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와 백현이는 사귀는 사이야
찬열이는 백현이를 정말 좋아해. 백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반 년 넘게 따라다니면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국 백현이가 제 고백을 받아줬으니까 호구라고 욕을 먹던 말던 다 좋아
백현이가 쓰는데에 부족함이 없게 자기 카드를 몇장씩 내주는 건 물론이고 집 공과금이나 통신 요금 하나까지도 자기가 다 내주려고 해
심지어 자다가도 백현이 전화 한통에 기사 노릇을 자청하고 백현이의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것까지 마다하지 않아. 백현이 일은 곧 내 일이니까.
반면에 백현이에게 찬열이는 그냥 형식적으로 앉혀놓은 애인일뿐이야
박찬열같은 애가 자기를 따라다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해주는 걸 보니 자기한테도 손해는 아닌 것 같아
애인이라고 데리고 다니기도 괜찮은 편이고 가끔 애교나 스킨십 한번씩 던져주면 지칠 줄 모르고 베풀어주잖아?
얘랑 연애하면 그래도 나름 편하게 살겠다 싶어서 받아준 것 뿐이야
그런데 문제는 백현이는 연애에 빨리 질리는 스타일이야
길고 은은한 연애보다는 짧고 확 타는 연애를 원하고 한 사람과의 안정적인 연애보다는 여러 사람과의 다양한 연애를 추구해
아직 날 원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고 저만큼 다양한 연애를 할 수 있는데 한 사람한테 묶여있는건 시간낭비라는거야
처음엔 편했던 찬열이의 시중도 점점 귀찮아지고 잦은 연락도 짜증나. 구속하는것 같아.
연애 후 1년쯤부터 백현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
예전에는 찬열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사적인 연락은 알아서 끊어냈는데 이젠 오히려 본인이 그걸 더 이어가고 만남을 종용해.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을 바꿔가면서 노는게 너무 재밌어서 찬열이의 연락에 대한 답도 점점 뜸해져.
처음엔 1~2시간 텀으로 늦던 답장이 하룻밤이 지나서야 오고 답 길이도 점점 짧아져.
찬열이는 안절부절하지만 백현이를 의심하지 않아. 단지 무슨 일이 있겠지, 요즘 좀 바쁘겠지 하면서 더 잘해주려고 노력해.
갈수록 백현이는 찬열이에게 소홀해지고 가끔 가지는 만남도 지루하고 잠자리도 별로야. 흥이 안나.
그냥 차라리 이시간에 다른 사람들 만나서 클럽에서 춤이나 추고 술이나 먹으면서 놀고싶어.
나쁜 건 알지만 찬열이와의 연애도 너무 질려.
차츰 다른 사람들과도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춰. 분위기가 좀 더 진해지면 몸을 쓰다듬기도 했고 쓰다듬어져보기도 했어. 딱히 남녀를 가리진 않거든.
어느날도 클럽에 가서 춤을 추다가 모르는 남자와 진득히 혀를 섞어. 셔츠 안으로 손이 들어오는 느낌이 나지만 상관 안해
뒤에서 찬열이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말이야