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기사 06
"너 지금 무슨 짓이야?"
담 너머 어딘가에 내팽개쳐져 있을 운동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그런 내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시늉으로 지민이라는 아이는 점점 내게 더 가까이왔다.
"너 궁금하지? 지금 전정국, 김태형이 어디있는지. 왜 안 나타나는지."
"아니"
"거짓말. 너 지금 엄청 괴롭잖아. 외롭잖아."
"전혀. 난 원래 혼자였고 달라진 것은 없어. 그리고 미안한데 내가 좀 바빠서."
헤실한 얼굴과 달리 차가운 그 아이의 말에 기분이 묘해졌다. 지금은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차가운 바닥에 내 맨발을 딛었다.
"아씨..." 저절로 욕이 나오는 불쾌함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지민은 피식 코웃음을 친다.
"여전하구나 너. 그 고집하며 제멋대로인 성격하며."
"네가 날 언제 봤다고 그래?"
그러자 지민은 내 교복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모시러 왔습니다. 여왕님."
미친거다. 이 아이는 미쳤다. 나는 빨리 이 곳을 벗어나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나는 냅다 뛰었고 신발도 신지 않은채 양 손에 신발을 들고 달렸다. 이러다 나까지 미칠것 같았다.
* * * * * *
"엄마 나 왔어요."
집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헌데 방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혹시...
순간 가슴이 쿵쾅대었고 재빨리 방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김태형이 와 있었다.
"야 미친. 너 이제 남의 집에 이렇게.."
"야 가자."
"어딜?"
"전정국 있는 곳으로."
"어디 있는데?"
"저기~" 태형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미친놈아.. 빨리 나가."
이젠 내가 미쳐서 환각증세가 있는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냥 다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살다가 졸업하고 싶었다. 김태형은 내 반응이 웃긴지 막 웃다가 창문으로 넘어 집 밖을 나갔다.
"야..김태형.!!!"
어디가 급한지 뛰어가는 뒷모습만 보였다. 나는 쉬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또 잠이 들었나보다.
* * * * * * *
"ㅇㅇㅇ야. 오늘 하루는 어땠어?"
전정국이다. 꿈인 것 같았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정국은 내게 인사했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긴 하루였어. 너무 힘들었어." 나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투덜투덜 대었다. 그러자 정국은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스윽- 쓰다듬어주었다.
"힘들면 안되는데.. 행복해야지 ㅇㅇ야."
"너가 있어야 행복해지는걸."
"아니, 넌 내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그건 어떻게 하는건데?"
내 물음에 당황한듯 정국은 멀뚱히 나를 쳐다보았다.
"이거 또..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쳐야 하는건가?" 하며 내 볼을 꼬집었다.
"아!"
볼이 꼬집히는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전정국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Epilogue
여왕님, 당신의 그 고귀한 이름을 부르기조차 힘이 듭니다.
부디 강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