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有 )
[호우] 소나기
* ... 사이에 있는 글은 과거장면입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는 지 쉬지않고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 홀로 앉아있는 지훈은 멍하니 창문에 톡톡- 부딪혀오는 빗방울들을 보고있다.
일주일 전, 지훈은 오랜만에 연락 온 동창에게서 순영이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괜찮냐고 묻는 동창에게 애써 웃음지으며 전화를 끊었던 그 날, 지훈은 남 몰래 많이도 울었다.
...
"나 많이 생각해봤는데 진짜 너 좋아하는 것 같다 지훈아"
"순영아..."
"나는 어떤 것도 다 견뎌낼 자신있어 지훈아. 앞으로는 나랑 함께 가줄래..?"
...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한낮의 단 꿈과 같이 그를 만나 사랑했던 기억이 지훈을 스쳐지나갔다.
초 여름 소나기가 오던 날, 우산을 씌워주며 불 켜진 가로등 아래 그에게서 고백을 받고 가슴 떨린 첫 키스를 했던 그 날을 지훈은 잊을 수가 없었다.
...
그 어린 시절의 패기는 그 어떠한 것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을 넘지 못했다.
잘나가는 기업의 아들이었던 순영의 부모님에게 지훈은 크나큰 걸림돌이었다.
처음에는 지훈도 홀로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끝끝내 자신도 모자라 지훈의 가족마저 건드려오는 그들에게 지훈은 그만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그만하자 순영아.."
"지훈아.. 갑자기 그게..그게 무슨 말이야..하...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단호하게 끊어내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지훈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 지훈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순영이 닦아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지훈은 그런 순영의 손을 매몰차게 쳐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어. 그냥 이제 네가 질렸을 뿐이야"
매몰차게 일어난 지훈의 자리에는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아련히 남았고, 홀로 남겨진 순영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뒤를 돌아보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 빠르게 걸어나온 지훈은 그 장소를 벗어나고 나서야 건물 벽에 기대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왜 나는 안되는지, 왜 나만 아픈지...
지훈은 매여오는 가슴을 풀어보려 퍽퍽- 세게 두드렸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지훈은 하늘을 우러러 울었다.
그렇게 2년간의 연애가 짙은 현실의 벽에 끝이 났다.
...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지훈도 이제 완연한 사회인이 되어 회사에서 안정적인 직급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도 소나기만 내리면 떠오르는 그 날, 자신을 바라보던 순영의 눈길, 손길... 모든 것이 생생히 기억나 지훈은 항상 술로 기억을 지우려했다.
오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지훈은 가디건을 주워들었다.
쿵-
현관문을 잠그고, 조그만 2층 집을 빠져나오던 지훈은 벽에 기대어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검은 수트를 위아래로 입고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고 있는 그는 분명 지훈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검은 머리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도 인기척을 느꼈는 지, 고개를 들었다.
그였다.
내가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사랑하는, 평생을 사랑할 그 사람.
"...지훈...이...지훈"
얼마나 빗 속에 서있었는지, 순영의 창백한 입술에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지훈은 비집고 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지훈이 쓰고있던 우산이 저 멀리 떨어졌다.
순영이 지훈에게 다가왔다.
검은 수트를 입은 몸이 5년 전, 그 날보다 많이 말라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지훈아..."
"...흡..흐윽..."
"...네가 나 때문에 아팠다는 거.. 이제야 알아서 미안하다..."
"...흑...너 뭐야... 오늘 결혼한다면서...왜 여기 있는데.."
순영은 웃음지었다.
네가 있는 데 내가 왜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데-
지훈은 결국 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그런 지훈을 보던 순영은 머뭇거리다 이내 지훈을 끌어당겨 넓은 품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미안하다 중얼거리며 순영은 떨어지는 빗방울에 자신의 눈물도 숨겼다.
"이제 진짜 너 지켜 줄 자신있어 지훈아"
"흑...흐읍.."
"사랑해..지훈아"
아까 독방에서 보고싶으시다던 썰을 엮어 비루하게나마 단편으로 엮어보았습니다!!
소재주신 너봉 사랑합니다...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