㅠㅜ 반전남꾹태자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잘읽고갑니다ㅠㅠㅠㅠ아ㅠㅠ너무 멋있다ㅠㅠㅠ
8년 전
비회원202.166
아 이거 진짜 좋은데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댓글을 길게 못 쓴다는 게 한이네요 뎬ㅇ장ㅠㅠㅠㅠㅠ 아니 그르구 진짜 궁금한 건데 이런 글에 왜 댓글이 없을까요..? 말이 안 되는데 이거는ㅠㅠㅠㅠㅠ 제가 계속 보러 올 거니까 지우시면 아니돼요 아셨죠???ㅠㅠㅠㅠㅠ 저 진짜 다시 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분위기가 헣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08.8
진짜 이건 .... 대박ㄱ이에요... 이거 번외갗은거 없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만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엉엉ㅇ 정국전ㄴ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잔인하다더니 제 심장 때리는게 취미신가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18.162
와ㅠㅠㅠㅠㅠ진짜이거ㅠㅠㅠㅠㅠ아니ㅠㅠㅠ무수뉴ㅠㅠㅠㅠㅠ진짜이거그냥쓰고싶어서쓴글맞아요????이럴순엊ㅅ어ㅠㅠㅠㅠㅠ너무조아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
헐..작가님 ㅠㅠㅠ
진짜 소재가 너무 좋은거 같아요!!
암호닉(난나누우)로 신청하고 잘 읽고 갑니다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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